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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23화 (823/1,270)

프랜차이즈 갓 823화

203장 청담과 하수영 (3)

이른 아침.

하수영의 저택을 조용히 들어선 장효주는 불현듯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어서 오십시오, 예비 사모님."

"까, 깜짝이야!"

나비넥타이를 맨, 웬 배불뚝이 대머리 중년 남자가 하얗게 웃고 있었다.

주제에 표정이 너무 맑고 피부가 또 이상하리만치 깨끗해서, 마주 보는 게 부담스럽다.

"누, 누구세요? 당신은?"

"저는 하수영 주인님을 모시는 미천한 전과 사기범, 김범석이라고 합니다."

"……."

"그냥 이놈 저놈 하고 편히 불러주시면 됩니다, 예비 사모님."

"예비 사모님?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장효주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 호칭에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범석아. 물 한 그릇 좀 떠오너라."

"예! 주인님!"

그때 하수영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와서 잠긴 목소리로 명령했다.

김범석은 신이 나서 얼른 물을 가지러 달려갔고, 장효주는 이 상황이 도대체 이해가 안 돼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미안합니다. 오늘은 못 놀아드릴 거 같아요. 제가 할 게 좀 많거든요."

"아쉬워요. 오랜만에 수영 씨 손맛좀 보고 싶었는데."

"김효산 셰프가 디테일은 더 잘 살리죠. 그쪽으로 예약해 둘까요?"

"……됐어요. 근데 요즘은 뭐 뭐 하느라고 바빠요?"

"담배 농장 때문에 챙길 것도 좀 있고, 내일은 국방부도 가봐야 해요. 해군 인사 발령 때문에 그래요."

"인사 발령이요?"

"네, 하수영함과 청담함에서 근무할 인사들을 제가 정해줘야 하거든요."

"숫자가 얼마나 되는데요?"

"한 2,000명 조금 안 될 거예요."

"……그걸 수영 씨가 전부 혼자서 결정하는 거예요?"

"그렇죠. 내가 기증한 함이고, 유지비도 내가 댄다고 했으니까."

원래 회사도 100% 자기 지분이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하고 하는 것도 전부 자기 마음이듯이.

"범석아."

"예! 주인님!"

"오늘 하루 네가 효주 씨 케어 좀 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예비사모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래. 연예인이고 배우니까 이상한 데는 데려가지 말고."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들 접대라면 이골이 난 몸입니다!"

"……나 그냥 집에 갈래요."

***

담배 농가는 모든 담배 작물을 제거했다.

그리고 토양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

아무래도 수십 년간 담배 농사를 지은 토양이다 보니, 니코틴에 절어 있기 때문이다.

하수영은 계약한 담배 농가의 농지에 콩을 잔뜩 심었다.

"이 콩들이 토양을 한 번에 정화해줄 겁니다. 내년부터는 다른 작물들도 심을 수 있을 겁니다."

"정말 흙갈이를 안 해도 되는 거요, 농민 회장님?"

"저만 믿으세요."

그리고 농장주들은 자고 일어나면 쑥쑥 자라나 있는 콩 줄기를 보고기겁했다.

마치 재크와 콩나무에서 나오는 콩이라도 되는 것처럼, 콩 줄기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났다.

"이게 콩이여, 옥수수여?"

"세상에. 무슨 콩이 이렇게 높이 자라난다?"

콩 줄기는 며칠 사이에 2미터 이상 되는 높이로 자라났다.

콩을 잘 모르는 농장주들은 외국에서 들여온 품종인가 했다.

2미터가 넘는 콩 줄기가 빽빽하게 자라나서 풍성한 잎을 마음껏 뽐냈다.

멀리서 보면 콩밭이 아니라 울창한 삼림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그리고 담배 농장 특유의 니코틴 냄새가 어느 순간부터 맡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콩이 주렁주렁 열렸다.

농장주들은 거기서 다시 한번 기겁했다.

"이게 콩이라고?"

"대두도 이 정도 크기는 아닐 터인디……."

"콩이 무슨 밤톨 크기 수준이구먼."

-먹어서는 안 되는 콩입니다. 절대로 섭취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먹어서는 안 되는 콩이라니?"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후, 콩을 반으로 갈라보십시오.

의아해하던 농장주들은 프리덤의 말대로 콩을 반으로 갈라봤다.

그리고 왜 먹어서는 안 된다는지 깨달았다.

"윽 냄새!"

"아니, 콩에서 무슨 니코틴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절대 먹을 수 있는 콩이 아니잖어!"

가르기 전에는 몰랐는데, 가르자마자 콩에서 니코틴을 포함한 진득한 악취가 새어 나왔다.

-토양에 있는 온갖 유독 물질을 흡수해서 열매로 맺었기 때문입니다. 한 톨이라도 먹었다가는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걸 누가 먹겠나? 한 입 씹자마자 바로 뱉어버릴 거 같은데."

-지금부터 콩을 모두 수거해서 처분하겠습니다.

그리고 로봇이 나섰다.

사람이 나선다면 실수로 콩을 놓칠수도 있다.

하지만 온갖 최첨단 스캐너와 센서를 장착한 농사 로봇들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놈들은 땅에 떨어지거나, 바위틈에 끼어서 잘 보이지 않는 콩 한 톨까지도 전부 남김없이 수거했다.

콩의 크기가 밤톨 이상으로 컸기에, 수거 작업이 한결 수월했다.

콩을 한차례 땄는데도, 콩은 계속 열렸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냥 콩 수확이 아직 덜 끝났구나, 하고만 생각했다.

일은 로봇들이 다 알아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2미터가 넘는 콩줄기까지 다 제거를 하고 난 다음.

농장주들은 완벽하게 정화된 토양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정화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무슨 작물이든 키울 수 있는 깨끗한 토양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뭘 심지?"

-채소를 추천합니다.

"채소?"

-채소가 요즘 금값입니다. 담배 농사보다 훨씬 더 많이 남을 겁니다.

"하지만 채소를 키우려면 일손이……."

-농사 로봇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시면 일손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다른 농장주분들은 직접 몸을 움직이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주로 농지를 둘러보기만 합니다.

"진짜 편하게 농사짓는군. 진작 우리도 담배 접을걸."

-성장 속도가 빠른 상추를 심겠습니다. 그리고 깨도 병행하겠습니다.

그 넓은 밭에 로봇들이 상추씨를 심기 시작하니, 작업은 반나절도 안돼서 금방 끝났다.

전직 담배 농장주는 혀를 내둘렀다.

"로보트가 이렇게나 좋구먼. 담배는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손으로 해야 하는디. 농기계는 쓸 엄두도 못 내는다."

-비료는 구루마 제품을 사용하겠습니다.

"구루마? 그게 무슨 비료여?"

-수영리에서 국제자원투자회사 연구소에서 개발한 특제비료입니다. 생장 속도, 생산량을 30% 이상 높여줍니다.

"역시 수영리가 농사의 본가여. 그러니 그런 좋은 비료도 툭툭 튀어나오고 말이지."

상추는 2주 정도면 수확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농장주는 씨를 뿌린 지 열흘 만에 수확 완료 보고를 받았다.

"벌써 수확을 다 했다고?"

-네, 지금 밭에서 개별 포장 작업을 개시했습니다.

"개별 포장?"

그리고 농장주는 볼 수 있었다.

로봇들이 깨끗한 물로 상추를 일일이 씻어내고, 비닐에 소분해서 포장을 하는 것을.

비닐에는 '세척한 상추'라는 라벨표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덤이야, 보통 이런 건 도매에 넘기지 않어? 다른 작물 만지는 친구들이 그러던디."

-수영식품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큰 농산물 도매처입니다.

"……아. 그래서 산지에서 곧바로 소매로 팔려나가는구먼."

-무슨 말씀이시죠?

"네 말이 그 말 아니여? 수영그룹이 도매처니까, 산지에서 곧바로 어디에서 팔 건지 정해서 마트로 보낸다는……."

-지금 수확한 상추들은 이미 전부 팔렸습니다.

전직 담배 농장주는 그 말에 기겁을 했다.

"이미 팔렸다고? 아니, 오늘 아침에 수확을 했는데?"

-판매대금도 이미 들어왔습니다. 계좌를 확인해 보시지요. 제가 잔액을 지금 띄웠습니다.

그리고 전직 담배 농장주는 과연 판매대금이 틀림없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수영몰? 여기가 뭐 하는 곳이다냐? 수영그룹에서 그냥 수매해 준겨?"

농부는 괜히 걱정이 들었다.

작물 전환을 한 자신을 배려한답시고 필요도 없는 상추를 잔뜩 사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렇게 섭취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것은, 농부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다.

-수영몰은 수영그룹에서 운영하는 사내복지용 온라인 마트입니다.

"온라인 마트?"

-네, 25,681명의 고객님들이 우리 농장의 상추를 모두 구매하셨습니다.

"25,681명이 산 거라고? 수영그룹에서 일괄수매를 해준 게 아니라?"

-네, 오늘 막 수확한 신선한 상추가 잔뜩 있다는 정보를 얻고, 저녁은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시겠다며 구매했습니다.

"……."

농부는 할 말을 잃었다.

프리덤이 다시 말했다.

-그럼 상추씨 한 번 더 뿌리겠습니다.

"그, 그랴."

그리고 10일 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상추는 산지에서 깨끗이 세척된 채소분 포장이 되었고, 수영몰을 통해 구매한 고객들에게 배송되었다.

수영몰을 이용할 수 없는, 수영그룹 외 소비자들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었다.

-주인님, 오늘 아침에 막 딴 상추가 있는데요. 이러다가 1시간이면 모두 다 팔릴 거 같습니다. 우리도 오늘 저녁에 삼겹살 구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프리덤은 상추가 어떻게 포장되는지, 그 장면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로봇들이 정확한 캐치로 수확을 하고, 깨끗한 물로 완벽하게 씻어내고, 소분해서 비닐에 개별 포장까지 하는 동영상.

자신이 먹을 식품이 얼마나 잘 관리가 되는지 직접 볼 수 있게끔 해준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의 신뢰는 상승하고, 식욕도 덩달아 증가한다.

"상추를 보고 군침이 도네. 안 되겠다. 나도 한 30장 정도 사야지.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다. 근데 이거 어떻게 받을 수 있냐?"

-구매를 결정하시면 주인님 집 앞에 있는 CD1 편의점에서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오, 그거 편해서 좋네. 알았어, 구매해줘."

-알겠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편의점에서 수령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KT&G는 곤경에 처했다.

국내 담배 농가가 전부 담배 농사를 포기해 버린 것 때문이다.

안 그래도 국산 담뱃잎 수급률이 40% 밑으로 떨어져서 작년 국감때 크게 혼이 났었다.

그런데 당장 올해는 30%대가 아니라, 0%를 찍게 생겼다.

담배 농가들이 전부 직종을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오랜 담배 농사로 땅이 엄청 오염됐을 텐데, 거기서 상추를 키워서 파는 게 말이 됩니까?"

"상추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채소들을 키워서 팔고 있습니다. 이거 건강에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 우리가 오염된 채소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올해부터 국산담뱃잎을 수급할 수가 없어요. 전부 해외 담뱃잎만 써야 한단 말입니다!"

사실 경영가 입장에서는 해외 담뱃잎만 쓰는 게 수익 면에서 좋다.

소비자들은 어차피 국산, 외국산을 가리지 않으니까.

문제는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금연정책이다.

담배 농가들은 비싼 값에 담뱃잎을 사줘야 하는 애물단지이기도 했으나.

KT&G가 정부의 견제를 덜 받을 인질이기도 했다.

탄압이 지나치다 싶으면 담배 농가를 슬쩍 자극해서 '국내 담배 농가를 보호하라!'라고 시위를 유도하면 됐으니.

그런데 그 담배 농가들이 전부 작물을 바꿔 버렸다.

"이게 모두 수영농장의 계획입니다."

"계획이라니요?"

"상황을 보십시오! 이제 우리는 국산 담뱃잎 비중을 높이려면, 수영농장산 담뱃잎을 구매하는 길밖에 없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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