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80화
193장 그 오토의 각성 (6)
해상도로와 해상철교는 평행으로 나란히 연결하는 구조로 합동공사를 한다.
중앙정부와 부산시는 합쳐서 12조원의 공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가 아니라 지원이기에 돌려받지 못한다.
국가 입장에서는 돈이 아닌, 국민들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하는 국책사업이기에.
물론 총공사비에 비하면, 12조 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나머지 공사비는 제주도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책임지기로 했다.
수영사채는 지방채를 전량 매수하고, 지방채를 상환할 때까지 양도담보로 다리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브리핑 회의실.
수없이 모인 전문가, 정부관계자, 학자, 부산 및 제주도 정치인들 앞에서, 이도공은 총괄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중형 출입로는 9개를 짓습니다. 일반 중소형 선박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출입로입니다. 울릉, 독도 대교의 소형 출입로보다는 더 크고 넓습니다."
제주도에서 부산까지 죽 그어진 굵직한 선에, 9개의 원이 일정한 간격으로 새겨졌다.
"대형 출입로는 1개입니다. 전폭 78m, 전고 76m의 포드 항모도 유유히 지나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출입문의 크기에서 당연히 전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전장이 300m이든 400m이든, 최대 폭과 최대높이만 충족하면 아무 상관없으니.
"예정했던 것보다 다리의 전체 사이즈가 좀 더 커졌습니다. 안전을 위한 설계 보강입니다. 공사비가 조금 더 들겠지만, 중앙정부와 부산시에서 추가로 지원할 돈은 없습니다."
브리핑 참석자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삼켰다.
약 150km+90km에 달하는 울릉, 독도 대교 8차선은 약 100조 원 안팎으로 들었다.
그럼 280km에 달하는 철교+고속도로 대교는 얼마나 소요될까?
"철교는 2차 복선, 고속도로는 8차 선으로 지어집니다. 최대 하폭은 200미터입니다."
그러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큰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미친! 최대 하폭이 200미터나 된다고?"
"아니, 하폭을 왜 그렇게 넓게 하는 거야? 너무 극단적으로 넓히는거 아니야?"
"아니지. 탈선 방지를 위해서는 흔들림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어. 큰 배가 흔들림이 덜한 것처럼, 다리도 클수록 파도에 저항할 수 있다고."
이도공은 설명을 계속했다.
"다리 하판은 벌집 구조로 되어 있으며, 빈틈이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파도를 흘려보내기 위해서입니다. 틈이 전혀 없는 매끈한 바닥이면, 그만큼 아래에서 올라오는 물의 저항에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부산과 제주도의 다리 연결점은 거대한 지지구조물을 연결하여, 다리의 흔들림이 주는 물리 에너지를 버틸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3D 조감도가 떠올랐다.
실제 사진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예상 조감도.
최대 하폭 200m, 최대 높이 80m인 대형 출입로를 줄을 지어 유유히 통과하는 가상의 항공모함과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들.
그 위풍당당한 장관에, 참석자들은다들 순간 얼이 빠져서 멍하니 지켜봤다.
저게 정녕 인간이 만들 수 있는 해상 구조물인가?
제주도에 저런 거대란 다리를, 순수한 우리나라의 건설력만으로 놓는다고?
"우리 프라임건설은 이미 대한민국건설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겁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이도공의 정중한 인사를 끝으로, 박수갈채만 크게 울려 퍼졌다.
또 한 번 역사가 시작되었다.
***
울릉도에 대규모 가두리 양식장이 들어섰다.
다리로 인해 교통이 편리해지고, 막대한 자본금이 투입되니, 양식장이 자리 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양식장 전체 면적이, 울릉도보다 몇 배는 더 컸다.
"이제 시작이지. 동해 전체를 하수영 양식장 협회로 만들어버릴 거야."
하수영은 헬기를 타고 바다에 펼쳐진 가두리 양식장을 둘러보며 흐뭇해했다.
"브라우니 녀석, 엘릭서 먹이니까 제법 쓸 만해졌어. 여기까지 이제 순찰을 오는구나."
문득 양식장 주변에서 뛰어오르는 참다랑어 브라우니의 모습이 보인다.
-브라우니를 보고 고래인지 참치 인지를 놓고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저게 어딜 봐서 고래야? 딱 봐도나 참치요, 하고 이마에 써 붙이고 있는데."
-참다랑어가 몇 톤 이상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보고된 바는 없었으니까요.
"잠깐, 저거 뭐야? 어선 아니야?"
-네, 어선입니다.
꽤 크기가 있는 어선 한 척이 브라우니를 향해 접근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하수영은 눈을 찌푸리며 헬기 조종실에 지시했다.
"저 아래 있는 어선을 좀 확대 관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선이 브라우니를 향해 다가가는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조종실에서 보고가 왔다.
-중국 어선으로 보입니다. 그물을 넓게 펼치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중국 어선들이 서해, 남해에서 만족을 못 하고 동해까지 쳐들어오는 거야?"
프리덤도 말했다.
-아무래도 브라우니를 노리는 거 같습니다.
"겨우 참치 한 마리 잡자고 남해를 삥 둘러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겨우가 아니죠. 만약 브라우니를 경매에 붙인다면 적어도 수십 억 이상은 받을 수 있습니다. 어부 입장에서는 대단한 횡재죠.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네. 겨우 참치 한 마리 잡자고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가만, 저 녀석들, 브라우니가 내 애완 참치라는 사실을 모르나?"
프리덤이 시행하는 식도락 패키지 관광코스를 방문한 이들은, 수영 양식장을 지키는 브라우니의 존재를 안다.
-참치가 인간을 따른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거겠죠. 수영 양식장에 먹이가 풍부하니 자기 서식처로 삼고 머무르는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프리덤은 아주 잠깐 말을 끊고, 다시 말했다.
-아니면 소유권이 누구한테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하, 이것들이 감히 누구 애완 참치를……!"
그때 브라우니가 중국 어선의 그물망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조종실에서 다시 보고가 왔다.
-어부들이 환호하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월척이라도 낚은 모양입니다. 아! 배가 갑자기 흔들리고 있는지 어부들이 중심을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더 가까이 가주세요. 원거리 촬영해서 영상 송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설치된 패널을 통해, 원거리 카메라가 보내오는 영상을 확인했다.
흔들림에 당황해서 꽉 붙잡는 어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놀랍게도 어선은 후퇴하고 있었다.
아니, 후퇴라기보다는 무언가가 뒤에서 강하게 잡아끌고 있는 모양새였다.
"오, 브라우니가 그물을 그냥 끌고 가는 모양이네."
-마스터, 저게 가능한 겁니까?
"야. 브라우니가 뭐냐? 바로 프랜차이즈 피쉬갓 아니냐? 저런 어선 하나쯤 끌고 가는 건 일도 아니지."
-그물을 끊는 게 더 간단해 보입니다만.
"사람이 지나가다가 팔에 거미줄이 걸렸어. 근데 거미줄이 걸린 걸 금방 알겠냐? 저항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아!
"모르고 그냥 지나가는 거야. 거미줄은 선택을 해야지. 끊어지든가, 아니면 그대로 계속 끌려가든가."
한참을 끌려가던 배가 마침내 혼란을 멈췄다.
어부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물을 포기한 것이다.
바닷물과 땀범벅이 된 그을린 어부들의 표정에 담긴 망연자실함.
하수영은 키득거리고는 프리덤한테 명령했다.
"해경에 신고해. 우리 경제수역에서 불법 조업한 놈들이라고."
-이미 신고했습니다. 곧 해경이 올겁니다.
하수영은 하늘에서 해경이 불법 어선을 끌고 가는 것까지 지켜봤다.
그 후 울릉도로 향했다.
울릉군청에 내리자 울릉군수와 부군수, 군청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 나왔다.
"의원님, 오셨습니까? 미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준비를 했을 텐데요."
"번거롭게 해드리기 싫어서 말 안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올 텐데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양식장 좀 둘러보고 왔어요."
"섬 경기가 매우 활발합니다. 마치 활화산 같습니다. 양식장에서 일하려고 몰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올해 안에 섬 인구가 2.5만을 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섬 토박이인 부군수가 옆에서 아부하듯이 끼어들었다.
"9천도 채 안 되던 섬 인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어요. 모두가 의원님 덕분입니다. 섬 토박이로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시죠? 외지인 텃세, 같은 거 제가 참 싫어합니다."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항상 섬 토박이들한테 단단히 숙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요. 출신이 어디든 간에 모두가 섬에 주민등록을 한 똑같은 주민입니다."
"아이고, 그럼요. 정말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나저나 다음 주면 우리 울릉도 신형 양식장에서 첫 출하를 한다고요?"
"네, '하수영 울릉 양식장'에서 처음으로 상품을 출하합니다."
"생각보다 출하가 빠르군요."
"먹이가 좋아서인지 양식어들이 아주 그냥 쑥쑥 잘 자랍니다."
하수영은 피식거렸다.
울릉도 양식장 가두리 그물은 하수영이 통영과 마찬가지로 성역의 권능을 심었다.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빠르고, 건강하며,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에서 안전하다.
"좁은 지역에 물고기를 대량으로 가둬서 기르면 아무래도 폐사도 나오게 마련인데, 전염병 한 번 돈 적이 없습니다."
양식장 대부분의 골칫거리는 바로 전염병으로 인한 집단 폐사다.
좁은 구역에 그 많은 물고기들을 가둬놓으니, 배설물 등의 오염물질이 잘 순환되지 않고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도 약해진다.
하지만 성역의 축복을 받은 가두리 안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울릉도 주민들의 눈에는 그게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다.
"제가 사료에 좋은 것을 섞여 먹어서 그런 거예요."
"아무렴요. 수영농장에서 난 곡물로 만들었으니 달라도 뭔가 다르겠지요. 허허."
"다음 주 출하…… 그때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
"아, 첫 출하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서군요. 다들 좋아할 겁니다."
"그런 것도 있고, 첫 출하니만큼 제가 직접 경매를 진행하고 싶네요."
그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게 정말입니까?"
"의원님께서 직접 어시장 경매를 하시겠다고요?"
"완전 대박입니다! 우리 울릉 양식 장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겠습니다!"
"어시장 경매가 오랜만이긴 한데, 제가 좋은 값을 받아줘야 저 믿고 섬 이주하신 양식장 사장님들이 부자 될 거 아니겠어요?"
***
다음 주.
하수영은 약속대로 양식어들을 받으려고 울릉도를 찾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주 크고 아름다운 배를 가지고,
"의원님? 차량으로 수송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어디로 가져가시려고 배를 가져오신 겁니까?"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눈짓으로 서쪽을 가리켰다.
"일본에 갖다 팔려고요."
"예? 일본이요?"
"그 생선 좋아하는 나라가 물고기 대란 때문에 생선 소비가 줄어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겠어요? 제가 일본 소비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벙져 있던 한 젊은 양식장 사장이 물었다.
"저, 근데 의원님. 도우야 초밥 때문에 지금 일본하고 사이가 나쁘시지 않나요? 일본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제가요? 저, 일본이 딱 한 개뿐이라서 항상 아쉬워할 만큼 일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씀이시지?'
'일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는 뜻인가?'
'설마 일본이 여럿으로 쪼개졌으면 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그러는 와중에도 생선박스는 차곡차곡 배에 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수로 돌리는 것보다 일본에 파는 게 세 배는 더 받을 수 있어요."
"아! 그럼 당연히 일본에서 팔아야지요."
"또 엔화라는 게요. 많이 뜯어내면 뜯어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화폐입니다."
"……."
"……."
"최대한 많이 뜯어올 테니, 다들 맘 편히 기다리세요."
그렇게 하수영은 큰 배에 양식어들을 가득 싣고 일본을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