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28화
204장 평창동 VS 청담동 (4)
콜라 제조에는 라임, 구연산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추가 재료들이 첨가 된다.
그 재료들은 당연히 100% 공개된다.
식품에 무슨 재료를 썼는지 밝히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안 되니까.
직원들도 품목 하나하나까지 전부 알 수 있다.
다만 그 재료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비율로 조합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자동화기계가 대량으로 투입해서 혼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합비가 잡히니까.
"C콜라와 P콜라의 맛을 블라인드테스트하면, 일반인 열에 아홉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있어요."
그리고 수영콜라는 미식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모두가 콜라의 종류를 완벽하게 맞혔다.
미식가들의 평가는 독특했다.
"맛은 분명 똑같은데, C콜라는 수영콜라에 비해 뭔가 약하다? 그런 느낌이 있어요."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분명 맛은 똑같은데……."
"그건 바로 물의 차이입니다. 수영콜라는 100% 수영조리용수만을 써서 만들었습니다."
"아, 그 잣 잎 삶은 물……!"
"잣 잎도 삶고, 코카 잎도 삶았죠."
수영조리용수는 탄산의 청량감과 콜라의 중독성에 보이지 않게 버프를 부여했다.
그래서 '이상하게 이쪽이 더 끌린다' 라는 느낌을 혀에 불어 넣는다.
1차로 생산된 수영콜라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정서희가 조금 우려했다.
"전국에서 사나흘 판매하고 나면 동이 나겠는데요. 정말 이만큼 가지고 장사를 시작할 건가요?"
"네, 일단 각인을 시키는 게 중요 하거든요."
"각인이라……."
"더 괜찮은 콜라가 훨씬 더 싸다, 그런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주는 거죠."
하수영이 콜롬비아에서 사온 코카잎을 전부 소모했음에도, 생산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여유만만이었다.
"한국인 모두가 한 번씩 마시기에는 충분한 양이죠."
"그럼 1.5리터로 포장하지 말고 500㎖로 포장해서 팔까요?"
"네, 그렇게 하죠. 이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시식'이니까."
"시식이라고요?"
"500㎖ 기준으로 씨디원에서 1,000원에 팔 겁니다. 5,000원 이상 구매 고객한테는 사은품으로 끼워줄 거고요."
"전국적 시식 프로모션이네요. 알았어요. 그럼 500㎖로 포장할게요."
그리하여 수영콜라 500㎖가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수영그룹에는 프리덤이라는 아주 강력한 광고 플랫폼이 있었다.
사람들은 프리덤의 추천을 99%이상의 확률로 무척 신뢰한다.
24시간 항상 붙어 다니며 모든 정보를 챙겨주는 비서가 추천하는 신상품인데, 누가 색안경을 끼고 거부 할 수 있을까?
***
-주인님, C콜라가 너무 비싸다고 항상 불만이 많으셨잖아요?
"그랬지. 왜, 할인이라도 한대?"
-그게 아니라 수영식품그룹에서 이번에 수영콜라라는 걸 출시했습니다.
"수영콜라?"
-맛은 보장합니다. 시음 테스트에서 모든 시음자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아주 좋습니다.
"얼마인데?"
-500㎖ 기준으로 1,000원입니다. 편의점 가격입니다.
"뭐? 편의점에서 콜라 500㎖를 1,000원에 판다고? 미친 거 아니야?"
-그렇죠. 미쳤죠. 250㎖ 캔콜라도 1,000원이 넘어가는 시대인데요.
"프로모션 가격이야? 아니면 고정가격이야?"
-향후 물가 상승을 반영하겠지만, 일단은 프로모션 가격이 아니라 정식 가격입니다.
"대박이네. 맛만 적당하면 앞으로 수영콜라로 갈아타야겠다. 500㎖에 1,000원은 참을 수 없지, 암."
-심지어 씨디원에서 5,000원 이상 구매하시면 무료입니다. 1인 1회 한 정 사은품 행사입니다.
"빨리 씨디원 가야겠다."
20대 후반의 청년은 허겁지겁 늘가던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대충 물건을 쓸어 담은 뒤, 사은품수영콜라까지 꺼내 와서 계산대에 놓았다.
청년은 사은품 콜라를 이리저리 살폈다.
"이게 천 원이라면 진짜 혜자지. 근데 맛은 어떠려나."
C콜라 마니아인 그는 P콜라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남들은 맛이 그게 그거라고 하는 데, 콜라 맛에 예민한 그는 맛의 차이를 선명하게 구별했다.
'음? 뭐야?'
그는 콜라를 마시다 말고 놀라서 다시 상표를 확인했다.
"왜 수영콜라에서 C콜라 맛이 나지?"
-원래 콜라 맛이 다 비슷합니다. 수영콜라도 C콜라처럼 코카 잎을 재료로 사용해서 더 그럴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맛이 완전히 똑같은데? 구별을 할 수가 없어."
-그럼 C콜라를 한 번 더 드셔보시죠? 한번 비교해 보심이 어떨까요?
"그럴까?"
집에 도착하기 전, 수영콜라를 다 마셔 버렸다.
청년은 작은 냉장고에 있는 C콜라를 꺼내서 입에 털어 넣었다.
눈동자가 또다시 커졌다.
"야, 이거 이상하다. 맛은 분명히 똑같은데 뭔가 거부감이 들어."
-거부감이 들 정도입니까?
"못 먹겠다 그런 건 아닌데,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탄산이 빠진 것도 아닌데 뭔가 미묘하게 밍밍한 그런 느낌? 이거 설명하게 어렵네."
-저런, 수영콜라 사은품은 이미 다 마셔 버렸는데 말입니다.
프리덤이 인간이었다면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계획대로 되었다.
***
수영콜라 열풍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불기 시작했다.
아직 SNS까지 크게 퍼지지는 않은, 개개인들 사이에서만 퍼지는 열풍.
그래서 경쟁 대기업에서는 쉽사리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든, 사적인 인기.
"세상에. 콜라가 이렇게나 싸다고?"
"맛은 오히려 C콜라보다 더 나은데? 진짜 가격이 이거밖에 안 한다고?"
"난 앞으로 수영콜라로 갈아타야겠어. 가격이 거의 두 배 차이 나는데, 더 이상 C콜라에 내 돈을 갖다 바칠 순 없지."
"델지생건 녀석들이 해 처먹어도 너무 해 처먹었어. 진짜 가격 양심없는 새끼들."
"수영그룹이면 가격 신뢰에서 믿음직하지. 늘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식품을 팔잖아."
"그건 아니지 않아? 라면 한 그릇에 35,000원이나 받아먹고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싼 것도 10,000원이나 하잖아."
"네가 오리지널 수영라면을 안 먹어봐서 그래. 그거 식재료 구성만 봐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걸 35,000원에 팔아서 뭐가 남는 거야?' 이 수준이다."
"맞아. 일반 음식점에서 그 구성으로 오리지널 수영라면 내놨으면 6만 원 이상은 너끈히 받았을 거다."
"6만 원짜리를 35,000원만 받는 거면 오히려 엄청 싸게 파는 게 맞는 거지."
콜라 소비층의 90% 이상이 모두 수영콜라를 한 번씩 맛보고, 그 가격에 놀랐다.
그들은 당장 C콜라를 버리고 수영콜라로 갈아타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가 남아 있었다.
"수영콜라가 없어? 왜 없어?"
-1차 생산물량은 전부 팔려 나갔습니다. 지금 원료를 수급하지 못해서 추가 생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니, 원료가 왜 없다는 건데?"
-코카 잎은 국내에서 확보할 수 없어 해외에서 들여와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해외농장이 자리 잡히지 않았습니다.
"아! 혹시 얼마 전에 해외농장에 20억 달러 투자한다는 게 바로 콜라 때문이었어?"
-네, 그렇습니다.
"아니, 이런 게 바로 국부 유출이지. 정치하는 놈들은 대체 뭐 하느라고 이렇게 선량한 농부가 해외에 농장을 짓도록 몰아가냐고, 안 되겠다. 국민 청원해야겠어."
-그러실 줄 알고 제가 미리 준비를 다 해두었습니다.
"고객들 입에 담배 넣을 수 없다면서 담배 수매도 거절하는 선량한 농부가 코카나무 농장 좀 꾸리면 어때서?"
수영조리용수가 부여한 중독성 버프, 그리고 저렴한 가격 버프.
그 두 가지 버프를 이미 맛본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인내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C콜라 판매량이 다시 회복되었다는 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눈물의 넌센스였다.
"내가 콜라 중독자라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너를 마시지만, 수영콜라가 자리 잡히기만 해봐라."
"P콜라는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라서 못 마시겠어……."
"도대체 나라는 왜 자꾸 수영농장하는 일에 방해만 놓는 거야? 저번에는 금광 개발이니 뭐니 하면서 이사하라고 훼방하더니."
"진짜 수영농장 하고 싶은 대로 다하게 좀 놔두면 안 되나?"
코카나무 재배 허가 청원은 순식간에 천만 명을 돌파했다.
전국적 시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영콜라는 이제 콜라 소비자들이 그리워하는 이름이 되었다.
***
델지생활건강은 뒤늦게 이 열풍을 감지했다.
경영진은 처음 보고받았을 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프라임컴퍼니에서 또 콜라를 만든다고?"
"저번에 한 번 크게 실패를 해놓고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C콜라가 어떤 브랜드인데? 미국의 성장을 함께해 온 글로벌 브랜드라고."
"소비자들은 콜라를 마시는 게 아니라 C콜라라는 브랜드를 마시는 거지."
수영농장에서 코카나무 대량재배를 준비한다는 보고에도 놀라지 않았다.
"이 나라에서 그게 되나. 코카 잎 삶으면 그게 바로 코카인인데, 대량 재배를 허가해 주겠냐고."
"지금 연구용으로 재배하는 것도 사실 제대로 걸고 들어가면 걸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델지생건은 국회 대관팀을 통해 간단하게 해결했다.
-의원님, 아무리 그래도 코카나무 대량재배를 허가한다는 것은 마약청정국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미국조차도 코카나무 재배를 금지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요.
-다른 건 몰라도 코카나무는 국회에서 허락하지 않을 거요. 그랬다가는 청문회감이지.
그런 상황에서 수영콜라가 느닷없이 출시되었다.
"콜롬비아에서 수입한 코카 잎으로 만들었다고?"
"네, 부장님, 마약 성분을 쫙 뺀, 안전한 잎이라고 합니다. 관세청과 식약처 허가도 받았답니다."
"그럼 절차상 문제 될 게 없지. 그런데 자네 표정이 왜 그리 심각해?"
"제가 맛을 봤는데 우리가 생산하는 C콜라와 맛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원래 콜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 나도 컵에 담고 먹으면 P콜라와 잘 구분을 못 하겠던데."
"이건 성분분석표인데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소수점 단위까지 %로 표시된 각종 성분들을 흘끗 본 부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 C콜라 성분비는 갑자기 왜? 제조공정에 문제가 생겼나? 비율 보니 아무 문제 없는데?"
생산부장은 C콜라의 성분 비율을 당연히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비율에 변동이 생겼다는 것은 제조공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니까.
"……이거 우리 C콜라가 아니라 수영콜라 성분 비율입니다."
"뭐야? 아니, 어떻게 우리 C콜라와 성분이 이렇게 소수점 단위까지 전부 똑같을 수가 있어?"
숫자만 보면 이건 타사 콜라가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C콜라였다.
"설마 프라임컴퍼니 놈들이 우리 공장에서 비밀을…… 아니지, 우리도 원액을 사와서 물, 설탕 타서 만드는 거잖아?"
원액은 C콜라 본사가 한국 자체공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델지생건에 독점으로 제공한다.
델지생건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희석' 해서 유통하는 것이고,
"원액 레시피가 유출된 게 틀림없습니다. 이건 C콜라 본사에서 나서야 할 문제 같습니다."
"C콜라코리아와 미팅 잡아야겠군."
델지생활건강은 원액 레시피가 유출된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