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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56화 (856/1,270)

프랜차이즈 갓 856화

210장 쓸데없이 눈치 빠른 FBI (6)

의료보험 여부.

부하 한 명이 무심코 던진 질문이 분위기를 온통 흐려 놓았다.

지금 받는 급여 5배에 그 어떤 치료가 무료라니.

심지어 가족들까지.

일행은 포드항모 병원선이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알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제 병원은 입원, 퇴원도 참 편해요. 병원 소속 닥터헬기가 환자 집까지 날아가거든요. 몇천 km 밖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공중급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는 흔들리는 부하들의 마음을 눈치챈 듯이, 이때다 하고 달콤한 회유를 시도했다.

"닥터헬기는 정밀한 뇌수술도 가능할 정도의 설비를 갖췄습니다. 날아다니는 수술실, 중환자실인 셈이죠."

이제는 부하들을 넘어서서, 윌링턴본인의 마음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은 값비싼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통상적인 대증치료만 받고 있었다.

직장 건강보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약이었기에, 항상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어떤 치료는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에스코플로탄도 무상으로 처방받을 수 있습니까?"

"시판되는 약인가요?"

"희귀병 치료제입니다. 완치까지 50만 달러에서 80만 달러까지 약값이 들어가는……."

"시판되는 약이기만 하면 어떤 약이든 공짜입니다. 치료 비용에 상한선을 두진 않아요."

"……!"

윌링턴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순간 부하들과 눈빛이 마주쳤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안 돼! 흔들려선 안 된다, 윌링턴!'

자신은 마약 수사를 위해 한국까지 몰래 왔다.

알트리아에 납품하는 담뱃잎 중 강력한 마약 성분을 가진 신종 담뱃잎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첫날부터 대놓고 회유한다는 것은, 오히려 진짜 배후라는 반증이다!'

'이 사람이 설령 진짜 마약 황제라해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건 없다.'

'크렘린과 백악관을 친구처럼 대하는 마약 황제를 일개 FBI 과장인 내가 어떻게?'

'하지만 FBI로서 마약 황제의 밑에서 안락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의를 저버리는 짓이야!'

'그러나! 그러나! 내 소중한 딸이 그렇게 원하던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윌링턴은 끊임없이 혼란과 고뇌를 반복했다.

어느덧 차가 멈췄고, 그제야 그는 얼떨떨해서 고개를 들었다.

"미스터?"

"도착했습니다. 수영투어 안내원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내일부터 다시 즐거운 식도락 패키지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카지노 근무에 생각이 있으시면 여기로 연락 주세요."

그리고 하수영은 친절하게 일행 모두에게 명함까지 내밀었다.

캠핑카에서 내린 그들 앞으로 안내원이 다가왔고, 캠핑카는 다시 왔던 방향으로 떠났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안내원은 수영펜션 객실로 일행을 안내했다.

짐을 내려놓은 그들은 먼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옷에 도청기가 붙어 있는지 샅샅이 조사한 후,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모래사장으로 향하는데, 기다리던지부 접선책이 나와서 조용히 담뱃잎을 받아갔다.

일행은 펜션을 벗어나 해운대 모래 사장을 걸으며, 목소리를 낮춰서 이야기를 나눴다.

"과장님, 아무래도 우리가 누구인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한국의 밤을 지배하는 사나이라더니, 과연……."

"밤뿐만 아니라 낮 역시 지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계급을 보십시오. 한국 해군 5성 장군 원수입니다, 원수!"

"농사는 그저 표면적으로 내세운 사업일 뿐, 대대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지하의 큰손이 틀림없습니다."

"우리 예상대로 역시 이번 대에 이르러서 양지로 급격하게 진출한 겁니다."

"한국은 해방 이후부터 수십 년간 온갖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때부터 활동해 온 큰손의 후예가 틀림없습니다."

"이건 우리한테 경고하는 겁니다. 더 파고들었다가는 재미없을 줄 알아라, 대신 근사한 직장을 마련해줄 테니 내 밑으로 들어와라, 라고 말입니다."

"……."

윌링턴은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달콤한 회유'를 건네며 웃던 하수영의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다.

'에스코플로탄…… 에스코플로탄…….'

완치까지 최대 80만 달러가 소요되는 초고가 치료제.

그것만 있으면 딸도 완치될 수 있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턱도 없지만, 회유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무료로 치료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으면, 아버지라고 할 수 없으리.

"알트리아에 납품하는 담뱃잎에 마약을 뿌리치는 더 큰 중독 성분이 들어 있는 게 확실해졌군."

"네, 굳이 그걸 부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명백해 보입니다."

"담뱃잎 성분을 조사해도 특별한 게 나오지는 않겠지?"

"아마 일반적인 보통 담배를 키우는 구역을 보여줬을 테니까요."

"대체 어떻게 FBI 내부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을까?"

"알트리아와 제노비스 패밀리를 총 동원하면, 우리의 한국행 정보를 빼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음……."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뉴욕 4대 마피아패밀리 따위는 감히 견주지도 못할 겁니다."

"공개된 개인 현금만 1조 2,000억달러니까…… 숨겨둔 재산은 과연 또 얼마나 될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무섭다.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쉴 새 없이 모공에서 솟구친다.

괜히 이 사건에 발을 담갔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

일행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그저 모래사장을 계속 걷기만 했다.

***

-마스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안타까워서 그러지. 농사지으면 망할 팔자인데, 근데 칼을 잡으면 정말 흥할 팔자인데. 그래서 카지노보안팀으로 쓰면 딱이겠더라고."

-음, 지금 보안팀을 휘어잡을 외부 인사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지금 보안팀은 콜롬보 패밀리 밑에서 일하던 친구들이잖아. 아무래도 좀 그렇지."

물론 보안팀이 패밀리 소속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카지노에 고용된 보안직원들.

하지만 자신들 직장이 콜롬보 패밀리 소유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그들의 영향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굳이 해고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을 확실하게 휘어잡을 머리를 새로 씌워줄 필요는 있다.

-5배의 급여 인상과 100% 무상의료서비스라면 혹할 겁니다. 미국인들은 의료보험에 누구보다 민감하거든요.

"그렇지. 간단한 수술 한 번 받는데도 수천만 원 나오는 나라잖냐. 보험 없으면."

-미국인들이 구직 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얼마나 좋은 의료보험을 제공하느냐더군요. 좋은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직장은 어차피 급여나 다른 근무 조건도 아주 좋습니다.

"내가 그럼 공략을 제대로 했네. 설마 이렇게까지 했는데 가업 물려받겠다고 팔자에도 없는 담배 농사한다고 하진 않겠지?"

-담배 농사는 미국에서도 사장 사업이니, 생각이 있다면 좋은 결정을 내릴 겁니다.

알트리아 등 미국 담배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자랑하지만, 모순적으로 미 정부는 담배산업을 심하게 조인다.

국내에서 담배 농사도 짓지 못하게 하려고 온갖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담배 농사가 주변 동식물에 해를 끼치고, 농장 근로자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

윌링턴 일행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수영의 제안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근무라니, 이 얼마나 화려하고 근사한 직장인가?

마음이 흔들리는 게 당연.

덕분에 펜션에서 제공하는 호화만 찬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오늘은 우리 수영식품그룹이 자랑하는 통영바다의 양식장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수영양식장은 놀라웠다.

연안 바다를 통째로 가두리 양식장으로 만들어놓았다.

더 놀라운 것은 가두리 그물 밖에도 수많은 양식어들이 서식한다는 것이다.

"가두리는 참다랑어 전용 양식장입니다. 하지만 가두리 그물 밖에도 도미, 넙치, 우럭, 고등어, 연어, 갑오징어, 꽁치, 갈치, 명태 등 다양한 생선들을 양식하고 있습니다."

"놀라셨죠? 그물 밖의 물고기들은 양식장에서 주는 먹이에 반해서 다른 바다로 떠나지 않고 항상 이곳에 머무른답니다."

"앗! 지금 우리 수영양식장의 마스코트인 돌연변이 참다랑어 브라우니 가 물분수 쇼를 보였습니다!"

"몇 톤이 훌쩍 넘는 체격은 범고래도 맞짱 떠서 이길 수 있을 정도라고 일컬어집니다!"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애완 참다랑어의 모습은 윌링턴 일행의 빠진 혼을 잠시나마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정도였다.

"저, 저게 참다랑어라고?"

"세상에, 참다랑어가 저렇게도 클수 있습니까? 말도 안 되는데요?"

"도대체 뭘 먹여서 키우면 참다랑어를 저렇게 키우고, 또 말도 듣게 만들 수 있는지……."

윌링턴 일행은 혀를 내둘렀다.

브라우니의 물분수 쇼는 잠시나마 머릿속의 번뇌를 잊게 만들어주었다.

윌링턴 일행의 패키지 투어는 끝났다.

다른 외국인 팀들은 선박을 타고 독도 해상플랫폼으로 향했지만, 월링턴 일행은 여기까지만 코스를 선택했었다.

"이대로 귀국합니까?"

"……음."

윌링턴은 잠시 고민하다가 무겁게 말을 꺼냈다.

"제주도에 한번 들러보지."

"제주도요?"

"한국 온 김에 제주도도 한 번은 들러보면 좋지 않겠나? 제주도에 카지노도 있으니, 분위기도 한번 살펴볼 겸 말이야."

"저 카지노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저도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그럼 온 김에 한번 슬롯머신이라도 당겨 보고 가자고, 사실 나도 카지노는 한 번도 안 가봤어."

"좋죠. 그럼 제주도 한 번 들립시다."

"여기서 배 타고 가면 금방입니다."

그렇게 윌링턴 일행은 통영에서 제 주도행 배를 타고 제주시에 당도했다.

그들은 제주도에서도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호텔, 라테드림타워를 찾았다.

드림타워에 있는 카지노를 들어선 그들은 떨떠름했다.

"한국인 고객은 거의 없는 거 같은데?"

"어째 동양인은 죄다 중국인만 있는 거 같습니다만? 온 사방이 중국어입니다."

"이래서야 한국의 카지노 분위기를 느껴볼 수가 있겠어?"

딜러 한 명을 불러서 묻자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따로 있습니다. 그 외 카지노에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저 동양인 중에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단 말이오?"

"네, 미스터."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들은 일단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일행은 나란히 슬롯머신을 잡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면서 손잡이를 당겼다.

"과장님, 어떡하실 겁니까?"

"……무슨 뜻이지?"

"제가 뭘 묻는지는 아시지 않습니까?"

"……못 들은 걸로 하겠네. 내 가족들은 내가 FBI인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퍼펙트 직장 의료보험을 가져오면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죠."

"……손잡이나 당기게. 그러다가 있던 운도 도망갈 거 같아."

머신 손잡이를 잡고 있지만, 일행의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했다.

이런 곳에서 일을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아니,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서 급여도 5배로 받고 완벽한 의료서비스까지 제공받으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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