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09화
200장 넌 내 함정 카드를 발동시켰다 (3)
카지노의 존폐 위기였다.
"말도 안 됩니다! 10조 분의 1의 확률이에요! 0이나 마찬가지라고요!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에 그런 큰 판돈을, 10번이나 올인하는 미친놈이 어딨습니까!"
"애초에 당첨 확률을 왜 그렇게 설계한 겁니까? 그리고 당첨금은 당연히 상한선을 잡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금액 상한선을 없애고 슬롯머신 매출을 극대화하자는 전략으로 도입한 신형 머신 아닙니까! 그런데 상한선을 잡았어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옵니까?"
"……."
애초에 신형 머신 도입 취지 자체를 가지고 '왜 그랬냐?'고 비난하는 꼴이라니.
10기의 슬롯머신에 그런 큰돈을 한 번에 올인하고, 때마침 10조분의 1의 잭팟이 터진다?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전개아닌가.
"659억 달러입니다, 659억 달러. 이걸 무슨 재주로 지급할 겁니까?"
"지급은 무슨. 우리 카지노 호텔을 통째로 팔아도 65억 달러가 안 될텐데, 뭔 재주로 그걸 지급한다는 말이에요?"
"차지로 걸어주는 조건이라면……."
"미쳤습니까? 슬롯머신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해요!"
"수수료! 수수료는 얼마죠? 우리가 가져가는 잭팟 수수료가 있지 않습니까?"
"……수익이 안 되는 슬롯머신의 매출을 극대화해 보자, 그러려면 고객들을 짜릿하게 유혹할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취지로 도입한 신형 머신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서, 설마?"
"네, 100만 달러 이상의 당첨금부터는 수수료가 없습니다."
당연히 고객을 유혹하기 위해 만든 미끼.
고객은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라는 현실을 부정한 채.
오로지 일확천금이라는 것에만 홀려서 슬롯머신을 당기게 된다.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머신이었고, 지금까지는 많은 수익을 냈다.
기존 슬롯머신보다 최소 5배 내지 12배의 수익을 내고 있었고, 때문에 다른 구형 머신들도 차례차례 바꿔나갈 예정이었다.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럼?"
"오너에게 보고합시다."
카지노의 오너는 콜롬보 패밀리.
뉴욕의 암흑을 지배하는 기업형 거대 범죄 조직이다.
경영진은 자신들의 손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인식했다.
***
하수영과 미레아는 VIP룸으로 정중히 안내받았다.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연상케 하는 사치스러운 VIP룸에서, 둘은 카지노측이 제공한 술과 음식을 들었다.
"저, 아직도 손이 떨려요. 659억달러라니. 세상에, 말도 안 돼. 애초에 카지노는 당첨금 자체에 상한선을 걸지 않아요?"
"상한선 없는 슬롯머신이라고 강조해서 홍보를 한 거죠."
"그래도 조작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마피아라고 해도 네바다 도박윤리위원회를 속일 수는 없죠. 여기는 뉴욕도 아닙니다."
"콜롬보 패밀리라고 해봐야, 여기서는 그냥 수많은 카지노 사업자 중 한 명이라는 거군요."
"네바다 도박위원회에도 마피아는 있죠. 그들은 진심으로 카지노의 미래를 염려합니다. 대놓고 환수율을 쥐어짤 순 있을지언정, 기계 조작을 하는 것은 절대로 금지합니다."
한 번 조작 스캔들이 터지면 도박시장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왔기 때문이다.
실망한 고객들은 발길을 끊을 것이고, 가장 큰 수입원이 사라진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어본 이들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규칙을 중요 시한다.
"정말 659억 달러를 지급해 줄까요?"
"글쎄요. 일개 마피아가 그럴 돈이 있을까요?"
"사업체 전부를 쥐어짜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이유는 없겠네요."
"그냥 카지노 하나 버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놈들이 과연 현실적인 선택을 하려나 모르겠네."
"……."
잠시 후 푸근한 인상의 정장 차림을 한 50대 백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카지노의 사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실례지만 성함과 신원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걸 공개해야 하나?"
"만 21세 미만은 도박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럼 처음 출입할 때 검사를 할 일이지, 이제 와서?"
"대단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의례적인 절차이니 부디 협조를……."
얼굴을 보니 어쩌면 만 21세 미만 일지도 모른다.
카지노 사장이 먼저 품은 자그마한 희망이었다.
그렇다면 깔끔하게 여기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데.
하수영은 그에게 여권을 보여주었다.
[UAE 아부다비]
[하수르 나즈만 서지느한 유지르지옌 안희]
국적은 UAE, 나이도 만 21세 이상임을 확인한 카지노 사장은 속으로 아쉬움을 억눌렀다.
여권에 왕족이라는 표시가 없지만, 아마 숨겨진 왕자이리라.
여권은 안살린 왕자가 일찍이 하수영을 위해 만들어준 것이었다.
-UAE를 편히 드나들려면 명예국적을 받아두는 게 좋을 겁니다.
-여권에 명예국적이라고 표시되지는 않을 겁니다.
즉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한 UAE 국적자다.
"오늘 하루 저희 카지노가 모시게 돼서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왕자님."
"왕족 사칭은 중죄요."
"아, 죄송합니다. 하수르 회장님."
"그래서 내 당첨금은 언제 주는 겁니까?"
"대단히 죄송하지만, 당장 저희가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막대한 금액인지라……."
"카지노는 보통 지급능력에 따른 당첨금 상한선을 정해두고 하는 게 아닙니까? 당연히 659억 달러 정도는 금고에 쌓아두고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요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들은 그 정도 돈도 없이 게임장을 운영합니까? 금고에 겨우 659억 달러도 없는 겁니까?"
하수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조소를 흘리며, 다리를 바꿔 꼬았다.
"이렇게 가난할 줄이야. 그러니 홍콩과 마카오에 계속 치이고 있는 거지. 쯧쯧……."
카지노 사장은 수치심에 귓불이 조금 벌게졌고, 미레아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듯한 느낌을 억지로 참았다.
"당장은 돈이 없는 거 같으니, 카지노 명의로 채권증서를 발행하시오.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법적인 증서를 발행하는 순간, 카지노는 659억 달러에 묶이게 된다.
어떻게 해서는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오너인 콜롬보 패밀리에 보고를 했으니,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할 때.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만한 금액을 책임질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지금 카지노 오너가 급히 오고 있으니, 실례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대신 최상의 객실을 제공하겠습니다."
"그럼 난 게임이나 더 즐기러 가야겠군."
하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호텔사장은 기겁을 해서 만류하려 들었다.
안 돼! 더 이상은 게임을 하게 놔둬선 안 돼!
콜롬보 패밀리도 그 점을 신신당부 했단 말이다!
가급적 호텔에 붙잡아두라고, 카지노 업장은 더 이상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죄송하지만 고객님께서는 오늘은 더 이상 게임을 즐기실 수 없습니다."
"뭐요? 이유가 뭐지?"
"아직 당첨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만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만, 하수영은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끄덕였다.
물론 연기다.
"그럼 딜러가 아니라 플레이어를 상대로 하는 게임은 상관없겠지?"
"그건 상관없습니다만……."
플레이어한테 돈을 따는 거라면, 카지노가 손해 볼 게 없다.
오히려 수수료를 챙기면 챙겼지.
"좋소. 그럼 난 플레이어를 상대로 게임을 즐기겠소. 만약 카지노를 상대로 칩을 딴다면, 그건 전부 반환하도록 하지."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기 내 파트너는 게임을 즐겨도 상관없겠지?"
"……죄송하지만, 딜러를 상대로 하는 게임은 마찬가지로 곤란합니다."
관리팀은 슬롯머신을 미친 듯이 점검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외부 조작이 가해져 있지 않았나, 해킹이 된 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의심이었다.
애초에 카지노 업장 안에서 철저히 관리되는 슬롯머신을, 외부에서 무슨 재주로?
아무리 뜯어서 조사를 해도 의심할 구석이 밝혀지지 않자, 관리팀은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었다.
"그냥, 일어나선 안 될 말도 안 되는 희박한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차라리 달이 내일 아침 지구에 충돌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래서 도박관리위원회 몰래라도 금액 상한을 걸어놓자고 했던 건데……."
"그만! 그게 걸렸다가는 네바다에서 영원히 카지노 퇴출이라는 걸 몰라?"
"말도 안 되는 확률을 설정해 놓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을 줄이야……."
"지금 그 아랍 왕자 손님! 다시 업장에 들어가서 게임을 즐기고 있답니다!"
"뭐야? 미친 거 아니야? 지금 이리를 다시 병아리 떼 사이에 풀어놓겠다고?"
관리팀은 험악해져서 화를 냈으나, 이어진 설명이 안심했다.
"업장 상대로는 일단 게임 금지라니. 그래도 살았군."
"그래, 플레이어를 상대로는 돈을 얼마를 따든지 간에 우리는 수수료 장사만 하면 되니까."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벌써 쥐도 새도 모르고 묻혔을 수도 있는데, 아랍 왕자라서 경영진도 고민이 많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