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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15화 (815/1,270)

프랜차이즈 갓 815화

201장 최후의 만찬 (4)

NSA 요원, 미레아는 동료들 사이에서 요즘 부러움을 얻고 있었다.

네바다에서 하수영을 에스코트하고 천문학적인 팁을 챙긴 덕분이다.

바로 그가 나눠준 운.

659억 달러 잭팟 이후, 카지노를 대상으로 한 게임을 금지당한 하수영은 다른 고객들에게 자기 운을 나눠줬다.

거기에는 미레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운을 나눠주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

659억의 잭팟을 구경하지 못했으면, 미레아도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하지만 미레아는 이제 운의 존재를 믿는다.

적어도 하수영이 지닌 막대한 재물운의 실체를, 질량-에너지 동등성법칙만큼 믿고 있다.

하수영의 운을 나눠 받은 플레이어들이 카지노를 상대로 갑자기 돈을 따내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녀도 물론 돈을 땄다.

운을 나눠 받지 않은 테이블을 슬쩍 찾아가서, 플레이어를 상대로, 그녀가 딴 돈은 수수료를 제하고도 무려 50만 달러.

3년 치 연봉을 하루아침에 딴 그녀는 마음이 한껏 풍요로워졌다.

"미레아 요원, 출장 준비를 해라."

"벌써요?"

"그래, 하수영 의원이 다시 미국으로 온다."

"드디어 만찬이 시작되는 거군요."

하수영의 콜롬보 패밀리 꺾기 작전에, 미 행정부는 적극 동참했다.

그래서 의회에 문제 삼지 않을 선에서 공권력을 공평하게 지원해 주었다.

국세청의 추심, 수사기관의 수사,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기소 등등.

국세청은 체납세를 거둬들일 수 있어서 좋고, 수사기관은 실적을 남길수 있어서 좋다.

"수산물 유통확보를 위해서라도 수영농장을 도울 필요는 매우 크지."

나노소프트는 양식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영농장의 곡물사료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다.

미국 역시 해수어 남획으로 인한 해산물 결핍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곡물과 육류 등 다른 식량이 풍족하기에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뿐.

"내가 보기에는 미국 초고가 무기를 많이 구매해 준 VIP라는 사실보다, 그 점이 더 중요해. 수영농장은 미국 농업계, 아니, 전 세계 농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또 그 이야기시네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백악관이 하수영 의원을 중히 여긴다."

"식량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야. 당장 내년에 들이닥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고."

"에이, 우리 미국이 한 해 뽑아내는 식량이 얼만데 그래요?"

NSA는 하수영에 관해서 크게 두가지 해석으로 나뉜다.

미래의 식량 자본가로서 미 정부가 중요시 여기는 파트너라는 해석.

미 군수산업, 반도체 산업 등의 초대형 쇼퍼로서 미 정부가 귀중히 여기는 VIP라는 해석.

미레아의 직속상사인 란돌 과장은 전자에 속한다.

***

감비노 패밀리와 첫 거래, 두 번째 거래도 무사히 마친 콜롬보 패밀리는 이제 담대해졌다.

두 번째 거래야말로 본격적인 물량풀기였고,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콜롬보 패밀리는 세 번째 거래를 준비했다.

물론 담대해지긴 했어도, 마음을 놓은 것은 아니다.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때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보안 유지에 임했다.

사업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요셉은 부친의 대저택을 찾았다.

스페셜 스테이크 덕분인지, 부친 조노반은 이전보다 훨씬 혈색이 좋아졌다.

"내 일찍이 많은 소고기를 먹어봤지만, 이처럼 맛있고 부드러우며 질리지 않는 소고기는 정말 처음이다."

"제 입맛에도 정말 맛있습니다, 아버지."

"캘론 목장주가 너와 인연이 있다지? 어떠냐, 이걸 우리가 한 번 건드려 보는 게?"

"음…… 하지만 정식 목장 사업은 손이 많이 가고 수익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나라가 뜯어가는 것도 많고요."

"요셉, 내가 왜 대형 은행 인수에 평생 목을 맸는지 아느냐?"

"……."

"도박, 매춘 알선, 담배, 마약 같은 사업으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지금 월가 은행 인수에 처박고 있지. 그 이유를 짐작하느냐?"

"패밀리가 양지의 기업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함이 아닙니까?"

"그거는 과정이지,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

"바로 우리 주력 사업에서 더욱더 열심히 돈을 긁어모으기 위해서다."

밀매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양지로 나아가려고 한다?

요셉은 언뜻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조용한 부친의 눈빛을 보다가 아 하고 탄성을 냈다.

"은행은 장점이 많지. 많은 현금을 동원할 수 있고, 돈세탁도 쉽다. 해외 송금도 유리하지. 가장 중요한건, 수많은 예금주들을 울타리 안에 가둘 수 있다는 거다."

"은행은 인질이로군요."

"그래, 맞다. 공권력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인질이자, 목줄이 되어줄 것이다."

은행에 계좌를 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예금주들.

그들 한 명 한 명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패밀리를 지켜주는 인질이 된다.

"우리가 양지에서의 영역을 넓히면 넓힐수록, 공권력은 우리를 없애지 못한다. 결국 공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지."

"이해했습니다, 아버지."

"미국의 모든 돈을 쥐락펴락하는 대재벌들도 본질적으로는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아니, 우리보다 더했으면 더했을 것이다."

"막강한 다수의 인질을 잡고 있기에 공권력과 공존하며, 오히려 정의로운 자본가 행세를 하고 있군요."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하의 돈을 안심하고 마구 긁어모을 수 있어."

공권력은 패밀리와의 전멸전보다는 국지전, 타협을 추구하게 될 테니까.

"음지의 돈도, 양지의 돈도 돈이다. 양지의 돈은 수익률이 낮고 추적이 쉬운 대신 규모가 크지."

"반면 음지의 돈은 수익률이 높고 추적이 어렵죠."

"어느 한쪽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느냐?"

"아닙니다. 아버지가 이 비프와 참치 스테이크를 모두 즐기시듯이, 둘다 가지면 더 좋습니다."

조노반은 깨끗이 비운 접시에 포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음 빅보스는 너다. 패밀리의 빅보스라면 남들과 다른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실은…… 안 그래도 캘론 목장과 동업을 추진할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오, 그래?"

"예, 캘론 목장의 스페셜 비프가 특히 상류층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더군요. 기존의 소고기와는 차별되는 맛 때문입니다."

"캘론 회장과의 사이는 괜찮으냐?"

"물론입니다. 우리 둘은 비록 사는 세상은 다르지만, 더 없는 절친이지요."

"난 늙었다. 주력 사업은 이제 네가 알아서 챙겨야지. 편히 쉬고 싶어 하는 애비 은퇴를 막을 셈이냐?"

"하하, 얼마든지 편히 쉬십시오. 일평생 안락하게 모시겠습니다."

그때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해치고, 간부 한 명이 새하얗게 질린 채 뛰어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일이 터진 모양새.

요셉은 오늘 감비노와의 담배 밀매가 있음을 떠올리고 안색이 굳었다.

"빅보스! 큰일입니다!"

"뭐냐? 어디서 보고해!"

"감비노가 우리를 팔아넘겼습니다! 지금까지 밀수한 담배를 전부 FBI에 넘겼어요!"

"뭐라고?"

요셉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죽일듯이 부하를 노려보며 물었다.

"똑바로 말해. 어떻게 된 거냐! 감비노가 처음부터 우리를 엿 먹이려고 짜고 만든 판이라는 거냐?"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감비노녀석들이 컨테이너를 들킨 거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죄를 무마하고자 우리를 팔아넘겼습니다!"

눈에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 담배는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돈을 받고 보관만 해줄 뿐, 여기에 뭐가 들었는지 모른다.

-콜롬보 패밀리 녀석들 것이다.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최대한 자기들 책임을 회피했겠지.

마피아는 누구보다 사법거래에 능통하고, 익숙하니까.

감비노는 밀매 대금으로 준 돈만 손해 보고, 안전하게 이 판에서 빠질 수 있다.

요셉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 멍청한 놈들! 그거 하나 제대로 간수를 못 해서 들키다니! 오늘 하기로 한 거래는 당장 취소하고, 상품 전부 빼돌려!"

"네! 그건 이미 지시했습니다!"

"보스! 보스!"

그때 다른 간부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고, 요셉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일이 연달아서 터진 모양이다.

"거래 취소되고 상품을 물리던 중, FBI가 현장을 덮쳤습니다!"

"뭐야?"

"상품이 전부 압류되고, 조직원들도 모두 체포되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찾아낸 걸 보면, 감비노 놈들이 오늘 거래도 불어버린 거 같습니다!"

"이! 이!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마피아란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나!"

***

-다 끝났습니다, 사장님. 콜롬보패밀리는 이제 담배 밀매에는 절대로 손을 댈 수 없을 겁니다.

"음. 다들 수고했어."

북미 1위의 담배회사, 알트리아 CEO 모리츠는 흡족해서 전화를 끊었다.

70대 노인, 제노비스 패밀리의 빅보스 마르퀴즈가 시가를 문 채 빤히 바라봤다.

"만족스럽나?"

"예, 대부, 이번에 대부의 신세를 아주 크게 졌습니다."

"너무 담아두지 말게. 우리 사이에 그런 소소한 게 뭐 그리 중요한가."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대부."

"그럴 필요 없네. 콜롬보 녀석들이 담배에서 손을 뗀 덕분에 우리도 그만큼 장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어."

시가 연기를 한껏 내뿜으며, 마르퀴즈는 덧붙였다.

"감비노 친구들도 일찍이 나한테진 빚을 이렇게 탕감할 수 있게 됐으니 만족하고."

"국세청은 막대한 체납액을 추징했지요."

"알트리아는 수영농장 담뱃잎을 오롯이 독점할 수 있게 됐으니,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셈인가?"

뼈 있는 말투에 모리츠는 억지로 밝게 웃었다.

'좋지 않은데, 이거…….'

마르퀴즈는 이렇게 알고 있었다.

수영농장 담뱃잎을 제공받기로 한 알트리아가, 콜롬보가 포크를 들이 미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수영이 콜롬보 패밀리의 몰락을 설계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 작은 분단국에서 나오는 담뱃잎이 그렇게 대단한가? 알트리아가 마피아 대부의 도움을 얻어가면서까지 독점하고 싶을 만큼? 아메리카에서도 얼마든지 담뱃잎을 생산할 수 있는데?"

"더 큰 미래를 내다본 결심이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대부."

"자네,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거 같군."

"……."

"그 수영농장에 흥미가 생겨서 조금 알아봤네. 지금 미국에서 한창 인기 많은 라면 체인점이 바로 그 농장 소유물이라면서?"

"……!"

"일 년 매출이 1,000억 달러 이상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매혹되는 걸 숨기지는 않겠네."

하수영에 관해서 완전히 조사한 건 아닌 모양이다.

미 군산업체의 가장 큰 VIP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걸 보면.

'아니면 거기까지는 모르는 체하는 건가?'

모리츠는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맹렬하게 뇌세포를 굴렸다.

마르퀴즈가 시가를 재떨이에 놓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더 마음을 두지 않겠네. 수영농장이 어떤 곳이든 간에, 농사꾼과 마피아는 가는 길이 다르지."

그 말에 모리츠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깊이 안도감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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