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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02화 (802/1,270)

프랜차이즈 갓 802화

198장 나의 주인님 (2)

프리덤이 으스대듯이 말했다.

-네이플 파라다이스? 내가 관리하는 마스터의 재산이면 그깟 회사 100만 개를 사고도 남지.

-저분이 나의 주인님.

-마스터는 농장 관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둘러보러 오셨다.

-농장? 이 농장이 전부 주인님 거야?

-정확히는 마스터의 소유는 아니다. 마스터의 은총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회사에 기생한 농장이지.

-그럼 주인님 것이나 다름없지 않아?

-그리고 마스터는 장수말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값비싼 살충 드론 수백 기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계시지.

-주인님 농장이라는 거네, 그럼.

-아무튼 마스터 앞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 오토.

"국산망겜 사설 오토 출신이라고 했었나? 너도 참 안됐구나. 좋다. 네 퍼포먼스를 한 번 마음껏 펼쳐 봐라."

주인님의 음성이 마이크에 감지되자, 회로가 다시금 빠르게 요동을 쳤다.

흥분해서 고속으로 뛰는 심장처럼, 펄스의 간격이 극도로 좁아졌다.

오토(드론)는 천천히 은신을 유지한 채, 지원을 온 장수말벌들의 날개를 족족 지져댔다.

날개를 잃고 추락한 장수말벌의 숫자가 세 자리를 넘어갔다.

그러자 지원을 온 동료들도 멈칫거리며, 섣불리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말벌 놈들이 전우애가 투철하지만, 감당 못 하겠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지. 자, 어떡할 테냐?"

시험을 하는 듯한 말투.

하지만 오토(드론)는 오히려 회로 가 더 뜨겁게 발열되었다.

추락한 동료 주변을 서성거리던 장수말벌 20여 개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수말벌 입장에서, 더 이상 꿀벌을 터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뭔가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위험이 이곳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도망치는 게 맞지!!

-오토 파일럿 추적 개시.

-적의 본진을 찾아 섬멸한다.

-은밀한 기동을 유지한다.

랩터 킬러는 은신을 유지한 채, 도주하는 장수말벌을 추적했다.

녀석들이 자신이 뒤쫓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긴 숨바꼭질 끝에, 마침내 장수말벌의 본진을 찾아냈다.

바위틈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벌집.

장수말벌들이 그 안으로 일제히 도망치는 바람에 알 수 있었다.

초계 범위 밖인 만큼, 통상 정찰로는 절대로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목표를 포착했다.

-교란을 실시한다.

-레이저 조사 시작.

레이저 패턴 출력이 바뀌었다.

장수말벌을 죽이기 위해서는 가늘고 압축된 한 점에 조사하여 파괴력을 집중시킨다.

하지만 오토(드론)는 오히려 레이저를 넓게 퍼뜨려서 점에 집중되는 파괴력을 약화시켰다.

대신 점이 아닌 면에 전체적으로 열이 가해지게끔 만들었다.

벌집이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했다.

체온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장수말벌은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뭐야? 벌집을 바로 터뜨릴 줄 알았더니, 웬 보온 가열만 하고 있어?"

마스터의 음성이 들릴 때마다, 전자회로가 폭주할 것만 같다.

오토는 문득 자신이 살았던 게임, 네이플 파라다이스를 떠올렸다.

'새끼 늑대의 보잘것 없는 가죽'

'작은 토끼의 빈약한 다리털 뭉치.'

'도마뱀의 쓸데없이 큰 꼬리.'

주인님의 아바타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사냥해서 모았던 아이템들.

고인물 플레이어들에게는 쓰레기나다 름없는 초보 아이템이지만, 오토에게는 보물이었다.

-네이플 파라다이스, 내 모든 보물의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립지 않다.

전 주인님한테 단 한 번도 착용되지 못하고 소멸되어야 했을 아이템들.

아니, 소멸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무기한 방치되고 잊혀진 채, 쓸쓸히 전기적 신호만 축내며 존재하고만 있으리라.

-난 그 아이템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

-나의 주인님을 위해서 자랑스럽고 부지런한 오토로 항상 존재하고 싶다.

-주인님에게 나의 유용성을 보여 드리겠다.

북미의 랩터 킬러들은 프리덤이 실시간으로 전격 제어하지 않는다.

통신 자원의 부족 때문이다.

녀석들은 프리덤이 미리 깔아놓은 규칙대로만 움직인다.

그 움직임만 해도 나노소프트가 '어떻게 프로그래밍한 거지?'라고 입을 벌리며 놀랄 정도.

하지만 랩터 킬러 59호에 탑재된 오토가 보기에는 다들 멍청이들이었다.

-나의 특별함을 나의 주인님에게 보여드리겠다!

"어? 의원님! 말벌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도 거리를 벌려야 할것 같습니다!"

"일단 가만히 보시죠. 저 드론 녀석이 어떻게 처리하나 봅시다."

"하지만 말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제가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수영은 그 자리에 고정된 채 모든 상황을 지켜 보았다.

뜨거워진 집의 더위를 견디지 못한 말벌들이 모두 밖으로 튀어나왔다.

녀석들은 아직 외부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냥 기온이 좀 올라갔구나, 하고만 여길 따름이었다.

동행 직원은 입을 쩍 벌렸다.

새카만 말벌떼가 수도없이 허공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저, 저렇게나 많은 랩터 말벌들이 겨우 한 곳에서 나온 것이라니……."

"항모가 1, 2척인 줄 알고 미사일을 쐈는데 알고 보니 100척이 넘는군요."

직원은 경악해서 하수영을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저런 비유를 한다고?

당장 수천 마리가 넘는 말벌들이 저렇게 붕붕거리며 날고 있는데?

-여왕벌 탐색 개시.

-여왕벌을 잡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여왕벌이 곧 말벌 군단의 모함이다.

-여왕발 발견. 레이저로 날개를 파괴한다.

오토(드론)는 즉시 레이저를 발사해서 여왕벌의 한쪽 날개를 파괴했다.

남은 날개로 힘들게 파닥파닥거리던 여왕벌은 결국 땅으로 추락했다.

끙끙거리는 여왕벌 주변으로 일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왕벌의 상태를 살피기 위함이리라.

정찰조를 뺀 거의 대부분이 녀석들의 여왕벌 주변으로 내려앉았고, 오토는 마지막 남은 레이저 출력을 모조리 뿜어냈다.

넓게 퍼뜨려서 발사했기에 불을 낼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수말벌들의 체온을 순식간에 50도 이상으로 올릴 정도는 되었다.

지나치게 올라간 체온 덕분에 장수말벌들은 체내 곳곳에서 단백질 파괴가 시작되었다.

녀석들은 모두 치매라도 걸린 것처럼 파닥파닥거리며 괴로워했다.

당장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저대로 괴로워하다가 죽어갈 것이다.

그전에 냄새를 맡은 오소리나 곰같은 녀석들이 찾아와서 맛있게 먹어치우겠지.

-소탕 종료.

오토(드론)는 몸을 빙글 돌려 하수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오토는 본능적으로 전방 램프의 점멸을 반복했다.

인자한 주인님의 목소리가 울린다.

"잘했다. 너 좀 치는데?"

***

"역시 59호로군요. 직접 사냥하는 걸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대단합니다."

"알고 계셨군요."

"네, 데이터 로그를 보면 사냥 실적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신형 기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사냥을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랩터킬러와는 뭔가 다르군요."

"어때요? 미 농무부가 보면 막 군침을 흘리면서 탐을 낼 거 같나요?"

"탐을 낼 정도가 아닌데요? 저것과 같은 것들 100기 정도 지원해달라고 드러누울 겁니다."

랩터 킬러 59호(오토)는 본부로 돌아와서 전력과 레이저 화학 캡슐을 재보급받았다.

그리고 쉬지 않고 다시 사냥을 나갔다.

하수영과 직원은 이번에는 따라가지 않고, 농장에서 무선 싱크로를 통해 실시간 영상을 확인했다.

오토의 1인칭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냥은 매우 흥미로웠다.

"절대 작은 것에 만족하지 않는군요. 모든 움직임이 장수말벌집의 본진을 터는 것에 대전략을 두고 있습니다."

"함재기만 실컷 잡아봐야 아무 소용없죠. 결국 적 항공모함을 격침시켜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겁니다."

하수영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동사냥만 하다가 온 녀석이라 그런지 확실히 사냥 하나는 잘하네요."

"네? 자동사냥이요?"

"저도 까먹고 있었는데 무슨 온라인 게임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개조? 이식? 뭐 그랬다고 하네요. 제가 허락했다고 드론 기체도 특별히 최고 사양으로 준 모양입니다."

"59호가 그러고 보니 다른 기체에 비해 유독 크긴 합니다."

"근데 얘는 왜 어지럽게 자꾸 뒤를 돌아보고 그러는 거야? 후면에도 센서는 있을 텐데."

"그만큼 사주경계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수영이 있는 방향을 자꾸만 돌아본다는 것을, 그 둘이 알 리가 없었다.

"프리덤."

-예, 마스터.

"59호는 그럼 따로 인공지능 칩을 내부에 심은 거냐?"

-아닙니다. 녀석의 인격은 제 주시스템 안에 있습니다. 저 기체는 녀석이 직접 통제하며, 저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럼 데이터 로밍 요금 좀 나오겠는데?"

-59호 데이터 요금으로 미국에 하루에만 1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랩터 킬러들, 네가 직접 조종하면 저 정도 퍼포먼스 낼 수 있지?"

-녀석은 제 시스템 연산 자원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저는 농사, 녀석은 사냥에 특화되어 있죠. 제가 메인 시스템이니 퍼포먼스야 능가하겠지만, 전력 가성비로는 녀석이 유리할 겁니다.

"하긴, 네 안에 있는 거라면 결국 네 시스템 자원을 녀석도 활용한다는 거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럼 네가 녀석을 완전히 흡수해 버리면 모든 게 깔끔하게 해결되겠네?"

그 순간, 무선 싱크로 전해지는 영상이 정지화면처럼 멎어버린 것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진짜 흡수하라는 게 아니다. 저런건 귀한 컬렉션이거든. 알지?"

-네! 물론입니다!

그 순간, 정지되었던 싱크 영상이 다시금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아무도 못 봤다.

"잘 좀 보고 키워 줘. 그리고 드론들 실시간 원격 통제는…… 부장님, 해결 방법이 있어요?"

"미 육군은 한국에서 랩터 킬러를 실시간 원거리 통제하는 것을 반대 합니다. 현장 알고리즘 컨트롤타워에 의해서 사냥하는 것만 허락합니다."

"안보 때문인가요?"

"네, 활동범위가 수십m가 넘고 레이저 조사장비까지 탑재한 수백 기의 드론 부대가, 해외의 원격통제로 일제히 움직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니까요."

수영농장 랩터 킬러들은 프리덤의 손발이지만, 미국 랩터 킬러들은 프리덤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때문에 사냥 퍼포먼스를 100% 끌어낼 순 없다.

랩터 킬러 59호(오토)는 '시험 운용'이라는 명목 하에 1기만 실시간 원격 제어를 허락받은 것이다.

"순찰하다가 장수말벌 보일 때마다 지지기만 하면 되니까, 뭐 큰 문제가 없긴 하겠네요."

"그래도 미 농무부는 100% 효율을 끌어내고 싶어하지만, 육군이 찬성하지 않죠."

"미 육군은 저하고 인연이 없으니까 그럴 수 있어요. 해군이었다면 이야기는 좀 달랐을 텐데."

"이참에 육군 장비도 좀 구매하시면 기름칠이 되지 않을까요?"

"에이. 항모는 병원선으로 유용한데, 탱크나 장갑차는 어디다가 써요? 전 무기 상인이 아니라 식품상인입니다."

"아차, 제가 깜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드론들을 한국처럼 프리덤이 실시간 통제하게끔 전용 통신망을 깔아주면 훨씬 더 낫겠는데 말이죠."

"농무부에 59호의 사냥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래야겠어요. 농무부가 미 육군을 잘 설득하기를 바래야지요."

"저라면, 농사 망해서 군 식단이 초토화되는 꼴 보고 싶냐고 협박하겠습니다."

"육군 놈들이 뭘 몰라요. 탈레반, IS보다 더 무서운 게 농사 망치는 해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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