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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중이에요? 게임은 안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하네요?"
"운을 나눠주는 중입니다."
"……운을 나눠준다고요?"
"네. 새끼발가락 끝에서 나오는 각질만큼만, 아주 작게 운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아, 미세 출력 조절이 역시 제일 힘들어."
"……?"
미레아는 하수영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운을 나눠준다는 게 어떤 결과를 부를지는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다.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면 말이야.'
"혹시 갖고 싶은 게 있나요?"
하수영이 묻자 미레아는 화색이 돼서 말했다.
"오, 출장 보너스라도 주는 건가요? 그럼 전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목걸이가 갖고 싶어요."
"아까 내가 기념으로 준 칩, 그걸로 게임을 즐겨 봐요."
"전 카지노에서 게임을 해본 적이 없어요. 룰도 잘 몰라요."
"그냥 가볍게 베팅할 수 있는 게임을 즐기면 될 겁니다."
"설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살 만큼 돈을 따게 해주겠다는 건가요?"
하수영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미레아는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단, 조건이 있어요."
"될게요. 당신의 애인. 부인이면 더 좋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상부에 요령껏 보고해요. 숨기라고는 안 할 테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애인은 정말 안 되는 건가요?"
'659억 달러'가 게임은 안 하고 그저 구경만 느긋하게 즐기자, 카지노측은 일단 안심했다.
이제는 진정돼서 게임을 즐기던 플레이어들은 그가 나타날 때마다 환호하며 기뻐했다.
"럭키 프린스! 부디 저에게도 당신의 행운을 나눠줘요!"
"659억 달러! 제 손도 잡아줘요!"
"나에게도 행운을 나눠 주십시오!"
그들은 손 한 번이라도 잡아보려고 아우성이었지만, 하수영은 느긋하게 웃음만 보낼 뿐이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하수영이 한 번 구경을 하고 돌아간 테이블마다, 딜러를 상대로 플레이어들이 승리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매번 승리하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어들은 착실하게 돈을 따내고 있었다.
"지저스! 정말로 자기 도박운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라도 하는 건가?"
"말도 안 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아무 말도 안 하고, 터치도 없고, 그저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 때문에 딜러가 지고 있으니 그만 멈춰 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애타게 속을 끓고 있을 때, 드디어 콜롬보 패밀리가 카지노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