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97화
197장 특진은 좋다 (1)
CIA 한국 지부는 다시 바빠졌다.
그들은 취합한 정보를 정리해서 본국으로 송신했다.
이에 펜타곤 역시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키로프급 핵추진 순양함?"
"네, 재취역을 준비하며 무기한 대기 중이던 키로프급 어드미럴 노히모프 함 판매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아니, 한국군이 갑자기 왜 그런 순양함을 산다는 건가?"
"그…… 사는 주체가 한국군이 아니라 수영농장이랍니다."
"……."
"……."
그제야 장관 이하 국방부 측근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혹시 퀸 루나 호위 목적으로 구매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에서 사서 한국군에 기증하는 형태라고 합니다."
"대신 한국군은 퀸 루나 호위 용도로만 운용을 하겠군."
"……."
"우리가 호위함 판매를 했으면 싶은데……."
"어렵습니다. 포드 항모와 달리 한국 해군에 기증하는 형식입니다."
포드 항모는 모든 운용을 미군이 전담함으로써, 기술 유출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언젠가 수명이 다해 해체하더라도 미국이 맡는다.
하지만 최신 미군 전투함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기술 유출이라는 선택지에 맞닿게 된다.
의회에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펜타곤 역시 한국 해군에 최신 전투함 수출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고,
"젠장, 차라리 하수영 의원을 설득해서 우리 미군의 호위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아무래도 하수영 의원의 전투함 기증 의사가 확고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전투함을 기증하려는 거지?"
"일단 예비군 훈련에서 빠지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허, 고작 예비군 훈련 빠지자고 10억 달러가 넘는 핵추진 순양함을 기증한다고?"
"현역 징집을 면한 것에 대한 채무의식도 강하게 작용을 한 거 같습니다. 겸사겸사 퀸 루나에 상시 호위도 붙이고 말입니다."
펜타곤은 결국 전투함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원칙만 재확인했다.
하지만 전투함 수출을 반대하는 이들조차도, 하수영이 러시아제 핵추진 순양함을 구매하는 것은 배가 아팠다.
애초에 팔 수 없는 품목.
그래도 우리 백화점 VIP가 다른 백화점에서 그 품목을 구매했다는 것을 들으면, 당연히 배가 아프지 않겠는가?
***
키로프급 어드미럴 노히모프 핵추진 순양함.
이론상 항속거리는 무제한.
물자 보급만 이뤄진다면 항구로 다시 돌아올 필요도 없다.
물론 승무원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는 중간중간 육지를 밟게 해줘야 한다.
재정 문제로 무기한 예비함 신세였던 노히모프 순양함은 복귀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러시아 정부는 흔쾌히 판매에 동의 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하수영과 인연이 있던 이반 요원이 한국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무장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사일 등 주요 무장은 당연히 한국 해군의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다.
러시아 것을 그대로 쓰던가, 아니면 대대적인 개조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군은 무엇보다 무기 시스템의 체계화, 호환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퀸 루나 호위 목적이 더 중요하니까 개조할 시간은 없을 거 같네요. 무장까지 러시아 것을 그대로 쓰겠습니다."
"군사위성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만."
"괜찮아요. 전쟁 벌일 것도 아니고, 병원선에 접근하는 해적이나 때려잡을 건데요."
"……해적 방어용으로 키로프급 순양함을 배치하는 것은 너무 과한 게 아닐까요?"
"사자는 진드기를 잡을 때에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그, 그렇군요."
"아무튼 러시아에서 흔쾌히 판매에 동의를 해주셔서 기쁩니다."
"러시아는 언제나 수영농장을 깊은 친구로 여기고 있다고, 대통령님이 그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가까이에 좋은 친구가 있어서 저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번에 귀국하실 때 저도 같이 비행기 타고 갑시다."
"알겠습니다."
이반은 마음이 급해서 하수영과 헤어지자마자 곧바로 본국에 소식을 알렸다.
-반달곰이 러시아 귀국 동행을 원한다.
반달곰, 러시아가 하수영을 부르는 은어였다.
시베리아 불곰과 지리산 반달곰, 뭔가 친숙해 보이지 않는가?
러시아는 당장 대통령 전용기를 보냈다.
덕분에 하수영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편안하게 러시아로 출발할 수 있었다.
"러시아 전용기를 타고 왔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반 요원, 알고 보니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군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의원님이 러시아를 찾아주신다고 하니 크렘린 궁에서 급히 보낸 겁니다."
"아, 그렇게까지는 안 해주셔도 되는데."
"러시아는 소중한 친구를 언제나 각별하게 대접합니다."
하수영은 러시아를 귀빈 자격으로 방문했고, 부틴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성대하게 맞이했다.
"농장, 목장 부지를 한 번 둘러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마음껏 둘러보시오. 원하시는 땅은 얼마든지 내어드리리다."
부틴은 농무부 장관까지 수행으로 붙여주는 친절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대지를 편안히 둘러보라며, 최신형 러시아 정찰헬기까지 내주었다.
아무래도 정찰헬기를 타고 움직이는 게 땅을 둘러보기 쉽지 않겠는가.
***
"우리 러시아의 농경지, 목축지는 22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합니다."
"가로 2,200km, 세로 1,000km 정사각형을 생각하면 쉽군요. 참 크네요."
"전체 국토의 20%도 채 되지 않지만, 절대 면적으로 치면 대단하지요. 경제특구의 스마트팜 기업들이 한창 스마트팜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부지도 좋은 곳이겠군요."
"네, 뛰어난 생산성을 자랑하는 비옥한 흑토지대입니다."
농업부 장관은 은근슬쩍 좋은 땅을 유도했다.
하지만 하수영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저는 오히려 남들이 찾지 않는 소외된 농경 지역을 보고 싶은데요."
"의원님?"
"이미 '중소기업'들이 점을 찍어 놓은 곳을 뒤늦게 쳐들어가서 뺏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외진 지역을 보여 주세요."
"의원님, 우리 러시아는 수영농장의 진출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의원님의 성공이 곧 러시아 농업의 성공입니다."
"훌륭한 농부는 밭을 가리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오염된 땅에서도 깨끗한 농산물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밭을 가리지 않는다.
그 말은 농업부 장관의 마음을 미묘하게 울렸다.
"혹시 연해주는 어떠십니까? 물론 연해주도 해외농업법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농경지대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아직 아무도 찾지 않는 땅은 있습니다."
"연해주면 한국과 가까우니까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관리하기는 편하겠군요. 좋아요. 한 번 봅시다."
"연해주에 진출한 한국 농업기업도 상당합니다.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하여 하수영은 연해주로 발걸음을 돌렸다.
크렘린에서 연해주까지 대통령 전 용기로 이동한 후, 다시 정찰헬기로 갈아타고 땅을 둘러보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수영이 말했다.
"개간되지 않은 땅이 개간된 농지보다 훨씬 더 넓군요."
"네, 그렇습니다."
"좋아요. 저는 저기부터 저기까지에 수영농장 러시아팜을 세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수영이 선택한 땅은 아직 개간이 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인도 작업은 어렵지 않지만, 과연 언제부터 생산에 들어갈 수가 있을까?
올 한 해는 개간에만 쓴다고 치더라도, 적어도 내후년부터 생산을 기대할 수 있겠군.
"그래도 평지라서 개간이고 뭐고 크게 손 쓸 건 없겠네요. 벽만 세우고 나서 바로 농사 시작하면 되겠어요. 아, 그냥 동시에 추진해도 될 거 같은데."
"예?"
농업부 장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렇게 후다닥 해치우는 게 가능하다고?
-마스터, 3.3제곱미터당 가격이 200원이 안 됩니다! 정말 가격이 미쳤습니다!
"정말 싸군요. 그냥 마음 같아서는 미개간지역을 내가 전부 다 사버리고 싶은데."
"얼마든지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에이, 그래도 큰 꿈을 안고 해외진출에 나서는 미래의 새싹들을 짓밟을 순 없죠. 전 딱 필요한 만큼만 사겠습니다."
하수영이 콕 집은 면적은 생각보다 좁았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확보한 농지보다 훨씬 좁았다.
'일단 테스트로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먼저 확보한 것인가, 아니면 저만한 면적에서도 생산성을 장담할 수 있어서인가?'
경기도 수영농장의 면적은 매우 높다.
한국 개인농으로서는 상당한 면적의 농지이지만, 러시아 농업 법인들이 보기에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좁다.
그런데 거기서 말도 안 되는 생산력을 보여 준다.
팟디서플라이, 카길 등 글로벌 농업 재벌들은 그 점을 미칠 듯이 궁금하게 여겼다.
그냥 무인로봇 체제로 운영한다고 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산력이 나온다고?
비농업인들이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농업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그럼 어떤 작물에 집중하실 생각 이십니까?"
"일단은 밀이겠죠? 러시아 내수시장 유통이 진출 목적이니까요."
농업부 장관은 끄덕였고, 하수영은 다시 말했다.
"수영농장의 기본 스탠스는 '전부다' 입니다."
"전부 다."
"어떤 작물을 먼저 손대느냐는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차별 없이 모든 작물을 취급한다는 게 기본 스탠스입니다."
"으음."
"목장에서는 소, 돼지 외에도 순록과 사슴도 키워보려고요. 저번에 부틴 대통령님과 함께 사냥했던 순록스테이크가 제법 맛있더라고요."
"순록 고기도 좋지요. 소, 돼지와는 다른 식감이 있습니다. 지방기도 적습니다."
"한국에 전문 순록고기구이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내보려고요. 그거 아세요? 한국은 평생 순록 고기 한번도 못 먹어본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허어, 그 맛있는 걸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니요."
"우리 동네 한복판에서도 순록 고기 취급하는 가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없는 음식점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워요."
하수영은 턱을 쓰다듬으며, 드넓은 농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나저나 러시아산 수영한우? 이건 좀 어감이 이상한데, 한우를 순전히 러시아에서만 키웠으면 한우취급은 못 받겠구나."
-수영카우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전 세계 시장을 노리면 지금부터 미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도 한 번 통합해서 손을 봐야겠어.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농장을 운영했더니 신경 쓸 게 많네."
농업부 장관이 은근히 물었다.
"의원님, 혹시 연해주 해역에 양식장을 운영하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당연히 해야죠. 러시아 유통만을 위한 전용 양식장을 설치할 겁니다. 아, 정말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극동 파이프에 양식장까지. 연해주는 정말 수영농장의 제2의 모국이 되겠습니다."
"이미 우리 로봇들은 연해주를 또다른 모국이라고 펌웨어 업뎃을 하고 있어요."
농업부 장관은 껄껄 웃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대통령님도 이 말을 직접 들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
-이지스 구축함을 한국에 수출할 순 없다.
-포드 항모처럼 미군이 모든 운용을 전담하고, 소유권과 명령권만 이 사장 개인에게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백악관은 미 의회의 그런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지만 하수영이 연해주 농지를 둘러보고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하여 비둘기파는 적극적으로 매파 설득에 나섰다.
"향후 하수영 이사장 개인의 취향이 대한민국 해군의 무기 수입 방향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꾸 러시아제를 쓰다 보면 러시아제 생태계에 맛 들이게 된다.
래플폰, 래플크라우드, 래플북 등 한 번 래플 생태계에 발을 들이면 갈아타기 어려운 것처럼.
"아직 한국과 러시아는 키로프급 순양함 인도 계약에 도장을 찍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매파의 그런 간절한 노력은 결국 의회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하여 한국 정부는 미국 국무부의 정식 외교공문을 접수했다.
정중한 외교 수사로 도배된 장문의 공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님들, 혹시 신형 헬리콥터 모함 사실? 배수량 4.5만 톤짜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