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88화
195장 이것은 빨대라는 것이다 (4)
대통령 보고 브리핑.
책임자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보고를 시작했다.
"절단면 등 파손 부위를 볼 때, 이건 명백히 인간의 손으로 만든 파손입니다."
"처음에는 일본의 자작극을 의심했지만, 곧 제외했습니다. 일본의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얻은 유일한 핵잠을 스스로 망가뜨리기에는, 일본의 이익이 전혀 없습니다."
"잠수함 부상으로 인해 러시아는 '미스터 파머'와 당당하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송유관, 가스관 외에 러시아가 무엇을 약속받았는지는 알려진 게 전혀 없습니다."
"미스터 파머의 방러 이후, 러시아군 전체에 큰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미스터 파머가 대단한 쇼핑을 약속한 게 틀림없다는 정황입니다."
"수영농장, 수영양식장이 러시아에 진출할 조짐도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범인을 찾으려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었는 지를 보라 했습니다."
"가장 큰 이익을 얻은 것은 러시아."
"그런 대잠 킬러 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것도 러시아."
"그러므로 러시아의 소행 외에 다른 가설을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미스터 파머와의 비즈니스 테이블을 열기 위한,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상입니다."
깔끔한 보고에, 대통령은 흡족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여러 국무위원들도 수긍한다는 듯이 박수로서 뜻을 나타냈다.
위원들이 너도나도 자문을 시작했다.
"원래 수영그룹은 해외 진출을 꺼리는 편이었습니다."
"주로 수입을 원하는 업자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사가는 쪽이었지요."
"수영그룹에는 러시아가 군침을 흘릴 만한 것들 투성입니다."
"반도체 파운드리,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 인공지능 프리덤, 월등한 식량경쟁력, 그리고 막대한 현금재정 능력입니다."
"수영사채의 재정 능력은 일개 국가의 재무부 수준이죠."
"러시아는 수영그룹을 파트너로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철저히 준비해온 겁니다."
"일본 잠수함을 건드려서 위기를 만들고, 해상 파이프를 미끼로 하수영 의원을 초청했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다른 미끼들도 약속을 했겠지요."
"하수영 의원이 군사 무기를 민간장비로 사용하는 것에 로망이 있다는 것도 진작 파악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동안 러시아가 지나치게 조용하다고, 우리가 너무 방심했습니다."
만약 한국이 러시아와 지나치게 친하게 지낸다면, 압박 섞인 경고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수영은 입장이 다르다.
그는 그저 농사에 충실하기만 한 개인이다.
미국의 국제안보질서에 가하는 위협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저 무한히 애지 중지 아껴야 할 대상이자 VIP 고객.
이 상황의 본질은 '양키 백화점'과 '불곰 백화점'이 한 VVIP의 방문을 놓고 벌어지는, 한바탕 구애 싸움이다.
압박도 납품업체한테나 하는 것이지, VIP한테 경쟁 백화점 찾으면 재미없을 거라고 뭐라고 하는 백화점을 본 적 있나?
"북미양식사업협회에서 수영그룹과의 조율을 준비 중입니다."
"국내 수산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영그룹의 도움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미국이라고 생선 파동에서 비껴갈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칼로리 소모가 왕성한 국가다.
그나마 육류 쪽은 타격을 받지 않아 아직 갈등이 심화되지는 않았지만.
생선을 원하는 미국인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백악관을 찌르고 있다.
"그래도 그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우리 미국에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니 다행인가."
"우리 미국에서 쓰는 구매 금액이 다소 줄어들 뿐이죠."
"다만 에릭 로한이 러시아에 넘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에릭 로한은 미국인입니다. 그의 애국심을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수영 의원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우리도 땀 흘려 일하는 농부를 위한 근사한 선물을 준비해야겠군. 러시아에 질 수는 없지."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참모들의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아이템이 촤르륵 지나갔다.
"그리고 한국의 섭섭함을 달랠 선물도 슬슬 준비해야 합니다."
"오하이오급 SSBN(탄도미사일 원잠) 신형함이면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일본에 준 것보다 훨씬 상위 스펙이니까요."
핵미사일만 싣는다면 한 척으로 웬만한 국가 하나를 소멸시킬 수 있는 전략원잠.
물론 핵미사일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래식 미사일으로만 운용해도, 무한히 잠항이 가능한 잠수함은 충분히 위력적이다.
오하이오급 원잠 제공이라는 선물에, 한국은 크게 만족한 상태.
일본 핵잠수함은 무력화된 상태이기에, 한국의 원잠은 더욱 빛을 발휘한다.
***
이도공은 국토부 차관을 만나고 있었다.
"국내 육상 송유관, 가스관 건설프로젝트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차관은 이도공을 조심스럽게 대했다.
제주도 해상 KTX, 고속도로 사업이 현재 이 남자의 손에서 좌지우지되고 있다.
가히 국내 건설계의 떠오르는 젊은 신성.
그가 찾아온 이유가 뭔지 이미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 프라임건설이 맡아야 하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
"그 말씀은 제주도 KTX 때도 말씀하셨습니다."
"……."
"공정을 기한다며 입찰을 했지요. 중앙건설이 따냈다가 사업자격을 반납했고, 서해와 라테도 고사했습니다."
"……."
"결국 우리 프라임건설이 사채까지 끌어와서 겨우 첫 삽을 뜰 수 있었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프라임건설이 전부 다 했습니다."
"저어, 사채까지 끌어왔다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뭔가 오해의 여지가……."
"아, 사채까지 끌어온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
차관은 당황했다.
아니, 틀린 말은 아닌데 뉘앙스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수영사채가 매입하게 함으로써 사업비를 확보한 것인데.
그걸 '사채까지 끌어왔다' 라고 하니까 전혀 다른 느낌이 되지 않는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국토부가 참 매정하고 잔혹하다고 욕할 표현이다.
이도공은 씨익 웃음을 지었다.
차관 입장에서는 한껏 불편한 느낌을 심어주는 미소다.
"해상 수송관은 어차피 우리 프라임건설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자그마치 600㎞에 달하는 거대한 해상파이프라인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가장 큰 건 어차피 너희가 하니까, 나머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좀 나눠줘라. 국토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그건……."
"한 번 물 먹은 중앙, 서해, 라테도 다시 으?으? 힘을 합쳐 이번 건설 건을 따낼 생각이겠지요? 국토를 가로지르는 역Y자 수송관 사업이 어디 보통 사업입니까?"
파이프만 짓는다고 끝이 아니다.
중간중간 감시 및 관리시설도 지어야 하고, 저유시설 등 관련 플랜트도 지어야 한다.
안전관리를 위한 각종 중요시설도 필수.
파이프가 지나가기 위한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떡고물이 떨어질 것인가.
"이 사업, 우리 회장님이 가져오신 겁니다. 당연히 우리 프라임건설이 진행하는 게 맞습니다. 어느 기업이 우리보다 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습니까?"
"……그건 저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막대한 연료가 지나가는 초장거리 파이프입니다. 까딱 잘못 지으면 자칫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단가 빼먹기에 혈안이 돼 있는 구태건설사들을 뭘 믿고 맡깁니까?"
사실 프라임건설이 끝까지 하겠다.
고 우기면, 국토부 입장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 사업은 물에 뜨는 해상플래폼이 필수니까.
그리고 그건 프라임건설이 독점하고 있다.
'응, 우리는 빠질게. 너희끼리 그럼 잘해 보시던가.'
이렇게 나오면 답이 없다.
다만 국토부도 나름대로 입장은 있었다.
"지금 프라임건설은 추가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과연 괜찮은 겁니까? 국토부는 당장 상반기 안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파이프가 놓였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하지만 프라임건설은 지금 누가 봐도 추가로 일을 벌일 여력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건설 프로젝트만 해도 몇 개인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청만 맡고, 죄다 하청으로 돌릴 테니까요."
"네, 하청…… 뭐라고요?"
"다른 건설사도 어차피 하청에 재하청을 줄 거 아닙니까? 우리는 그러면 안 됩니까?"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원청이자 PM을 하겠다는 겁니다. 안전한 시공을 위해서요. 그러니 입찰은 건너뛰고, 우리를 단독사업자로 지명해 주십시오."
"장관님께 뜻은 잘 전달하겠습니다."
***
단독사업자 지명.
국토부 내부에서 여러 말이 나오긴했다.
아무래도 공평성을 문제로 여기저기서 시비가 걸리고, 불만이 쏟아질 테니까.
하지만 장관의 한 마디가 실무진들의 그런 우려를 한 방에 씻어 내렸다.
"애초에 선택지가 둘뿐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나? 파이프를 짓는다, 안 짓는다. 아니, 그럼 파이프 안 지을 거야?"
주문할 수 있는 메뉴는 한 개뿐인데, 다른 메뉴들을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파이프 사업은 장관 회의를 거쳐 청와대 승인을 받았고, 프라임건설을 단독사업자로 지명하기로 내부 결정이 났다.
"이거, 수영그룹이 너무 커지고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사업 규모로만 보면 이미 서해그룹은 제치지 않았나?"
"어떻게 3년 만에 저런 말도 안되는 대기업이 나올 수 있는 거지?"
***
일본, 해상자위대.
해자위 분위기는 우울함의 극치를 달렸다.
정부가 미7함대 소속 잠수함이라고 밝혔지만, 해자위에서 그것이 거짓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쉬지 않고 나불나불거리는 언론의 말을 믿는 국민들이나 그런가 보다 하지.
해자위에서는 그 사건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언론이고, 정부고 모두 썩었어!
한국 때문에 당한 망신을 씻어 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 함이라고 거짓말로 상황을 넘기는 데만 급급하다니!"
"해상자위대의 자존심은 추락했다! 대일본의 명예 또한 함께 구겨졌다!"
"통탄할 일이다!"
가뜩이나 자위대는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인식이 안 좋다.
자위대는 좀 모자라고 덜떨어진 사람이나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떻게 적국의 해역에서 정찰하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포로가 될 치욕을 감수할 바에는,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싸울 수는 없었나?"
"차라리 당당하게 조센징 함정을 공격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게 나았을 텐데!"
"내가 함장이었다면 절대로 그런 치욕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구조 요청을 보내? 적국 해역 한복판에서?"
"그런 놈들이 있으니까 자위대가 못난 놈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는 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포로가 된 거지?"
"대체 왜 살아 돌아온 거지?"
"차라리 죽어서 돌아왔으면 해자위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지켰을 텐데!"
근무할 잠수함이 없어졌으니, 함장이하 승조원들은 당연히 대기발령상태.
-왜 살아 돌아와서 민폐를 끼치지?
그들은 동료 자위대원들의 철저한 미움과 증오, 경멸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