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82화
194장 나는 생선장수다 (2)
일본 업자들은 저번 양식어 경매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봤다.
비싼 가격에 사오긴 했지만, 일본에 가져와서 며칠도 되지 않아 전부 판매한 것이다.
그것도 더욱 비싼 가격에.
지금 일본에서는 장기냉동 수산물을 전시 배급하듯이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신선한 최상품 수산물이 시중에 풀리니, 종사자들이 앞을 다투어 사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매를 울릉도에서 하네?"
"저번 경매에서 반응 좋으니까 자기 나와바리로 고정을 해버린 거 같은데."
"무슨 상관이야. 질 좋은 생선만 살 수 있다면 그게 어디든 달려갈 건데."
"그 말이 맞네."
입맛을 다시면서 울릉도를 찾은 일본 업자들은 깜짝 놀랐다.
"저거, 중국 선박 아닌가?"
"어선은 아닌 거 같고…… 수산물운송용인 거 같은데?"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일본 업자들은 불안감에 떨었다.
중국에서 가져온 선박들의 톤급이 너무 높았다.
저 정도면 대기업에서 굴리는 수산물 운송 선박이다.
대기업이니 당연히 자금력도 풍부할 것인데, 그런 놈들이 경매에 참가했다?
그리고 불길함은 제대로 적중했다.
"참돔 900kg! 낙찰!"
"고등어 1,500kg! 낙찰!"
"장어 2,300kg! 낙찰!"
중국 측은 미친 듯이 입찰을 해댔고, 모든 품목에서 낙찰을 따냈다.
일본 업자들은 힘을 내어 추적을 해보았으나, 자금력에서 철저하게 딸렸다.
이쪽은 전부 중소 수산업자.
저쪽은 단일 대기업.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친……! 내가 지금 대충 알아보고 왔는데, 중국 류이엔그룹 선박이라고 합니다!"
"뭐? 류이엔그룹 선박?"
"류이엔이면 중국에서 알아주는 식품유통재벌이잖아?"
"황비버섯농장 중국 파트너인 그 류이엔그룹이 참여했단 말이야?"
"젠장, 틀렸어.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무슨 재주로 중국 재벌을 이겨?"
다들 분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진득한 체념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쇼핑의 최강자로 꼽히는 중국을 대관절 무슨 재주로 이긴단 말인가.
경매가 끝날 때까지 결국 일본 업자들은 생선 한 박스도 손에 넣지 못했다.
가진 돈을 모두 긁어모으면 소량은 구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낙찰을 받아도, 일본 수산시장에서 이문을 붙여 팔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10만 엔에 낙찰받았는데 7만 엔에도 사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그나저나 저놈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저 가격에 낙찰받아서 손해 안 보고 팔아치울 자신은 있는 건가?"
"중국 소비자들이 그렇게 구매력이 높다고? 대다수는 우리 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할 텐데."
어느덧 경매가 모두 끝났다.
하수영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오늘 경매가 모두 끝났습니다. 성화에 감사드리고, 다음 주부터는 목요일마다 주 1회씩 정기 경매가 열릴 예정입니다."
"정기 경매?"
"이제 매주 출하가 가능할 정도로 양식장이 안정됐나 봅니다."
"요시, 중국인들도 모든 경매에서 매번 싹쓸이할 수는 없겠지."
일본 업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돌아갔다.
쓸쓸한 빈 배로,
***
류이엔그룹 슈위 부장은 하수영 앞에서 매우 깍듯하게 머리를 숙였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류이엔그룹에서 수산물 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슈위 부장입니다."
"고객님께서 그렇게 머리를 숙이시면 제가 당혹스럽습니다."
"저희가 어찌 고객이 될 수 있겠습니까? 수영그룹이야말로 우리 류이엔그룹의 영원한 고객이십니다.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마 경매물품을 전부 싹쓸이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좋은 생선들이라서 하나도 넘겨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가격에 사서 유통하면 잘 팔리긴 할까요? 아무리 생선이 없어도 너무 비싸면 아예 포기할 수도 있지 않나요?"
"전혀 염려 없습니다. 중국에는 한 달 식비로 5만 위안(약 1천만 원, 작중 기준) 이상 쓰는 가구가 많습니다."
"휴, 우리 회사 직원들도 전부 다 그렇게 한 달에 식비로만 천만 원 이상씩 쓰면 좋겠어요."
하수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내 직원들이 식비를 아끼는 걸 보고 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었는데. 그나마 월 50만씩 복지포인트 제공한 뒤로는 조금씩 살이 올랐습니다."
"수영그룹의 직원 대우는 한국에서도 최상위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부분 월 식비 백, 이백에 벌벌 떠는 분들이 많습니다. 큰 일이에요. 직원들이 월 식비로 천만 이상씩 턱턱 쓰게 만들려면,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야 하는데."
부장은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그럼 다음 주부터도 회장님이 계속해서 직접 경매를 하시는 겁니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죠. 적당한 오토를 구할 때까지는 원격로봇으로 경매를 진행할 겁니다. 제가 울릉도에 상주할 순 없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원격로봇 진행이라… 그래도 결국 회장님이 직접 주관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 그렇습니다."
사실은 프리덤이 하수영과 똑같은 얼굴, 목소리, 제스처를 흉내 내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지만, 그런 진실을 아는 사람은 왕세경처럼 몇 명 되지 않는다.
슈위 부장은 불현듯 먼 바다로 눈을 돌렸다.
저 멀리, 희끄무레한 함정 몇 척이 보인다.
"한국 해군입니까?"
"아, 일본 배일 겁니다. 한 번씩 육안으로 보일까 말까 한 거리까지 다가오더라고요."
"……."
"해상대교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구경하러 오더라고요. 가까이 와서 봐도 괜찮은데, 쑥스러움이 많네요. 이번 일본은요."
"괜찮은 겁니까?"
"곧 우리 해군이 나서서 대충 어르고 달래서 돌려보내겠죠. 제가 신경쓸 일은 아니에요."
"모양으로 보면 전투함 같은데……."
"뭐, 해상자위대일 수도 있겠죠."
"……."
남 일을 말하듯이 태평한 태도에 슈위 부장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다.
"지금 자민당 친구들, 한일해상대 교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라서 어차피 시비 못 걸어요. 걔들이 지네 아쉬울 때는 또 납작 엎드리거든요. 만만하다 싶으면 고개 바짝 들지만요."
"맞습니다."
"아니면 경매하러 오는 일본 상선들 보호하려고 근처에서 어물쩡거리는 걸 수도 있고요. 하하."
***
포스코 광운제철소에서는 연일 티타늄 합금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면 프라임건설 자회사 철강업체들이 열심히 가공해서 다리 모듈로 만들어 바다에 띄운다.
다리 모듈이 모두 완성되면, 한꺼번에 서로 연결해 한 번에 다리를 만들게 된다.
그런 제주도 부산의 상황은 일본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훔쳐보고 있었다.
"저게 정말 된다고?"
"되지, 안 될 게 뭐가 있어? 이미 울릉도에도 다리를 놓은 놈들인데."
"다리 하폭이 200미터라는데, 그럼 완전히 바다 위의 요새 아니야?"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뗏목이지. 길이 280km, 폭 200미터, 최대 높이 90미터 이상."
"그 정도면 정말 쓰나미 같은 게 덮쳐도 끄떡없겠는데?"
"일단 물 자체를 거부하는 거라서 절대로 바다에 가라앉지 않으니까."
"믿을 수 없어. 조센징들이 그런 1군 금속을 만들었다고?"
"개발자는 조센징이 아니라 미국계 혼혈이야. 에릭 로한, 아마 조센징은 아닐 거야."
이미 울릉도, 독도에도 다리를 놓았다.
그리고 제주도와 부산을 잇는 다리도 한창 짓고 있는 중이다.
대륙으로의 진출에 대한 갈망이 심한 일본은 군침을 흘리며 각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
일본 국회.
"의원님, 이걸 보십시오. 제주도-부산 대교 대외용 기초 설계입니다."
"으응? 여기 이렇게 삐죽 나온 부분은 뭐지?"
"텅레일입니다. 철로가 부산에서 바다로 나올 때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제주도로 향하고, 한쪽은 남쪽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오, 설마 이것은?"
보좌관은 자신 있게 끄덕였다.
"예. 확실합니다. 차후 일본과 철로 연결을 고려해서 미리 갈림길을 만들어둔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연결하면 곧바로 철로를 놓을 수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한국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아주 손쉽게 놓을 수 있게 된다.
한국도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게 틀림없으리라.
한일육상연결, 이 마약에 취한 일본은 정치인이고 국민이고 한결같이 흥분해 있었다.
"요즘 시중에 혐한 서적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시정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수영그룹을 자극하는 일이 있어선 안 돼. 방송, 신문 쪽에도 분명히 다짐을 받고."
"이미 받아두었습니다."
"그래도 두 번 세 번, 잊을 만할 때마다 각인을 시켜줘. 포항을 잊지 말라고, 하수영 의원 그 친구, 자기 기분 나쁘면 곧바로 협상판 엎어버리는 성격이잖나."
"예, 의원님. 그리고 한국 쪽 소식인데, 하수영 의원도 한일해상대교 건설에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오, 정말인가?"
"예, 본인을 위한 대가만 확실하다면 그깟 해상대교가 뭐가 문제겠느냐는 태도인 거 같습니다."
"역시 기업가라니까. 대세가 뭔지 안단 말이지, 허허."
일본 중의원은 꿈에도 몰랐다.
저쪽은 다릿값으로 1,300만 인구의 규슈 전체 민간 토지소유권과 통행료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
브라우니는 통영과 울릉도 양식장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며 영역을 확인했다.
바쁘긴 했지만 몸이 고되지는 않았다.
주인의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성취감도 뿌듯한 느낌을 주었다.
요즘 들어 해상을 오고 가는 인간들의 선박 숫자가 부쩍 늘었다.
그 선박들이 다녀가고 나면, 양식 장의 물고기가 어느 정도 줄어 있다.
브라우니는 그 정도는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변별력이 있었다.
-…….!
그러던 중, 저 멀리 이상한 놈이 포착되었다.
아주 커다란 생선이다.
지금까지 이 근처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정말 거대한 생선.
각성을 하기 전, 저런 생선을 본적이 있었나?
하지만 생선대가리 시절의 흐릿한 기억이 잘 떠오를 리가 없었다.
녀석은 주인이 가장 최근에 놓은 바닷길 주변에서 가만히 정지해 있었다.
느낌이 수상하다.
일부러 속도를 높여 확 가까이 다가갔지만, 전혀 미동도 없다.
죽은 건가? 싶었지만 내부에서 느껴지는 열 반응으로 볼 땐 멀쩡한 녀석이다.
그런데 왜 아무 반응도 없지?
더욱 수상한 느낌에, 브라우니는 녀석 주변을 떠나지 않고 빙글빙글돌았다.
덩치는 자신보다 훨씬 컸다.
자신도 이 해역에서는 이제 감히 따라올 녀석들이 없을 정도의 몸집을 자랑하는데, 그게 우스워 보일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자신이라면, 몸통치기 한 방으로 녀석을 산산조각 낼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단일한 색으로 이뤄진, 비늘이 없는 매끈한 몸체도 수상하다.
이 녀석, 정말 물고기가 맞긴 한 걸까?
브라우니는 일단 먼저 위협을 제거하고, 녀석을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다.
그래서 녀석의 꼬리지느러미를 향해 힘차게 돌격했다.
자신의 상부지느러미를 칼처럼 날카롭게 세워, 녀석의 꼬리지느러미아래로 지나갔다.
상부지느러미가 녀석의 꼬리지느러미를 예리하게 싹둑 잘라냈다.
잘린 꼬리지느러미 부위가 요동을 치면서 움직이려 하지만, 유일한 지느러미 2쌍을 잃은 녀석은 이제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5시경, 독도대교 해상 플래폼에서 15km 떨어진 지점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부상했습니다.
-프로펠러 파손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긴급부상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