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27화 (827/1,270)

프랜차이즈 갓 827화

204장 평창동 VS 청담동 (3)

수영조리용수는 콜라 제조와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콜라에 독특한 중독성을 부여한 것이다.

시음을 해본 임원들은 저마다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담배 금단 현상 같은 중독성은 아닌데, 이거 몇 번 먹고 다른 콜라 먹으니까 괜히 뭔가 밍밍한 느낌이 드는데요?"

"맛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 대체 밍밍하다고 느끼는지 모르겠어요?"

"속을 더 시원하게 탁 뚫어줘서 그러나? 그 청량함에 더 중독되는 건가?"

수영조리용수는 콜라의 중독성을 강화했다.

며칠 정도 수영콜라를 마신 뒤, 시음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콜라는 뭔가 이제 못 먹을 거 같은데요?"

"맛은 비슷한 거 같은데, 이상하게 입안에서 착 감기지가 않습니다."

"이거 콜라 소비자들에게 일단 한번 먹이고 나면 다른 콜라는 못 찾게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만?"

"그런데 배합비는 어떻게 구성을 하신 겁니까?"

하수영은 태연히 대답했다.

"그냥 랜덤 프로그램 돌렸어요."

"……."

"그,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맛입니다. 이대로 당장 출시해도 시중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올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맛은 정말이지 완벽합니다."

보안 서약을 한 일반 직원들까지, 총 100명이 넘는 시음자들은 완벽 하다며 이구동성을 냈다.

"좋습니다. 그럼 이대로 출시를 하는 것으로 하고…… 근데 문제는 원료 수급이네요. 아무래도 지금 농장에 있는 코카나무는 몇 그루 안되다 보니까요."

정서희가 물었다.

"정부에 추가 재배 허가를 얻을 순없어요?"

"의료연구용 소량 재배 말고는 안된다고 하네요.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나. 일단 다시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해주려나 모르겠어요."

"이미 여러 번 법 고치게 만드셨잖아요."

"자기들 이득 보자고 알아서 고친 거죠. 저 이득 보자고 고쳐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랬다.

하수영을 위해서 법을 몇 번 고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들이 가장 큰 이익을 봤다.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델지생활건강에도 정보가 들어갔어요. 우리가 새 콜라를 개발하고 있다고요."

"별로 긴장은 안 하겠네요. 이미 한 번 콜라 브랜드 출시했다가 점유율 1%도 못 찍었으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직접 식약처직원들까지 데려다가 코카 잎을 삶았는데, 긴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해요. 우리 고영진 사장님 말이죠."

"아, 평창동쿨가이 그분……! 아는 오빠인데 참 이렇게 되네요."

"강북과 강남, 종로와 평창의 자존심을 건 영역 싸움입니다. 어느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요."

"……진짜 죽어야 해요?"

"아, 흥분해서 옛날 말버릇 나왔네. 아무튼 델지생활건강은 오너 리스크의 대가를 아주 무겁게 치러야 할 겁니다."

하수영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오너 새끼가 어디서 일반 회원인척하고 고객센터에서 기만질이야. 그 못돼 먹은 버르장머리를 소비자로서 반드시 밟아주겠어요."

정서희는 불현듯 고영진 사장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불쌍은 무슨 불쌍.'

***

한국은 코카나무의 재배가 원천금지되어 있었다.

허가를 받아서 의료용, 연구용으로만 소수를 재배할 수 있다.

코카나무 잎에서 그 유명한 마약, 코카인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장은 하수영이 만나자는 요구를 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우리 농장에서 한창 콜라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으셨을 겁니다."

"네, 들었습니다. 코카 잎 삶는 단계부터 직접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에도 코카 잎을 넣습니까?"

"다른 회사들은 원액 대충 사다가 자기들 레시피 섞어서 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재료 하나하나를 밑바닥부터 모두 직접 수급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음……."

식약처장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하수영이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의원님, 코카나무는 원칙적으로 재배금지 품목입니다.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요."

"그럼 저희는 코카 잎을 수입해서 콜라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시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요?"

"마약관리법 때문에, 해외에서 유해성분을 제거한 채로 들여와야 하는데, 그럼 그 잎 처리공장을 해외에 지어야 하는데요?"

식약처장은 그게 무슨 문제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혹시 공장 짓는 비용이 아까워서? 에이, 설마. 의원님 재산이 얼마인데.'

"안 아까우세요? 코카 잎 처리공장을 해외에 따로 지어야 하는데요?"

'헉! 정말 겨우 그게 아까워서 이러시는 건가?'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 일자리를 해외에 갖다 바치는 겁니다. 안 줘도 되는 인건비를 해외에 퍼주는 꼴인데, 안 아까우세요?"

식약처장은 그제야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공장 짓는 비용이 아까운 게 아니라, 국내에 풀 수 있는 돈을 해외에 푸는 게 아까운 것이리라.

"음, 그런데 코카나무 재배 허가는 우리 식약처 관할이 아니라서요. 농식품부에 문의를 하셔야 할 거…… 아닙니다. 제가 한번 목소리를 낼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평창동쿨가이 때문에 안 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노력은 해주세요."

"……예?"

"아닙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하수영은 식약처 외에도 여러 유관부서장들을 만나고 다녔다.

관세청, 삼림청, 농식품부 등등.

코카나무 재배허가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부서장들은 난처해하면서도 힘을 써보겠다고 약속했다.

***

농식품부 차관이 대단히 미안해하는 얼굴로 찾아왔다.

"의원님, 오늘 정말이지 대단히 죄송스러운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서 찾아뵈었습니다."

"얼굴만 봐도 알겠네요. 코카나무 재배는 안 된다는 거죠?"

"예, 지금 수영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수량 외에는 안 될 거 같습니다."

"중간에 방해꾼이 끼어들었나요?"

"예?"

"델지그룹 대관팀에서 나서지 않았어요? 국회에서 로비 꽤나 했을 거 같은데."

"그, 그건 제가 확인해 드릴 수 없는 내용입니다."

농식품부 차관은 엉겁결에 '사실대로' 말해버렸다.

확인해 줄 수 없다.

보통 강한 긍정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하수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유해성분 제거한 코카 잎을 수입해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해야겠네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뭘요.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오히려 델지에서 안 나서줬으면 자극이 덜 돼서 서운할 뻔했는데, 그저 고맙네요."

"예?"

"아닙니다. 나중에 기사 보고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시구요."

차관은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그는 그날 저녁 속보로 뜬 기사를 보고 하수영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속보! 수영농장, 콜라 시장 진출선언!]

[원재료 수급 위해 해외에 20억 달러 이상 투자 계획!]

[코카 잎 확보를 위한 해외농장 확보에 나서!]

여론은 불이 활활 붙었다.

-이거 뭐냐? 왜 해외에 농장 짓는데 20억 달러나 쏟는다는 거냐?

-우리나라는 코카나무 재배가 불법이라서. 하수영 의원이 유관 기관도움을 열심히 구했는데 소용없었나 봄.

-이야, 나라 꼴 참 잘 돌아간다. 강남 클럽에서 대놓고 돌아다니는 마약은 안 잡고, 100% 국산 콜라 만들어보겠다는 농장은 악착같이 방해하네?

-해외 농장에 20억 달러 투자면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을 건가 보네.

-농사 로봇을 도입할 수 없으니까 그런 거 같은데. 값비싼 로봇들이 강도라도 당하면 재산상 손해가 훨씬 크잖아.

-정부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경쟁회사에서 막았다는 말이 있더라.

-근데 굳이 콜라에 코카 잎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

-C콜라 저격인 거 같은데?

-혹시 레시피를 완벽하게 알아냈다거나…… 그러면 킹능성이 있겠는데?

-코카 잎에서 유해성분을 아무리 제거해도 그게 0%가 되진 않아. 0.000 몇 %라도 극소수가 들어간다. 몸에 유해하진 않지만, 미묘한 중독성을 야기하는 거지. 아마 그걸 노린 걸 거다.

-아주 그냥 근거 없는 찌라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네. 다들 인터넷 끄고 방구석에서 좀 나와. 짤방에서 정보 얻지 말고 책도 좀 봐라.

-근데 C콜라가 이제는 코카 잎 안넣는다고 하는 말이 사실임?

-걔들은 원료를 밝힐 수 없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음. 그래서 아무도 모름.

농민들은 20억 달러 해외농장 투자라는 사실에 광분했다.

그것이 법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수영농장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에 그 분노가 고스란히 향했다.

"20억 달러면 2조 원?"

"무슨 반도체, 자동차 공장도 아니고 농장 하나에 2조 원이면 진짜 어마어마하게 큰 건다. 그런 큰 농장을 우리나라가 아니라 해외에 짓는다고?"

"어쩔 수 없잖여. 코카나무인지 뭔지는 재배가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가 왜 농민 회장님 하는 일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방해만 하는 거시여!"

분노한 농민들이 시위를 위해서 여의도와 광화문에 집결했다.

농사일은 렌탈한 무인 로봇들이 알아서 다해주다 보니, 농민들은 시위에만 열중해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항공편을 통해 컨테이너들이 줄줄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해외 농장은 블러핑이에요."

하수영의 태연한 말에 정서희가 재차 물었다.

"그럼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돈은 뭐예요?"

"잎 정제에 필요한 돈이죠. 마약성분은 쫙 빼고 가져와야 하니까요. 아직 수천만 달러만 나갔습니다. 얼마 안 해요."

"그럼 농장은 안 짓는 건가요?"

"남미에 코카농장을 지으면 귀찮은 일이 더 생길 거 같아서요. 아직 보류 중이에요. 그리고 이것들이 이번에 항공으로 가져온 코카 잎들입니다."

하수영이 수많은 컨테이너들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와. 이게 전부 코카 잎이에요?"

"얼마 안 되지만 씨디원에 쫙 깔아놓을 물량 정도는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콜라 제조 라인이야 이미 갖춰져 있으니 즉시 생산이 가능하긴 한데, 언제 이걸 또 준비했어요?"

"시제품 준비하면서 동시에 움직였죠. 전부 콜롬비아에서 샀어요."

그 말에 정서희는 멈칫했다.

"콜롬비아라고요?"

하수영이 콜롬비아를 입에 담으니,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든다.

맨 프롬 콜롬비아, 그가 마약상으로 등장한 그 블록버스터 영화 때문일까…….

"네, 콜롬비아가 원래 마약의 생산지잖아요. 코카나무 같은 건 널리고 널렸죠."

"괘, 괜찮은 거예요?"

"그럼요. 유해성분은 완벽하게 제거한 코카 잎입니다. 관세청에서 허가도 받았고, 식약처 인증도 받았습니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콜롬비아에서 샀다고 했잖아요? 그럼 이 코카 잎들은 ……."

"왜요, 마약 만들고 남은 찌꺼기 일까 봐서요?"

"……."

"근데 알아요? C콜라에서 만드는 코카 잎이나, 마약 만들고 남은 코카 잎이나 다를 거 없어요. 전자는 추출한 유해성분을 폐기한다는 거고, 후자는 유해성분으로 마약을 활용한다는 거고."

"그래도 식품 이미지에는 최악이 아닐까요? 마약 만들고 남은 재료로 만든 음료라니…… 저라면 먹기 싫을 거 같아요."

성분과 조리공정 과정에서 차이가 없다 해도, 소비 도덕심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걱정 마세요. 저도 그런 거 민감합니다. 콜롬비아에서 사긴 했어도, 마약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아닙니다."

"그럼요?"

"코카 잎만 따로 사서 유해성분은 추출해서 버렸어요. 마약 만들고 남은 찌꺼기 아니니까 안심해도 됩니다."

그제야 정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물량은 얼마 안 될 거 같은데."

"상관없어요. 씨디원에서는 C콜라와 별 차이 없는 콜라를 훨씬 싸게 판다고 홍보부터 하려는 거니까요."

초반에는 물량이 후달려도 좋다.

그래야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입소문 효과가 극대화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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