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76화 (876/1,270)

프랜차이즈 갓 876화

213장 치킨 레이스 (6)

피 흘리는 광고비 치킨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신문사들이 프리덤폰을 까는 기사를 올릴 때마다, CVN케이블에 수백억 단위로 광고가 집행되었다.

케이블사는 그중 소정의 광고비만 먹고, 수영그룹에서 얹어준 프리미엄(대부분이다)은 전부 사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돌렸다.

인턴부터 비정규직, 부장까지 모두 공평하게 1/N으로 나눠서.

그렇게 인센티브를 총 4번이나 받고 나자, 전 직원들은 연봉을 훌쩍상회하는 돈을 단기간 인센티브로 받게 되었다.

"자자, 이 돈은 부활의 이순신 성적이 좋아서 기분이 좋으신 하수영광고주님께서 사원 여러분들에게 인센티브로 돌린 겁니다. 그러니 항상 그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마세요."

"부장님, 지금 이 바닥에 소문 쫙퍼졌어요. 굳이 거짓말 안 하셔도 됩니다."

"거짓말이라니?"

"신문사들과 수영그룹이 광고비 가지고 치킨 레이스 붙었다는 거요."

"……."

부장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우리가 돈을 받으면 받을수록 펜촉 휘두른 기자들이 배 아파서 죽으려고 한다던데요."

"기자들 엿 먹이려고 타회사 직원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광고주가 있다?"

"지금까지 집행한 특별 광고만 천억이 넘는데…… 의원님은 그 돈이 아깝지도 않으신가 봐."

"수영사채에 천 몇백조 원이 넘게 있는데 그깟 천억 원이 돈으로 보이 시겠어요?"

치킨 레이스가 거듭될수록 엉뚱하게 CVN 직원들만 이득을 봤다.

프리덤인더스트리에서 6번의 특별광고비를 집행했고, 기자들은 이루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 휩싸였다.

자신들이 펜촉을 휘두르면 휘두를 수록, 엉뚱한 제3자들만 인센티브를 챙기고 있었다.

머리를 쥐어짜내서 프리덤폰을 까는 기사를 써봤자, 서해전자에서 고생했다며 따로 챙겨주는 것은 고작해야 1, 2백 정도.

재주는 자신들이 넘는데, 돈은 신문사와 CVN케이블, 그리고 CVN 직원들만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님, 이 치킨 레이스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

"아니, 우리가 기사를 쓰면 쓸수록 CVN 직원 4천 명만 좋은 일 시켜주고 있지 않습니까?"

"……."

"전 진짜 CVN 놈들이 밉습니다. 예전에도 그 많은 광고비 지들만 독식하는 게 짜증 났는데, 이제는 말단 직원들까지 광고비에서 인센티브를 챙겨가요?"

"나도 밉다. 펜밥 먹는 놈들치고 CVN이 안 미운 놈들이 어딨겠냐?"

범수영그룹 계열사들이 집행하는 총광고비는 조 단위 금액이다.

지금까지 그 막대한 광고비를 오로지 CVN케이블 혼자서만 독식해 왔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10대 신문사주일가 중에서 CVN케이블을 미워하지 않는 이는 없으리라.

서해전자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만 4조 원 넘게 집행했다.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 포털, 신문사들, 그리고 기타 루트를 모두 합쳐서 4조 원 이상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수영그룹은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그것도 CVN케이블 한 곳에만 퍼붓고 있으니.

광고로 먹고사는 국내 기업 중 CVN을 미워하지 않는 놈들은 없을 것이다.

"선배님, 저 갑자기 그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인터넷에서 자주 나오는 VS 시리즈 있잖아요?"

"VS 시리즈?"

"100억 받기 VS 고자 되기, 뭐 이런 놀이를 VS 시리즈라고 해요."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선배님, 돈 200 받는 대신 내가 미운 놈 2,000 받기 게임이 있다면, 하실 건가요, 안 하실 건가요?"

그제야 선배 기자는 후배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깨닫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야! 인마! 그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 아니, 실전이잖아!"

"네, 실전이니까 더 빡치고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 나올 거 같네요."

"망할!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지금 확 와 닿았다! 여태까지 푼돈 받아가면서 병신 같은 것들한테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었어!"

CVN은 기자들에게 있어 미운 존재들.

그런데 자신들이 푼돈 받아가면서 그놈들에게 열심히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이야 우호 기사 한 줄 써주는 대신 받는 일이백만 원이 아주 황송했다.

한 달에 적게는 몇백에서, 대박이 터지면 1, 2천도 챙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CVN 놈들은 수영그룹의 총광고선전비를 독점한 것으로도 모자라, 가만히 앉아서 자신들이 받는 용돈의 열 배 이상을 챙겼다.

그것도 자신들이 열심히 기사를 써준 덕분에!

"으, 으아아아!"

선배 기자는 울화통이 치밀어서 가슴을 부여잡고 심하게 과호흡을 하다가, 그만 견디지 못하고 털썩 쓰러져 버렸다.

"선배님! 선배님! 구급차! 구급차를 불러!"

***

낯선 천장이다.

"으, 으으, 으으으……."

"선배님, 정신이 드십니까?"

힘들게 눈을 뜨니,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었던 후배의 얼굴이 보인다.

"여기 병원입니다. 정신이 드세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지금 나흘 만에 깨어나신 거예요!"

온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프다.

꺼져갈 듯한 의식을 겨우 붙잡으며, 선배 기자는 쥐어짜 내듯이 물었다.

"광고비, 광고비는………."

"선배님?"

"광고비, 광고비는……. CVN……."

"아! CVN에 아직까지 추가 광고 비 집행은 없었습니다!"

선배 기자는 저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직까지 추가 광고비 집행은 없었다고?

틀림없어.

프리덤인더스트리도 이 멍청한 치킨 레이스에 질려 버린 걸 거야.

그때였다.

-주인님, 30초 전에 지방일간지 에브리충청에 80억 원의 광고비 제안이 들어갔습니다.

선배 소유의 '프리덤폰'이 그렇게 말했다.

판매촉진 요건이 되지 않아 '제값고스란히' 주고 산 300만 원짜리 폰.

후배는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30초 전에 제안이 들어갔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니, 지금 선배님 상태가 안 좋으신데 그걸 말하면 어떡해! 그, 그래도 금액이 얼마 안 돼서 다행입니다, 선배님!"

"굿데이…… 충청…… 뭐하는 신문사야?"

-사원 수 10인에 연 매출 15억 원의 작은 지방 신문사입니다.

순간 선배 기자의 눈알이 튀어나올듯이 충혈되었다.

"그, 그런 작은 신문사에, 80억, 80억이나? 조, 조건은? 자세한, 조건은?"

-60억은 회사운영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20억은 사원 10인이 모두 균등하게 인센티브로 나눠 가지는 조건입니다.

"그게, 그 제안이 방금, 들어갔다고?"

-네, 그렇습니다.

아찔한 충격이 뇌세포를 강타하며, 선배 기자는 다시 한번 기절했다.

***

에브리충청은 80억 원이라는 거액에 흔들렸다.

연 매출 15억인 중소기업 신문사에 80억 원은 말도 안 되는 큰돈이다.

5년 4개월어치 매출이 한꺼번에 추가되는 것이니까.

"저, 그런데 저희가 방침이 확고해서요. 무조건 팩트에 기초하고 과장 되거나 막무가내로 띄워주는 식의 기사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송현승은 영상 속 노인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한때 이 나라 메이저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했던 자수성가 대재벌.

세경그룹의 창업주인 왕세경 회장.

은퇴 후 지금은 청담수영병원의 부이사장으로서 병원재단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왕세경은 영상 통화 속에서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작년 매출이 얼마였소?

"15억 원이 조금 넘습니다. 아직 작은 회사다 보니 부끄럽습니다."

-추가금 150억은 어떻소? 80억과는 당연히 별도요.

"……!"

큰돈을 주저했더니, 더 큰돈이 앞에 나타났다.

-말이 없으시군.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라 그거요?

왕세경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사원들이 소리 없이 입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잖아요, 사장님!'

'미쳤습니까, 대표?'

-좋소. 그럼 300억. 역시 80억과는 별도의 잔금이오. 이거 참. 보기보다 강단이 있으시군.

강단이 있는 게 아니라, 큰돈 앞에서 그냥 얼어버린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송현승 대표는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 저희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돈…… 입니다."

-허허, 참. 역시 이 시대의 살아있는 몇 안 되는 참언론인이라는 평이 틀린 게 아니었군. 추가금의 조건은 간단하오. 오직 사실, 팩트에만 기초해서 기사를 써주면 되는 거요.

"사, 사실에만 기초해서, 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까는 것도 좋고 띄우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사실에만 의존해야 하오. 서울의 병신들처럼 상상으로 짠 소설을 쓰면 안 되오.

송현승 대표의 얼굴이 서서히 돌아 오기 시작했다.

기사청탁도 아니고, 그냥 사실에만 의존해서 써달란다.

그렇게만 하면 80억에 이어 300억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선금으로 주는 80억에서 20억은 말했듯 온 사원들 인센티브로 나누시오. 사람이 주머니가 든든 해야 웬만한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법이니.

"의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고주님."

-잘만 하면 지속적인 광고가 붙을 거요.

***

에브리충청은 열심히 기사를 준비했다.

기자들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서진파운드리도 찾아가고, 프리덤인더스트리도 찾아갔으며, 서해전자도 당연히 찾아갔다.

심지어 한국대도 찾아가서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따고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대에서 좋은 소스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게 얼마 전 하수영 의원님이 한국대에서 하신 특별강의라고요?"

"네, 정말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식량 인프라가 위태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고된 이상기후와 식량난에서 터져 나갈 체력이라니……. 다른 이도 아니고 세계 최고 농부 재벌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신뢰가 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강의 영상을 봤으면 좋겠는데, UCC에는 왜 안올라오는지 모르겠어요."

에브리충청 기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혹시 쿠글의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 그러고 보니 쿠글도 래플 프리덤 스마트폰 대결의 핵심 이해관계자네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강의 컨텐츠를 통제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음…… 아무튼 고마워요, 학생."

그렇게 나온 기사들을 최종 검토한 송현승 대표가 강하게 다그쳤다.

"뭐야? 왜 다들 '영비어천가'를 작성하고 난리야? 사실, 팩트에만 기초해서 써야 한다는 거 몰라?"

"하수영 의원님의 혜안이 대단합니다. 강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알아봤는데, 우리나라 식량 인프라가 상상이상으로 빈약했어요."

"경제 규모 대비해서 식량 인프라가 극한으로 나쁜 나라 중에 들어가 더군요."

"그나마 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식량경쟁력이 뛰었어요. 모두 수영농장 덕분이죠."

"그런데 수영농장은 모든 농기구를 전량 해외, 특히 미국과 유럽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무인로봇들 그거 만드는 부품 거의 다 미국산이에요. 국산 부품도 미국에 기술료 내면서 생산하는 거고요."

송현승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대강정리했다.

"어쨌든 식량위기가 진짜 닥쳐도 수영농장이 있는 한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거네?"

"네, 농기구 수입, 특히 농장 로봇들 부품 공급만 원활하다면 말입니다."

"비싼 로봇이니만큼 첨단 전자부품이 대량으로 들어갈 테고……."

"그리고 래플은 프리덤폰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서진파운드리를 죽인다는 거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죠."

"농사로봇 반도체 수급을 미국에 영구적으로 종속되게 만들려는 첫걸음이로군."

송현승이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이거 시리즈로 내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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