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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85화 (885/1,270)

프랜차이즈 갓 885화

216장 라이플's 프리덤 (1)

하수영과 엽사는 프리덤이 불러준 좌표를 향해 부랴부랴 달려갔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밭이었다.

그곳에서 둘은 볼 수 있었다.

웬 커다란 성체 멧돼지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들이박고 있는 모습을.

한껏 도움닫기를 한 뒤 몸통을 거세게 부딪치며 공격한다.

성인 남자라도 단 한 방에 즉사에 처할 가공할 몸통 박치기.

하지만…….

"농민 회장 양반, 요즘은 저런 것도 반파라고 합니까?"

"이놈이. 어디서 엄살이야?"

-하지만 마스터! 저의 람보르기니 무얼끄를라고의 앞바퀴 타이어가!

"내 눈에는 흠집도 없어 보이는데?"

"농민 양반, 내 눈에도 그냥 흙 자국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으으으! 마스터! 제 귀여운 농사로봇을 구원해 주십시오!

공격받고 있었던 농사로봇은 다름아닌 자율주행 람보르기니 트랙터.

프리덤이 직접 통제하니까 농사 로봇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게 이상하진 않다.

굳이 농사 로봇으로 분류하자면 '가장 싸구려 로봇'이 되지 않을까?

6, 7억 원이라는 가격은 농사 로봇 중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그냥 네가 직접 밟아버려도 되겠네. 아니면 같이 박치기하던가."

-그랬다가는 제 소중한 람보르기니 무얼끄를라고의 프론트가 완파되고 말 겁니다!

"황소가 설마 멧돼지한테 지겠냐. 엽사님, 한 방 갈겨주세요."

"알았수다."

엽사는 곧바로 사격 자세를 취했다.

다시 몸통 박치기를 하려고 뒷발로 땅을 긁는 멧돼지를 조준하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이 울리고, 멧돼지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사냥개들이 달려들어서 멧돼지가 죽었는지 확인하며 짖어댔고, 엽사는 사냥 앱을 켜서 관리기관에 멧돼지 사진을 전송했다.

"포상금 소진됐으니까 그건 잡아도 무료 봉사인 거죠?"

"그렇지요."

"탄환만 한 발 소비하셨네요. 탄환값도 꽤 나갈 텐데."

"실탄 한 발에 얼마나 한다고요. 괜찮수다. 그리고 이 근처에 우리 어무이 하시는 밭이 있는데, 한 마리 잡았으니 피해를 덜 보겠지요."

"혹시 어머니께서 무슨 작물을 하시나요?"

그 말에 엽사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원래 담배 하다가 이번에 회장님 덕분에 싹 밀고 토마토로 갈아탔어요. 아직 비닐하우스라서 멧돼지가 한 번 쳐들어오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으음, 하루빨리 하드하우스 보급을 서둘러야겠는데요. 그 전에 유해 조수도 좀 대응을 하고,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저에게 12기의 라이플 드론만 주신다면 이 일대에서 단 한 마리의 멧돼지도 농작물을 해하지 못하도록 굳건한 방비를 하겠…….

"포상금이죠. 뭐니 뭐니 해도."

엽사는 프리덤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그렇게 말했다.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끄덕거렸다.

"으음, 포상금이라……."

"아, 속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내 머리로는 그거 말고 좋은 방법이 생각 안 나오."

"오히려 흡족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으응?"

"돈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죠. 원래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다른 무엇으로도 해결 못 합니다."

"근데 사람 죽고 사는 것까지 돈으로……."

"그건 의료과학에 돈을 아직 덜 집어넣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돈이 부족했던 거죠."

"……."

"아무튼 포상금이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엽사가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딴 건 됐고, 상한선 없이 무제한 실적제로 하면 게임 끝이에요."

"무제한 실적제?"

"그러니까 마리당 잡는 돈을 더 올려줄 필요는 없어요. 1,000마리든 1만 마리는 잡는 대로 족족 돈을 주기만 해봐요. 우리나라 전국의 모든 멧돼지, 고라니들 씨가 마를 겁니다."

"하긴, 매년 포상금 예산을 정해서 차감식으로 퇴치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죠?"

"이런 지방 시골 지자체가 돈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요?"

"좋아, 프리덤. 단체 공문 하나 보낼 준비를 해라. 대상은 전국의 모든 엽사들."

-예, 마스터.

엽사는 묘한 기대감에 젖어서 하수영을 주시했다.

전국 시골의 구원자로 알려진 이 청년은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잠시 후 엽사의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하수영이 발송한 공문이 떴다.

"오, 벌써 왔네요. 농민 회장 양반, 저도 잠시 읽어보겠수다."

엽사는 얼른 등을 돌리고 공문 내용을 확인했다.

[수영농장이 전국의 엽사들을 상대로 유해조수 퇴치 배틀로얄을 시행합니다.]

[작물을 훼손하는 야생동물들로 인해 농가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이에 선량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식탁마저 그 존속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까치는 마리당 5만 원, 멧돼지와 고라니는 마리당 50만 원의 포상금을 겁니다. 무제한이므로 상한선은 없습니다. 잡는 족족 다 돈입니다.]

[기존 지자체 포상금과 별도로, 수영농장에서 집행하는 민간퇴치사업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행정기관들은 숟가락 얹을 생각하지 마세요.]

[올해 12월 31일 23:59분을 기준으로 최상위 포상금 수령자 50인을 대상으로, 인당 10억 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집니다.]

[지금 즉시 프리덤을 통해서 참가 의사를 밝힐 수 있습니다!]

[사흘 뒤 0시부터 시작됩니다! 많은 엽사들의 참여 바랍니다!]

엽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하수영을 바라봤다.

"이, 이것이 전부 다 참말이라요? 진짜 제한 없이 포상금을 준다고요?"

"물론이죠."

"근데 인당 10억 인센티브는 대체 뭔지……. 포상금 상한만 없어도 엄청난 건데."

"그 정도 추가 포상금이 걸려 있어야 다들 더 이를 악물고 뛰지 않겠습니까? 이왕 동기 부여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엽사의 눈가가 감동으로 젖어들었다.

"진짜 우리 농민 회장님은 농촌을 구원하러 오신 청담동 산신령 같소."

***

유해조수 퇴치 공문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국의 엽사들은 흥분해서 저마다 총을 꺼내 들고 산으로, 들로 향했다.

퇴치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프리덤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실시간 관리감독을 받아야 했다.

부정행위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한 조치로, 엽사들은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이 정도 제한받는 거야 뭐. 지자 체 통제받는 것보단 그래도 편안하네."

"우리가 일일이 추적기 켜고 그러지 않아도 프리덤이 알아서 다 처리 해주니 좋네. 잡은 거 따로 일일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엽사들은 총을 꺼내오고, 소지하고, 반납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 받는다.

한국의 총기관리가 무척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행정 절차를 프리덤이 알아서 해주니, 엽사나 경찰도 업무가 편안해졌다.

더 편한 것은 따로 있었다.

"휴, 잡긴 잡았는데…… 이거 200g도 넘어 보이는데 어떻게 저 아래까지 끌고 간다."

차량이 있는 비포장도로까지 적어도 500미터는 내려가야 한다.

엽사는 벌써부터 온몸이 땀으로 푹절여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곧 수거팀이 도착합니다.

"응? 수거팀?"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력 손수레를 밀고 올라왔다.

두꺼운 궤도가 달려 있어, 좁은 산길에서도 편안히 이동할 수 있는 동력손수레였다.

"여, 수고하십니다. 멧돼지 사체 수거하러 나왔습니다."

"근데 그건 뭡니까?"

"손수레에 동력 궤도 단 건데, 이게 가파른 산길에서 짐 운반하기에 아주 좋더라고요. 수영농장에서 지원해 줬습니다."

"여러분들도 퇴치 사업에 지원한 겁니까?"

"아뇨, 우리는 총 쏠 줄도 몰라요. 그냥 좋은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해서 왔어요. 멧돼지 사체만 나르면, 하루 일당이 15만 원이라고 해서 나왔죠."

"……."

"자자, 그럼 싣겠습니다."

남자들은 힘을 합쳐서 멧돼지 사체를 손수레에 실었다.

한 번 신고 단단히 고정한 뒤, 손수레를 싣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동력은 수레가 내기 때문에 남자들은 중심만 잡아주면 되었다.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엽사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 참 좋아졌어. 이제는 손수레도 궤도 바퀴를 달고 산길을 돌아다니네."

-저게 작지만 알찬 모델입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500kg의 짐을 싣고 움직일 수 있죠.

"농사할 때 자잘한 짐 나르기에는 편안해 보여서 좋구나. 저것도 한 수천만 원 하겠지?"

-독일에서 대당 4,000만 원에 수입했습니다.

"우리 때는 이런 좁은 산자락은 죄다 사람 손으로 다 날랐는데 말이야."

***

우현식은 프로 사격 선수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다.

그는 은퇴 이후 사격 전문 코치로서 사격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생활은 안정적이지만 워낙 박봉이라서 미래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우리는 언제 결혼하냐고 은근히 눈치 주는 여자친구로 인해 압박도 심하게 받았고, 그러던 어느 날, 부친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 수렵 면허 있지?

"네, 살아 있죠. 아버지는 요즘도 멧돼지 잡으러 다니세요?"

-너 잔말 말고 당분간 나랑 멧돼지 잡으러 다니자.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저 사격장일은 어쩌고요?"

-그 사격장에서 백년천년 일해서 10억 받을 수 있어?

"네?"

-인석아, 애비가 오늘 하루만 300만 원 벌었다.

"아버지?"

처음에는 황당해하던 우현식은 부친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눈썹이 떨렸다.

"멧돼지 고라니는 마리당 50만 원, 까치는 마리당 5만 원이라고요?"

-그렇다니까. 갓 태어난 새끼도 똑같이 쳐준단다. 그리고 금액에 제한이 없어.

"그럼 전국의 엽사들이 다 달려들 텐데, 그 포상금은 어떻게 감당한대요?"

-아! 수영농장이 그런 푼돈을 왜 감당 못 해! 이번에 수영사채 금고가 벌써 1,500조 원이 넘었다더라!

"수영농장에서 하는 거였어요?"

-그래! 그리고 올 연말에 1등에서 50등까지는 따로 상금 10억씩 더 얹어준대. 인마, 그 실력 썩히지 말고 나랑 멧돼지 사냥이나 다니자.

우현식은 얼른 계산을 해보았다.

마리당 쳐주는 포상금만 해도 지금 월급보다는 훨씬 많이 벌 것이다.

상위 50등 안에 들어가면 10억의 포상금을 일시불로 노릴 수도 있으리라.

'10억…… 상위 50명이라면 충분히 노려볼 만해.'

우현식은 결심을 굳히고 휴가서를 제출했다.

먼저 일주일 정도 살펴본 다음, 그 다음에 사직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팀을 이뤄서 유해조수 퇴치 사업에 참가했다.

그리고 일주일은커녕 5일도 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농촌 본가에 일이 너무 많아서 제가 여기 머무르면서 계속 도와야 할 거 같습니다. 얼굴도 못 보고 이렇게 사직 의사를 밝혀서 죄송합니다."

-아냐, 그럴 수 있지. 아버지 잘 모시고, 건강하라고, 자주 연락하고, 전국적으로 사냥붐이 불기 시작했다.

***

"프리덤, 지금 내 랭크는 어떻게 되지?"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50위 권에 들어서셨습니다. 51위와는 누적 포상금 210만 원입니다.

"그 정도면 멧돼지 5마리면 역전되잖아. 더 분발해서 40위 안으로 들어가야겠어."

드디어 마의 50위권에 들어섰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우현식은 쉬지 않고 사냥하러 다닌덕분에 50위 안에 들 수 있었다.

"은메달의 자존심이 있지. 무조건 1위 찍는다."

-목표를 포착했습니다.

"좋아. 50만 원 더 얹자고."

우현식은 저 멀리서 농작물을 파헤치는 고라니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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