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51화
210장 쓸데없이 눈치 빠른 FBI (1)
퀸 루나호가 마지막 숙박객을 내보냈다.
독도 해상 플래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퀸 루나호의 마지막 모습을 찍고 있었다.
"이제 퀸 루나호가 떠나는 거야?"
"그렇대. 원래부터 임시로 숙박 서비스를 하기로 했던 거니까."
"참 아쉽다. 그냥 계속 퀸 루나호가 숙박 시설을 해줬으면 했는데."
"그래도 이제 진짜 독도 펜션이 들어오니까."
"그래도 퀸 루나호보다는 못하겠지. 스페셜 크루저잖아."
부웅! 부웅! 부웅!
퀸 루나호는 마지막으로 뱃고동 세번을 울린 후, 해상 플래폼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플래폼에 모인 관광객들은 정신없이 카메라를 찍어대며, 퀸 루나호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삼각대나 셀카봉을 들고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퀸 루나호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자, 곧이어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시설물이 해상 플래폼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것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대형 호텔이었다.
높이는 퀸 루나 못지않았고, 넓이는 퀸 루나보다 압도적으로 넓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해상 호텔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펑! 펑! 펑!
"진짜 말 그대로 헤엄치는 호텔이네."
"저것도 모두 통짜 티타늄으로 만들었겠지?"
"그렇다고 하더라고."
"흔들리지는 않을까? 반수성 처리가 돼 있으면 그만큼 파도에는 더 강하게 흔들리는 거 아니야?"
"수면 아래로 반수성 처리 안 된 금속추가 깊이 내려가서 무게 중심을 잡아준대. 원래 큰 배일수록 흔들림이 덜하잖아? 마찬가지야."
"해상 플래폼하고 연결돼 있으니 진동 억제 효과는 더 크겠지."
"진짜 믿어지지 않는다…… 바다 위에 저런 걸 띄우다니."
"물 반발 금속처리 기술이 그만큼 엄청난 거지. 진짜 에릭은 신이야, 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그렇게 잘생기고, 그렇게 연기까지 잘하다니. 와, 진짜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냐?"
예인선에 이끌린 독도 해상펜션은 마침내 플래폼에 완전히 붙었다.
엔지니어들이 나서서 접촉면을 단단히 결합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1,000여 개의 객실과 각종 부대시설을 갖춘, 동해의 종합호텔이 마침내 오픈했다.
***
퀸 루나호는 그대로 미국으로 향했다.
예정대로 원자로 장착 개조를 마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선으로 개조하게 된다.
병원선 개조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일부 시설을 수술실, 진료실 등 병원 시설로 개조를 하고, 객실은 거의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오페라 극장, 수영장, 카지노, 영화관 등의 각종 편의시설은 모두 그대로 재활용한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종합병원이자, 초호화 유람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편의시설만 보면 이건 퀸 루나가 포드항모보다 훨씬 더 좋은 거 아니야?"
"비교가 안 되지. 항모의 편의시설이 아무리 잘 났다고 해봤자 군함이고, 이건 애초에 1년씩 바다를 항해 하는 럭셔리 유람선인데."
"이 정도면 해상 근무라고 해도 진짜 일할 맛 나겠다."
독도를 찾았던 수영병원 직원들은 병원선으로 탈바꿈할 퀸 루나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했다.
이제 독도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니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인싸섬'이었다.
해상 플래폼은 독도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수십 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독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교량끝이 바다 한복판에 둥둥 떠서 스크류 프로펠러로 좌표를 유지하는 방식.
"뭐? 독도를 못 밟는다고?"
"그래, 100% 사전 예약제야. 프리덤한테 물어보면 알려줬을 텐데?"
"돈 없어서 이번 달에 잠깐 구독결제 못 했는데, 이럴 수가."
"일일 방문객 수가 얼마인데, 저 작은 섬이 그걸 전부 수용할 수 있겠어? 대부분은 그냥 사진 찍고 구경하고 펜션에 묵고 그러다가 돌아가는 거지."
독도가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수는 정해져 있기에, 모두가 독도를 밟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퀸 루나호에서도 묵어봤었는데, 새 호텔은 전보다는 못하구나."
"에이, 퀸 루나가 너무 럭셔리했던 거지. 독도 한복판에서 이 정도 숙박시설만 해도 대단한 거야."
"이 정도면 그래도 비즈니스호텔사이즈 정도는 되니까."
"솔직히 독도 일출 하나 보러 여기까지 오는 거지, 쇼핑이나 오페라 보러 오는 건 아니니까."
"맞아. 퀸 루나호가 너무 과하긴 했어."
"수영레스토랑 변방 지점에서 하수영 의원님이 직접 홀서빙하는 그런 느낌이긴 했지. 정말 많이 과했다."
"어, 하수영 의원님 종종 홀서빙하시고 그러는데?"
"……."
"직접 현역으로 요리도 하셔. 몰랐어?"
독도수영펜션은 사치시설은 쫙 빼고, 편의성을 극대화한 비즈니스호텔 컨셉이었다.
퀸 루나의 카지노, 오페라 극장 같은 호화 시설은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푸드 프랜차이즈 식당을 다수 갖추고 있어, 관광객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떡볶이, 치킨, 보쌈집, 횟집, 고기집, 중국집, 한식뷔페, 파전막걸리집도 있었으니까.
입점한 식당 리스트를 보고 가장 좋아한 것은 독도경비대였다.
"퀸 루나호도 아주 좋았어. 좋았지만……."
"그래도 지금 수영펜션이 우리한데는 훨씬 낫다. 야, 이제 치킨 매일 시켜먹을 수 있겠네."
-주인님, 배달 가능한 메뉴 827개가 새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크…… 독도 경비근무는 이제 더 이상 최전방이 아니다."
"동해에 자기부상열차만 들어서면 진짜 독도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 끊습니다. 관광객 엄청 쏟아질 테고, 하수영 의원님도 돈 많이 버시겠습니다."
"바닷다리와 해상 플래폼 짓는 데 그 비싼 티타늄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데? 아무리 벌어도 투자금 회수하는 데만 수십 년은 걸릴 거다."
"의원님이 돈 벌 생각으로 투자하신 거라고 생각하면 오해지."
새 독도펜션은 퀸 루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호응을 낳았다.
***
하수영도 독도펜션을 방문했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온 것이다.
"독도 일출을 바라보며 먹는 수영치킨이 꿀맛이지."
-입점하고 싶어 하는 프랜차이즈브랜드가 많습니다. 아직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퍼블릭 화장품 브랜드가 왜 독도펜션에 입점을 하겠다는 거야?"
-홍보 효과를 위해서가 아닐까요?
"이런 건 받아주지 마. 누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품을 사겠냐고?"
-씨디원 편의점이 독도 경비대로부터 가장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독도에서 수백 가지 배달음식과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독도펜션이 들어서기 전에도 독도 경비대는 편의점을 이용할 순 있었다.
다만 해상 플래폼에서 차량을 타고, 울릉도 시내까지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독도에서 편안하게 편의점을 이용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주둔 경비대원들은 통통배를 타고 해상 플래폼에 접근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프리덤한테 구매할 것들을 알려만 주면 된다.
그럼 씨디원 편의점에서 '드론으로' 구매품을 독도까지 직접 배송해 준다.
'독도에 드디어 특이점이 왔다!'
경비초소에서 편의점 담배를 드론한테 받은 경비대원은 감격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건 좀 착잡하네."
-독도에 담배를 판매한 게 심란하신 모양이군요.
"심란하지. 이 하수영이가 담배 장사에 손을 담글 줄 누가 알았겠어."
-시장점유율이 8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내가 시가킹이라니. 담배황제라니."
독도펜션에서 출발한 드론이 또다시 경비초소를 향해 날아간다.
누군가가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모양이다.
드론서비스는 경비대원들을 위한 것이기에, 배송료는 무료다.
날아가는 드론을 보던 하수영이 문득 물었다.
"요즘 강남 마약 유통은 어때?"
프리덤은 빅브라더나 마찬가지다.
마약책 등 조심성 많은 범죄자들이야 프리덤 앞에서 조심하지만, 일반 마약 구매자들 대다수는 그렇게까지 조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리덤을 믿고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리덤은 그 모든 정보를 그저 본인만 알고 있을 뿐, 하수영에게도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하수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모든 것을 열람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까요?
"아니, 서비스 주인장이 유저 사생활을 침해할 순 없지. 그냥 전체적인 흐름만."
-엘릭서 담배가 보급되면서 눈에 띄게 마약 복용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점조직 마약판매책들은 잠깐 매출이 안 좋은 거라고 착각 중입니다.
"엘릭서 담배를 의심할 가능성은?"
-없죠. 구매자들조차도 그냥 갑자기 마약이 별로 안 땅긴다, 라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있으니까요.
"계속 마약이 안 팔리면 풍선 효과가 나타날 텐데. 더 쎄고, 더 비싼 마약들을 줄줄이 유통하려 하겠지."
-대비하실 겁니까?
"내 클럽에서 설치는 것만 아니면 뭐하러. 그런 거 일일이 다 찾아다니다가는 정신 차리면 세계 정복한 뒤라고."
누군가가 내 집 앞에 쓰레기를 투척하면 치운다.
그리고 쓰레기를 투척한 놈을 찾아서 응징한다.
하지만 나와 무관한 곳에 무단투기한 쓰레기는 알 바 아니다.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알아서 처리 할 문제.
이게 하수영의 중심 스탠스였다.
가끔은 일탈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끌시끌하네."
하수영은 흐뭇해서 수영펜션 식당가를 둘러보았다.
수십 개가 넘는 여러 음식점은 빈 자리 하나 없이 사람들이 꽉 들어차있었다.
음식점은 전부 독도 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고객들은 독도의 절경을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독도경비대원들이 앉은 테이블도 있었고, 다른 손님들이 인사하면서 같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실제로 식당에 입점하려는 이들 간의 경쟁률은 매우 치열했다.
특급호텔 고급 다이닝 브랜드에서 조차도 입점을 문의할 정도였으니까.
점주들의 표정도 무척 밝았다.
빈자리 없이 꽉 채워진 테이블만 보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이다.
"오픈 첫날인데 우리 고객님들께 그래도 좋은 추억 하나는 남겨드려 야겠네."
하수영은 집중한 정신력을 신어에 담아서 중얼거렸다.
"동해바다를 수호하느라 밤낮으로 바쁘신 우리 해신님께, 고대 주신의 후계자 이 하수영이가 겸손하게 청합니다. 펜션 오픈 첫날인데 우리 고객님들께 멋들어진 풍경 하나 보여주시지 않겠어요?"
바로 그 순간, 수면 위로 신비한 하얀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은 죄다 수저를 놓고 창가에 달려갔다.
"우와! 해무다, 해무!"
"와! 이건 절대로 놓칠 수 없지!"
"빨리 먹고 밖에 나가서 보자!"
하얀 해무에 둘러싸인 채 드문드문자태를 드러낸 독도.
사람들은 정신없이 폰 셔터를 눌러 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안개의 상층 한쪽이 열리더니, 쏟아지는 태양빛이 해무에 감싸인 독도를 비췄다.
"……."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독도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절경.
그렇게 안개의 흐름에 따라 햇살이 독도의 여기저기를 비추듯이 천천히 이동하다가, 마지막에는 수영펜션을 따스하게 비췄다.
펜션 안의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교량을 달리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마스터, 제가 특별히 SNS에서 멋들어지게 나온 사진만 추려봤습니다.
"오, 잘 찍었네. 우리 동해 해신님께서 힘 좀 쓰셨어."
-그런데 동해 해신보다는 마스터가 더 급이 높지 않습니까? 아니, 동해에 해신이 정말 존재하기는 합니까?
"없을걸? 난 그냥 신어에 절실함을 담으려고 마구 갖다 붙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