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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04화 (804/1,270)

프랜차이즈 갓 804화

199장 하씨 프롬 코리아 (1)

검은 세단 한 척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따라오다가, 상향등을 몇 번 깜빡거렸다.

그러자 리무진과 경호차량도 속도를 맞춰서 한쪽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경호원들은 차에서 내려서 진형 잡았다.

총기를 꺼내지도 않고, 차량 뒤에 몸을 엄폐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익숙해 보인다.

검은 세단도 부드럽게 다가와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췄다.

4인승 세단, 머릿수로만 보면 이쪽이 압도적인 우위다.

그래서 경호원들은 당장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비프스 캘론은 리무진에서 내리고 짙은 선글라스를 썼다.

"어느 귀하신 일원께서 이런 외지까지 나를 만나러 나오셨소?"

마피아 조직원 한 명이 우측 뒷좌석 문을 열어주자, 베이지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안에서 내렸다.

굵은 시가를 입에 물고 머리가 벗겨진 남자.

비프스 캘론은 그를 바로 알아보았다.

"미스터 요셉, 오랜만이오."

"오, 비프스! 나의 친구여! 건강해 보이니 무척 기쁘다네!"

"요셉도 건강해 보여서 내 마음이 아주 편안하오."

"요즘 왜 그리 통 연락이 없었나?

무슨 신사업에 그리 열중하느라고 바빴나?"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한껏 친근감을 표시하며 다가온다.

비프스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몇 걸음 다가가려다가, 조직원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경호원들도 동시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잠시 양측에 뻣뻣한 긴장감을 흘렀다.

요셉은 태연히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이놈들아! 내 친구가 반가운 나머지 껴안으려고 다가온 거 가지고 뭐 그리 긴장하느냐? 숫자가 부족하다고 그렇게 위축돼 있어서야 콜롬보 패밀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느냐?"

"죄송합니다. 보스."

"편안히 있어, 다들. 자네들도 마찬가지. 난 오늘 오랜 친구와 잠시 대화나 하러 온 거라네."

요셉은 한껏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불경한 목적이 있었다면 내가 겨우 이 숫자만 거느리고 왔겠나?"

"……다들 긴장 풀게."

비프스 캘론이 말하자 경호원들은 주머니에서 천천히 손을 빼냈다.

조직원들도 그에 맞춰서 손을 빼냈고, 요셉과 비프스는 어느덧 호흡이 느껴질 만큼 마주 보고 섰다.

"지금 농장 별장으로 가는 길이신가?"

"그렇소."

"길고 멋진 리무진을 끌고 가는 걸보니, 아름다운 섹스 파트너와 함께인가 보군?"

"……."

"하하, 염려 말게. 난 친구의 여자는 절대로 탐내지 않아. 단 한 번도 친구의 여자를 뺏은 적이 없다네. 자네도 알지 않은가?"

비프스는 쓴웃음을 닮은 조소를 머금었다.

그 말대로 친구의 여자는 뺏지 않는다.

그가 진정한 친구로 여기는 이는 세상에 거의 없다는 게 문제지.

그는 친구로 보지도 않으면서 거리낌없이 친구라고 부르고, 친구처럼 대우한다.

거기에 속아넘어간 사업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셉은 다 타들어간 시가를 내던지고, 새 시가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비프스 캘론이 말없이 시가에 불을 붙여 주었고, 요셉의 가늘어진 시선이 연기 사이로 빤히 바라봤다.

"오늘은 정말 작은 부탁을 하러 온 거네. 그러니 긴장을 푸시게. 나의 친구."

"말해 주시오. 최선을 다해서 들어 주겠소."

"하하, 자네는 항상 그렇게 시원해서 좋단 말이지. 정말 별거 아닐게. 자네 입장에서는 겨우 이런 걸로 찾아왔느냐고 껄껄 웃을 일이야."

"……."

지금까지 요셉이 '작은 부탁'이라고 말해놓고 정말로 작은 부탁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요즘 자네 회사에서 프리미엄 라인으로 유통하는 소고기 있지 않나?"

"……!"

순간 비프스 캘론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요셉은 연기를 깊이 빨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한 100kg, 아니, 200g 정도로 따로 구할 수 없겠나? 내가 가격은 제대로 쳐주지."

"……200㎏라고 했소? 200만 톤이 아니라?"

"200만 톤이나 사서 어디다 쓰게? 난 채식주의자라네."

"……."

"절친인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아버지께서 요새 몸이 참 안 좋으시다네."

요셉의 아버지라 하면, 콜롬보 패밀리의 현직 두목이었다.

말 그대로 콜롬보 패밀리의 왕.

"너무 고령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으셔서 식사도 거의 안 하시고, 삶의 낙을 잃으셨지. 그런데 얼마 전 자네 회사의 프리미엄 스테이크를 맛보시고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다행히 나쁜 일은 아닌가 보오만."

"맙소사! 스튜도 어거지로 먹던 양반이 스테이크 3g을 그 자리에서 뚝딱 썰어서 삼켰단 말이지! 거의 씹지도 않은 채 말이야!"

"……."

"입가에 육즙을 잔뜩 묻히면서 두 손으로 고기를 뜯어먹더라니까? 내가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맛있게 식사하는 건 몇 년 만에 처음 봤어. 그러니 뉴욕에서 알아주는 효자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정말 200kg이면 되는 거요?"

"알아보니까 구하기가 정말 힘들더군, 전미의 상류층이 앞을 다투어 찾는다지? 나도 마트에서 쉽게 살수 있었으면 굳이 이 먼 길을 안왔을 걸세."

"알았소. 준비해서 바로 보내드리지."

"고맙네. 주소는 알고 있겠지?"

"물론이오."

"아, 그리고 고기가 다 떨어질 거 같으면 다시 부탁할 테니 조금만 신경을 써주게. 그때는 정중히 전화로 요청할 테니, 자네 가슴이 철렁할 일은 없을 거야."

"언제든지 불쑥 찾아와도 되오. 우리는 절친 아니었소?"

요셉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다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 담력을 보게!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한다니까! 난 이만 가보겠네!"

요셉이 차에 오르고, 경호원 한 명이 다가와서 비프스 캘론에게 수표를 내밀었다.

프리미엄 수영한우 200kg에 해당하는 가격과 배송비, 그리고 수고료까지 포함된 가격. 숫자는 충분했다.

물론 회장을 직접 찾아와서 협박하듯이 구매해간 것치고는 절대 충분한 가격이 아니지만.

콜롬보 차량이 방향을 돌려서 멀어졌고, 그제야 비프스 캘론은 한숨을 돌렸다.

리무진에 오르자 하수영이 잔뜩 상기돼서 물었다.

"대체 마피아가 무슨 일로 온 거죠?"

"제가 수영한우가 정말 반응이 엄청나다고 했죠? 마피아 총보스 후보가 시장에서 구할 수가 없으니까 저를 찾아왔답니다. 그 먼 뉴욕에서 여기까지 말이죠."

"아! 그럼 수영한우를 강탈해서 자기들이 직접 북미에 유통하겠다, 뭐 그런 건가요?"

"예?"

비프스 캘론은 당황했고, 하수영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캘론 그룹과 콜롬보 패밀리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건가요?"

"아니, 그게……."

"패밀리 녀석들은 캘론이 그룹이 수영한우 유통권을 내놓기 전까지 끊임없이 캘론 농장과 목장에 테러를 퍼붓고, 수영목장 직원들을 상대로 권총을 들이대고 협박을 하겠군요!"

"저,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자기 부친이 식욕이 없는데 수영한우는 유독 잘 넘어가서 그걸 사러 왔을 뿐입니다."

"겨우 그거 때문에 마피아 보스 후계자가 찾아온다고요? 말이 안 됩니다."

"말은 됩니다. 요셉의 부친은 총보스, 당연히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잘 보여야 차기 총보스로 낙점될 수 있습니다."

"……진짜요?"

"예, 콜롬보 패밀리는 지금 후계자 들끼리 한창 경쟁 중에 있습니다. 총보스는 아직 정식 후계자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고요."

"……."

"총보스이자 부친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부친이 좋아하는 고기를 사러 오는 게 뭐가 대수겠습니까?"

"……진짜 겨우 그거 때문이에요? 수영한우 유통권을 탐내서가 아니고요?"

"……물론 수영한우 북미 독점유통권은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마피아입니다."

수영한우가 한국산이라는 것도 모르고, 북미 유통권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도 모른다.

"애초에 육류 유통은 마피아들이 쳐다도 보지 않는 사업입니다."

도박, 노동 공갈, 고리대금, 포르노, 담배 밀매, 마약 밀매, 기업 파산 따위에만 열중하는 조직.

그런 마피아가 엄청난 수고와 관리가 들어가는 육류 유통 같은 '정직한 사업'에 관심을 가질 리가.

"마피아 놈들, 어처구니가 없군요. 식량 권력을 그렇게 무시한다고요?"

"그나마 콜롬보 패밀리는 담배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큰 담배 농장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거 때문에 저도 예전에 몇 번 부딪쳤죠."

비프스 캘론의 음성에 씁쓸한 기색이 묻어났다.

하수영은 가만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담배 농장을 방해받았군요?"

"하하, 바로 티가 납니까?"

"비프스 사장님이 마피아 녀석들과 동업으로 인연을 맺었을 거 같진 않아서요."

"당시 저는 개인 자격으로 담배 농장도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와는 별도입니다."

개인 자격. 소소하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비프크 캘론은 미국에서 알아주는 곡물 재벌이자, 축산 재벌이다.

"제 농장이 있는 주는 담배 세금이 가장 낮은 주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에서 세 번째로 큰 담배 농장이었죠."

"정말 소소하게 하셨군요. 연방 전체도 아니고 겨우 주에서 세 번째라니."

"담배 밀매 사업 확장을 노리던 콜롬보 패밀리는 당연히……."

"담배 농장을 탐냈겠군요. 뺏었나요?"

"아뇨, 합법적으로 사들였습니다. 비용도 정당하게 치렀습니다. 깎지도 않았어요."

"팔 생각이 없는 물건을 시세에 사들였으면, 뭐 일단 합법적이기는 하네요."

"담배 생산 농장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제 손으로 세팅해 놨는데, 제대로 수확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넘겨야 했습니다."

"많이 밉겠네요. 제가 묻어드릴까요?"

"하하, 말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사실 별다른 원망은 없습니다. 마피아와 얽혀서 원금이라도 건지고 물러난 거면 다행이죠. 수틀리면 히트맨을 보내는 녀석들인데 말입니다."

비프스 캘론은 진심으로 녀석들과 원한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저 얽히지 않는 게 좋다.

기왕 얽힌 것, 최대한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도 좋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녀석들이 하수영 사장님을 건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농업인이시고, 외국인이니까요."

비프스 캘론은 녀석들이 아마 하수영을 알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워싱턴에서는 하수영의 존재감이 진동하고 있지만, 불법 사업에만 치중하는 녀석들이 수영농가의 위명을 어찌 알겠나?

마피아와는 애초에 겹치는 게 전혀 없다.

"자, 불청객은 곱게 보냈으니까 이제 우리끼리 재밌게 놀아 봅시다."

"그래요."

비프스 캘론은 별장에서 하수영과 농장, 목장을 둘러보고는 이따금 사냥을 즐겼다.

그렇게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며, 수영목장 육류 유통의 비전도 공유하고, 가다듬었다.

그러는 동안 콜롬보 패밀리에 보낼 냉동컨테이너가 준비되었고, 그때에 맞춰 하수영도 뉴욕으로 떠났다.

"이왕 미국에 왔으니 제 사랑스러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한 번 보고 가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나중에 또 미국을 찾으면 연락 주십시오."

***

한 대의 컨테이너 트레일러 차량이 콜롬보 저택 앞에 섰다.

정문을 지키는 조직원이 다가와서 날카롭게 물었다.

"방문 용건과 신원을 말해라."

"엠파이어 스테이트에서 왔습니다. 주노반 콜롬보 빅보스께서 요즘 입맛이 없으시다는 소문을 들어서, 아주 훌륭하고 건강에 좋은 만찬을 대접하려고요."

하수영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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