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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46화 (846/1,270)

프랜차이즈 갓 846화

208장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2)

니코틴은 자아가 없었다.

그러나 입자에 기초하는 최소한의 반응성은 있었다.

누구는 그런 물리적 반응성을 가리켜, 시스템 반도체의 정류 효과와 닮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자아는 없지만, 현대물리학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바로 엘릭서에 기초한 물리적 반응이 화학작용으로 치환된 것이다.

자아는 아니고 최소한의 반응성을 장착한 니코틴은 혈관 어느 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불편함을 느꼈다.

묘하게 거슬리는 입자들이 자신의 주변을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생각이라는 고도의 화학작용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화학적 반발력이었다.

니코틴은 여전히 자아는 없었다.

하지만 거슬리는 입자가 일으키는 화학적 반발력은 니코틴을 움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나, 둘, 셋, 넷…….

수많은 니코틴들이 기지개를 켜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슬리는 입자에 달려들어, 주변에서 한꺼번에 감싸듯이 꽁꽁 봉인했다.

빨리빨리! 이쪽으로! 어서 옮기자!

쫓아내자!

만약 니코틴에 자아가 있었다면, 서로 그런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자아는 없었다.

엘릭서의 권능이 부여한 최소한의 반응성에 기초한 반발력이, 고도로 정제화된 집단 움직임으로 표출될 뿐이었다.

만약 자아를 지닌 인간이 이 광경을 본다면, 니코틴에 자아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으리라.

'코카인'은 그렇게 남김없이 혈관은 물론이고 온몸에서 깨끗하게 배출되었다.

그리고 니코틴은 다시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주어진 평온을 즐겼다.

어느 순간, 평온은 깨지고 또다시 거슬리는 입자들이 들어왔다.

이미 한 번 했던 경험, 니코틴 입자들은 일제히 들고일어나서 거슬리는 입자들을 공격했다.

조금 다른 형태 때문인지, 이번에는 더 큰 반발력이 일어났다.

그렇게 헤로인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남김없이 쫓겨났다.

니코틴은 또다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어딘가에서 흘러 나오는 묘한 거슬림에 다시금 반응했다.

자아가 있었다면, '이건 뭐지?' 하고 의문을 품었으리라.

니코틴 입자들은 홀리듯이 그 묘한 거슬림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놈들을 찾아냈다.

그것은 코카인도, 헤로인도 아니었다.

(물론 니코틴은 그 이름조차 몰랐다)

이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성분.

하지만 그놈들이 코카인을, 헤로인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그 거슬리는 입자들을 어서 들어오라고, 소리치듯이 발광하며 부르고 있었다.

니코틴은 자아는 없지만, 이놈들한 테서 근본적인 거부감을 감지했다.

그래서 이 몸에서 만들어진 성분이지만, 놈들을 남김없이 내쫓았다.

이 몸에 아예 자리를 잡지 못하게 했다.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약물중독을 일으키는 주요 성분입니다.

-마약 의존성이 떨어지고 있어요. 정신을 차린 거 같습니다.

-이럴 수가. 헤로인의 금단증세를 스스로 이겨내다니. 이게 가능한 겁니까?

인간의 문명 수준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엘릭서의 권능이 깃든 니코틴이 다른 마약을 강하게 배척하고 있고.

금단증세를 일으키는 뇌 수용체 물질들도 남김없이 쫓아내고 있음을.

니코틴은 세균, 바이러스, 그리고 다른 약물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오로지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류와 관련 수용물질에만 기계적으로 반발하고, 배척하고 있었다.

마치 이 몸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들뿐이라는 것처럼.

니코틴이 가진 중독성이라는 성질이 엘릭서를 만나, 다른 중독성 물질을 강하게 거부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제노비스 패밀리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담배 밀수매출 숫자에 흐뭇했다.

"수영농장은 역시 담뱃잎도 남다르군. 대체 어떻게 농사를 짓길래 이럴 수 있을까?"

"괜히 라면 하나로 북미에서 연 매출 천억 불을 찍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빅보스, 마약 매출은 나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FBI 단속이 너무 치열합니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유통망을 뿌리 뽑으려는 듯합니다."

"구매자들이 마약을 구입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졌습니다. 현장에서 족족 걸리는 거 같습니다."

담배 밀수매출은 늘었지만, 그 이상으로 마약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

제노비스 패밀리는 그 둘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엘릭서 담배를 한 번이라도 맛본 이들은 다른 담배를 끊고 엘릭서 담배로 돌아서고 있다.

-이것은 내가 키운 코카잎으로 만든 콜라와 비슷한 현상이다.

-엘릭서 담뱃잎으로 만든 담배가 다른 담배에 대한 배척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

-미국에도 비서 AI 구독 서비스를 실시했다면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개인비서 서비스는 현재 한국에만 서비스하고 있었다.

그래도 북미에 프리덤의 눈과 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헤슬라자동차의 자율주행은 프리덤이 전적으로 맡고 있었으니까.

즉 프리덤은 45만 대가 넘어가는 북미 헤슬라자동차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차량 외부에도 마이크가 있기에, 감도가 닿는 선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용 통신망이 좀 더 폭넓게 주어진다면 더 많은 대화를 수집할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한계도 있었다.

프리덤의 본체는 한국에 있기에, 수집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에 제약이 있다.

한국 내에서야 무차별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미국에서는 그게 안된다.

그 방대한 데이터를 보내는 것도 일이다.

-역시 헤슬라자동차 제어를 위한 전용 통신망을 설치해야 한다.

-위성 구매? 하지만 위성 통신은 날씨에 따른 제약이 크다.

-미국 통신사 중 한 곳을 인수하는 것은 어떨까?

프리덤은 최근 엘릭서 담배가 일으키는 효과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자율주행과 무관한 것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리덤은 차량에서 오가는 의미심장한 대화를 포착했다.

"짐, 어떻게 된 거야? 요즘에는 왜 약을 구매하지 않는 거지?"

"약은 이제 끊었어."

"뭐? 하루도 헤로인 없이는 못 살던 네가 그걸 끊었다고?"

"어, 이제는 전혀 생각 안 나."

"맙소사, 어떻게?"

"나도 몰라. 그냥 입에 안 맞더라고, 눈에 보이기만 해도 거슬려."

"미친! 헤로인 비슷한 것만 봐도 눈이 뒤집어져서 달려들곤 했던 네가?"

-헤로인 금단증세는 짐의 의지로는 극복 불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짐은 헤로인을 끊었다.

-짐이 헤로인을 끊은 시기는 엘릭서 담배를 피운 이후이다.

-짐은 알트리아의 엘릭서 담배를 피우면서 흡연량이 늘어나고, 대신 마약 복용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인가?

프리덤은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모든 센서를 총동원했다.

요즘처럼 아쉽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헤슬라자동차가 북미에서 45만 대가 아니라 450만 대만 팔렸어도, 더 고품질의 정보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을 텐데.

-안 되겠다. 프리덤폰도 조속히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 경우, 래플폰을 보호하기 위한 미 행정부의 관세는 얼마나 될 것인가?

-미 행정부는 비서 AI 구독 서비스만 진출하도록 유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요즘 왜 이렇게 약쟁이들 연락이 줄었지?"

"그러게. 하루도 약 없이는 못 살던 녀석들이 도통 연락이 없어."

"진짜 FBI 녀석들이 죄다 잡아다가 병원에 강제로 처넣은 거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없고, 이거 난감하네."

-래플사는 자체 비서AI 시릴라가 나한테 밀려나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이상하게… 약이…… 안 받네…… 그냥…… 담배나… 피워야겠어……."

"나도… 이상하게 요즘 따라…… 약이 별로 맛이 없어……."

"뿅 가는…… 느낌도 없고…… 그저 피곤하기만 하네……."

-좀 더 의미 있는 데이터 추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단말기가 필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북미 전체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뭐야? 그냥 흔한 담배맛일 뿐인데?"

"알트리아가 담뱃잎 수급처를 바꿨다고 하더라고. 근데 이게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말이지. 마약쟁이들이 마약 빨 시간에 이거나 피우겠다고 할 정도라네?"

"별다른 거 없는데?"

-더, 더 많은데이터가 필요하다…….

***

"그래?"

프리덤의 보고를 들은 하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하다가 지시했다.

"항공특급으로 알트리아 담배 한 갑만 배송시켜 봐."

-네, 나노소프트에 직원을 출장 보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노소프트 직원이 알트리아 담배 한 갑을 들고 청담동을 찾아왔다.

하수영은 담배를 받아들고 '통찰안'을 활성화한 뒤 관찰했다.

[엘릭서 담배, 알트리아 제조품.]

[신체 유해성, 중독성은 타 담배와 동일.]

[다른 중독물질을 배척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어, 확실히 뭔가 있긴 있네."

-정말입니까?

"다른 중독물질을 밀어내는 거 같다. 그게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고."

-이 구역의 미친놈은 오직 나뿐이다, 그런 종류의 성질일까요?

"이야, 너 말 잘했네. 그거 말곤 그냥 다른 담배와 똑같아."

-아쉽습니다. 저는 엘릭서 드링크처럼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음식에 버프 걸면 영양소 공급이 좋아지지만, 총에 버프 걸면 어떻게 되겠냐?"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군요.

"그런 거지."

-마스터, 그럼 엘릭서 담배의 이 효과를 미국에 널리 알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 미 정부가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매출 신장을 도울 겁니다.

하수영은 표정 하나 바뀜 없이 말했다.

"안 돼."

-증명 문제 때문입니까?

확실히 엘릭서 담뱃잎의 마약 배척성질은 그 증명이 어렵다.

연방정부에 원리를 설명할 수도 없고,하지만 하수영은 다른 이유였다.

"이게 공식적으로 알려지면 전 세계 마약 카르텔이 우리 수영농장에 테러하러 온다. 청담동이 전쟁터가 될 거야."

-마스터라면 충분히…….

"막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벌레떼가 꼬일 걸 알면서 방문에 일부러 꿀을 발라놓을 필요가 있겠냐? 그게 조용하고 평온한 은퇴생활이 되겠냐고?"

-아,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미국에 알아서 퍼지게 되어 있어. 알트리아가 우리 담뱃잎 비중을 늘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는 게 오히려 좋아."

-아! 마약 카르텔들은 영문도 모른 채로 마약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군요.

"뭐, 의심이야 하겠지. 현상이 눈에 보이니까."

엘릭서 드링크처럼 말이다.

프라임웰빙은 엘릭서 드링크를 건강식품으로 홍보하지만, 효과를 체험한 소비자들은 웬만한 전문의약품보다 더 낫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이걸 우리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봐라. KT&G에서 또 얼마나 질척거리겠냐?"

-알겠습니다. 정보만 계속 수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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