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96화 (796/1,270)

프랜차이즈 갓 796화

196장 자유무역은 좋은 것이다 (7)

핵잠수함의 호텔 특식을 능가하는 식단과 쾌적한 함내 생활.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군의사기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소수의 해군 지휘부만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

이 타이밍에, 해군은 미국으로부터 뜻밖의 추가 선물을 받게 되었다.

"정말입니까? 퀸 루나 호에 핵추진 장치를 단다고요?"

"그래, 제럴드 포드 항모에 들어가는 원자로를 설치한다는군."

"민간 유람선에 핵추진 장치라니, 허허…… 이거 해군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해군의 소원은 핵추진. 꿈에도 소원은 핵추진.

하지만 그 핵추진은 한 명의 민간 인의 손으로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다.

"그런데 미군에서 원자로 관리 운용은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는 모양이야."

"최소한이라면?"

"미군은 꼭 필요한 만큼만 상주시키고, 그 외 경비는 우리 해군이 맡게 되는 거지."

"으음, 왜 그러는 걸까요?"

"기왕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됐으니 운용 경험을 어느 정도 숙달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이라고 생각되는군."

"핵추진 크루즈선이라니. 제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참 어안이 벙벙합니다."

"나도 그렇다네."

덕분에 해군은 시끌시끌했다.

핵잠수함 2척에 이어, 퀸 루나 호에 원자로 설치라니.

"퀸 루나 호는 배수량만으로 보면 제럴드 포드 항모 이상이지."

"이로써 청담수영병원은 총 3척의 초대형 병원선을 운영하게 되는군요."

"미 서부 해안에 1척, 유럽 해역에 1척, 나머지 1척은 어디에 배치를 할 거 같은가?"

"그거야 병원 이사장 마음이니……."

"하지만 실무는 부이사장이 전권을 쥐고 휘두른다는군. 하수영 이사장은 개별 경영까지는 간섭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퀸 루나 호는 현대 독도 해상 플래폼에서 펜션 역할을 맡고 있다.

펜션 플래폼이 완성되면, 원래 구매 목적대로 병원선으로 개조된다.

원자로를 달고 연료 보급 없이 무한한 항해를 할 수 있는 병원선.

그리고 한국 해군도 일부 병원선에 상주하며 원자로 운용 경험을 간접 습득하게 될 것이다.

"아주 중요한 보직이 되겠군요."

"그렇지. 언젠가 우리 해군이 항모를 도입하게 된다면……."

"퀸 루나 호 복무자는 발령 1순위가 되겠습니다."

"……모든 함정을 통틀어서 가장 완벽한 근무 환경이 되겠지."

초호화 유람선을 개조한 병원선이다.

크기도 크기거니와, 오페라와 극장, 수영장, 카지노 등 없는 게 없다.

말 그대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특급호텔.

해군본부에서 차세대 전력 경험 축적을 위해 중요시 여기는 보직.

진급과 출세, 쾌적한 복무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완벽한 보직이다.

때문에 퀸 루나 호의 미래를 놓고, 해군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 어디에 배치를 하려나?"

"어차피 우리나라 주변은 아니야. 지금 한반도는 닥터헬기가 전국을 거의 커버하고 있어서, 병원선이 굳이 있을 필요가 없어."

"역시 인도양이 유력하지 않을까? 동부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호주까지 모두 범위권 안에 넣을 수 있다고."

처음에는 지리적인 조건을 따져서 예상 배치 지점을 추론했다.

하지만 반박이 나왔다.

"다들 중요한 걸 잊고 계신 거 같습니다."

"중요한 거?"

"네, 하수영의료재단이 병원선을 운용하는 목적 말입니다."

"그거야 해외 환자들을 위해서……. 아!"

"정확히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의료서비스지. 그리고 재외동포는 북미, 중국, 유럽에 가장 많아."

"북미와 유럽은 이미 배치했고, 일본에도 90만 명 가까이 살고 있군요."

"나도 중국과 일본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네."

과연 퀸 루나 호는 어디에 배치될 것인가?

해군은 그것을 놓고 매일같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드디어 의료재단에 모집공고가 떴다.

[청담수영병원선 3호기가 출범 예정입니다.]

[대양을 누비며 환자들을 위해 일할 의료진과 승무원들을 모십니다.]

[청담수영병원은 파격적인 근로 조건과 급여를 보장합니다.]

[청담수영병원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모집공고가 뜨자, 종합병원이나 규모가 좀 있는 중형 병원들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이탈을 하려나……."

"요즘은 세후 월 삼천을 준다고 해도 수술 의사들 모집하기가 힘들어.

죄다 수영병원으로만 가려고 하니."

"이미 대한민국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박박 긁어가 놓고,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

"진짜 더러워서 병원장 못해먹겠네. 자본빨도 적당히 좀 내세워야지, 어휴."

청담수영병원은 페이닥터나 간호사들의 이상향이자 천국으로 꼽혔다.

개업의를 준비하는 이들도 청담수영병원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에 목메고 있었고.

무엇보다 청담수영병원은 건강보험공단과는 반쯤 별개로 움직이는 유일한 병원이었다.

심평원의 판단 따위는 쿨하게 무시해버리는, 돈을 쓰기 위해 존재하는 종합병원.

***

하수영은 국방부를 찾았다.

왕세경이 해야 할 일이지만, 그는 가급적 병원을 벗어나지 않는 게 좋기에.

"성주신은 집에 붙어 있어야죠. 성주신이 집을 벗어나면 큰일납니다, 큰일나요."

-고맙네. 이사장. 대신 내가 저승차사들 단 한 놈이라도 우리 병원에 못 들어오게끔 눈을 부릅뜨고 있겠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저승차사들이 잘 안 보이는 거 같던데요?"

-녀석들이 얼씬도 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되네. 내가 자리를 비웠다가는 또 슬그머니 어떤 환자를 데려갈지 몰라.

"올해에는 사망자가 몇 명이나 나왔죠?"

-1명. 다행히 혼이 길 잃고 끌려가기 전에 내가 다시 밀어 넣었으니 망정이지. 병원 밖으로 나갔다가 저승차사 눈에 띄었어 봐.

청담수영병원은 사망자가 없다.

한 번 병원에 들어간 이는 무조건 살아서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진실이 있었다.

수영병원에서도 드물게 사망자가 나온다는 것을.

스틱스 강(병원 출입구)을 넘을 당시에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영혼이 이탈한 상태.

이럴 때 왕세경이 활약한다.

영혼을 붙잡아서 끌고 가서 강제로 육신에 다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사망자는 아직까지 0명이다.

"제가 잘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제가 군과 친한 거 아시죠? 걱정 마세요."

-똥별들 비리가 보통이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지만, 이사장이라면 문제없겠지.

어느덧 국방부에 도착했다.

하수영은 마중을 나온 중장 일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국방부에 들어섰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알아보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넨다.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차관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장관님께서는 현재 서울에 계시지 않으신 관계로……."

"괜찮습니다. 저도 실무자와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해서요."

"실리와 효율을 중요시하신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퀸 루나 호 때문에 왔습니다. 이제 슬슬 독도 펜션은 그만두고, 병원선 개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차관의 얼굴에 긴장감이 조금씩 어렸다.

"원자로 관리를 위해서 해군도 상주하는 게 좋다고 그러네요."

"예, 미군은 최소한의 운용 병력만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그럼 해군은 몇 명이나 퀸 루나에 태우실 예정이신가요?"

"내부적으로 논의 중입니다만, 이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적정한 숫자를 들으면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하하, 저야 마음 같아서는 선박승무원 전부를 해군으로 하고 싶죠."

"……그것은 무리입니다. 그만한 숫자를 차출할 수가 없습니다."

"하긴, 요즘 해마다 장병들이 줄어들어서 골치죠? 사회가 애 안 낳게 만드는 풍조를 만들고 있어서 골치예요. 하여튼 정치인들이 문제라니까요. 정치인들이."

본인도 정치인이면서, 지금 자기 얼굴에 먹칠인가?

차관은 의원님이 아니라 이사장님이라고 호칭한 것을 내심 뿌듯하게 여겼다.

"좋아요. 그럼 몇 명까지 줄 수 있으세요?"

"8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교, 부사관, 장병을 섞어서……."

"깔끔하게 200명으로 합시다."

"너, 너무 많은 숫자입니다. 그만한 숫자를 갑자기 차출하면 다른 부대에서 인적 자원 결핍 문제가……."

"제 덕분에 핵잠수함 2척도 받으셨는데 이러시기 있나요?"

"그, 그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관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핵잠수함은 감사한데, 잠수함 배치 병력을 차출하느라고 안 그래도 인원을 쥐어짜내서 지금 마른 오징어 상태라고.

"제가 승조원들 대우 잘해줄게요. 전부 10kg 이상씩 살찌워서 돌려드립니다."

"군인이 쓸데없이 살만 찌우면 오히려 전투력 저하 우려가……."

"그럼 10kg 중에서 8kg 이상은 근육으로 해놓을게요."

쩔쩔매던 끝에 차관은 겨우 150명으로 타협을 봤다.

"그런데 퀸 루나 호는 어디에 배치하실 예정이십니까?"

차관은 살짝 긴장했다.

해군 내부에서 오가는 온갖 추측.

과연 하수영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우리 부이사장님은 아라비아해 쪽에 배치하려고 생각 중이시던데요."

"아라비아 해역입니까?"

차관은 조금 의외였다.

인도양 방향도 물론 후보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3순위나 4순위 정도였다.

"중동에 우리 병원 VIP들이 많거든요."

"아."

"VIP들한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아무래도 즉각 대응하기에는 아라비아 해역이 좋다는 생각인가 봅니다."

물론 주목적은 해외 거주 한국인을 위한 의료서비스인 만큼, 대부분의 환자는 동부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호위 문제가 있습니다, 차관님."

"이미 미군에서 글로벌 호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까?"

"포드 항모는 미군이 운용하니까 그렇죠. 하지만 이건 크루즈선입니다. 뭐, 제가 별도로 미군에 요청하면 들어주긴 할 건데, 그렇게 할까요?"

"아, 아닙니다! 해군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해군에도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걷어차시는 줄 알았잖아요."

"죄송합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차관이 어린아이처럼 하수영 앞에서 쩔쩔맸다.

그가 겪어본 어느 재벌이나 정치인, 심지어 독재자도 이런 페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운용 형평성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정 개인 선박을 위해서 해군이 장기적으로 호위를 맡는 것은……."

"해군 전력 농단이라는 거잖아요. 이해합니다."

차관은 펄쩍 뛸 뻔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굳이 그렇게 팩트로 핀포인트 폭격을 날린다고?

"이건 어때요? 제가 해군에 순양함 한 척 사드릴 테니, 그걸로 병원선 3호기에 호위 좀 붙여주세요. 그럼 서로서로 좋은 거 아닌가요?"

"예?"

차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순양함을 한 척 사주겠다고? 그게 어디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부터 발주를 해도 건조, 실전 도입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은 잡아야……."

"적당한 중고로 사면 되죠. 살 데는 많습니다."

"혹시 이미 미국과 이야기를 해두신 겁니까?"

"아뇨, 러시아에 물어보려고요. 아마 좋은 조건으로 팔아줄 거예요."

"그, 그렇군요. 러시아……."

이제껏 이런 개인은 없었다.

자기 돈으로 전투함을 사서 군에 기증을 하는 개인이라니.

"남들은 2년 가까이 군에서 고생하는데, 저는 훈련만 받고 끝냈으니 뭐라도 좀 해주고 싶어서요. 늘 그런 마음의 빚이 있었거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근데 혹시, 전투함 기증해 주는 조건으로 예비군 훈련 열외 가능한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