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81화 (781/1,270)

프랜차이즈 갓 781화

194장 나는 생선장수다 (1)

히로시마 북부 약 186km, 나카노시마섬.

그 섬의 인근 해역에 수많은 배들이 몰려 있었다.

가장 큰 배에서는 한창 생선 경매가 이뤄지는 중이었다.

"자, 다음은 참돔 100kg! 참돔 100kg! 자연산보다 더 안전하고 싱싱한 양식 참돔입니다!"

하수영은 원어민 못지않은 일본어 발음으로 경매를 직접 주관했다.

"여길 보세요! 중금속 검출 반응제로! 대한민국 식약처에서 인증한 무공해 청정 참돔입니다! 한때 일본 스시 시장을 뒤흔들었던 무공해 청정 참치와 같은 양식기술로 만들어진! 초대박 슈퍼 클린 참돔입니다!"

업자들이 순식간에 수신호를 들어 대기 시작했고, 곧바로 낙찰 가격이 정해졌다.

"오케이! 참돔 100kg은 70만 엔에 낙찰되었습니다!"

업자는 미소를 지으며 직원들을 시켜 참돔 박스를 운반하게 했다.

직원들은 부지런히 참돔 박스를 자기들 배에 옮겨 실었고, 업자는 자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 다음 경매에 집중했다.

"다음은 장어 300kg! 아우, 보기만 해도 싱싱하죠? 마찬가지로 중금속전혀 없는 무공해 청정 양식 장어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장어들은 살이 잔뜩 오르고 건강해 보였다.

"낙찰! 장어 300kg은 120만 엔에 낙찰되었습니다!"

낙찰자는 주먹을 가볍게 불끈 쥐어 승리를 만끽하고는, 곧바로 직원들을 시켜 박스를 운반했다.

경매는 쉬지 않고 계속 되었다.

"신선한 양식 고등어 800kg!"

"감성돔 300kg!"

"전어 400kg!"

경매가 일으키는 화끈한 열기는 쉬이 꺼지지 않았다.

일본 업자들은 앞을 다투어 경매에 참여했고, 하나같이 낙찰받은 생선의 품질에 만족했다.

"전부 상품이야. 중품, 하품이라고는 전혀 보이지가 않아."

"수영양식장 생선들은 중금속, 기생충 걱정이 전혀 없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시장에서 아주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겠어."

"빨리 돌아가자고, 생선가게 사장님들이 목을 빼놓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일본 역시 다른 나라들처럼 생선품귀 현상에 고통을 받고 있었다.

다만 일본은 다른 나라들보다는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생선에 항상 진심인 나라.

그런 나라답게, -40도 이하로 냉동한 장기보존 생선들을 평소에도 잔뜩 비축해 두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넉넉하게 1년은 일본 전체 소비량을 책임질 수 있는 비축물량이, 전국의 초대형 냉동센터에서 보관 중이었다.

때문에 생선 품귀 파동이 일어나고 몇 달이 지난 지금에도, 생선 자체를 구경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정부에서 최대한 아껴가면서 풀 것을 주문했기에, 생선 소비량자체는 극단적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빨리 팔아 치워야 돼. 정부에서 냉동비축하라고 간섭 들어오기 전에."

"당연하지. 돌아가는 즉시 바로 거래처 음식 가게에 쫙 풀어버려야겠어."

낙찰 가격은 비쌌다.

품귀 현상 이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가격에도 무조건 팔린다.

바다가 텅 비어서 생선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초등부 어린아이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

일본인들은 생선을 먹기 위해 저축을 탈탈 털고 있었다.

"근데 수영 양식장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생선이 없는 거 같네."

"양식 가능한 생선이란 생선은 전부 다 취급하는 거 같은데?"

"울릉도 양식장 규모가 웬만한 대형 도시보다 더 넓다고 하는데, 한번 눈으로 보고 싶군."

***

엔화 현금이 가득가득 쌓인다.

배에 동승한 관세청 직원은 그득하게 쌓이는 현금을 보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매번 숫자로만 보던 돈다발을, 이렇게 실물로 보니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경매는 마지막 생선 박스까지 전부 팔아버린 뒤에야 겨우 끝났다.

그리고 현금정리기계가 어느덧 그 많은 현금을 죄다 정리해서 100장단위로 묶음까지 해놓았다.

"52억 7,890만 엔이네요."

원화로 약 527억 정도.

그런 현금 다발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정신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다.

"한 번 확인을 해보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기계 집계할 때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럼 이 금액 그대로 신고를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물론 하수영은 판매대행만 한 것이다.

때문에 수출 신고는 수백여 명의 양식업자들 개인사업체 명의로 하게 된다.

"아, 그리고 제가 경매수수료 4%챙기니까 그것도 미리 알아두시고요."

"아, 그러셔야지요. 이 먼 바다까지 나오셔서 경매를 대행해 주시는데 당연히 그러셔야죠."

"확실히 내수시장보다는 일본에 내다 파는 게 더 돈이 되네요. 역시 생선 하나에는 진심인 나라라니까. 우리나라가 밥에 진심이듯이요."

"거기는 생선이 주식이죠, 하하."

관세청 직원은 부하들이 서류를 정리하는 것을 곁눈으로 확인했다.

"그럼 회장님,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이런 규모로 생선 수출을 하시는 겁니까?"

"오늘은 첫 출하량이라서 얼마 안되는데요?"

"이게 얼마 안 되는 거라고요?"

"작년 글로벌 수산양식 시장이 2,200억 달러가 넘어요. 어업까지 합치면 3,000억 달러가 넘고요. 그게 지금 폭삭 망했잖아요."

"……."

"우리 울릉도 양식장은 전 세계 수산시장을 대체할 겁니다. 3,000억달러 매출 바라봅니다."

"3,000억 달러면 300조 원……."

"우리 울릉도 양식장은 충분히 그 정도 체급이 됩니다."

관세청 직원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럼 하수영은 매번 경매수수료로 4%를 챙기고, 또 양식장에 사료를 독점공급하며 수익을 챙기게 되나?

진정한 수산물 플래폼 독점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래플도 스마트폰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지는 못했는데.'

'농사 하나로 한국의 식탁을 독차지하더니, 이제는 수산물 시장까지…….'

"그러고 보니 날이 너무 늦었군요. 하루 자고 가시는 게 어떠실지?"

"괜찮습니다. 울릉도에 숙소를 구해놨습니다."

"흠, 독도 크루즈선에 객실을 마련해놨는데, 거기가 더 가깝지 않을까요?"

"독도 크루즈선이요?"

관세청 직원들은 귀가 솔깃했다.

일반에 수십만 원이 넘어가는, 독도 해상 플래폼 숙박요새.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죄다 모아 놓았다고 알려진, 헤엄치는 특급호텔.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희는 공무원입니다. 그런 특급객실은 향응을 제공받은 게 됩니다."

"여러분 개인에게 사사로이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공무 중인 관세청 직원분들에게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숙소입니다. 문제 될 게 있나요?"

"그건……."

"경매수출 참관을 위해서 공무 차출장을 와주셨고, 경매 주최 측에서 숙소를 잡아드리는 게 무슨 향응입니까?"

하수영은 먼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울릉도까지 가려면 몇 시간은 더 가야 합니다. 가까운 독도 숙소에서 편히 쉬다가 가시지요. 공무일지에도 모두 기록하시고요."

"그, 그럼 감사히 신세지겠습니다."

"관세법대로 딱딱 움직이고 있는 데, 뭐 하러 향응 제공을 하겠어요? 그리고 할 거였으면 관세청장에게 했겠지요. 안 그래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해서 관세청 직원들은 독도 크루즈선 객실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공무 수행 중이다 보니 축제에 어울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객실에서 제공하는 요리 하나만큼은 정말 기가 막혔다.

"과장님, 진짜 이러다가 수영그룹에서 일본 수산물 시장도 전부 집어삼키겠는데요?"

"일본도 지금 어선들이 더 이상 출항을 하지 않는답니다. 매번 빈 배로 돌아오다 보니 유류비, 인건비만 까먹고 있나 봅니다."

식사 중이던 과장이 문득 말했다.

"우리나라 작년, 아니, 수영양식장출범 전에 수산물 수출 실적이 얼마였었지?"

"2조 2,000억 원 정도였던 걸로…… 통조림 같은 가공품까지 다 합쳐서……."

"……."

"……."

"근데 오늘 하루에 생선으로만 527억을 찍었네요?"

심지어 저건 첫 출하라서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장이 다시 물었다.

"앞으로도 계속 일본 근처까지 가서 경매를 하려고 할까?"

"제 생각에는 이제 일본업자들이 울릉도 인근까지 와서 경매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해상경매가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은데요."

"저는 수영그룹이 정말 바람직한 대기업 표본이라고 봅니다. 남의 것을 뺏는 게 아니고, 직접 가치 있는 상품을 창조해서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 않습니까?"

"농사 하나로 우뚝 일어선 기업이죠. 그 와중에 농민, 어민들과 적극적으로 상생하고 있고요."

"사실 농촌, 어촌 수입은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습니다."

"농촌에 람보르기니 트랙터며, 담수헬기며 초고가설비 잔뜩 제공해서 더 편해지기도 했고요."

"전 하수영 의원님 같은 사람은 한번도 못 봤습니다. 솔직히 대통령 한 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나이 차자마자 바로 대통령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번 지선 때 서울 시의원에 출마하셨으면 했었는데…… 구의원직을 계속 유지하셔서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지금 서초동에서는 의원님 스폰 한 번 받아보려고 공직자들이 눈이 벌게졌답니다."

"그러고 보니 의원님과 유이하게 친하게 지내는 검사 두 명이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

하수영은 벌어들인 엔화를 수영사채 금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양식업자들 개개인의 이름으로 수출 신고를 했다.

그에 대한 세금 납부를 처리하고, 또 경매 수수료에 관한 세금도 냈다.

그렇게 수익을 정산한 뒤, 양식업자들 수영사채 계좌에 원화로 입금해주었다.

"우리 사이에 무슨 환전 수수료입니까? 우리가 남이에요? 아니잖아요."

양식업자들은 내수시장보다 높은 수익에 깜짝 놀라면서 만족해했다.

첫 판매라서 기대도 많고 걱정도 많았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이었다.

그리고 2차 출하일이 다가왔다.

하수영은 저번과 같은, 대형 화물선을 끌고 왔다.

신임 울릉군수 겸 젊은 양식업자 정가덕은 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배는 못 보던 거 같은데,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백두중공업에 주문했던 거 인수한 겁니다. 해상 경매장으로 쓰기에 좋을 거 같아서 써봤는데, 괜찮네요."

"……그러시군요."

생선들은 100kg 단위 박스로 포장해서 차곡차곡 배에 실리고 있었다.

지게차들이 부지런히 왕복하며 박스를 정리한다.

"이번 경매도 정말 기대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상의 가격으로 팔아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판을 조금 더 크게 벌였어요."

"판을요?"

"네, 이번에는 멀리 안 나가고 울릉도 근처에서 경매를 할 겁니다. 그리고 중국업자들도 참여합니다."

"중국업자가요?"

"네. 바람잡이 확실하게 넣어뒀으니 경매 가격 괜찮게 나올 거예요."

***

배를 타고 동해로 향하는 류이엔 그룹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일본 놈들한테는 지느러미 하나 못 넘겨준다는 각오로 경매에 임하도록."

"예, 부장님!"

황비버섯 중국 파트너사이자, 중국최대의 식품유통재벌이 해상 경매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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