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86화 (886/1,270)

프랜차이즈 갓 886화

216장 라이플's 프리덤 (2)

한국의 수렵 현실은 처참하다.

한때는 수렵 인구가 수십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면허 보유자가 1만 명 남짓한 수준.

심지어 대부분이 면허만 갖고 있고, 실제로 수렵에 종사하는 이들은 100여 명 정도다.

일단 총기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총기는 무조건 경찰서에 맡겨야 하고, 한 번 찾을 때마다 2인 1조를 이뤄야 하며, 일정 시간 안에 다시 반납을 하고 다시 찾아야 한다.

수렵 한 번 해보려고 하면 온갖 규제가 줄줄이 따르고 번거롭게 하니, 너무 복잡해서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수렵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동물단체들이 있었다.

"사냥이라니! 어떻게 그런 야만적인 취미를 가질 수가 있는 거죠?"

"저런 귀여운 고라니를 어떻게 그렇게 잔혹하게 죽일 수 있어요?"

"우리가 돼지고기, 소고기를 먹는 것은 축산업 경제에 이바지하는 일이지만, 당신들이 사냥을 하는 것은 그냥 야만적인 자연 파괴 행위에 불과할 뿐이에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수렵은 거의 명맥만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수영농장이 불을 지피고, 유조선을 끼얹었다.

[현재까지 누적 포상금, 42억 원!]

[전국의 엽사들, 평균 4,000만 원이상의 포상금 수입을 올리다!]

[수렵인들, 너도 나도 장롱 안에서 묵은 면허증을 꺼내 들고 경찰서를 찾아.]

[지금 대한민국은 수렵 광풍!]

아무래도 꾸준히 수렵 활동을 하던 엽사들이 굉장히 유리했다.

그들은 날카롭게 살아 있는 실전 감각 덕분에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오래 면허를 묵히고 있던 후발 주자들은 아무래도 불리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도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50위라니. 그런 건 애초에 꿈도 안 꿨어."

"이야, 하루에 멧돼지 한두 마리만 잡아도 이거 엄청 짭짤한데?"

"정 안 되면 까치라도 잡으면 돼. 저거 한 마리에 5만 원이라고."

"프리덤, 잘 지켜보고 포상금 신고 잘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님. 제가 매의 눈으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

경찰청장이 청담동 휴민트타워 의원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는 의원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있는 수십 명의 노인들을 보고 진땀을 흘렸다.

한 명 한 명이 최소 천억 원대 이상의 자산가이자, 하수영후원회 정예 멤버들이다.

저들이 가진 연줄을 총동원하면, 대한민국 국회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발휘한다.

"응? 너 중식이 아니냐?"

"아! 어르신!"

심지어 대뜸 알아보고 하대를 하는 이도 있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경찰청장으로서 하수영 의원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청장? 언제 청장이 됐어? 원래 치안정감 아니었냐?"

"아이고, 어르신. 제가 치안총감을 단 게 언제인데요. 이제 어엿한 경찰청장입니다."

한 노인이 못마땅한 듯이 끼어 들었다.

"사전에 약속은 잡았고?"

"그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오면 의원님을 뵐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니, 청장 따위가 우리 하 의원을 약속도 안 잡고 만나러 올 급이 되나?"

"하극상이로다, 하극상이야. 대한민국 행안부 꼴 참 잘 돌아간다."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쏘아대자 청장의 얼굴이 더욱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때 집무실 문을 열고 하수영이 나왔다.

"어, 혹시 황중식 경찰청장님 아닌가요?"

"의원님! 황중식 청장입니다!"

청장은 군기가 바짝 든 태도로 인사를 했고, 하수영이 손짓을 했다.

"일단 여기 앉으시죠. 말도 없이 이 먼 곳까지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게,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마땅한 사적 연락처를 제가 알지 못해서 이렇게 직접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음, 혹시 유해조수 퇴치 사업 때문에 그러시나요?"

"예, 그거 때문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비로 포상금을 지급하는 게 법적인 문제는 없을 텐데요? 지금 수렵하시는 분들, 죄다 정당한 수렵 면허 보유자들입니다. 총기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관리되고 있고요."

"알고 있습니다. 문제를 삼으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청장은 사방에서 잡아먹을 듯이 쏟아지는 노인들의 눈빛에,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저 강남 노괴들이 작심을 한다면, 자신의 미래를 박살 내는 것은 일도 아니리라.

"의원님, 현재 300명이 넘는 엽사들이 전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저희가 파악한 것으로는 그렇습니다."

"으음, 아직도 너무 적은데요."

"저희로서야 농촌 작물 피해 방지를 위해서 유해조수 퇴치 사업을 적극 환영합니다만, 안 좋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아, 동물보호단체요?"

"네, 그렇습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그 친구들은 생태계 보호와 동물보호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말은 참 많네요. 뭐, 원래 그런 인지능력 떨어지는 애들도 있으니까 다시 보니 선녀더라 하는 말도 만들어지고 그러는 거죠."

"……예?"

청장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하수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 그래도 멧돼지도 생명인데 왜 잡아 죽이냐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왜 구의회 민원게시판에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지만."

퇴치 사업이 강남구 주관 사업도 아닌데 말이다.

"여론이 너무 시끄러운데,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방향을 말씀해주시면 경찰청에서도 적극 돕겠습니다."

바로 이 말을 꺼내기 위해서, 어려운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한 것이다.

경찰청장은 오래 전부터 하수영의 눈에 들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사람.

그리고 씀씀이가 시원한 사람.

그의 그늘에서 정치를 하는 새싹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청장은 언제나 그들을 부러워했다.

'청장 옷 벗으면 나도 정치판에 진출해야 할 텐데, 기왕이면 하수영계 파에서 시작하는 것이…….'

"음, 뭐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의원님?"

"어차피 그 사람들이 엽사들 쫓아다니면서 사냥 못 하게 막을 수도 없거든요. 그럴 체력, 시간이 없을 테니까요."

활동 반경이 넓고 왕성한 엽사들을 하루 종일 쫓아다닌다고?

그것도 농촌까지 내려가서?

동물보호, 환경보호단체들한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렵에 실질적인 피해는 없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강남구의회 게시판에서 시끄럽긴 하지만, 담당자가 알아서 매크로 답변 달겠죠. 이건 우리 구의회 관할이 아니라고요."

"……그, 그래도 총기 관리 문제를 걸고넘어지려는 움직임도 있어서 미리 주의를 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프리덤이 지원하고 있어서, 총기 현황이 실시간으로 잡히고 있습니다. 탄환소모량 1발까지 전부 초 단위로 집 계되고 있어요."

"그, 그렇습니까?"

"네, 제가 지방경찰청들하고 협조해서 잘 보고하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상큼한 미소를 곁들였다.

"전부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청장님은 아무 염려하지 마세요."

"……."

경찰청장은 할 말이 없어서 입술만 달싹거렸다.

분명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저렇게 태평스러운 태도라니.

'이, 이래선 안 되는데.'

자신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수영이 뭔가 다르게 볼 게 아닌가?

"그리고 청장님, 저들이 정말 야생동물, 환경보호 때문에 저렇게 시끄럽다고 생각하시나요?"

"……."

"지금 돈 달라고 시위하는 거예요. 옳다구나 기회가 왔다고 물어뜯는 거죠."

하수영의 은근한 조소에서, 경찰청장은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그 비웃음은 마치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걸 가리켜 도둑이 제 발 제 린다고 하는 걸까?

"아, 맞다. 지금 며칠째 우리 농장앞에서 불법시위하고 있는 단체들이 있거든요? 제가 귀찮아서 놔두고 있는데, 이거 공권력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불법성 여부가 확인되면 즉각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녹취록 파일이에요.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어요."

하수영이 USB를 내밀었고, 청장은 황송한 듯이 받아들었다.

"이게 뭡니까?"

"대체 애꿎은 우리 농장에서 왜 이러냐고 제가 한 번 대화를 나눠봤는 데, 자기네 단체에 지원금 주면 조용히 시위 접겠다고, 다른 시위도 단속하겠다고 거기 부협회장인가 하는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청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러니까 돈을 가지고 협박을 했군요?"

"지원 안 해주면 계속 피곤할 텐데 괜찮겠느냐, 뭐 그런 식으로 비꼬긴 했는데, 이것도 협박에 들어가려나요?"

"얼마든지 협박에 해당합니다. 제가 이 부분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경찰청장이 굳은 얼굴로 일어났고, 하수영은 악수를 청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황중식 청장님."

하수영이 다시 한번 이름을 똑바로 불러주자, 경찰청장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의원사무실을 나선 그는 잠시 1층로비에 있는 전시대를 주시했다.

'저게 10조 원에도 안 팔았다고 하는 훈민정음 창제일지…….'

보유자는 만들어진 지 100여 년이 안 된 복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정작 복제품이라고 인증했던 문화재청이 뒤늦게 진품이라며 기증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심지어 중국의 콜렉터는 여전히 100억 달러 이상을 부르며 거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휴우.'

청장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마왕성을 무사히 빠져나온 듯한 안도감이 가슴에 흐른다.

아까 후원회 노인들이 한마디씩 구박을 줬을 땐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그는 빌딩을 나와 대로에서 기다리고 있는 관용차량에 올랐다.

"청장님, 말씀은 잘 나누셨습니까?"

"어, 그리고 이거 조사해 봐."

"USB 아닌가요? 여기에 뭐가 있습니까?"

"수영농장 앞에서 시위하는 친구들이 간 크게도 돈 가지고 의원님을 협박한 거 같아. 돈 주면 시위 접고 물러나겠다고."

"이놈들이 엽사들 쫓아다니는 게 불가능하니까 수영농장으로 몰려들어서 자리를 폈군요. 알겠습니다.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얼굴 도장 단단히 찍은 것으로 만족해야겠어."

차가 부드럽게 출발했고, 청장은 피곤함을 쫓으며 눈을 감았다.

***

프리덤은 생각했다.

'엽사들이 직접 사냥을 하러 다니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내가 드론에 라이플을 달아서 직접 통제한다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해조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다.'

'아니, 지금 저 초보 엽사는 뭐지? 겨우 멧돼지 한 마리 잡는 데 탄환을 4발이나 쓰다니. 1발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이렇게 비효율적인 사냥이라니!'

프리덤은 마스터의 지시를 착실히 따라서, 엽사들을 보조했다.

그들의 총기 및 실탄 현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서 경찰서에 주기적으로 제공했다.

덕분에 총기보관담당 경찰서에서도 24시간 단위로 비대면 갱신을 허락해줬고, 엽사들도 편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군. 내가 직접 통제하는 라이플이라면 오발이나 형사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할 텐데.'

프리덤이 본 인간은 항상 비효율적으로 생산 활동을 했다.

마스터는 그것을 가리켜 '비효율의 로망은 인간의 고유 특징.'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플이 총포규제법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렵 무기를 개발해서 장착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프리덤은 마스터한테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 면박만 실컷 들었다.

"녀석아, 지금 그게 더 비효율적이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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