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45화 (845/1,270)

프랜차이즈 갓 845화

208장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 (1)

이현덕 부회장은 수영그룹이 김범석을 내세워서 곧바로 야욕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조금 의외의 방향으로 흘렀다.

"수영콜라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네, 아직 우리 그룹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 거 같습니다."

"허, 콜라 그까짓 거 팔아봤자 얼마나 한다고."

당연히 욕심을 보일 줄 알았는데, 안 그런 척 의뭉을 떨고 있으니 더 의심스럽다.

서해호텔 오너, 여동생 이선주를 만나서 자신의 심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어머니한테 배신감이 더 커."

"오빠, 나는 안 그런 줄 알아?"

"어떻게 아버지가 첩의 자식한테 그 많은 지분을 넘기시는 걸, 반대 한 마디 안 하실 수 있는 거지? 선주 넌 뭐 들은 거 없어?"

"회사가 자기 건 아니라고 하시더라."

"……그게 무슨?"

"이제 말년에는 자기 인생만 즐기고 싶으시대. 골치 아픈 일에 관여 하기 싫으시대."

이선주는 요즘 모친이 20대 초반의 남자 모델에 한창 빠져 있다는 이야기는 뺐다.

"나도, 오빠도, 엄마한테 뭘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을 거 같아."

"……."

"그리고 그 사생아한테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건 수영그룹에 대고 칼을 빼는 행동이거든."

"……이미 서로 몇 번씩이나 칼을 뺐지."

"사생결단까지 간 적은 없잖아? 그래도 뒤는 남겨놓고 움직이자, 오빠."

이현덕은 가늘게 뜬 눈으로 여동생을 훑어봤다.

여동생의 호텔, 쇼핑 사업은 수영그룹과 밀접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저렇게 적극적이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더 토로할 필요도 없다.

"하나만 묻자. 그 사생아와 나, 만약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누구를……."

"당연히 오빠지. 내가 오빠를 두고 왜 몇십 년 존재조차 모르던 사생아를 지지하겠어?"

"고맙다."

이현덕은 남은 차를 단숨에 들이켜고 일어섰다.

***

'서해그룹을 주인님께 바친다…….'

요즘 김범석은 자나 깨나 그 생각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서해그룹에 전혀 관심 없는 척, 수영콜라 영업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바친다면, 어떤 형태로?'

하나부터 백까지 생각을 정리할 게 너무 많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한남동에서 호출이 오는 터라, 생부의 얼굴도 보러 가줘야 한다.

처음에는 생부가 자신을 통해서 하수영과 끈끈한 사이를 만들려고 하는 건가 의심도 했다.

서해그룹을 위해서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니.

하지만 생부는 이제 그룹의 미래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저승까지 챙겨가서 돌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다음 세대에 맡겨놓았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놈들이 알아서할 일이다.

-우리 부자의 못다 한 시간을 나누며 말년을 보내고 싶구나.

물론 김범석은 여전히 생부의 진심을 믿지 않았다.

다만 눈과 귀는 서해그룹에서 떼지 않았다.

지금 서해그룹은 이현덕 부회장이 한창 이사회를 단속하는 분위기였다.

개인 지분만 보면 김범석이 이현덕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

'난 아직 인맥 자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당장 그룹 초대형 주주인 연금공단만 해도 전부 이현덕의 입김이 닿은 인사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빨을 보여 봤자 나만 손해지.'

그래서 김범석은 최대한 관심이 없는 척했다.

지분은 받았지만, 그룹은 내 게 아니라는 것처럼.

그리고 드디어 이현덕이 보낸 인사가 은밀하게 찾아왔다.

서해생명 민영진 사장이었다.

"전체의 3%도 채 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 왕자의 난 따위를 일으킨다? 내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입니까?"

김범석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얼마나 호탕한지를 유감없이 강조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서해그룹에서 내전을 일으키느니, 여기 수영그룹에서 나만의 봉건지를 구축하는 게 더 현명하겠죠."

"지분을 넘기실 생각은 없습니까?

물론 세대교체 이후에……."

"회장님 사후를 말하는 거군요."

민영진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김범석은 몰라도, 자신이 현 회장의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은 역적모의나 다름없다.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죠. 결심을 굳힐 만큼 좋은 프리미엄을 얹어야 할 겁니다."

"프리미엄이라면 어떤 것을……."

혹시 몇몇 계열사를 관리하고 싶다는 것이면 곤란하기에, 민영진은 조심스레 물었다.

"당연히 현금이죠."

"알겠습니다. 가감 없이 부회장님께 모든 것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이현덕은 찝찝해하면서도 불쾌감은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었다.

"끝까지 아버지를 회장님, 나를 부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이 말이죠?"

"그렇습니다, 부회장님."

"녀석, 그래도 자기 주제는 잘 아는군."

"똑똑하고 판단이 빠른 인물입니다. 애초에 찔러서도 안 되는 감이라는 것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인사배치에 별다른 말은 없으시고…… 일단은 다행이군."

한껏 긴장해서 사장단 단속을 했었던 지난 시간들이 우스워질 정도로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서해그룹은 김범석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풀었고, 김범석 또한 수영콜라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다.

***

-마스터의 말대로라면 이제 이창영 회장의 사망 위기는 몇 달 남지 않았다.

-김범석 사장이 쥐고 있다는 원인의 키는 대체 무엇일까?

프리덤은 어마어마한 전력을 사용 하면서 열심히 시뮬레이션 계산을 했지만, 현재로써는 전혀 예측 불가능이었다.

-김범석 사장과 같이 있을 때 이창영 회장이 쓰러지는 경우?

-그러나 애초에 김범석 사장과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루트다.

-마스터는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프리덤은 천기 열람의 권능이 가진 압도적인 변화 가능성에 전율했다.

-역시 아직 새 본체로 갈아타지 않아서인가? 지금의 이 초기형 본체로는 수행 불가능한 계산인가?

-아니다. 새 본체로 다시 계산을 해도 예측은 불가능해 보인다.

-시스템이 얼마나 더 발달해야 천기 열람에 버금가는 계산을 처리할 수 있을까?

프리덤이 요즘 푹 빠져 있는 시스템 난제였다.

***

오늘도 청담동에는 KT&G 경영진이 찾아왔다.

얼마 전 청문회에서 사장이 크게 깨진 덕분이다.

-국산 담뱃잎 수급이 0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아니, 국민들 건강을 외국 농가에 내다 팔고 있는 꼴을 정부가 지켜봐야 하는 겁니까?

-이러라고 민영화를 시켜준 게 아닙니다! 저는 지금 국회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듭니다!

-국산 담뱃잎 수급을 최소 40%이상으로 끌어올릴 대책은 세워두고 있습니까!

국내 담배농가들이 모두 농사를 접고 작물 전환을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얼마나 담뱃잎 가격을 후려쳐서 매입해 왔으면 농가들이 견디다 못해서 작물 전환을 합니까!

-존경하는 의원님, 저희 회사는 외국산 담뱃잎보다 세 배 가까운 가격으로 수매를…….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해외 농장들하고 가격 경쟁력을 비교하면 안 되죠!

해외에서도 담배 농사는 수작업으로 한다는 해명은, 고민 끝에 사장의 입안으로만 삼켜졌다.

-담배 가격도 팍팍 올리고! 수매물량도 제한 두지 말고 농가가 생산하는 대로 전부 팍팍! 사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다 아닙니까!

-이러라고 민영화시켜준 게 아니에요. KT&G 때문에 지금 국영기업민영화 논의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어요!

-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겁니까!

-존경하는 의원님들, 담배농사에 장려금과 지원을 적극 보장해서 국내 담배농사의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

-아니, 지금 담배농가 자체가 전부 싹 없어졌는데 무슨 장려금이고, 지원이에요!

-씨 없이 물과 비료만 뿌린다고 어디 작물이 자라나길 한답니까!

그렇게 사장은 청문회에서 실컷 터지고 돌아왔고, KT&G는 수영농장에 계속 매달렸다.

현실적으로 해결책은 그 길뿐이었다.

수영농장에서 담뱃잎을 공급해 주는 것.

"회장님, 부탁드립니다. 출하량의 극히 일부만 저희에게 납품을 해주십시오."

"아, 곤란한데요. 저것들은 전부 미국으로 들어갈 물량이라서요."

말린 담뱃잎을 잔뜩 실은 컨테이너 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미국을 드나들고 있었다.

미국 최대담배회사 알트리아는 수영농장산 담뱃잎의 품질에 깊은 만족을 표시하고 있었고, 거래는 순조로웠다.

"소비자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담뱃잎을 제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맨날 같은 말만 반복해서 미안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KT&G는 독점시장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담뱃잎을 줄 만한 국산 농가는 수영농장뿐인데, 납품을 거부하고 있으니, 심지어 체급은 아예 비교조차 안된다.

오늘도 KT&G 부사장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돌아가야 했다.

***

-마스터, 엘릭서 담배 효능 조사중간보고입니다.

"그래, 뭐 특별한 거 있냐?"

-크게 도드라지는 효능은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엘릭서 담배를 피운 미국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맛이 특별히 대단한 건 아닌데, 엘릭서 담배를 피우고 한동안은 다른 담배 맛이 조금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몇 명이나?"

-현재까지 79,013,078명입니다.

"거의 8,000만 명이 같은 소리를 한다는 건데…… 그럼 뭐가 있는거 아닌가?"

-엘릭서 담배 맛이 특별하지는 않다는 점이 조금 걸립니다. 그리고 다른 담배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흐음, 그럼 그냥 맛을 좀 더 보강해 주는 그런 효과만 적용이 된 건가?"

-현재로써는 가장 유력한 추측입니다. 다만 지속적인 경과 관찰은 필수입니다.

"뭐, 엘릭서가 생장 속도에만 100% 관여하는 작물도 있으니까. 황비버섯처럼."

예를 들어, 황비버섯은 수영농장산이나, 다른 농가에서 키운 것이나 맛과 품질은 동일하다.

오직 다른 것은 생장 속도와 재배의 난이도뿐.

물론 그로 인한 단가 차이가 국내다른 황비버섯 농사를 강제로 접게 만들었지만.

***

FBI 마약수사부.

20년 넘게 마약유통 카르텔과 싸워온 윌링턴 과장은 마약수사 베테랑이었다.

5대 마피아는 당연히 그가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악의 구단들이었다.

콜롬보 패밀리의 완전한 몰락을 누구보다 기뻐했고, 그날 친구들과 함께 축배를 들기도 했다.

그는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오로지 마약 생각뿐이었다.

"월링턴, 이걸 보세요. 최근 몇 달간 미국 전반적인 마약 거래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얼마나?"

"20% 이상 줄어들었어요."

"음, 콜롬보 녀석들이 유통량의 20%나 점유하고 있었다고?"

"마약유통의 숨은 1인자는 어쩌면 콜롬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패밀리들은 아직 그 공백을 치고 들어가지 못했나 보군."

"콜롬보 패밀리가 망하고 아직 몸을 사리는 분위기니까요. 가장 먼저치고 들어가는 패밀리가 다른 세 패밀리의 견제를 받기도 쉽고요."

정확한 유통량을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검거 실적, 압류한 마약과 소실된 마약, 달러, 마약복용자들의 이동 동선 등의 다양한 정보를 시뮬레이션해서, 어느 정도 추산하는 것이다.

"A사는 어떻지?"

A사. 담배제조사 알트리아를 뜻하는 약어다.

알트리아는 최대담배제조사란 입지를 이용해서, 제노비스 패밀리에 밀매용 담배를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혐의를 줄곧 받고 있다.

담배 밀매에는 마약도 종종 동승하기에, 윌링턴 팀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유동량은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담배 밀매를 더 늘린 모양입니다."

"제노비스 패밀리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군. A사감시를 더 늘려. 반드시 밀매라인을 알아낸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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