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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50화 (850/1,270)

프랜차이즈 갓 850화

209장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6)

어설픈 국산 담뱃잎 장려 정책을 펼치려다가, 알트리아가 제대로 빈 틈을 파고들었다.

담배 시장이 고스란히 외국에 넘어가는 상황.

이에 하수영은 '해로운 식품은 팔지 않겠다.'라는 원칙을 깨고, 눈물을 머금고 나섰다.

알트리아에 납품하는 담뱃잎을 무기로 빅딜, KT&G를 되사오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상장폐지, 주식소각.

이제 KT&G는 완전한 하수영의 개인기업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이었다.

"음, 졸지에 우리 알트리아만 한국에서 이미지가 나빠졌군요."

"그래서 제가 약속드리잖습니까. 미국의 담배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고요. 지금처럼 담뱃잎만 열심히 팔겠습니다."

"떨떠름한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합의하고 이름을 빌려줬으니까요. 아, 사실 이름이 대놓고 나온 것도 아니죠."

알트리아가 영국 펀드 뒤에 있다고 모두가 의심을 할 뿐, 정작 전면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 알트리아코리아는 철수할까요?"

"아닙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선의의 경쟁을 펼쳐 주세요. 그래야 KT&G 직원들도 분발을 할 거 아니겠어요?"

"알겠습니다. 자극제로서 충실한 역할을 해달라는 거군요."

"저는 대부분의 사업체는 전문경영인에게 전부 맡겨 버리거든요."

"혹시 미국 말고 해외담배 시장에 진출하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그거야 KT&G 사장이 결정할 일이겠죠. 저는 국내 물량만큼만 잎을 공급할 생각입니다."

KT&G는 몰라도, 하수영 개인은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알트리아는 만족스러웠다.

'자체 담배농장을 가진 회사와 정면으로 맞붙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

"미국 담배 소비자들이 귀사의 잎으로 만든 제품을 더욱 선호하고 있습니다."

"안 하면 안 했지, 한 번 하면 제대로 농작물을 키워내거든요."

"저도 귀사의 잎과 다른 잎으로 만든 제품을 비교해 봤는데, 확실히 뭔가 맛이 다릅니다. 더 입에 착 달라붙는다고 해야 할까, 그런 차별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성분 조사로는 왜 그런지 잘 납득이 안 되시죠?"

모리츠는 그 말에 껄껄 웃었다.

"하하, 솔직히 그렇습니다."

"과학으로 밝혀내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그 과학의 수준이 충분히 무르익지 못해서인 거죠. 그런 분야가 세상에는 참 많고요."

"동감합니다. 아, 그런데 남미에 농장을 내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콜롬비아에 지금 농장을 준비중입니다."

"혹시 거기서 담배도 키우십니까?"

"아뇨. 담배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키웁니다. 콜라 때문에 코카잎을 수급하려는데, 한국에서는 코카나무 재배가 안 돼서요."

"저런. 사실 미국도 빡빡하긴 합니다."

"처음에는 코카잎을 사서 만들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키우는 것보다는 못해서요."

모리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콜롬비아는 주요 마약 원산지입니다. 그만큼 거칠고 터프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거칠고 터프한 정도가 아니라, 100달러에 사람을 죽이는 게 당연시될 정도의 무법지대다.

하수영은 씩 웃었다.

"그 부드럽고 귀여운 친구들이 제가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를 보면 딴생각은 안 할 겁니다."

한국 국민들이 KT&G의 미래를 놓고 간절히 기도하는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

KT&G를 인수하고, 하수영은 먼저 물갈이부터 시행했다.

친분 깊은 조성만 검사가 칼잡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업무추진비를 참 한 푼까지 알뜰하게 싹싹 긁어서 드셨네요, 전무님?"

"검사님, 그게 말입니다. 그게……."

"최근 5년 건만 대충 훑어봤는데요. 무슨 기름값이 일 년에 수천만 원이 나옵니까? 레고 구매에만 1,500만 원을 쓰셨는데, 담배회사 전무가 레고를 업무 어떤 부분에 활용을 합니까?"

"레고 블록을 이용한 마케팅……."

"그렇다면 홍보팀에서 예산을 집행해야죠. 그래서, 그 레고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

"내가 전무님 사무실에 레고 전시품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거든요? 지금 바로 소명하지 못하면 자택에 압수수색 영장 넣습니까?"

전무는 결국 굴복했다.

"지, 집에…… 집에 있습니다."

"업무추진비로 모은 레고 1,500만 원어치가 왜 집에 있는 겁니까?"

"……."

"전무님,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오면 저도 괜히 힘 안 빼고 스무스하게 갑니다. 근데 자꾸 우기시면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드릴 수가 있어요."

결국 전무는 굴복했다.

"개인 소장용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러니까 업무추진비로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바로바로 인정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럼 기름값은?"

"……."

"주유소 사장이 친척인 건 나도 압니다. 솔직히만 말하면 거기까지는 안 건드립니다. 유류비라고 허위청구하고 본인 주머니에 넣으셨죠?"

"……예."

횡령배임 수사의뢰를 받은 조성만 검사는 말 그대로 칼춤을 추었다.

'지금이야말로 의원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때!'

없는 죄를 만들어달라는 불법 청탁도 아니요, 있는 죄 중에서 굵직한 것만 밝혀내면 되는 정당한 법 집행이다.

조성만은 마음에 한 점 그늘 없이 마음껏 칼을 휘둘렀다.

전무, 상무, 이사, 부장들이 줄줄이 소환돼서 조사를 받았다.

"김 부장님, 다행으로 아세요. 그래도 우리 의원님이 인자하신 분이시라, 적당한 선에서 성의껏 반납하면 퇴사 처리로 모두 끝내겠다고 했으니까."

"5년 동안 6억을 해드셨군요. 이자는 됐고, 깔끔하게 6억 반납으로 마무리 지읍시다. 친인척 명의 재산까지 조사 들어가기 시작하면 다 나오는 거 알죠?"

"허허, 배임한 걸로 알뜰하게 재테크해서 불리셨군요? 이럼 이야기가다르죠. 연 이자 20% 적용해서 반납하시죠."

그렇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해먹은 임원들과 중견 관리자들이 우수수 잘려 나갔다.

하수영은 악착같이 뜯어내지 않았다.

반환할 수 있을 만큼 반환받고, 퇴직금 없이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부장 이상 직급의 임직원들의 80% 이상이 회사에서 도려내졌다.

"당분간 공채는 없습니다. 현재 인원 그대로 갑니다."

청천벽력 같은 선언이 이어졌다.

가슴을 졸이던 남은 직원들은 그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찔함을 맛봤다.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인데 그동안 불필요한 인력이 너무 많았네요. 그런데도 수익률이 이렇게 좋다니, 이거 참."

하수영은 부사장 앞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담뱃잎 공급으로 하수영을 여러 번 찾았던 부사장은, 이제 회사의 오너가 된 그의 앞에서 뱀 앞의 개구리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내가 차마 손 좀 남아돈다고 생계를 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네, 회장님!"

"당분간 신규 채용 없이, 조금 빡빡하게 굴릴 겁니다."

-마스터, 자동화 시스템을 투입하면 현재 인력의 20%만으로도 무리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프리덤이 끼어들자 부사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프리덤 프로, 아니, 엔터프라이즈 버전인가? 정말 가차 없구나.'

"아아, 됐어. 안 그래도 요즘에 우리 사업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부쩍 늘었는데, 거기에 머릿수를 더 보탤 일 있냐?"

하수영이라고 해서 안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이번에 잘려 나간 임원들도 두고두고 안티로 돌아설 것이다.

다행히도 하수영이 고개를 흔들자, 부사장은 눈을 살며시 떴다.

"고병주 부사장님."

"예, 회장님."

"제가 조사 좀 해봤는데 특별히 회사에 피해를 끼친 것은 없으시더군요."

"제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아, 외부 영입이라고 하셨죠? 그래도 3년이 넘었는데 이 정도면 대단히 양호하죠. 제가 무슨 임직원들에게 청백리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탕비실에서 맥심커피를 박스째로 들고 가는 정도만 아니면 돼요."

"……."

"공석인 사장은 고병주 부사장님을 올리겠습니다. 많이 바라지 않습니다. 프라임컴퍼니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시고, 딱 그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승진이었지만 크게 기쁘지는 않았다.

자신 역시 파리 목숨이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서였다.

"프리덤 통해서 몇 가지 지침을 드리겠습니다. 그것만 잘 이해하고 지키시면 경영에 큰 간섭은 하지 않을 겁니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적당한 만큼만 해줘도 계속 사장 자리 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해 못 하셨어요?"

하수영이 빤히 바라보자, 그제야 고병주 부사장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계속 사장 자리를 맡긴다고?'

퍼뜩 마음을 다잡은 그는 얼른 씩씩하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믿어주신 만큼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배갑 겉디자인 전부 싹다 바꿔 버리세요."

"예?"

"경고 문구 폰트도 더 크고 굵직하게 하고, 썩은 암세포 사진도 크게 그려놓고 그러란 말입니다. 지금 디자인은 너무 얌전해서 구매할 때 거부감이 안 들잖아요."

고병주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정책으로 강제하는 내용이었으니까.

담배 구매를 억제하기 위해서.

그런데 저게 오너가 할 말인가?

매출이 떨어지라고 고사를 지내는 일인데?

"알겠습니다! 즉시 모든 담배 디자인 싹 다 바꾸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바로 수영농장에서 담뱃잎이 공급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병주는 만감이 교차했다.

회사를 위해서 담뱃잎 좀 달라고 그렇게 매일같이 찾아가서 싹싹 빌었던 지난날.

그런데 회사 자체가 상장폐지되고, 송두리째 그에게 넘어가 버렸다.

'회장님은 담배로 돈 벌 생각은 전혀 없으시군…….'

언론에서도 이미 크게 다룬 내용.

담배 시장이 외국기업 손에 송두리째 넘어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하수영이 직접 알트리아와 담판을 지었다는 것.

이해는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씁쓸한 일이다.

그렇게 KT&G는 썩은 부위를 모조리 잘라내고, 새로 다시 태어났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엘릭서 담배가 퍼지면 마약 시장이 억제될 테니까."

-마약 시장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잘하면 그렇게 될 수도."

-아쉽습니다. 마약 배척 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전체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될 텐데요.

"그럼 흡연을 권장하는 게 돼버리잖아. 마약 배척 효과는 아무도 모르는 게 좋아."

-엘릭서 담배로 금단현상을 극복한 미국 중독자 중에서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래?"

-전부 초고도 중증 중독자들입니다. 엘릭서 담배는 마약 의존성은 완전히 끊어주지만, 이미 마약이 망가뜨린 신체를 회복시켜 주지는 않아서인 듯합니다.

이른바 군인 같은 것이다.

점령당한 땅에서 적군(중독 요소)을 모조리 쫓아내 주기는 하지만, 이미 오염된 땅을 다시 기름지게 만드는 것은 못한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은 이제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일반인들은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저절로 마약에서 멀어지게 된다.

"마약범들, 처음에는 폭락한 수입에 당황하겠지. 하지만 곧 방법을 찾아낼 거다."

-화이트 스카치 같은, 엘릭서 담배를 억누를 수 있는 고급 마약이 다시 유행하겠군요.

엘릭서 식품은 엘릭서로만 맞설 수 있을 테니.

물론 마약범들이 그런 원리를 깨달을 가능성은 적다.

다만 이것저것 시도를 하다가 어느 순간, 화이트 스카치 같은 엘릭서 드링크로 만든 마약이 답이라는 것을 찾아낼 것이다.

"맘 편히 농사나 짓고 싶은데, 세상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구나."

-세상은 마스터 같은 위대한 대지의 황제의 지배가 필요합니다.

"모처럼 간만에 평화로운 세계관에 전생했는데."

-귀찮은 일은 저에게 맡기시면 되죠. 지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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