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25화
204장 평창동 VS 청담동 (1)
하수영이 경항모와 미사일 순양함을 기증했고,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추가로 기증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었다.
프리덤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군대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가격이야기만 들으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그게 정말이냐, 프리덤? 그 비싼군함을 한 척도 아니고 다섯 척이나 기증을 하신다고?"
-예, 2척은 이미 기증을 마쳤고, 구축함 3척은 백두중공업에 건조를 의뢰한 상황입니다. 이제 행정부와 국회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세상에. 그거 가격이 얼마나 되지?"
-미사일 순양함 하수영함은 중고로 19억 달러, 경항공모함은 신상으로 34억 달러, 이지스 구축함은 3척을 합쳐 약 3조 원이 넘어갈 예정입니다.
"그럼 다 합치면 8조 3,000억원?"
-예, 그 정도 됩니다.
"세상에. 진짜 하수영 농민 회장님 밖에 없다. 근데 국방부는 그 대신 뭐 해주기로 했대?"
-예비역 원수 계급을 안겨주기로 했습니다.
"이야, 국방부가 장사 잘하네. 계급장 하나 달아주고 군함 5척을 거저얻네. 진짜 개자식들이라니까, 하여 튼."
-그나저나 기껏 도입한 경항모에 실을 함재기가 없어서 제대로 운용을 못 하는 처지입니다.
"아니, 그럼 안 되지."
-그래서 주인님도 국민 청원에 참여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F35B 도입은 청담함의 전력을 100%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근데 꼭 F35B여야 하는 거야?"
-사출기가 없는 관계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기가 필요합니다. F35B 외에 다른 대안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좋아, 나도 국민 청원에 참여하겠어."
그리하여 1,500만 청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지 화력이 만들어졌다.
이에 국회도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어졌다.
진지하게 F35B 도입 관련해서 예산안을 손보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F35도입 허가를 얻었습니다. 돈만 준비되면 언제든지 F35B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4.5만 톤짜리 경항모에 헬기만 달랑 올려놓는 것은 의미가 없죠."
"하수영 의원이 이지스 구축함 3척까지 추가 기증을 할 예정이라는데, 이래서야 국민들 볼 낯이 없습니다."
이지스 구축함 도입 사업은 어렵지 않게 결정이 났다.
국방부, 하수영, 백두중공업.
이렇게 3자 간에 이뤄지는 발주계약이 치러졌다.
계약을 마치고, 하수영은 백두중공업 백진택 사장에게 당부했다.
"퀸 루나를 호위할 경항모를 호위할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서 군에 인도하겠습니다."
F35B 도입도 국회 승인을 받고, 국방부가 본격적으로 추진을 시작했다.
덕분에 공군이 손해를 보게 되었다.
공군이 인도받기로 한 F35A를 F35B로 바꾸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청담함은 당장 실전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므로, 급히 함재기를 조달한다는 명분.
공군으로서는 가슴을 칠 일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양보했다.
***
수영그룹 편의점 브랜드 CD1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유일한 편의점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대형 편의점들은 모두 사업을 철수했고, 시장에는 CD1과 자영업자 마트만 남았다.
CD1은 중소형 자영업자 마트에 굳이 브랜드 편입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맹점과 동등한 조건으로 상품을 납품함으로써,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프라임컴퍼니는 이제 라면뿐만 아니라 완전한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을 마쳤다.
라면, 각종 인스턴트식품, 스낵, 음료, 아이스크림 등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했다.
황금비단우산버섯 오일을 써서 맛을 좋게 한 과자들은 다른 제과회사에서 절대로 그 맛을 흉내 낼 수 없었다.
똑같이 황금비단우산버섯 오일을 사용하면 간단하지만, 그러면 단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황비버섯을 100g당 100원 이하의 가격으로 납품 가능한 버섯농장은, 수영농장이 유일했으니.
라면, 신두, 수영조리용수.
바로 CD1이 편의점 시장을 제패하게 만들어준 공신들이다.
하지만 그런 CD1도 모든 식품을 프라임컴퍼니에서 자체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식품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았고, 소비자의 브랜드 각인 효과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으니.
그리고 갈등의 싹이 텄다.
"C콜라 가격이 대체 왜 이래요? 이러다가 조만간 1.5리터에 오천원, 육천 원도 찍겠네. 나중에는 한 만 원 찍는 거 아니야?"
모처럼 정서희를 만난 자리에서 하수영이 불만을 토로했다.
"어제 콜라 먹으려고 집 앞에 있는 씨디원 갔다가 콜라 가격 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비싸도 너무 비싸서 그냥 P콜라 샀어요."
"현찰 1,100조 원이 있는 분이 몇 천 원 가지고 비싸다고 하는 말 듣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지금 저 엄청 신선한 느낌인 거 알아요?"
"그거 다 제 돈 아닙니다. 수영사채 예치금이죠. 그리고 콜라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 겁니다."
"알아요. 그냥 몇천 원 가지고 비싸다고 열 올리는 모습이 신선해서요."
정서희는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C콜라가 비싸긴 비싸죠. 지금 편의점에서 1.5리터짜리 4천 원 넘게 팔걸요. 근데 들여오는 가격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제가 어이없는 건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가격이 그 절반도 안 한다는 겁니다."
"C콜라 국내유통권은 델지생활건 강에서 쥐고 있을걸요?"
"그거 우리가 못 가져오나요?"
"주려고 하겠어요? C콜라 입장에서도 델지생건이 비싸게 잘 팔아주니까 굳이 뭐라고 터치할 필요가 없는 거죠."
"하긴,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총본산이죠."
"프라임컴퍼니에서 콜라 브랜드를 새로 출시해 봤는데 반응이 좋진 않았어요. C콜라에 대한 브랜드 낙인 효과가 너무 커요."
"맛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아무래도 맛의 차이가 좀 있긴 하죠. 근데 그거 알아요?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미 소비자들은 C콜라만의 맛에 익숙해졌다는 거예요. 그것과 다른 맛은 저도 모르게 거부하죠."
"음……."
"아니면 씨디원에서 C콜라를 아예 받지 않는 방법도 있어요."
하수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객들이 찾는 제품이에요. 유통플랫폼 독점을 무기로 경쟁제품을 치워버리는 건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폭거죠. 플랫폼 오너가 해선 안될 일입니다."
"그럼 뭐 방법이 없겠네요. C콜라와 완전히 똑같은 맛을 가진 콜라를 더 싸게 출시하는 방법 외에는."
"C콜라와 완전히 똑같은 맛을 가진, 더 싼 콜라라……."
하수영이 조용히 중얼거리자 정서 희는 괜히 불안해졌다.
"혹시 가능한 거예요?"
"불가능하진 않을 거 같아요."
"어떻게요? 성분이야 전부 공개돼있다지만 배합비나 조리 방법은 극비일 텐데."
콜라 만드는 데 재료가 뭐 뭐 들어가는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사람이 먹는 식품이니까.
하지만 재료 간의 비율, 그리고 레시피는 기업 고유의 자산, 공개 의무가 없다.
"알아내려면 얼마든지 알아내죠."
"……설마."
"하지만 그런 도둑질을 하고 싶진 않네요. 어쨌든 C콜라 녀석들도 나름대로 정당하게 사업하는 기업체니까."
"근데 갑자기 콜라에 진지해졌네요. 편의점 가격 보고 충격받은 게 이유의 전부예요?"
"그건 아니고, 너무 비싸다고 델지 생건 홈페이지에 글 올렸는데 답변이 어이가 없었어요."
"뭐라고 하던데요?"
"아, 비싸다고 안 사 먹을 거야? 어차피 사 먹을 거잖아? 라고 하던데요?"
"……정말 델지생건 홈페이지에서 그렇게 답변을 달았다고요? 관리자가요?"
"관리자는 아니고 다른 일반 고객회원이요."
정서희는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관리자가 미쳤기로서는 그런 대답을 달 리가 없잖은가.
"근데 그게 관리자가 아니고 델지 생활건강 사장이었어요."
"네? 그게 진짜예요?"
"네, 델지생건 사장이 자기 개인 ID로 그렇게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내가 너무 논리적인 장문으로 항의 글 올려서 긴장했나? 싶던데요."
"여론 바이럴 관리야 기업들은 다하는 거죠. 우리 회사도 하는데요, 뭐."
"그래도 팩트에 기반해야죠. 사장이나 되는 친구가 일반 회원인 척하면서, '아 그래서 안 사 먹을 거야?' 이 지랄이나 하고 있으니."
"원래 재벌들이 좀…… 아니, 다 그래요. 안 그런 재벌은 솔직히 제가 못 봤어요."
정서희는 킥킥거리며 덧붙였다.
"20대에 드는 재벌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다 똑같을걸요? 제가 그래서 죽어도 재벌가에는 시집 안가겠다고 한 건데."
"JM식품도 재벌가 아닌가요?"
"20대에는 턱도 없죠. 그냥 준재벌식품기업이에요."
"아무튼 내가 어이가 없었어요. 직접 한번 보실래요?"
그러면서 하수영은 자신이 작성한 문의글과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여주었다.
문의글은 길고 논리적이었으며, 흠잡을 만한 부분은 없었다.
핵심은 '미국에 비해 한국의 C콜라는 왜 두 배 이상 비싼가?'였다.
평창동쿨가이 : 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안 사 먹을 거야?
평창동쿨가이 : 만 원으로 올려도 결국 꼬박꼬박 사 먹을 거잖아?
평창동쿨가이 : 그럼 닥치고 처먹어. 어차피 이런 말 해봤자 소용없어. 재벌가 놈들이 듣기나 할 거 같음?
평창동쿨가이 : 나도 시발 엿 같지만 눈물을 머금고 사 먹는다. 이미 난 C콜라에 중독돼 버려서ㅠㅠㅠㅠ
정서희가 살짝 놀라서 말했다.
"글만 보면 사장이 제삼자인 척하고 썼다는 걸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렇죠? 은근히 델지생건 까는 척하는 내용까지 끼워 넣어서 위장했습니다. 하여튼 재벌 녀석들은 분식 회계는 참 잘해요."
"근데 수영 씨는 어떻게 아신 거예요?"
"……."
"혹시 해킹이라도 한 거예요?"
"아닙니다."
하수영은 강한 어조로 완강하게 부인했고, 정서희는 미심쩍어하며 덧붙였다.
"혹시 프리덤이 알려줬나요? 이 사람도 프리덤폰을 쓴다면 프리덤이 댓글 작성자가 사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에요."
"그럼 대체 어떻게?"
"국정원에 의뢰했습니다."
"……네? 그게 말이 돼요?"
"그냥 그렇다 쳐요. 더 이상은 기밀입니다. 아무튼 법에 저촉되는 행동은 안 했어요. 그건 은퇴게임이 노잼 되는, 아니, 제 양심에 저촉되는 짓이니까요."
사실 통찰안(주신의 지식보고 접근권한)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봤다.
지식보고에 저장된, 사물의 본질은 고객 게시판 댓글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직접 찾아가서 정식으로 항의하는 건 어때요? 사장이 이런 식으로 제 삼자인 척하면서 고객 조롱하는 댓글 달아도 되느냐, 하고 따지면 거기도 저자세로 나올 텐데."
"그건 세리머니로 해야죠."
"……세리머니요?"
"원래 그런 정중한 항의는 처맞을 소리를 했으니 일단 몇 대 좀 처맞게 한 다음에, 마지막에 세리머니로 날려주는 겁니다."
정서희는 '몇 대 처맞게 한 다음에'라는 문구에 눈을 빛냈다.
"혹시 C콜라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이미 생각해둔 거예요?"
"수영콜라는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