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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38화 (838/1,270)

프랜차이즈 갓 838화

206장 나는 원수다 (2)

"아버지가 복채로 챙긴 돈이 몇조원 정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50조 원이라고요?"

"그때는 아들놈이 엿들을까 봐 0하나 빼고 말한 걸세."

"……."

"아들놈이 알았으면 난리를 쳤을 거 아닌가? 그놈은 총 복채가 얼마가 나갔는지 잘 모른다네. 모르는 게 오히려 좋을 거고."

"아이고, 내가 처음부터 진작 그 돈이 있었으면……."

"지금 자네는 현금만 1,200조 원이 넘는 거부이지 않은가? 또 청담스코프 기간자본으로 6,000조 원까지 정부에서 투자받을 예정이고."

"쓸데없이 가치만 많은 나무 한 그루 딸린 저택만 남겨주고 훌훌 떠나셨죠. 여행길에 돈은 필요 없으셨을 텐데, 아들내미 고생시키겠다고 돈을 숨기는 게 말이 되나요?"

"그 친구가 원래 조금 별나긴 했지. 아무튼 하원석이는 우리 그룹비자금의 가장 큰 손님이었다네."

"혹시 그 50조 원,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십니까?"

"자네 같은 부자도 아버지 재산은 아까운 모양이로군."

"요즘 제가 현금이 많이 쪼들려서요."

"1,200조 원이나 있는데도?"

"그중 마음껏 인출할 수 있는 돈은 5%도 채 안 됩니다."

"아니, 어째서?"

"외부 예금을 받아버렸거든요. 제 예금과 5:1 비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냥 은행으로 전환을 해버리면 문제가 없을…… 금감원 감독이 어지간히 싫었나 보군."

"모피아 놈들은 결국 나중에 한자리 해먹을 생각 말고는 머릿속에 든게 없어서요. 상대하는 것도 귀찮죠. 원천봉쇄하는 게 낫습니다."

"그래도 자네 앞에서 감히 간 크게 압박하는 친구들은 없을 텐데."

"압박은 안 해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와서 구걸하려는 놈들은 넘쳐나죠."

"이해했네. 각설이들은 죽지도 않고 매년 꼬박꼬박 찾아오는 법이니."

이창영과 꽤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네 아버지는 내 돈을 50조 원이나 먹은 사람이다.' 라는 게 이창영에게 어지간한 믿음을 준 모양이다.

그는 다른 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했다.

"그런데 그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욕심이 남은 겁니까? 뭐가 그렇게 궁금합니까?"

"늙을수록 많아지는 건 욕심이라네. 미련을 떨칠 수가 없어."

"이제 그만 다 내려놓으시지요. 그래야 말년에 편히 가십니다."

"자네도 참 하원석이처럼 말하는구먼."

80이 넘은 이창영 앞에서 죽음을 거론한다.

가신들이 알았다면 아마 경악을 했으리라.

어찌 그런 상상도 못 할 무례를 저지를 수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창영은 평온했다.

"궁금한 건 일단 두 가지일세."

"하나도 아니고 두 가지씩이나요?"

"혹시 세상 어딘가에 내가 모르는 내 자식들이 있는지 알고 싶네."

"흠."

"어딘가에서 나 몰래 애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여자들이 있을지, 나도 확신할 수가 없어서 말이지."

"사생아 관리를 철저히 하셨군요."

"부끄럽지만 아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아이들이 몇 명 있다네. 내가 따로 은밀히 돌봐주고 있지. 그런데 놓친 아이들이 있을까 봐 그 생각에 잠을 설치고 있다네."

"원래 개체의 수명이 다해갈수록 핏줄을 얼마나 많이, 안정적으로 남겨놓았는지 집착하게 되는 법이죠.

이해는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요?"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하는 거지."

"……."

"요즘 들어 몸도 좋지 않고, 얼마 전에 큰 수술도 한 번 받았지. 과연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으려나. 우리 현덕이 아들딸 시집 장가 가는 것은 보고 갈 수 있으려나……."

"제가 한번 봐드릴까요?"

"뭐? 자네가?"

이창영은 놀랐다는 듯이 눈을 치켜 떴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천기를 다루는 박수무당 핏줄이 어디 가겠습니까? 저도 그 정도는 볼 줄 압니다."

"근데 자네는 양자 아니었나?"

"아버지와 저는 친자보다 더 곤곤한 천기누설 재능으로 이어져 있지요. 아무튼 한번 봐드릴까요?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창영의 눈이 기대감으로 빛났고, 하수영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복채는 얼마나 주실 겁니까?"

"……."

이창영은 잠시 고민했다.

하원석한테는 원래 1회당 천억 이상씩은 줬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스케일의 점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수영한테는 얼마를 줘야 할까?

'그래도 하원석 그 친구보다 모은 돈은 훨씬 많은 친구인데…….'

개인사채금고에 1,200조 원을 넣어두고 있는 사람한테 천억을 불러도 될까?

"내 핏줄 관련 점괘는 5,000억. 내 죽음에 관한 점괘는 1조 원을 주겠네."

"아니, 굴지의 대기업 서해그룹을 맨손으로 이뤄낸 이창영 회장님 핏줄과 남은 수명에 관한 점괘가 겨우 1조 원밖에 안 된다고요?"

하수영은 소스라치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복채를 겨우 그만큼밖에 안 불렀다가는 주신께서 대노하십니다! 천기라는 것을 그렇게 쉽게 엿볼 수 있을 줄 아느냐고 말입니다!"

"……자네, 하원석이 아들이 맞구먼, 어떻게 그렇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하는 말이 똑같은가?"

"제가 서해그룹에 여러모로 유감이 많지만, 이미 은퇴한 회장님은 그래도 별개로 생각하고 대우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런 개인적인 정성도 복채에 당연히 포함을 해주셔야지요."

"……알았네. 얼마를 원하는가?"

이창영은 혹시 그룹 지배지분이라도 달라고 할까 봐 긴장했다.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아직도 비자금 계좌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잠자고 있으니.

일부는 아들을 위해서 남겨두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실컷 다 써버리고 가고 싶을 정도다.

"청담동에 건물 좀 있으시죠? 그거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주십시오."

"청담동에 남겨놓은 건물은 이제 없는데."

"에이, 집 명의 쿠션 몇 번 돌려서 간접 보유하신 거 7채는 되잖아요. 자꾸 그렇게 나오시면 주신님께서 대노하십니다."

"……한번 알아보겠네. 사실 나도 있는지 없는지 잘은 몰라서 말이야."

"네, 잘 뒤져보시면 7채가 딱 나올 겁니다."

"그거면 되는가?"

"네, 그거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어렵지 않지. 근데 자네, 정말 천기를 볼 수 있는가?"

"맨바닥에서 3년 만에 지금의 농장을 일군 건 다 이유가 있겠죠?"

"……그렇겠지."

이창영은 인정한다는 듯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채 먼저 주시면 점을 봐드리죠."

"알겠네."

하수영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하수영을 대했다.

정의를 숭상하는 정치인도, 자신의 이익을 숭상하는 정치자영업자도, 스폰서의 이익을 대변하는 선수정치인도, 모두 다 똑같이.

국회의원들이 보기에 하수영은 무조건 자기 당에 끌어들이면 좋은 것 밖에 없는, 탐스러운 물주였으니.

여당과 1야당은 그나마 신사적이었다.

문제는 소수정당.

의석의 숫자와 지지율, 그리고 자금력에서 거대 양당에 한참 부족한 이들.

그들은 어떻게든 이 기회에 하수영과 친분을 다지려고 애를 썼다.

"의원님, 지금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칩니다. 이 이상의 전력 증강은 오히려 주변의 우호국들을 자극하기만 할 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한국이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주변 우호국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비에 기증할 여유가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그 여유를 여의도 중앙정치의 균형과 발전을 위해서 투자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

돌려 말했지만, 항모 살 돈으로 자기들 정당이나 좀 도와달라는 구걸이었다.

하수영은 한껏 웃는 얼굴로 말했다.

"주변에 우호국이 어딨어요? 죄다 어떻게든 잡아먹으려고 드는 나라들 뿐인데요."

"의원님, 중국과 일본은 엄연히 오랫동안 교류를 해온 우호국입니다."

"뭐, 그렇다 칩시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깊이 간청드립니다. 소수정당이 살아나야 여의도 정치가 발전합니다. 지금처럼 사실상 양당제나 마찬가지인 체제 하에서는 건실한 민주주의 발전을 꾀하기가……."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중앙 정치의 미래를 깊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수영은 흔쾌히 부도수표를 남발하며 그렇게 시간을 때웠다.

소수정당 중진들은 하수영이 다시 연락을 줄 거라는 착각을 품은 채 웃는 얼굴로 떠날 수 있었다.

"누가 보면 돈 맡겨놓은 줄 알겠네."

-너무 당당해서 저도 순간 마스터의 채무 관계를 다시 샅샅이 검토했습니다.

"역시 여의도는 쓸데없이 혼란하기만 해. 그 대신 멀리서 지켜보는 게 재밌지."

하수영은 대통령과도 따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밀실에서 독대를 할 순 없었고, 행사 도중에 여러 사람들과 섞여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은 정도다.

"일찍부터 하수영 원수님을 한번 초청하고 싶었으나, 세간이 어떻게 볼지 우려돼서 마음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이런 큰 행사를 열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대통령님."

"해군 전력 증강을 위해 거액의 첨단 군함을 기증해 주신 것이 더 감사할 뿐입니다. 돈만으로는 살 수 없는 배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원래 국경 밖에서는 마당발체질이 되다 보니 그렇습니다."

듣는 귀가 많은지라, 대통령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중앙정치에 진출하지 않은 이상, 대통령과 얽힐 일도 거의 없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굴뚝같다는 건, 하수영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나중에 따로 부를지도 모르겠군.'

물론 제안에 응할지 말지는 자신의 마음.

한국에서 자신에게 오라 가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구의회와 지역구주민들뿐이다.

"차관님."

"예, 원수님."

국방부 차관이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다른 육해공 장성들도 긴장한 채 귀를 기울였다.

"오늘 국군 모든 장병과 간부사관, 장교들에게 제가 보낸 특식이 제대로 제공되었습니까?"

"물론입니다. GP 초소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전부 틀림없이 제공했습니다."

"제가 잔치 주인공으로서 국군 인재들을 외면하면 원수 계급장이 그저 부끄럽기만 하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대로 제공되었습니다."

국군 유일무이한 원수의 탄생을 기념하여, 오늘 하루 동안 국군 전원에게 수영농장산 특식이 제공되었다.

고급 한우, 참다랑어, 도미 등 각종 고급 생선, 돼지, 오리, 기타 등등.

장병들도 오늘 하루는 푹 쉬면서 특식 파티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제가 예비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원수이니만큼, 앞으로 3군의 미래에 관해서 가끔 잔소리 좀 해도 되겠지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여러분들도 오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찬 행사는 그렇게 끝났고, 하수영은 해군 유일한 원수임을 세상 앞에서 공식 인정받았다.

***

이창영은 있는지도 몰랐던 청담동부동산 7채의 명의가 이전되었다.

그중 6채는 그리 값비싼 빌딩은 아니었다.

빌라 혹은 아파트, 아니면 적당한 상가 정도였다.

부동산 인수를 마친 하수영은 조용히 이창영의 저택을 찾아갔다.

애타게 기다리던 이창영은 하수영의 복장을 보고 당황했다.

"자, 자네? 옷이 그게 뭔가?"

하수영은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판금 갑옷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마치 중세시대의 돈 많은 왕자가 의전용으로 금칠을 해서 만든 갑옷처럼 보인다.

거기에 호화찬란한 장식을 잔뜩 단, 길이 1미터 가량의 장검까지 쥐고 있었다.

"천기를 봐드리려면 정갈한 복장을 갖춰야지요. 안 그럼 주신께서 분노하십니다."

"그러니까, 그게 자네 무당복이라고?"

"예, 이탈리아산 반짝이 트레이닝복 입고 미래를 봐드릴 순 없잖습니까. 저도 진지하게 미래를 엿보려고 합니다."

하수영은 한 손으로 검을 높이 들었다.

이창영과 측근들은 바짝 긴장해서, 하수영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주시했다.

"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하수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창영이 불안해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

"회장님한테서 테레나스 메네실 왕좌의 기운이 보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아들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운명입니다."

"혀, 현덕이가 설마 나를!"

이창영은 소스라치게 놀랐고, 측근들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다른 무당이 저런 소리를 했다가는 경을 친다며 두들겨 맞고 쫓겨났으리라.

하지만 이창영은 하수영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아니, 장성하지 않은 아들, 회장님이 인지하지 못한…… 그러니까 사생아입니다."

이창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내가 모르는 사생아가 어디에 있다? 그리고 그 아들이 날 죽인다?"

"어디 보자…… 14,000,000개의 미래 중에서 그 운명을 회피할 단 하나의 길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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