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05화
199장 하씨 프롬 코리아 (2)
조직원은 곧바로 저택 안으로 보고 했다.
그리고 내려온 지시대로, 컨테이너를 열게 해서 내부를 샅샅이 수색했다.
안에는 대형 냉장고, 냉동고와 조리에 필요한 도구들이 한 가득이었다.
"이봐, 이 큼지막한 칼은 뭐야?"
"해체용 칼입니다. 소나 참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보통 이 정도 크기의 칼을 씁니다."
"요리사가 직접 해체까지 한다고?"
"들판에서 버팔로 사냥을 해서 바비큐를 만들 때도 있으니까요."
총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검색을 마친 후, 조직원은 들어가라고 문을 열어 주었다.
콜롬보 빅보스의 저택은 집이 아니라 작은 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빙 둘러서 올라가자 마침내 거대한 정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마피아 빅보스 저택답게 곳곳에는 건장한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분수대를 가로질러 거대한 저택 앞에 차를 세웠다.
건장한 백인 남자들이 다가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왔다고?"
"네,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오너, 엠파이어 트러스트가 콜롬보 빅보스께 만찬을 대접하고 싶어서 차를 보냈습니다."
"흠……."
이미 엠파이어 트러스트에 전화를 해서 확인은 마쳤다.
이동식 조리용 트레일러 한 대가 출발했다고.
막상 차를 타고 온 것은 앳되어 보이는, 연약한 이미지의 동양인 청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래서 조리는 누가 할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너, 요리사냐?"
"Yes."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굳이 우리 빅보스께 만찬을 대접하겠다는 이유는 뭐지?"
"엠파이어 트러스트는 평소 콜롬보 패밀리를 깊이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인연이 닿지 않아 아쉬워하던 중, 탑층 레스토랑을 방문한 VIP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흐음…… 그렇군."
조직원들은 납득한 듯이 끄덕였다.
'뉴욕에 기반을 둔 사업가라면 우리 패밀리에 잘 보여야지.'
'미리부터 기름을 치겠다, 이거로군.'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니까.'
시작은 식사 대접으로 가볍게.
그리고 종국에는 큰 비즈니스가 오가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뉴욕 마피아 패밀리는 이런 일이 일상이었다.
어쩌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주가 히트맨이 필요한 건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보고가 들어가고, 얼마 있다가 머리가 벗겨진 중년 백인 남자가 나왔다.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얼굴, 바로 요셉 콜롬보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왔다고?"
"Yes, Sir."
하수영은 그의 앞에서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이봐, 친구. 정성은 좋은데, 빅보스께서는 지금 입맛이 없으셔서 스페셜 스테이크 외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으신다."
"바로 그 스테이크를 준비해 왔습니다."
"뭐?"
요셉은 눈을 가늘게 떴다.
캘론 목장의 스페셜 스테이크는 공급과 수요의 절대적인 차이로,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자신이 직접 비프스 캘론을 찾아가서 정중히 부탁을 건넸겠는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레스토랑에서는 캘론 목장의 스페셜 스테이크만을 취급합니다. 저희 매장에 오셨으면 쉽게 맛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등잔 밑이 어두웠군. 같은 뉴욕 안에 바로 먹을 수 있는 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사실 요셉은 그깟 스페셜 스테이크따위, 라고 가소롭게 보는 입장이었다.
맛이 뛰어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는 입맛이 없는 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여기서 한번 준비해 봐라. 내가 먼저 맛을 보겠다."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곧바로 트레일러를 조작했다.
전동으로 된 천장이 열리고, 바닥이 튀어나오며 컨테이너가 변신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컨테이너는 야외 주방장으로 변했고, 요셉도 그제야 오호하며 감탄했다.
"칼을 꺼내겠습니다. 좀 크더라도 놀라지 말아 주십시오."
"이봐, 친구. 콜롬보 패밀리를 지금 뭐로 보는 건가?"
"제가 오해를 살까 우려해서 미리 말씀드린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깍듯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요셉의 마음은 거듭 풀어졌다.
하지만 하수영이 꺼낸 칼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조직원들도 당황해서 순간 총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냐!"
"해체용 칼입니다. 조리도구일 뿐입니다."
"미친! 그걸로 조리를 한다고?"
길이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양손검.
화려한 장식과 두꺼우면서도 넓은 폭을 자랑하는 칼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저 정도면 사람도 단번에 죽일 수 있으리라.
크기나 두께로 보면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데, 한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수영은 냉장고에서 해동이 되어 있는 통참치를 꺼냈다.
"생선?"
"아니, 이 시국에 그런 큰 생선을 어디에서 구했지?"
불법 사업에만 몰두하는 마피아라지만, 생선 파동 정도는 들어 알고 있었다.
요즘 시중에서 신선한 생선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선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남일 취급했지만.
"스페셜 비프스테이크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 스페셜 참치 스테이크도 분명히 입맛에 맞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래?"
요셉은 눈을 가늘게 떴다.
부친에게 새로운 만찬을 대접한다면 자신의 점수 또한 올라갈 것이다.
파파파파팍!
하수영은 양손검을 한 손에 쥐고 사정없이 휘둘러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르기, 요셉과 조직원들은 그만 넋을 잃고 그 광경에 빠졌다.
순식간에 통참치가 해체되었고, 하수영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진 살덩이 여러 개를 미리 가열한 팬 위에 올렸다.
치이익, 지글지글, 맛좋은 연기와 풍미가 뿜어지며 입맛을 자극했다.
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얼핏 보기에도 너무 맛있어 보였다.
하수영은 마지막으로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려 요리를 완성했다.
"다 됐습니다. 시식을 부탁드립니다."
흰 접시에 그저 참치 스테이크 한 덩이만 담았을 뿐이다.
화려한 장식은 일절 없다.
하지만 그 당당한 풍미가 오히려 한껏 자신감을 내뿜고 있었다.
이거면 됐지, 다른 게 뭐 더 필요한가?
요리 접시는 마치 그렇게 자부심을 뿜어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음, 너희들 먼저 먹어봐라."
"예, 보스."
조직원들이 먼저 포크를 댔다.
혹시 독이라도 들었을까 지켜보던 요셉은 조직원들이 정신없이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나도 먹어보지."
"예, 여기 있습니다."
커다란 덩어리째 포크로 집어서 입안에 삼킨 요셉은 눈을 치켜떴다.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감칠맛의 폭발이 식도로 강제로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쉽게 항거할 수 없는, 맛의 쓰나미였다.
요셉은 어느새 체통도 잊은 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정말 맛있군! 아주 훌륭해!"
주름이 가득한 노인은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참치 스테이크를 입안에 정신없이 넣고 있었다.
"비프스테이크도 맛있었지만, 이 참치 스테이크도 그 이상 가는 놀라운 맛이야! 비교도 안 돼! 대체 비결이 뭔가?"
"그 비프스테이크도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으응? 그럼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조리법의 문제였다는 말인가?"
"완벽한 재료를 불완전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서 드셨을 겁니다."
"……."
"요리사를 탓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우리 엠파이어 스테이트레스토랑의 비법이니까요."
"지금 보여줄 수 있나?"
"영광입니다, 빅보스."
하수영은 그 자리에서 비프스테이크도 엘릭서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서 만들어 주었다.
어느새 참치 스테이크를 비운 주노반은 비프스테이크를 한입 깨물자마자 경악해서 눈을 치켜떴다.
순식간에 비프스테이크마저 먹어치운 부친을 보며, 요셉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배가 불렀는지, 주노반은 천천히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요셉, 네가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직접 요리사를 데려오라고 했다고?"
"예, 빅보스."
"훌륭하구나. 안 그래도 입맛이 없어서 얼마나 더 오래 사나 걱정했었는데, 네 덕분에 그래도 십 년은 거뜬하겠구나."
"오래오래 사셔서 우리 패밀리를 이끌어 주셔야지요, 빅보스."
"덕분에 아주 맛있는 식사를 했구나. 손님은 잘 대접해서 보내드려라."
"염려 마십시오. 우리 패밀리의 성의를 충분히 보여주겠습니다."
주노반이 손을 정자, 다들 침실을 나섰다.
어린 애인이 다가오며 주노반을 다시금 침대에 눕혔고, 문이 닫혔다.
복도를 벗어나자 요셉은 하수영의 어깨에 큼직한 손을 턱 하니 올렸다.
"자네 고용주가 원하는 걸 말하게. 우리 패밀리 도움이 필요한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주라면 자본에서 남부러울 일이 없을 것.
아마도 마피아의 힘이 필요한 무언가가 있으리라.
원한 있는 누군가를 제거해 달라는 부탁일 가능성이 높았다.
부자들이 스스로 마피아에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그런 이유였으니.
"제거하고 싶은 상대가 있나? '현직' 대통령만 아니라면 누구든지 체리해주지."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신중히 뺄 필요는 없네. 억만장자들이 우리 패밀리를 먼저 찾는 경우는 다 그런 것들뿐이거든."
그 외의 문제는 스스로 직접 처리 할 수 있기에.
암살 같은 지저분한 일만 마피아에 의뢰를 할 뿐이다.
"정말 아닙니다. 그저 엠파이어 트러스트는 빅보스께서 자기가 손수 기른 소고기를 좋아해 주시는 것에 감사해서 대접했을 뿐입니다."
"뭐라고? 손수 기른?"
요셉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캘론 목장에서 기른 소가 아니었나?"
"캘론 그룹은 북미 유통을 맡을 뿐, 소고기는 미국 밖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뭐야, 빌딩주가 외국인이었나?"
"네, 그렇습니다."
"흐응……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언제 외국 자본으로 넘어갔나 보군. 심부름꾼이 동양인인 것을 보면 일본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를 향해,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다만, 엠파이어 트러스트가 앞으로 뉴욕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에 진출을 할 예정인데, 콜롬보 패밀리의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요셉은 '그럴 줄 알았다' 라는 듯이 씩 웃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자본가가 빅 마피아 패밀리에 먼저 다가올 리가 없지.
"걱정하지 말게.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본데, 요즘 마피아들은 예전처럼 보호세나 상납받고 그러지 않아.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고 수익을 거두지."
"그렇습니까?"
"우리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도 건드릴 이유가 없어. 그리고 정상적인 기업이 우리 영역을 침범할 이유도 없고."
"이런, 우리 엠파이어 트러스트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패밀리는 원한은 절대 잊지 않지만, 은혜도 잊지 않는다네. 엠파이어 트러스트는 오늘부터 내 친구라네, 하하."
***
하수영은 트레일러를 몰고 대저택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프리덤. 다 기록했냐?"
-네, 마스터. 저택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스캔, 기록했습니다.
"3D 지도 띄워 봐."
모니터에 3D 지도가 떠올랐고, 하수영은 곧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확대하고 짚으며 말했다.
"여기에 금괴 1톤, 여기에 예금증서 3천만 달러, 그리고 여기에 현금으로 1,250만 달러, 여기에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프리덤은 하수영이 알려준 추가 정보를 저택 3D 지도에 전부 업데이트했다.
전부 하수영이 통찰안으로 내부를 둘러보며 얻은 정보였다.
-마스터, 저택을 터실 생각이십니까?
"저게 얼마나 된다고 힘들게 털어. 그냥 기록만 꼼꼼히 해놓는 거야. 아, 그리고 비프스 캘론 회장이 뺏긴 담배농장 현재 가치가 어느 정도냐?"
-15억 달러 이상입니다. 밀매가 아닌 합법 사업으로만 굴린다고 가정했을 때입니다.
"콜롬보 놈들이 담배 밀매로 얼마쯤 벌었을까?"
-20년간 적어도 100억 달러 이상입니다.
하수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담배 농사 시작해라. 미국 수출 시작하자."
하수영은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농축수산물과 식료품에 관해서 '무세금' 혜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