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29화
204장 평창동 VS 청담동 (5)
C콜라 한국유통은 델지생활건강이 독점으로 행사한다.
C콜라는 국내의 원액공장에서 원액만 만들어서 팔고, 델지생활건강이 물 등을 타고 희석해서 유통하는 구조다.
원액에 관해서는 온갖 도시전설이 내려온다.
레시피를 아는 사람은 단 둘뿐이니, 서로 같은 비행기는 타지 않는다니 등등.
혹자는 비법 따윈 없고 그저 신비주의 전략일 뿐이라고 평하기도 하고,다른 이는 비법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신비주의 전략인 척하는 이중 위장이라고도 한다.
초기에는 코카잎을 원료로 썼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는 말도 나돌고 있으며, 미국 본사는 오피셜 정보를 가지고도 '확인해 줄 수 없는 기밀이다'라는 식으로 다시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정리를 하자면, 성분비만 공개가 되었을 뿐 정확한 원료와 레시피는 알려진 바가 없다.
C콜라코리아에서 나온 드웨인 아르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분석표를 확인했다.
"성분 검사만 보면 우리 C콜라 한국상품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완벽하게 똑같군요."
C콜라는 나라마다 아주 조금씩 레시피를 달리하는 전략을 취한다.
물론 원액은 동일하다.
"그러나 원액공장의 보안은 완벽합니다. 새어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정확히 일치할 가능성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문제죠. 보안은 완벽한데, 정황을 보면 새어나간 게 분명하니."
"……."
"이 정도면 미국 본사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수준인데……."
드웨인 아르민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수영콜라 샘플을 더 얻을 수는 없습니까?"
"네, 지금 있는 샘플이 전부입니다. 전량 재고 소진되는 바람에 더 이상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2차 물량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언제입니까?"
"콜롬비아에서 컨테이너가 항공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컨테이너를 항공으로요? 그렇게 해서 500㎖를 1,000원에 팔면, 남기는커녕 파는 족족 손해일 텐데요."
"2주 후부터는 벌크선 화물선들이 줄줄이 들어올 예정이랍니다. 그동안은 항공으로 운송을 하는 거 같습니다."
"……이번은 정말 진심이로군요. 저쪽도 말입니다."
"네, 진심입니다."
델지 이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콜롬비아에서 배가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약 한 달 남짓.
프라임컴퍼니는 선박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항공편도 이용했다.
그 한 달의 시간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써먹겠다는 각오를 보여주었다.
델지생건 입장에서는 발등에 다이너마이트가 떨어진 셈이다.
다른 곳도 아닌, 국내의 식품재벌깡패가 콜라 사업에 진심으로 뛰어들었으니.
드웨인 아르민은 당혹스러웠다.
'원액 공정에 아직도 코카잎을 쓰나?'
사실을 말하자면, 그도 모른다.
초기에는 코카잎을 삶아서 쓰긴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쓰는지 아닌지는 그도 모른다.
공개 의무가 있는 것은 성분이지, '첨가물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이 몇 퍼센트들어 있는지는 밝혀야 하지만, 그게 쌀이나 밀, 보리 중에 무엇을 썼는지는 안 밝혀도 된다.
기업 자산이니까.
'프라임컴퍼니가 코카잎을 쓰면서도 성분비가 동일한 걸 보면…… 정말 원액 레시피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건데.'
본사 금고에 있는 원액 레시피는 이사회의 결정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너무 많은 C콜라 도시괴담은, 해외지사 임원인 그조차도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다.
"아무튼 귀사에서도 본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셔야 할 문제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곧 수영콜라 추가 물량이 풀릴 테니, 그때 다시 대량으로 샘플 수집을 해서 2차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도 본사에 보고 넣고 조치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수영콜라가 다시 시중에 풀렸다.
이번에는 첫 출시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이 풀렸지만, 역시 얼마 가지 않아 동이 났다.
콜라의 소비량은 과연 무시무시했다.
괜히 그 작은 페트병을 대형마트에서 트럭 단위로 쌓아두는 게 아니다.
1.5리터짜리가 2,000원이라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깊이 감동했다.
"와씨, 이제야 드디어 가격다운 가격으로 콜라를 먹어보네."
"앞으로 C콜라는 절대 안 먹어. 델지 녀석들 망하기 전까지는 안 먹어."
"대체품이 없으니 가격을 올려도 계속 먹을 거라고 했지? 이제 완벽한 대체품, 아니, '진정한 콜라'가 생겼다 이거야."
"수영그룹 만세다. 하수영 농민 회장은 제발 40 찍자마자 대통령 나왔으면 좋겠다."
수영콜라가 풀리자마자 귀신같이 C콜라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다른 음료수들도 일제히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C콜라는 음료의 황제였다.
바이블이고 절대적인 기준이자, 연호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음료수들의 가격은 C콜라를 기준으로 해서 결정된다.
C콜라가 가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음료들도 거기에 변동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식이다.
그것은 매실 같은 비탄산 음료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C콜라보다 비싼 고급 음료도 마찬가지.
'나는 0.8 C콜라. 무조건 0.8 C콜라야.'
'나는 1 C콜라. C콜라와 같은 가격을 받으면 돼.'
'나는 고급 음료수니까 2.2 C콜라 가격을 받으면 되겠어.'
가장 널리 팔리며, 인지도가 높은 음료이니만큼, 다른 음료들은 자연히 C콜라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수영콜라가 이제 C콜라의 바이블 자리를 뺏으려고 한다는 거지."
"이거 우리도 가격 조정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수영콜라가 너무 싸요. 다른 음료상품들 판매량이 팍줄었어요."
"가격을 함부로 줄일 순 없습니다. 지금 이게 프로모션 가격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합니까?"
"수영콜라 눈치 보고 가격 내렸다가 수영콜라가 다시 확 올려 버리면 우리 상품 이미지가 너무 나빠집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합니다. 수영콜라는 반드시 가격을 올릴 겁니다."
"아니, 애초에 저 가격으로 팔면 남는 게 있기나 해?"
수영콜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 음료 브랜드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수영식품그룹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세요. 가격을 갑자기 올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지금까지 수영그룹이 벌인 파격적인 행보도 몰라? 해상교량이니 독도 펜션이니, 하는 것들을 보라고!"
"냉정히 말합시다. 그게 소비자 친화적인 파격이었지, 소비자에 나쁜 파격이었습니까?"
"……."
"소비자에 나쁜 쪽으로 파격적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좋은 쪽으로만 파격적이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가격을 갑자기 확 올릴 일은 없다, 이건가?"
"네, 지금 이게 고정된 가격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하지도 않을 겁니다."
청담동 수영마트를 정점으로, 그 아래에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등 대형마트 브랜드가 양대쌍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씨디원이라는, 국내 유일한 전국 편의점 브랜드가 존재한다.
또한 지역사회 소상공인 슈퍼마켓들도 씨디원에서 물품을 공급받는다.
"이 정도면 소매유통은 수영식품그룹에서 다 먹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수영콜라가 갑자기 철수할 일도 없습니다."
"안 되겠어. 그럼 우리도 수영콜라에 맞춰서 가격을 내려야겠어. 그런데 재정이 버틸 수 있나?"
"흑자폭이 줄어들겠지만 적자로 돌아서지는 않습니다, 사장님."
"전사적으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리하여 대형 음료 브랜드들은 사원들 월급을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조치를 했다.
그 와중에도 경영진 월급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게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
델지생건에서는 즉시 수영콜라를 대량으로 사들여서 성분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모든 성분비를 철저히 조사했다.
결과는 저번과 동일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C콜라와 완벽하게 동일한 성분비를 갖고 있었다.
물론 '식품의 기준'에서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의미다.
"틀림없습니다. 수영콜라에서는 우리 레시피를 훔쳐서 콜라 제조에 사용했습니다. 법적으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본사에서도 난감해합니다. 특허관련 법적 대응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식품이기에 특히 더 그렇습니다."
반도체, 의약품 등은 당연히 특허를 등록하고 20년간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식품 레시피를 특허로 등록하는 경우는 잘 없다.
기업의 비공개 자산으로 남겨두면 회사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우려먹을 수 있지만, 공개하는 순간 20년 뒤에 온갖 카피들이 판을 칠 게 뻔하니.
법정 공방을 시작한다는 것은, 레시피를 강제로 공개해야 함을 뜻한다.
비법을 낱낱이 까발리지 않고 상대의 권리침해를 주장할 순 없으니.
그야말로 외통수였다.
"지금 본사에서 전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원액 비법이 유출되었는지를 놓고 대대적으로 자체 감사를 할 예정입니다."
드웨인 아르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델지생건 관계자들을 주시했다.
"귀사도 그 책임에서 피할 순 없습니다."
"우리는 절대 아닙니다. 애초에 우리는 원액을 공급받아서 물과 설탕으로 희석할 뿐이잖습니까?"
"코리아 원액공장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출 가능성은 오직 하나, 귀사에서 공장에 출입하는 인원 중에 스파이가 섞여 있을 가능성입니다."
"우리 직원 중에 스파이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십시오. 지금 본사에서는 저와 한국 지사장님까지도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 정도란 말이군요."
"네, 그렇게 다양한 포섭을 갖추지 않고서는 원액 비법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게 본사의 추측이더군요."
C콜라 본사가 의심을 한다면, 델지생건 입장에서는 싹싹 빌며 해명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알아주는 대기업이라지만, 철저한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그때였다.
"이사님! 지금 수영콜라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확인해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그…… C콜라와 '거의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었다고 인정을 했습니다."
"뭐야?"
델지생건 이사는 좋아하기는커녕 눈을 치켜뜨며 놀랐다.
기자들까지 불러서 먼저 순순히 인정을 했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통역을 들은 드웨인 아르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들이 말실수를 했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좋은 게 아닌가요? 기자들 앞에서 그랬다면 빼도 박도 못 하고 증거가 될 텐데요."
"맞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직원은 머뭇거리기만 할 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저도 이걸 뭐라고 설명하기가…… 그냥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다행히 UCC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한 번 틀어 봐."
기자 인터뷰 라이브를 보기 시작한 델지생건 이사는 2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얼굴이 시뻘게졌다.
"저! 저! 대머리 사기꾼 자식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C콜라와 맛이 왜 똑같냐고요? 그야 레시피가 같으니까 그런 거죠. 정정합니다. '거의' 같으니까요.
-애초에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레시피이니만큼 거의 같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하하, 우리 수영콜라는 레시피의 '정당한 권리자' 입니다. 최초의 레시피 개발자로부터 구매한 권리가 재판매된 것을 다시 구매했죠. 엄밀히 말하면 미국 C콜라가 우리 권리를 침해하는 겁니다.
-우리가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어쩔 거냐고요? 법정에서 가려야지 별수 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정당한 권리자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마는 거죠. 법정 출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소송을 걸어야 할 건 우리입니다.
김범석은 어그로를 잘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