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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71화 (871/1,270)

프랜차이즈 갓 871화

213장 치킨 레이스 (1)

"헉! 헉! X발! X발!"

진석현은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같이 자고 있던 여자가 놀라 일어나서 그를 토닥여 주었다.

"오빠, 왜 그래? 또 악몽 꿨어?"

"헉, 헉, 허어억……."

"괜찮아. 괜찮아. 심호흡해. 크게 숨 마시고, 내뱉어."

진석현은 여자의 말대로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내뱉기를 천천히 반복했다.

표정은 조금씩 진정이 되지만, 놀란 심장은 아직도 세게 쿵쿵거리고 있었다.

칼, 밧줄, 리볼버, 사진…….

그리고 대가를 치르라는 섬뜩한 경고문.

매일 밤 놈들의 악몽을 꾼다.

마치 도살자가 가축을 해체하듯이 지루하고 태연하게 자신을 잘게 자르는 녀석들의 눈동자를 본다.

녀석들은 매일 칼을 자신의 손에 쥐여줘서 스스로 찌르게 만들고.

밧줄을 쥐여줘서 목을 매달게 하며.

리볼버를 억지로 쥐여줘서 머리에 쏘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서, '도련님'의 서재에 자랑스럽게 걸어둔다.

그럼 자신의 정신은 그 사진에 갇혀서, 전혀 움직이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도련님'을 본다.

흐뭇해하며 사진 속의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에 소름이 끼치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절규를 터뜨린다.

"야, 약, 약 가져와……."

"여기 있어."

진석현은 약을 입으로 강제로 밀어 넣듯이 삼켰다.

주사기는 쓸 수 없다.

그 와중에도 주삿바늘은 쉽게 걸린다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헉, 허억……."

약효가 오르며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화이트 스카치는 이렇지 않았는데.

더 기분 좋고, 효과도 더 오래 가고, 끝나면 온천욕을 마친 것처럼 온몸이 개운했는데.

일반 마약은 갈수록 효과가 짧아지고, 약해지며, 뒷맛도 더러워지고 있다.

"스카치, 스카치가 필요해. 스카치, 스카치가……."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놈들이 자신을 목매달기 위해서 소름 끼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용감한 자신의 여자들이 놈들을 물리치고, 까르르 웃으며 안겨 든다.

진석현은 눈이 풀어진 채 히죽히죽웃어대기 시작했다.

여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몸을 매만지며, 벌어진 입으로 침을 질질 흘렸다.

언제 놈들이 들이닥칠지 몰라.

날 갈가리 찢어버리고 악어 밥으로 던져줄지 몰라.

그런 불안감을 약으로 해소하며, 진석현의 몸과 정신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다.

***

"쯧쯧. 선하게 살 필요는 없어도, 악하게 살지 말아야 할 의무는 있는 건데."

-진석현은 현재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뭐야, 왜 입원했대?"

-환각 상태에서 스스로 자기 눈을 찔렀습니다.

"예후는?"

-양쪽 안구가 완전 손상되어 적출하고 의안을 집어넣었습니다.

"집유 받고 2심 중인 거 아니었나? 그새 또 마약을 했나 보네."

-네, 화이트 스카치가 아니라 일반마약을 복용했던 거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신체 상태가 망가져 있습니다.

"진 회장이 약물 중독자 손주를 위해서 2,000억을 선뜻 쓰려나 모르겠군."

청담 스코프 시술을 받으면 빛을 되찾을 수 있다.

오히려 본래의 눈보다 훨씬 더 좋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스코프 비용에 VIP실 입원료까지 생각하면, 최소 2,000억 원은 써야 한다.

왕세경 이사장이 재룟값만 받고 시술을 해줄 리가 없으니까.

-차라리 눈이 먼 채로 놔두는 게 손주를 위해서 더 낫다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그럴 수도. 그런데 용케 우리 병원에 입원을 했구나."

-거리와 의료 수준을 고려하면 우리 병원밖에 선택지가 없었겠죠. 응급상황이었으니까요.

진철진 회장은 이 사건에 하수영이 들어와 있는 것을 모른다.

카지노에서는 전혀 다른 위장 신분을 내세웠으니.

그의 모든 증오는 아마도 임탁정검사를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 임 검사님, 옷 벗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검사님이 옷을 벗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좋은 LAW SERVICE AUTO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

"옷은 언제든지 벗을 수 있지만, 한 번 옷을 벗으면 다시 입진 못해. 그리고 그 양반도 얼굴에 칼이 있어서 검사로 일하는 게 본인에게도 가장 행복할 거야."

-제주도 은퇴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만.

"진세주 처리하느라고 하얗게 전부 불태웠으니까. 다시 연료가 차오르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지."

-그럼 그 연료를 이번 수사에서 거의 다 소진했겠군요.

"글쎄, 라테에 크게 한 방 먹인 경력자야. 그런 조무래기 상대하는 건 이제 우습지."

-연비가 좋아졌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진세주 보내면서 임 검사님도 몇 단계 성장했고, 제주도에서 느긋하게 오래 휴식도 취했잖아. 무엇보다 이제 돈 걱정도 없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생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토의 자기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오면 딱일 거 같은데. 마침 관할구역도 내 활동영역이고 말이지."

-지검장을 하기에는 아직 경력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임탁정은 차장, 나이와 경력에 비해 직급이 높다.

골칫덩어리인 그를 제주지검으로 좌천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승진을 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장을 단 지 몇 년이나 됐다고, 또 검사장으로 승진을 시키겠는가.

"그럼 뭐 차장 그대로 보직만 바꿔도 좋고, 아무튼 라테그룹이 손쓰려고 하면 내가 중간에 인터셉트해야겠다."

-재판이 끝나는 대로 반드시 보복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그리고 고윤무 검사 그 양반은?"

-완전히 라테그룹 줄을 잡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방배동의 시가 96억상당의 빌딩을 받았습니다. 유일한 세입자는 라테그룹의 하이마켓입니다.

"빌딩도 주고, 월세도 주고, 꽤 달짝지근한 당근을 줬네. 임 검사도 알아?"

-알고 있습니다. 본인 앞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윤무는 임 오토가 눈치챘다는 걸 알지 못합니다.

"이모토는 또 누구야?"

-임탁정 검사입니다. 임 오토…….

"난 또 웬 일본인이 갑자기 끼어드나 했다."

***

임무 기간이 끝나자, 죄수들은 다들 아쉬워했다.

이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다시 감옥으로의 복귀가 빨라지기도 했으니.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그리운 가족들을 보고 씻은 듯이 사라졌다.

"허니!"

"대디"

"마이 쏜!"

하수영은 특별히 죄수들 가족에게 전세기를 제공해서 제주도로 올 수 있게 해주었다.

면회실이 아닌, 밝은 바깥에서 가족들을 만난 죄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수영은 멀리서 팔짱을 낀 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금수만도 못한 것들이 그래도 제 가족들 앞에서는 아주 천사로구나."

"……."

살짝 감동해서 보던 임탁정은 하수영의 말에 쭈뼛 정신이 들었다.

맞다. 저놈들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뉴욕 메이저 마피아 출신.

웬만한 한국의 강력범죄자는 저들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하수영의 앞에서 노란 병아리처럼 얌전하게 행동하기에, 그 이미지에 자신도 잠시 착각하고 있었다.

"밀매, 마약, 도박, 매춘, 사기, 협박을 주 사업으로 돈 벌던 놈들입니다. 뭐 그런 놈들도 이렇게 나름 쓸모는 있었지만요."

"제가 의원님 밑에서 구르던 모습만 봐서 그런지 잠시 착각을 좀 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원래 선한 사람은 악인에게서도 좋은 면을 찾아보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제가 그리 선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모토, 아니, 임 검사님 정도면 충분히 선한 사람입니다."

그들의 해후를 잠시 지켜보던 하수영이 손뼉을 짝 쳐서 주목을 끌었다.

요셉은 눈물을 훔치고는 하수영을 향해 후다닥 달려왔다.

"죄수 제군, 주목."

다들 뻣뻣하게 부동자세를 취했다.

군기가 잔뜩 든 모습에 하수영은 흡족해하며 끄덕였다.

"약속한 대로 지금부터 휴가를 준다. 그런데 제군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줘서 휴가를 1주일 더 늘려주기로 했다."

다들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환호를 터뜨리고 싶은데 부동자세를 풀 수가 없어서 눈빛으로만 꾹참는다.

"미 법무부를 설득한 본 원수의 은혜로움을 마음껏 찬양해도 된다."

"Thank you very much, Sir!"

"너희는 쓰레기다. 하지만 쓰레기도 나름대로 재활용할 곳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나중에 또 재활용할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하수영의 눈빛이 별안간 차가워지며, 죄수들 얼굴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훑었다.

"아무도 사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알겠는가?"

"Yes, Sir!"

"Yes, Sir!"

"좋아, 지금부터 가족들과 휴가를 마음껏 즐기도록."

그제야 죄수들은 실컷 환호를 내질렀다.

마음 졸이며 바라보던 가족들도 그제야 남편, 아버지, 아들을 향해 달려왔다.

하수영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등을 돌렸다.

닥터헬기에 오르기 전, 사복 차림의 미군 특수부대장이 조용히 다가왔다.

"잘 부탁합니다. 아마 별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여건이 되면 1차 경고 후 사살하세요. 여건이 안 되면 즉시 사살하시고요. 일반인의 안전이 중요합니다."

하수영은 흐릿하게 웃었다.

"한두 명쯤 사살자가 나오면 좋죠. 통솔하는 게 편해질 테니까요."

"……."

"그렇다고 유도하지는 마시고요."

"한 명도 놓치지 않고 감시하겠습니다. 놈들도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다른 생각은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수영은 닥터헬기 조종석 뒤쪽에 탑승했다.

미군 파일럿이 헬기를 상승시키며 질문했다.

"그런데 의원님이 너무 부담을 떠안는 거 아닙니까? 한국 정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고작 저런 죄수들을 위해서……."

"교도소 외부 작업을 시켰으니 그 수당을 주는 것뿐이죠. 그리고 한국정부는 괜찮습니다. 아니, 경항모 1척에 순양함 1척,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사줬는데 이 정도 양해는 해줘야죠."

"의원님이 우리 미합중국 시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하곤 합니다."

"나중에 이상기후 때문에 식량 위기 오면 미국 개활지에서도 한 번 메트로팜 세워보려고요. 그럼 공적 생각해서 명예시민 주지 않을까요?"

"하하, 그렇게 되면 살아서 명예시민권을 받은 최초의 위인이 되겠습니다."

"그거 옛날에 반도체 하다가 얼떨결에 한 번 받은 적이…… 아아, 퀸젯 모드로 빨리 가죠. 서울에서 급히 할 게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퀸젯 모드로 최대속력을 내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

"돈이 안 들어와. 돈이…… 이러다가 자금경색으로 말라 죽는 거 아니야?"

정서진이 하소연처럼 말하자 정서 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박했다.

"몇 년 치 대금을 일시불로 받았으니까 당연히 돈이 더 들어올 리가 없잖아? 그거 다 까고 새로 매출을 만들어야 돈이 들어오지! 그리고 저번에 서해전자에서 30조 원짜리 주문 하나 받지 않았어?"

"30조 원으로 누구 코에 붙이냐. 여기저기 퍼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없어."

"작년에 연봉으로 3조 원 받아놓고도 만족이 안 되나 봐?"

"그거 세금 내고 나니까 반도 안남더라. 난 개인이라서 최고구간이 55%라고, 하위구간은 전혀 의미가 없어."

"최고구간이 50% 아니었어?"

"지방세는 생각 안 하냐? 이거저거다 내고 나니까 1조 3,400억쯤? 그렇게 남던데."

"애국 거하게 하셨네. 돈 잘 버는 오빠, 그럼 나 빌딩 한 채만 선물로 사주면 안 돼?"

"넌 프라임컴퍼니 지분 있잖아!"

"그거 2조 원도 안 되는데, 무슨.

그리고 평생 안 팔고 대대로 물려줄 건데."

"배당 빵빵하게 나오잖아!"

"응, 당분간 배당 안 하기로 주주셋이 합의했어. 수영사채 자가 예치금 늘려야 되거든. 그나저나 오빠."

갑자기 생글거리는 눈웃음에서, 정서진은 헉 하고 숨이 막혔다.

외간남자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내주고 싶은 예쁜 웃음이지만, 자신에게는 뭔가를 뜯어내려는 사악한 동복 경쟁자일 뿐이다.

"요즘 여자 만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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