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820화 (820/1,270)

프랜차이즈 갓 820화

202장 마피아 컬렉션 (3)

하수영은 펜타곤 관계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럼 제가 여기에 서명만 하면 다 끝나는 건가요?"

"네, 이미 한미 간의 모든 조율을 마쳤습니다. 미스터 하수영이 서명을 하시면, 곧바로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판매 계약에 동의하게 됩니다."

"마피아 습격 퀘스트 너무 진지하게 하느라고 제가 미국에 온 목적을 잠시 까먹었네요. 헬기 항모 사러왔었지, 참."

"하하, 그럴 수도 있지요."

배수량 45,000톤 북아메리카급 헬기 항모.

대금은 하수영이 치르고, 한국 해군이 구매하게 되며, 운영은 퀸 루나 호위를 전담하게 된다.

"그래도 제가 마피아 때려잡는 동안 한국 국방부가 놀지는 않았네요. 열심히 실무 협상은 다 해놓았군요."

"공짜로 헬기 항모 한 척이 생기는 일인데 열심히 해야지요. 독도급 대형수송선 마라도함보다 2배 이상 큰 헬기 항모인데요."

"물건은 그럼 언제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하하,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수영병원선 2척 호위작전에도 동원을 했지요."

"아, 어쩐지 그 헬기 항모가 마음에 쏙 든다고 했어요."

하수영은 희희낙락해서 서명을 마쳤다.

"F35B 수직이착륙기 최대 22대를 탑재할 수 있고, 핵추진과 가스터빈추진 방식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가스터빈은 왜 있는 거죠?"

"급한 기동 시에 기민하게 움직이기에 적격이기 때문입니다. 스프린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흠, 사실상 경항모인데 헬기만 신는 것은 뭔가 좀 아까운데요. F35B도 사야 하나……."

하수영은 수직이착륙기 구매를 고민했다.

펜타곤 관계자가 넌지시 말했다.

"그나저나 뉴욕 일대에 이상한 소문이 퍼졌습니다."

"이상한 소문이요?"

"콜롬보 패밀리가 제노비스의 작업에 걸려서 전멸했다는 내용입니다."

하수영은 짓궂은 조소를 지은 채 물었다.

"제노비스 패밀리가 낸 소문인가요?"

"아무래도 오해와 불신이 쌓여서 잘못된 소문이 퍼진 모양입니다. 제 노비스도 소문 때문에 당황해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아무래도 이제 다른 마피아들과 협조를 하기에는 쉽지 않겠죠."

"네, 연방검찰까지 끌어들여 동업자를 철저히 파멸시킨 패밀리로 소문이 났으니까요."

"강남에 의리 없고, 청담에 로맨스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뉴욕 지하에 신뢰라는 게 애초에 자생할 수 있을까요?"

"가슴에 와닿는 말입니다. 마피아놈들한테 신뢰를 기대하기란 어렵죠."

"제 눈에 띄지 않으면 놔둡니다. 일단 띄면 내 밑으로 들이거나, 아니면 밟습니다. 그게 제 행동방침입니다."

상대는 호기심을 품고 물었다.

"만약 밑에 들인다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으시는지요?"

"사람으로서 선을 안 넘는 거요. 그런데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에 선을 넘었더라고요."

하수영은 키득거리면서 덧붙였다.

"그래도 간만에 패는 손맛 느껴서 조금 자극이 됐습니다. 농사만 너무 오래 지었더니 약간 루즈해지고 있었거든요."

***

대한민국 해군은 요즘 북아메리카급 도입으로 한창 고민 중이었다.

"'북아메리카급 '항모'를 헬기 위주로 운용하는 것은 너무 아깝습니다. 헬기와 F35B를 2:8 비율로 운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FX 사업은 이미 결정이 났어. 전량 공군용 F35A만 도입하기로."

"육군 놈들이 이번에는 또 얼마나 훼방을 놓을지."

"공군 녀석들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결국 우리 해군 예산에서 전투기도입을 충당해야 하나…… 지금 F35B가 대당 얼마나 하지?"

"900억 원 정도 잡아야 합니다."

"22대를 도입한다 치면 약 1조 9,800억 원……."

해군 예산의 1/3이 넘는 금액.

그것도 기체 도입 비용만 따진 것이다.

예비 부품, 연료 등 운용비 등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지출이 계속 발생한다.

"역시 항공모함, 돈 잡아먹는 괴물이로군."

해군에서는 북아메리카급을 헬기 모함, 또는 경항모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자기들끼리 항공모함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만재배수량 2만 톤짜리 군함 한 척 없던 해군 입장에서, 4.5만 톤짜리는 그냥 초대형 항모다.

"기껏 핵추진 항모까지 사주셨는 데, 거기에 초라한 헬기들만 잔뜩 올려서 운용하면 우리 해군대원수님께서 몹시 실망하실 거다."

"예산을 한 번 쥐어짜 내보겠습니다. 국방부에도 더욱 보채겠습니다."

"참모차장, 우리가 한동안 고생해야 할 거 같군."

***

귀국길에는 미 공군이 도와주었다.

콜롬보 비밀금고실에서 꺼낸 재화운송에는 장거리 대형 수송선들이 다수 동원되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한 금,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달러 화폐, 미술품등은 청담동 클럽 마르스로 향했다.

-마스터, 그런데 왜 하필 마르스입니까? 다른 곳에 전시하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내 손님한테 진상짓 하다가 걸리면 이 꼴 난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관은 마르스에만 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너무 아깝습니다. 클럽 방문객들은 이 재화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그래 봐야 결국 입자 덩어리야. 50억 년 뒤 태양이 폭발하면 집어삼켜져 버리고 말 필멸품들이지."

영업 시작 전, 대낮에 호출받은 와트니 사장도 얼떨떨했다.

"전시관을 과하게 크게 만들었다 싶었는데, 이렇게 또 채우실 수집품을 가져오시는군요. 근데 이거 전부 진짜입니까?"

"네, 전부 진짜입니다."

"세상에…… 그럼 이것들 전부 가치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글쎄요, 대충 24억 달러 정도는 될 거 같은데."

"……2조 4,000억 원이라고요?"

와트니는 눈을 부릅떴다.

'지금 휴민트타워 2채가 우리 클럽전시장에……!'

"도, 도둑이 들면 어떡합니까?"

"방탄방폭 유리라서 괜찮아요. 도둑 걱정은 마시고 클럽 운영에만 전 념하시면 됩니다. 아, 방문객들 반응도 저한테 알려주세요."

그렇게 하수영은 클럽 전시장에 '마피아 콜렉션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금괴와 지폐, 보석들이 잔뜩 쌓인 풍경은 클럽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아당기게 만들었다.

소문을 듣고 클럽 매니아들의 발길이 몰렸다.

"저거 정말 진짜 금이에요?"

"네, 진짜 금입니다."

"와, 세상에. 그럼 여기 있는 거 다 합치면 얼마나 되는 거예요?"

"제가 듣기로는 2조 4,000억 원정도 된다고 한 거 같습니다."

"2조 4,000억 원!"

"아니, 그런 걸 막 이렇게 사람들 구경하라고 클럽에 보관해도 되는 거예요?"

"야야, 여기 클럽 주인장이 수영사채 오너잖아. 수영사채 예치액이 1,300조 원이라는데. 2조 4,000억원이 어디 돈으로 보이기나 하겠어?"

"와씨. 여기가 수영사채 클럽이었어?"

화려함의 도시, 강남.

산처럼 쌓인 재물만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없다.

젊은이들은 마피아 컬렉션을 구경하기 위해서라도, 마르스 클럽을 자주 찾았다.

덕분에 마르스 클럽은 평일에도 매일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왜 마피아 컬렉션이야?"

"뉴욕 클럽들은 거의 다 마피아가 운영하는 거래. 근데 마피아들이 클럽에서 술장사로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래."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면 자선사업이라도 된다는 거야?"

"양지에 내세우는 위장용 사업인 거지. 실제로 클럽 지하에는 진짜 사업장이 따로 있다."

"진짜 사업장?"

"밀매품 보관창고 말이야. 클럽은 눈속임이고 실제로는 밀매 창고기지인 거지."

"아, 그런 뜻에서 마피아 컬렉션이라고 이름을 붙인 거구나."

"하수영 의원도 클럽 장사로 돈 벌생각은 없었을걸? 내가 듣기로는 자기 내킬 때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는 개인바(Bar) 만들려고 인수한 거래."

"플렉스하다, 플렉스해."

"분명히 클럽 지하에 넓은 밀수품보관 공간이 있을 거고, 거기에 테러바이트가 주차돼 있을 거야."

"테러바이트?"

"벤츠에서 만든 캠핑카 제트로스를 모티브로 해서 개조한 너브센터 트럭이야. 마피아 밀수 사업에 필수지."

다른 클럽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진귀한 볼거리들.

화려하고 값비싼 것을 좋아하는 클럽 주소비층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는다.

젊은 주식 부자가 클럽에서 수천만 원을 팁으로 뿌렸니, 1억 몇천 원짜리 양주 세트를 주문했니, 하는 에피소드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클럽 마르스에 가면 진상짓 하다가 벌금으로 바친 슈퍼카들이 있다."

"실제 금괴가 가득 쌓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코앞에서 실물로 직접 볼 수 있다."

"그 달러화폐들, 죄다 진폐라더라."

"보석들이 종류별로 가득 담긴 진짜 보물상자들을 볼 수 있다더라."

클럽 마르스는 거듭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클럽은 본래 강남의 지하 종사자들이 갸웃거리게 마련.

하지만 지하 종사자들은 감히 클럽마르스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일을 겪기 때문이다.

"어이구, 박시정 총실장님. 우리 클럽에 아가씨라도 수급하러 오셨어요?"

"쿨럭! 쿨럭!"

룸싸롱에 종사하는 박시정은 순간 사레가 들릴 뻔했다.

겨우 기침을 막고 돌아보니, 하수영이 어깨를 토닥거리며 웃고 있었다.

'내, 내 본명을 어떻게?'

10년 넘게 함께 일한 선배, 동료, 후배들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아시죠? 남의 업장에서 자기 장사하면 상도덕이 아니라는 거? 조용히 매상만 올려주고 가시면 제가 뭐라고 안 합니다."

"무, 물론입니다! 그냥 술만 마시러 왔습니다! 겸사겸사 여자도 좀 꼬시고……."

"원래 심연을 들여다봐서 좋을 게 없어요. 그러면 심연도 관찰자를 돌아보게 되거든요. 제가 총실장님을 돌아보는 건 별로 좋지 않으시겠죠?"

"얌전히 술만 마시러 왔습니다. 진짜입니다."

"매상 팍팍 부탁드립니다. 우리 와트니 사장님 인센티브 좀 챙겨줘야 되거든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유유히 서빙을 하러 떠났다.

클럽 오너이자 현직 의원이 직접 매장에서 술 서빙을 할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 할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직원 중 한 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스터, 이번 주에 병장 특별 진급식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병장이라니. 이래서 별다섯 개까지 언제 달겠어?"

원수(진)으로 이미 내정이 됐지만, 대외적으로는 아직 '예비역 이등병'이다.

물론 해군 내부에서는 이미 원수 취급와 예우를 받고 있지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그냥 팔아버릴까 하는데. 도박장사업은 영 탐탁지 않아서."

-그래도 가끔 지인들과 함께 즐길 게임장 하나는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마피아 밑에서 일하던 놈들이라 부장급 이상은 싹 물갈이해야 하는데."

-제가 한 번 운영을 해서 수익을 내보겠습니다.

"네가? 인마, 상도덕이 있는 거야. 래플이 골목길에서 떡볶이 팔겠다고 해봐라. 글로벌로 욕먹을걸?"

-다른 카지노들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운영을 해보겠습니다. 딥러닝에 도움되는 실전이 될 겁니다.

하수영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흔쾌히 말했다.

"그래, 클린하게 한번 운영해 봐라."

-예,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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