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00화
197장 특진은 좋다 (4)
심상치 않은 분위기.
그중에서 해군 합참차장이 입을 열었다.
"원수님."
"……!"
"……!"
"의원님을 드디어 원수님이라 부를 수 있게 돼서,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군을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방부를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가를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들 정중히 목례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에스코트를 맡은 부병원장 일행, 그리고 미군 장교들도 뜻밖의 상황에 굳어 있었다.
특히 의사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군의관으로 복무를 했기에, 지금이 얼마나 충격적인 순간인지 몸으로 이해한 것이다.
하수영은 아무 말도 없었다.
묵묵히 국방부, 해군 일행을 바라보고 있을 뿐.
잔뜩 상기된 채 고개를 든 이들은하수영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한참 동안 팔짱을 낀 채 입을 다물고만 있자, 그들은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의원님이 왜 저러시지?'
'뭐라도 말씀을 해주셔야…….'
'호, 혹시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은?'
헬기 모함도 기증해 줬으면 하는 마음을 눈치채고 불쾌함을 품으신 것은 아닐까?
다들 얼굴이 창백해지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하수영이 입을 열었다.
"군 면제인 제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행정상으로는 병특법에 의한 예비역 이등병이십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예비역 진급에 관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해군 참모차장이 빠르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포드항모 도입, 사실 이것만 해도 2계급 특진이 가능한 군공입니다."
3계급 특진이 법에 없다는 게 그저 아쉬웠을 뿐.
"공중급유기, 조기경보기, 그것들 하나하나만 해도 1계급 이상 특진이 가능한 공적입니다."
"맞습니다. 의원님은 특진을 수백번은 하고도 남을 만큼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그것들만 따져도 이미 해군대장은 충분히 달고도 남습니다."
"원래 군공에 따른 포상은 나중에 한꺼번에 정산해서 이뤄지기도 합니다. 아주 없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하수영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근데 그것들은 결국 해군 소유물이 아니라 제 소유물인데요?"
"의원님 소유물이긴 하지만 결국이 나라의 국방력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소유권을 떠나서 어쨌든 군공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민간소유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소유물 아닙니까?"
"개인이 가진 아파트들도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아파트' 입니다. 그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군참모차장은 더욱 상기된 얼굴로, 흥분을 감추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에 키로프급 순양함까지 해군에 기증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완전한 해군 기증! 이보다 더욱 국가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대장은 이제까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원수라는 호칭을 쥘 자격이 있으신 분입니다!"
아무도 헬기 항모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미 내정된, 키로프급 순양함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서 헬기 모함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이 빛을 바란다는 것을.
그것은 꺼내지 않고, 모른 체하는 게 좋다.
의식하고 있다는 티도 내서는 안된다.
하수영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제가 원한 것은 겨우 예비군 훈련면제 정도였는데."
"원수 계급은 당연히 예비군 훈련따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종신입니다."
"흠, 누가 이런 기특, 아니, 훌륭한 발상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누굽니까?"
그 말에 다들 해군 참모차장을 돌아보았다.
참모차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제 밑에 똘똘한 준장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한테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거라면 의원님, 아니, 원수(진)님이 만족하실 거라고요."
"누구인지 궁금하군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최성재 준장입니다."
모르는 이름이다.
프리덤은 그 자리에서 즉시 액정에 사진과 경력, 인정사항을 띄워 주었다.
"흠, 전혀 짐작이 안 가는 걸 보니 저와 인연은 없는 분 같은데. 그런데도 저를 잘 파악하고 있군요."
잘 파악하고 있대!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들 뛸 듯이 기뻤다.
하수영의 표정이 내내 굳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잘 파악을 했단다!
"그래도 나중에 한 번 자리 만들어 주세요. 얼굴 한 번 보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편하실 때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구체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네, 하수영 원.수.님. 그래도 적법한 법률 절차를 무시할 순 없으니, 먼저 이등병부터 군공에 따른 특진을 실시할 겁니다."
"일단 대장까지는 달아야 한다는 거네요. 하루 만에는 무리겠죠?"
"죄송합니다. 그래도 하루에 특진을 여러 번 실시하는 것은 조금 그래도 나름 관련 절차법까지 고쳐서 일정을 앞당길 겁니다. 이미 정부에서 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키로프급 순양함 인도 전까지는 대장까지 고속진급을 마칠 겁니다. 그 이후, 대통령께서 국회 동의를 얻어 원수로 임명을 할 계획입니다."
"너무 날림이라고 국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하수영 원수님께서 군에 기여하신 바를 보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그런 말을 한다면 북한이나 일본, 중국의 첩자일겁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만족스럽네요."
하수영이 그제야 표정을 풀며 환하게 웃자, 다들 깊이 안도했다.
"이번 생에서 별 7개를 손해 보긴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한국 유일한 파이브 스타라는 게 중요하죠. 이야, 정말 기쁜 날이군요."
"기쁘시다니 저희의 마음도 몹시 풍요롭습니다. 원수님."
"원수님."
"원수님."
다들 꼬박꼬박 원수라는 호칭으로 하수영을 불렀다.
아직 원수(진)이지만 무슨 상관이랴.
내부적으로 이미 고속 진급이 확정된 사항인데.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하수영의 업적 역시 전례가 없다.
"제가 대장이 되면 해군 모두를 위한 진급턱을 한 번 크게 내겠습니다. 다들 소화제 잔뜩 준비하라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장병들도 크게 기뻐할 겁니다!"
"그리고 별 다섯 개를 달면……."
"……."
"……."
저마다 입을 다문 채, 소리 없이마른침을 삼켰다.
하수영의 의도적인 중간 침묵이 그들의 긴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조국을 위한 한 턱, 설마 크게 안쏘겠습니까?"
"……하하. 국민들께서 기뻐할 이 벤트라도 생기는 거군요."
"4,500만㎏짜리 날치 한 마리 크게 쏘지요."
순간 다들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눈치가 느린 사람은 없었다.
다들 곧바로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4,500만㎏이면, 4.5만 톤!'
'북아메리카급 헬기 모함 배수량이 4.5만 톤!'
'F35B와 헬기를 날릴 수 있는 수상모함이니까 날치라고 부르신 거구나!'
절차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군법상 예비군은 원수로 추대할 수도 없고, 특진 절차에도 기간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법까지 뜯어고치기로 마음먹은 이상, 걸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핵추진 순양함과 핵추진 헬기 모함이 공짜로 생기는 건데, 그깟 절 차가 뭐가 중요한가?
-법은 고치라고 있는 거다!
-결국 명예직인데, 그거 드리는 게 아깝다고? 당신 한국 사람이 맞는가?
이런 일갈 속에서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테니까.
있다면 그자는 한국의 국방력 '공짜' 강화를 반기지 않는 인물이리라.
한국 인사들은 실물 선물도 준비했다.
바로 하수영의 이름과 계급장이 달린 해군원수 새 정복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다섯 개의 별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흐뭇하게 했다.
최윤석도 아빠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다가 권유했다.
"한 번 착용해 보시지요, 이사장님. 아니, 원수님."
"아아, 그냥 이사장이라고 부르세요. 병원장님한테는 그 직함이 우선 순위 아닙니까?"
"그래도 한 번쯤은 원수님이라고 불러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직 원수 아니라 원수(진)입니다. 그전에 착용하면 계급 사칭이죠. 일단은 보관만 할 겁니다. 아, 이거 청담동 의원사무실로 보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떠나시는 대로 곧바로 배송하겠습니다."
"참, 뭐 이런 걸 다…… 그 최성재 준장이라는 사람도 제법 물건이 2."
최윤석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 준장 친구, 앞으로 군 생활은 그야말로 폈다고 봐도 좋겠군.'
누가 감히 하수영을 명예원수(진)이라고 치부할 수 있으랴.
그의 재산, 영향력, 포드 항모 등등을 고려하면 가히 홀로 일군이나다름없을 텐데.
그런 해군원수의 눈에 들었으니, 그리고 참모차장이 칭찬까지 들었으니, 앞으로 군 생활은 팍팍 편 것이다.
하수영은 국방부 인사들과 함께 병원선을 마저 둘러보았다.
특히 포드항모를 처음 타보는 참모차장 등 군 장성들은 톱 여배우와 소개팅을 하게 된 모쏠남 같은 눈빛이었다.
격납고 등 대부분을 병원시설로 개조했지만, 그래도 포드항모의 위용은 어디 가지 않았다.
캐터펄트는 건재했고, 항모 정찰과 방어, 수송을 위한 항공기들도 탑재돼 있었다.
군 인사들은 자기들끼리 조용히 수군거렸다.
"솔직히 포드항모로 무슨 병원선인가 생각했었는데, 성능만 따지면 정말 최고로군요."
"미국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바로바로 실어 와서 즉시 최고의 치료, 수술을 해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게다가 무한히 움직일 수 있으니, 해외파병군 의료 지원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입니다."
"시간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를 본국까지 수송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해외 주둔기지에서는 아무래도 의료 품질이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포드항모는 그런 게 없다.
청담수영병원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식 수술, 개두수술도 가능한 병원선이니.
하수영은 말 그대로 청담수영병원을 복제해서 바다에 띄워놓은 것이다.
"포드항모 한 척만 해도 막대한 지출이 끊임없이 발생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그룹의 자산은 무섭게 증식하고 있으니……."
"10년 뒤 수영그룹의 모습이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는 수영그룹이 작정하고 독식을 시작하면 당장 2년 뒤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사실 수영그룹이 주변 동업자나 경쟁기업, 소비자들을 많이 배려하면서 상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그런 배려조차도 수영그룹이 이렇게 커질 수 있게 된 원동력 일부일 수도……."
어쨌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한 국방부 인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계급장 하나 주고 4.5만 톤짜리 헬기 항모를 받는다고!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
한국 인사들이 돌아가고, 하수영은 수송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나노소프트 본사를 찾았고, 발머 스틴 부사장이 맞이하러 나왔다.
그는 외부인 손님과 함께였다.
"회장님, 여기 이분은 농무부 차관코펠란입니다."
"하수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코펠란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런데 오늘 가맹점 미팅은 갑작스러운 일정인데 차관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코펠란 차관은 매우 심각한 표정이었다.
"의원님, 미 농가를 도와주십시오."
"뭐 때문이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대뜸 말하시면 짐작이 안갑니다."
"랩터 킬러 지원이 필요합니다."
"랩터 킬러 지원? 화이자가 말벌퇴치를 잘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요?"
"말벌 살충제 내성종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더 이상 약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