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47화 (847/1,270)

프랜차이즈 갓 847화

208장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3)

45만 대의 헤슬라자동차.

빈약한 '정보수집 단말기'를 통해, 프리덤은 나름 열심히 엘릭서 담배의 효과를 조사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마스터, 최종 결론입니다.

"그래, 보고해 봐."

-아편, 모르핀, 코카인, 헤로인, 펜타닐, LSD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마약에 강력한 배척성을 보이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치료 효과는 아니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이미 마약이 망가뜨린 장기를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마약 성분을 전부 배출하고, 의존성까지 제거하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다른 담배와 카페인, 알콜 등 중독성이 있는 물질에도 배척성을 보입니다. 그리고 배척성의 크기는 중독성에 비례합니다.

"중독성이 크면 클수록 더 강하게 배척을 한다. 이거군."

-네, 그래서 마약에 가장 강한 배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약 복용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강제로 마약을 끊었습니다.

"금단 현상은?"

-금단 현상을 일으키는 체내 물질까지도 배출해 버리기에 금단 현상 역시 약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이 조사해 봤자 정확한 메커니즘은 모르겠구나."

-그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니코틴일 뿐이니까요. 아무리 담뱃잎을 분석해도 말입니다.

"주신의 권능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의 권능에 근접했다는 뜻이니까. 여기 문명으로는 아직 한참 멀었다."

하수영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다가 물었다.

"다른 담배나 술 따위는 어때?"

-어느 정도 배척을 하긴 하지만 마약처럼 큰 강제성은 아닙니다.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엘릭서 담배를 한 번 피우고 나면 기왕이면 다른 담배는 안찾게 되겠군."

-네, 그렇습니다. 같은 담배를 찾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그럼 술, 커피 판매량도 줄었겠네."

-네, 제가 조사한 자체 수치로는 확인이 되었습니다.

"흐음, 담배 같은 불량기호식품에 손을 대고 싶지는 않지만, 마약을 퇴치한다는 건 왠지 끌리는데."

-그래도 담배보다는 마약이 비교할 수 없이 큰 해악을 끼치죠.

"강남에는 아직도 마약 유통책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말이지."

강남 유흥가에서 마약을 이용한 강간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난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었다.

"근데 속아서 모르고 먹는 건 엘릭서 담배로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알고 먹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강제로 중독된 피해자들은 구제할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그냥 가능성만 확인해 두자."

-여전히 공개하실 마음은 없으시지요?

"내가 마약억제위원회 멤버 같은 것도 아닌데, 뭐하러? 일단 지켜만 보자고."

당장 하수영이 KT&G에 담뱃잎을 공급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

건강을 위한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건강을 해치는 작물을 생산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것이다.

그게 하수영이 KT&G에 담뱃잎 공급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이야 본거지가 아니니 상관없지만.

***

알트리아는 수영농장산 담뱃잎 수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갔다.

미국은 주를 가리지 않고 강력한 금연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고.

국내의 담배산업을 히스테리적으로 억압하고 있었다.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담배산업에 관해서는 억제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는 지들도 애연가이면서!"

담배산업 종사자들은 그 점이 못마땅했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해마다 미국 담배농가는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고, 알트리아는 브라질 등 남미에서 부족한 담뱃잎을 충당해야만 했다.

그런데 수영농장산 담뱃잎은 남미산보다 싸고 품질이 좋았다.

알트리아 CEO 모리츠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뉴욕 암흑가에 콜롬보를 친 주범이 제노비스라는 말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럼 다른 3대 마피아가 제노비스를 상당히 경계하겠군?"

"네, 보통은 연계 사업을 같이 추진하는데, 이제는 누구도 제노비스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같은 동업자를, 정부기관의 힘까지 빌려서 뿌리째 뽑아버렸으니. 내가 3대 마피아 빅보스라 해도 꺼려 할 거 같은데?"

제노비스가 콜롬보를 멸망시켰다.

콜롬보가 지닌 이권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바로 알트리아에서 은밀하게 마피아 일대에 퍼뜨린 소문이었다.

"제노비스의 마약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지?"

"네, 콜롬보의 시장을 먹어치웠는데도 오히려 매출이 줄어서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아, 그런데 담배 밀매는 오히려 수입이 늘었습니다."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지. 마약과 담배 밀매는 같이 움직이기 마련인데, 왜 한쪽은 줄었는데 다른 쪽은 반대로 늘어났는지."

"그뿐이 아닙니다. 회사 전체로 볼때, 수영농장산 담뱃잎이 들어간 제품과 다른 제품 간에도 매출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영농장산 담뱃잎 품질이 좋긴해. 나도 피워봤는데 담배 맛 자체가 다르단 말이지."

"그렇다고 전체 담배 시장이 커진 것은 아닙니다. 파이의 중심이 옮겨 지고 있는 거지요."

흡연자의 소비량이 증가하거나, 흡연자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전체 시장이 커지진 않는다.

"그렇다고 담뱃잎 수급을 너무 한쪽에만 몰아두는 것은 위험한데."

"남미산 수급량을 해외로 돌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겠어."

모리츠는 자신의 대부, 마르퀴즈제노비스를 떠올렸다.

마르퀴즈 덕분에 손에 더러움을 묻히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정적이나 원수도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마르퀴즈는 밀매용 담배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었고, 막대한 돈을 거머쥐었다.

담배를 1만 달러씩 밀매할 때마다, 제노비스는 9천 불 이상을 남겼으니까.

마약과 달리 담배는 구매자가 빨리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서 물건을 사준다.

또 세탁만 한 번 거치면 양지에서 대놓고 당당하게 팔 수도 있다.

'언제까지 밀매를 봐줄 순 없으니까.'

밀매용 담배를 제공한다고 해서, 알트리아에 떨어지는 것은 없다.

알트리아는 엄연한 양지의 대기업이니까.

제노비스가 콜롬보를 쳤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도 패밀리의 약화를 바래서였다.

'대부, 지금까지 내가 많이 도와드렸습니다. 이제 서로 각자 길을 가야 할 때 같습니다.'

단기적으로 큰돈이 되는 마약 수입이 급감했다는 것은, 모리츠 입장에서 반길 소식이었다.

***

FBI 윌링턴 과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단 증세로 날뛰던 마약 환자였다.

그런데 지금, 멍한 눈빛이기는 해도 분명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마약을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더 이상 손을 떨지도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저희도 원인을 모릅니다."

"원인을 모른다고요?"

"네, 어느 날 갑자기 제정신을 유지하는 빈도가 늘어나더니, 사흘 전부터는 단 한 번도 금단증세를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제정신을 유지한 최대 시간은?"

"기껏해야 4시간입니다. 그 외에는 금단증세를 보여서 강제로 재워야 했죠."

"……."

"사흘째 안정제를 전혀 투여하지 않는데도 의식을 차리고 있습니다."

"이번이 몇 번째입니까?"

"우리 병동에서만 11번째입니다."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중증 마약 중독자들이 중독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시험 삼아 결박을 하고 눈앞에서 마약을 보여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중독자들은 마약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 세상에서 마약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달려들던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마약 유통량이 줄어든 게 설마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월링턴 과장은 최대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중증 중독자들이 이 정도면, 비기 너들 같은 경우는 더욱 손쉽게 떨칠수 있겠지.'

무언가 마약을 거부하게 만드는 게 있다.

획기적인 치료제라도 은밀하게 나도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게 나왔다면 벌써 온 세상이 떠들썩했을 것이다.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11명의 중독자…… 그들의 예외 없이 가지는 공통점을 찾아내서 정리해 주십시오."

"공통점이요?"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겁니다. 투여된 약물이라거나, 투여량, 조합. 혹은 음식. 아니면 식물이나 합성제품의 냄새, 혹은 접촉한 곤충의 알러지 반응."

"으음, 한 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분명히 어떤 공통점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공통분모 안에 반드시 해답이 있을 겁니다."

등을 돌린 윌링턴 과장은 보지 못했다.

중독자가 기운을 차리자마자 담뱃갑과 라이터를 들고 휠체어에 오르는 모습을.

***

기재부 차관이 청담동을 찾아왔다.

KT&G, 즉 담배사업 안건을 들고,

"수영농장은 KT&G에 담뱃잎을 공급할 생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땅의 농부로서 같은 국민들 입에 차마 니코틴을 넣을 순 없겠더라고요."

"그럼 KT&G가 100% 수영농장산잎만 쓰면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은……."

"그럴 일이 일어날 리가 없으니까요."

"역시……."

기재부 차관 정민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릿한 웃음을 물었다.

"KT&G는 국내 담배시장의 65%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수익, 현금 면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죠. 재계 서열도 20대 중위권이고요."

"잘 나가는 건 저도 압니다."

"민영화를 한 것까진 좋았는데, 외국인 주주 비율이 무려 40%나 됩니다. 엄연한 실패죠."

자국민 건강을 팔아 번 돈으로 외국인 투자자 좋은 일만 시키고 있으니까.

"담배인삼공사가 잘 나가니까 빨대 좀 푹 꽂아보려고 민영화한 거겠죠."

"……."

"잘되는 산업을 민영화하는 건 보통 그런 이유가 아닌가요?"

"……아무튼 KT&G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국산 담뱃잎을 쓰지 않는다고 연일 질타를 받고 있어요. 쿼터제 도입까지 논의 중입니다."

"쿼터제요?"

"국산 담뱃잎을 3, 40% 이상 강제로 사용하라는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곧 정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될 겁니다."

"흐음."

내내 시큰둥하던 하수영의 표정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남항순부총리님의 뜻이자, 기재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모, 아니, 기재부의 판단이라니, 뭔가 의미심장하군요."

하마터면 모피아라고 내뱉을 뻔했지만 실수를 면했다.

일단 하수영은 기재부와 몇 번 간접적으로 부딪친 적이 있어서,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청담스코프 양산사업…….

"회장님."

정민광 차관은 의원이 아닌,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정치인이 아니라 사업자로서 대하겠다는 의지.

"부디 우리나라의 담배산업을 이끌어 주십시오. KT&G를 인수해 주십시오."

하수영은 더 이상 농부로서 그럴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건조한 눈으로 정민광 차관을 재촉했다.

어서 다음 말을 하라는 듯이.

"어차피 누군가는 담배를 만들고 팔아야 합니다. 기왕이면 그 알짜배기 사업을, 회장님이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담뱃잎 쿼터제는 기재부가 고의로 설계한 악재인가요?"

KT&G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악재.

외국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쏟아내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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