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11화
200장 넌 내 함정 카드를 발동시켰다 (5)
알트리아코리아 담배제조공장.
말린 담뱃잎을 잔뜩 실은 트레일러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에드론 공장장은 줄을 서 있는 트레일러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계약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담뱃잎을 이렇게 많이 준비했단 말인가?"
그는 수영농장에서 진작부터 담배재배를 하고 있었을 거라고 오해했다.
"도대체가…… 수영농장은 규모도 얼마 안 되면서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생산성을 보이는 거지?"
"글로벌 농업기업들이 가장 풀고 싶어서 미치는 게 바로 그 미스터리입니다. 농지 규모에 비해서 생산성이 너무 말이 안 돼요."
"어쨌거나 확인해 보자고."
그들은 곧바로 담뱃잎을 하역해서 품질 검사에 들어갔다.
"모두 최상품입니다. 크기도 크고, 건조가 참 잘 됐어요."
"허어…… 이렇게 큰 담뱃잎은 처음 보는 거 같군."
무작위로 표본 검사를 한 공장은 담뱃잎 품질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최상품이야. 아주 맛이 좋은 담배를 만들 수 있겠어."
"가격도 괜찮습니다. 역시 수영농장은 담배 재배도 기가 막히게 잘하는군요."
***
알트리아 CEO 모리츠는 한국에서 온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수영농장에서 납품한 담뱃잎 물량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벌써 이렇게나 많이 보냈단 말인가? 아니, 담배 농사는 또 언제부터 했다는 거지?"
"현지 공장에서 품질도 확인했습니다. 하나같이 최상품이라고 합니다. 가격도 괜찮고요."
"으음, 이 정도면 생산마진을 우리가 좀 더 남길 수 있겠는데."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담배는 아시아에 유통되기도 하지만, 미국에도 들어온다.
알트리아는 오래전부터 탈아메리카전략을 추구하고 있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방위적인 금연 정책으로 인한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세금이 너무 많이 붙어. 이제는 공장에까지도 온갖 죄악세를 붙이고 있으니.'
죄악세.
술, 담배, 도박 같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것들을 억제하기 위해 붙는 세금.
담배가 생산원가에 비해서 가격이 높은 것은 죄악세 명목으로 소비세가 왕창 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담배 재배, 담배 제조의 과정에도 죄악세를 물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미국 안에서 담배는 키우지도, 만들지도 말라는 거지.'
정작 그런 죄악세 강화를 추진하는 정치인들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수영농장담뱃잎을 쓰면 10% 정도 더 이익을 볼 수 있겠는데?"
모리츠는 하수영의 말을 떠올렸다.
수영농장이 판 담뱃잎으로 만든 제품은 한국에 유통해서는 안 된다는것.
'한국의 밥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담배 같은 것을 팔 순 없다는 거겠지.'
담배 농사에 손을 댄 것도 콜롬보패밀리의 담배 사업을 망하게 하기 위함이니, 잠시 생각을 정리한 모리츠는 전화 버튼을 눌렀다.
"접니다, 대부,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십시오."
***
자욱한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깔끔한 정장에 나비넥타이까지 맨 70대 노인은 정정한 눈빛으로 모리 츠를 응시했다.
"난 자네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군. 그래 봐야 결국 담배 농장 아닌가? 그리 대단한가?"
"대부, 담배에 대한 국가적 견제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지. 매출도 늘고 있고."
"담배 억제 정책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제 담배농사를 짓기도 불가능해지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노인, 마르퀴즈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었다.
"수영농장에서 질 좋은 담뱃잎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걱정 없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손을 잡아야 합니다."
"콜롬보 패밀리와 대전쟁을 치른게 이제 5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알트리아에서 손을 쓰지 않으면, 수영농장은 다른 회사에 담뱃잎을 제공할 겁니다."
"알았네. 콜롬보 패밀리의 담배 밀매 라인을 완전히 망가뜨리면 되는 거지?"
"대부께서 전부 취하시면 양자 모두가 이익 아니겠습니까?"
"놈들도 뺏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나올 테니, 우리도 출혈을 각오해야지."
담배 밀매,
막대한 죄악세에 해당하는 부분을 패밀리가 모두 꿀꺽할 수 있기에, 들인 돈에 비해서 남는 게 크다.
때문에 미 국세청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담배 밀매를 잡아내려고 한다.
"그나저나 그 이야기 들었나? 콜롬보 녀석들, 라스베이거스에서 된통 한 방 먹었다던데."
"한 방을 먹었다니요?"
"어떤 아랍 왕자가 카지노에서 초대박 잭팟을 터뜨린 모양이야. 659억 달러인가? 그걸 지급해 줘야 한다더군."
"아니, 그런 당첨금이 나오는 게 가능합니까? 애초에 상한선이 걸려있지 않습니까?"
"돈 좀 뽑아보겠다고 무제한 슬롯머신을 몇 대 도입한 모양인데, 거기에서 10조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잭팟이 터졌다는군."
10기의 기기에서 터진 셈이니, 10조 분의 1보다 훨씬 희박한 확률이지만, 마르퀴즈는 거기까지 신경 쓰진 않았다.
그저 원수 패밀리가 곤경에 처한 것이 고소할 뿐이었다.
"그냥 일반인이면 어디 가서 묻기라도 하겠는데, 아랍 왕자니 그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내보내 줬다는군."
"659억 달러라니…… 정말 끔찍하군요."
"그래서 아랍 왕족 같은 이들은 카지노에 받으면 안 되는 거라네. 도박에서 돈을 버는 건 도박장 주인뿐이라지만, 그 도박장 주인도 오일머니는 절대 못 이겨."
"콜롬보 패밀리는 담배 밀매에 이어서 카지노 사업도 접어야겠군요."
"접어야지. 659억 달러를 물어낼 순 없으니 별수 있나?"
캐시 카우인 카지노 업장을 정리하는 건 속이 쓰라리겠지만, 별수 없으리라.
"카지노 부도내고 새로 차리면 그만이라지만, 그 공백 동안 현금이 말라붙을 거야. 담배 밀매를 뺏어오기에는 딱 타이밍 좋지."
***
프리덤은 궁금했다.
-엘릭서로 키운 담뱃잎은 무슨 효능이 있을까?
엘릭서 작물은 대체로 맛이 좋아지거나, 아니면 거기에 특별한 효능이 추가되기도 한다.
송이버섯의 경우는 건강증진.
고춧가루는 요리 맛의 증진.
벼는 줄기를 먹은 소들의 성장 속도와 육질이 증진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특별한 효능이 추가되지 않는 작물들도 있다.
-내가 확인을 할 수가 없으니 아쉽군.
프리덤은 커다랗고 푸른 담뱃잎을 싹둑 잘라 포개며 거듭 생각했다.
-완제품이 미국에 유통되면 소비자들 반응을 면밀히 체크해야겠다.
알트리아에서는 수영농장 담뱃잎만을 사용한 브랜드를 따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반응 모니터링이 한결 쉬워졌다.
***
하수영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첨금 증서를 근거로 콜롬보 카지노 호텔 전체에 압류를 걸어버린 것이다.
당장 영업이 불가능해졌고, 카지노호텔 안에 있는 것은 종이 한 장도 반출이 불가능해졌다.
콜롬보 조직원들은 회계사들이 무장기동대와 함께 덮친 것을 보고 황당해했다.
"퍽킹……! 그 아랍 왕자, 대체 뭐하는 놈이야?"
"연방정부에 이런 두터운 끈이 있다고?"
요셉 콜롬보는 처음부터 잘못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인 채무 추심에 공권력을 거리낌없이 동원하는 아랍 왕자라니.
아마도 백악관과 긴밀한 사이임이 틀림없으리라.
'젠장.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나.'
요셉은 욕심이 많지만, 계산 역시 빨랐다.
그래서 빅보스인 부친으로부터 가장 큰 신뢰를 얻고 있었고,
"카지노를 정리한다."
"보스! 카지노에서 매달 나오는 캐시를 포기한단 말입니까?"
"소송으로 몰고 가면 시간은 벌 수 있습니다! 모든 책임을 슬롯머신 제조사에 떠넘기고 우리는 빠져나가면 됩니다!"
"맞습니다! 변호사들도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사실 누구보다 그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고, 마르카를 경멸하고 있었다.
'마르카! 그 밥버러지 같은 놈! 카지노 운영을 어떻게 했기에 패밀리의 큰 자산을 이렇게 공중에 날린단 말인가!'
지금은 동생이 관리하고 있지만, 나중에 빅보스가 되면 결국 자신의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카지노 사업장.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신장 하나를 떼어내는 듯한 아픔이었다.
"어쩔 수 없다. 회계사들 보호한답시고 특수기동대 오십 명이 붙었어. 놈들도 이 카지노가 마피아 소유물이라는 것을 아는 거다. 그런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있지."
"……."
"그 아랍 왕자, 내가 직접 보질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만, 우리를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마피아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랍 왕자.
요셉 입장에서는 정면충돌하기에 심히 부담스러웠다.
"카지노 하나만 내주면 다 끝난다. 659억 달러를 물어줄 필요도 없지."
659억 달러는 카지노가 진 채무.
다른 사업체가 대신 갚아줄 의무는 없다.
"그보다 지금 담배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다."
"담배 사업에 문제가 있습니까?"
"국세청 놈들이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담배 밀매 단속에 나섰어. 그래서인지 물량 확보도 줄어들었다. 카지노에 이어 담배 사업까지 타격을 입으면 현금 확보가 힘들어진다."
"국세청 놈들이 담배 가지고 난리 치는 게 어디 한두 번입니까? 또 몇 달 저러다가 말 겁니다."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아. 백악관 차원에서 국세청에 지시를 준 거 같은데. 한바탕 큰 게 터질지도 모르겠어."
"그럼 판매라인을 당분간 사리는 게……."
"그래야겠지."
카지노는 미련 없이 손 털기.
당분간은 담배 사업에 신중하게 주의하기.
요셉은 그렇게 내부 교통정리를 했다.
'그나마 마르카 이놈이 후계 탈락확정이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군.'
2개 사업체가 타격을 입은 상황.
당분간 패밀리는 고통스러운 배고픔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불현듯 요셉은 부친이 힘차게 뜯던 스페셜 비프스테이크를 떠올렸다.
'그 정도 품질의 육류라면…… 양만 충분히 확보되면 어쩌면…….'
상황이 힘들어져서 그런가?
맞지도 않는 옷에 괜히 눈길이 간다.
***
모리츠는 하수영의 연락을 받고 당황했다.
"미국 공장에도 담뱃잎을 직접 납품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래요. 귀사의 한국 공장에만 납품하기에는 너무 아깝죠.
"저희는 한국에서 전량 생산해서 미국에 유통을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한국에 있는 공장, 저도 규모는 대충 봤는데 그걸로 감당할 수 있겠어요? 우리 농장 물량을?
"……."
모리츠는 마른침을 삼켰다.
하수영은 대체 얼마의 물량을 생각하기에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일까?
-담배 완제품만을 실어오는 거면 콜롬보 패밀리가 입맛을 다실 부분이 적죠. 담뱃잎 자체가 미국에 들여와야 그놈들도 머리를 굴리지 않겠어요?
콜롬보 패밀리는 자체 담배 농장뿐만 아니라, 담배 공장도 갖고 있다.
놈들은 엄밀히 말해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담배 제조 사업자다.
담배 밀매를 하다 보니 스스로 농장도 사고, 공장도 차리고, 직접 생산까지 하게 된 케이스.
-미국 물량을 미국 공장에서 전부 생산하라는 게 아닙니다. 담뱃잎이 미국 공장에도 납품이 되는 것, 이게 중요합니다.
국세청이 콜롬보 패밀리의 담배 농장 담뱃잎 출하를 1g 단위까지 꼼꼼히 따지기 시작했다.
담뱃잎을 몰래 빼돌려 밀매용 담배를 만들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트리아가 대량의 담뱃잎을 싸게 수입해 온다면?
콜롬보 패밀리도 욕심이 나서 한손 얹으려고 할 것이다.
"놈들이 더 큰 밀수에 손을 대게 하려는 거군요."
-전 미국에 담뱃잎 100만 톤을 수출해도 세금이 없지만, 콜롬보 놈들은 그걸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