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98화 (798/1,270)

프랜차이즈 갓 798화

197장 특진은 좋다 (2)

북아메리카급 헬기 모함.

다목적 강습상륙함이라 불리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독도함의 상위 호환버전이다.

언뜻 보기에는 항모처럼 생겼지만 캐터펄트가 없다.

그래서 일반 함재기는 싣지 못하지만,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나 헬기를 실을 수 있다.

"북아메리카급 신형 헬기 모함이라면……."

"우리 해군의 대형 수송함인 독도 함보다 배수량이 3배 정도 됩니다."

"……정말 미군이 그걸 팔겠다고?"

한국 정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니, 미국이 원래 이런 애들이 아닌데?

"팔겠다는 게 확실합니까? 포드 항모처럼 소유권만 주고 운용은 미군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완전히 우리 해군에 주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당연히 하수영 의원님을 끼고 한다는 조건입니다."

"허허."

"하수영 의원님이 러시아에서 키로프급 순양함을 산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기네 것을 사라는 의도입니다."

"이거 참."

해군 참모총장은 애써 표정 관리에 힘썼다.

얼마 전에 핵잠수함 2척이 생겼는 데, 이번에는 2.8만 톤짜리 핵추진 순양함과 4.5만 톤짜리 헬기 모함을 놓고 고르게 생겼다.

'둘 다는 안 되나? 청담동 스타일이라면 분명히 둘 다일 텐데.'

해군 참모총장은 이런 행복한 고민을 애써 숨기려고 노력했다.

"북아메리카급도 핵추진 방식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키로프급이 핵추진 방식이라는 것을 의도한 품목 선정 같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우리 독도함의 상위버전, 그리고 핵잠수함도 이미 실전 배치를 한 상황이니……."

"미국으로서도 함정 수출에 부담이 적다는 그런 계산일 겁니다."

"캐터펄트 없는 경항공모함이라고 봐도 무방한 스펙입니다. 심지어 호위함 없이 단독 작전도 가능하죠. 물론 호위함을 붙이는 게 효율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그래도 호위함 1, 2척이면 충분할 겁니다."

"애초에 혼자서 미니 항모전대 역할을 한다는 개념의 함정이니까요."

해군, 국방부는 키로프급보다는 북아메리카급이 더 마음에 들었다.

더 비싸고, 더 크고, 무기 호환이 잘되는 미국제 아닌가.

"뭐, 어느 쪽이 되던 우리 예산이 나갈 일은 없으니."

"하수영 의원님을 잘 설득해야겠죠."

"해군의 영업이 중요하겠군요."

국방부의 마음은 이미 헬기 모함으로 쏠려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하수영 의원은 어디에 있소? 아직도 연해주인 겁니까?"

"연해주를 둘러본 후, 러시아 수송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미국으로?"

"캘리포니아 해역의 포드 병원선 1호기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으음. 어쩌면 미국을 방문할 수도 있겠군."

"그럴 수도 있습니다."

"좋아요. 설득은 우리가 나서는 게 모양에 좋겠지. 우리도 곧바로 포드항모에 사람을 보냅시다."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제가 가겠습니다!"

"제가 기필코 하수영 의원님을 잘 설득하겠습니다!"

해군 장성들은 저마다 자신을 보내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방부 소속 2, 3급 공무원들도 자신이 가겠다고 나섰다.

기왕이면 미국의 4.5만 톤급 헬기 모함으로 가자.

국방부는 그렇게 가닥을 잡았다.

이제는 '영업팀'을 꾸릴 차례다.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해군 참모총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내가 하수영 의원님이라고 가정하고, 내 앞에서 설득의 근거를 말해 보세요. 어떻게 이미 내정된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 것을 사달라고 '영업'할 겁니까?"

국방부는 느닷없이 즉각 가상 인터뷰 자리로 변했다.

포드항모로 보내달라던 장성, 공무원들은 차례차례 가상 면접에 나섰다.

각자 나름대로 설득과 논리의 근거를 만들어서.

"우리 해군의 상황에는 키로프급보다는 북아메리카급이 훨씬 더 유용 하므로……."

"틀렸습니다."

시작부터 해군 참모총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의원님이 설마 그것도 모르겠습니까?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기계적인 팩트 체크로는 의원님의 감성을 움직일 수 없어요."

"죄, 죄송합니다."

"팩트로만 접근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다들 버리세요. 영업이라는 건 결국 고객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일입니다."

감성, 감성.

가상 인터뷰를 준비 중이던 장성들은 다들 머릿속으로 그 단어를 메모했다.

다음 사람이 나섰다.

"키로프급보다는 북아메리카급이 더 크고 멋집니다. 헬기와 수직이착륙기를 실을 수 있어서 환자들 수송지원에도 용의합니다. 그러니 북아메리카급이 낫습니다."

"그래도 민간인(국방부)이 조금은 더 유연하군요.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음.

"예비군 훈련에서 그치지 않고, 민방위 훈련까지도 면제시켜 드려야 합니다."

"민방위까지도 면제라. 그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식상한 발언이군."

또 다음.

"기왕이면 둘 다 사자, 이게 바로 청담동 정신이 아닙니까? 굳이 어느 하나만 고르고 하나를 버릴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의원님이라면 호구로 보는거 같아서 기분이 나쁠 거 같은데요. 키로프급 사주려던 마음도 쏙 들어갈 거 같습니다."

"……."

"자, 다음."

해군 참모총장은 그렇게 차례차례 가상 면접을 거치며, 포드항모에 보낼 '영업팀'을 꾸려 나갔다.

이번에 나선 이는 원스타 준장이었다.

"그래, 준장. 시작해 보게."

"네, 총장님."

준장은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꺼냈다.

"언제까지 의원님을 육군 예비역 이등병으로 두어야 합니까?"

"응?"

지금까지 면접에 임했던 사람들의 주장과는 전혀 궤도가 달랐다.

다소 느근해졌던 분위기에 확 불이 붙었다.

참모총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계속해 보게, 준장."

"해군은 의원님으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한 해군의 전체 전투력은 엄청난 상승을 거두었습니다."

"음."

"핵잠수함 2척. 그 외에도 포드항모 2척과 여러 다양한 함재기들, 그리고 수십 기가 넘는 퀸 스텔리온, 공중급유기들이 행정상 '대한민국'의소유입니다."

"포드항모는 어차피 2척 모두 미군이 운용하고 있네만."

"10년, 15년 후에는 어떨까요? 수영그룹이 더욱 성장하면 미국이 아예 우리나라에 제공한다는 방침 수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요?"

"……!"

"……!"

"전 의원님이 그것까지 내다보고 포드항모를 병원선으로 구매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퀸 루나 호처럼 초대형 크루즈선을 병원선으로 개조하는 게, 여러모로 더 좋습니다."

호화 크루즈선은 움직이는 호텔이다.

항모가 아무리 크다 하나 편의 면에서는 호화 크루즈선을 넘어설 수 없다.

"그렇게 해군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신 의원님이, 왜 여태 예비역 이등병인 겁니까?"

"그럼 준장의 말은……."

"당연히 명예 진급이 필요합니다! 군적도 육군에서 해군으로 옮겨오고 말입니다!"

"……."

"왜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셨는지, 저는 그 이유를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거야 예비군 훈련이 귀찮아서가 아닌가?"

국방부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얼마든지 면제를 시켜줄 생각이었다.

전투함 1척을 사준다는데, 그깟 예비군 훈련이 문제야?

"저는 쪽팔려서라고 생각합니다."

"쪽팔려서라."

"작대기 1개 계급장 군모를 쓰고 훈련장에 나가니 불편하셨겠죠. 다들 병장 이상인데 말입니다. 우리군이 먼저 나서서 그런 마음을 헤아려드려야 합니다."

"그럼 예비역 병장으로 특진을 해주자는 말인가?"

"겨우 병장 가지고 되겠습니까?"

"군에 기여한 바가 무척 크긴 하지."

무척 크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핵잠수함만 2척을 갖게 해줬다니까?

"의원님이 군에 기여한 바를 객관적으로 따지면, 별을 드려도 부족합니다!"

"음."

해군 참모총장은 안색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던 그가 이윽고 부관을 돌아보며 확인했다.

"법적으로 예비역 장성 특진이 가능한 부분인가?"

"공적만 따지면 차고 넘칩니다. 법률과 절차가 문제입니다. 다행히 이제는 예비역 장교의 진급이 가능해져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절차 문제는 어느 정도지?"

"적어도 일부 법 개정은 필요할 겁니다."

"그거야 국방부에서 블루하우스에 건의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고."

그 뒤로도 부관과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참모총장은 다시 준장을 돌아보았다.

대견하다는 눈빛이다.

"더 말해보게."

"저라면 헬기 모함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겠습니다. 의원님도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요."

"그렇지. 그렇겠지."

"그냥 조용히 우리 해군이 준비한 선물을 전해드리려고 왔다. 이렇게만 말을 꺼낼 겁니다."

"음."

"절차가 문제라면 법도 개정할 생각이고, 무조건 되도록 추진하겠다, 그만큼 의원님이 해군에 베풀어주신 '군공'을 국가가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겁니다."

"헬기 모함 이야기는 아예 입에 담지도 않는다?"

"우리가 먼저 꺼내서는 안 됩니다. 어차피 선물이 마음에 드시면 먼저 물어봐 주실 겁니다. '미사일 순양함이 좋아, 헬기 모함이 좋아?' 라고 말입니다."

참모총장은 한껏 상기된 채 다정하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

"부끄럽지만, 사실 친한 친구와 자주 나눴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 친구도 군인인가?"

"아닙니다. 만기병장 출신이고, 식료품 유통사업을 주로 하는 친구입니다."

"혹시 의원님과 관련이 있는 친구인가?"

"아닙니다. 수영그룹 참다랑어 캔도 유통하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인연이 있을 만큼 대단한 친구는 아닙니다."

"으음, 그래도 그런 친구를 두었다는 것 자체가 자네의 능력이지."

주변인들의 눈빛이 변했다.

지금 이 자리를 통해, 저 준장은 참모총장의 눈에 단단히 들었다.

"자네도 영업팀에 합류하게. 아니, 자네가 주도적으로 영업을 맡아줘야겠어."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범석아, 됐다. 됐어. 나도 포드항모로 가기로 했다."

-오, 그 보수적인 군대 집단이 그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천지가 뒤집어질 일이네.

"군대가 보수적이기는 해도 연공서열을 얼마나 중요시하는데. 핵잠 2척 사주시고 핵추진 순양함까지 사주시는 분은 해군 장군으로 모셔도 부족하다."

-그래서 별은 몇 개?

"몇 개라니? 당연히…….

-야, 설마 달랑 별 1개까지만 진급 시켜드리고 끝내려고 했냐? 회장님이 무슨 너와 동기야? 그렇게 맞먹고 싶어?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

-에휴. 역시 군대는 어쩔 수 없나보다. 아니, 핵잠 2척에 핵추진 순양함이면 특진을 백 번은 해도 부족할 군공인데, 그걸 겨우 별 1개로 입 싹 씻는다고?

"의, 의원님이 화내시려나?"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속으로 생각하실 거다.

"너 혹시 지금 잠깐 나 좀 만날 수 있냐? 만나서 이야기하자."

-친구야, 나중에 내 공 잊으면 안된다. 그럼 섭섭하지.

"염려 마라. 내가 꼭 너희 회사가 군납할 수 있도록 손써줄게."

-내가 겨우 해군 군납이나 바라고…… 아니다. 순양함에 헬기 모함 패키지로 바라면서 겨우 별 1개 생각하는 똥별들 앞에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지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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