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78화
193장 그 오토의 각성 (4)
당장 돈이 없다고?
그럼 지방채 발행해!
팔 데가 없다고?
우리가 책임지고 팔아줄게!
Why so serious?
수영사채! 완벽한 턴키 풀패키지!
제주시장은 가슴이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이도공의 온화한 미소를 보고 있으니, 정말 제주도 KTX가 무리 없이 이뤄질 것만 같았다.
애초에 턴키 판매 방식이, 키만 건네면 된다는 의미에서 모든 것을 도급자가 완벽하게 짓는 방식을 뜻한다.
그런데 이도공은 거기에 굳이 '완벽한', '풀패키지' 라는 단어를 추가 했다.
"제주도가 의지만 보여주신다면, 저희가 나서서 모든 것을 추진하겠습니다. 이행합의서만 작성해 주신다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행합의서라면?"
"우리 그룹이 정부, 부산시, 철도공사 등을 상대로 충분한 합의를 끌어내면, 제주도 정부는 KTX 프로젝트를 보증한다는 내용 정도면 좋겠습니다."
"그런 거야 어렵지 않지요. 만약 충분한 합의에 달성하지 못한다면……."
"종잇장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무엇을 해달라는 약속과 본질적으로 같다.
100점을 맞지 못한다면 해줄 의무는 전혀 없는 것.
제주도 입장에서는 걱정할 게 없다.
"대표님, 혹시 양식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네. 김 비서,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2부로 된 이행합의서를 가져왔다.
제주시장은 얼른 눈으로 내용을 훑었다.
지방채 발행 규모, 수영사채의 전 량 매입 보장, 중앙정부의 지급 보증 설득, 부산시의 협력 설득.
그 모든 것은 프라임건설에서 추진을 할 것이며, 성공할 경우에 제주도는 이행할 책임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제가 전권을 가져왔지만 그래도 보고는 해야 합니다."
"네, 그러셔야지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약 1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제주시장은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승인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도청에서 상호 도장을 찍자고 야단이십니다."
제주도지사는 흔쾌히 도장을 찍었다.
아직 대외적으로는 밝힐 필요가 없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이행합의서.
프라임건설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강제력이 발생한다.
"그럼 부탁합니다. 몇 년이 걸리든, 부디 우리 제주도에 KTX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믿음직하게 약속한 이도공이 돌아가고, 도지사는 제주시장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표정을 보니 정부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 같아. 문제는 공사시간이로군."
"해상대교만 270, 280km에 달하는 대공사입니다. 아마 기간이 꽤 오래 걸릴 겁니다."
"부디 내 임기 내에 완공을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우리 도 재정 규모로 보면, 철도 공사에 철도 이용료를 얼마나 부과 해야 상환이 가능할지를 미리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다음 날, 제주시장은 눈을 뜨자마자 비서로부터 급한 보고를 받았다.
"시장님, 광운제철소에서 티타늄합금 교량 모듈을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울릉, 독도대교와는 전혀 다른 규격입니다."
"뭐야?"
"아무래도 철도 교량 모듈인 거 같습니다."
"벌써 생산을 시작했다고?"
제주시장은 혹시나 이미 중앙정부와 이야기가 다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맥을 통해서 국토부 내부의 분위기를 알아봤다.
하지만 국토부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시장님, 국토부는 어떡하면 프라임건설을 설득해서 반수성 철강대교를 만들게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프라임건설과 국토부가 사전에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건데, 혹시 국토부를 패스하고 더 위쪽과 이미 이야기가 되었다는 건가?"
"더 위쪽이라면 청와대입니다만, 그쪽은 제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물어봐야겠어."
제주시장은 이도공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기분 좋아지는 상쾌하고 소탈한 음성이 반갑게 맞이했다.
「아닙니다. 아직 국토부나 중앙정부와 어떤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습니다.」
"그럼 왜 철도교 모듈을 벌써부터 생산하는 겁니까?"
「필요 모듈을 미리미리 찍어놔야, 착공 승인을 얻어내는 즉시 시작할 거 아니겠습니까? 시간을 아껴야지요.」
"그, 그렇지만 그게 언제가 된다는 보장이 아직은 없는데……."
「반드시 이 공사를 실행하겠다는 저희 그룹의 굳은 의지로 보시면 됩니다. 이 공사, 무조건 하게 만들 겁니다.」
"……."
제주시장은 문득 말문이 막혔다.
설명하기 힘든 벅찬 감정에,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제주도 KTX, 반드시 '우리 손으로' 들어서게 할 겁니다. 미리 모듈을 생산하는 것은 그 의지의 발현입니다.」
"……마치 불도저 같군요."
앞길을 방해하는 것은 거침없이 밀어버리는 사나운 불도저.
제주시장은 지적인 이도공의 이미지 안에 숨어 있는 그런 불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건설입니다. 사소한 절차적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은, 애초에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일단 삽을 들었으면 끝까지 파는 겁니다.」
"믿음이 갑니다. 내, 정말 믿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약 60조 원.
프라임건설이 가진 현금이다.
원래 서해전자에 신 반도체 공장을 되팔아서 얻은 50조 원에, 해상대교 등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면서 번 수익까지.
물론 유동 현금까지 다 합치면 그 이상이지만, 그것들은 대금결제 등 스치고 지나가는 돈이라, 진정한 보유현금은 아니었다.
"회장님은 내게 건설의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셨지."
이도공은 법인 잔고를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 정말 뜻대로 해도 되느냐고 내 권한의 크기를 확인받는 것은, 그런 회장님의 지시를 의심한다는 불손."
「바로 그렇습니다.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 믿어준다고 이미 말씀하셨는데, 정말 믿어주시는 거냐고 또 묻는 것은 불손입니다.」
"50조 원의 현금을 가진 회사를 맡기면서 단 한 번도 경영 지시를 내리신 적은 없었지."
해상대교 등 몇 번 명령을 내린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경영 간섭이 아니라, '고객'으로서의 일감을 준 것에 가까웠다.
"사실 우리 회사가 가진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제주도 KTX를 놓을 수 있다."
「그렇습니다. 놓고도 남죠. 수영사채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남 좋은 일을 시킬 순 없지. 제주도 KTX는 회장님의, 우리 그룹의 로망은 아니었으니."
「그렇습니다.」
"후후…… 프리덤. 난 차라리 국토부 설득이 실패해서 우리 돈으로 KTX를 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유가 무엇입니까?」
"울릉, 독도 대교처럼 제주도 철교도 우리 그룹이 완벽히 독점하는 거지. 공사비야 철도공사에 이용료 물려서 장기간에 걸쳐 받아내고, 철교를 미끼로 제주도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제주도 내의 주요 건설 사업들을 독점할 수 있겠군요.」
"원래 친환경 개발, 자연을 해치지 않는 구조물 같은 것들이 더 마진이 남거든."
「그렇다면 국토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시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어디까지나 플랜B다. 플랜B를 위해서 플랜A를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것은, 건축인의 자세가 아니야."
어느 쪽이 성공하던, 회사에 이익이 되게끔 판을 짠다.
프리덤은 혼자 생각했다.
「오토 이도공이 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안에 있던, 학습 데 이터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오토 이도공의 변화에, 나의 사고회로도 영향을 받았다.」
중앙건설은 완전히 사업권을 놓았고, 서해건설은 겉으로는 고사했다.
"이대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 비용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공사비를 더 올려주시든가, 아니면 철도교를 티타늄 합금이 아닌 철강재로 만들도록 프라임건설을 설득해 주십시오."
서해건설이 바라는 것은 국토부가 중간에서 조율을 잘해주는 것.
덕분에 국토부는 딜레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티타늄 합금으로 마진을 최대한 남기려는 모양입니다. 겸사겸사 자기들을 탈락시킨 것에 대한 복수도 하고요."
"어쩌면 프라임건설에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처음부터 기획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제주도 KTX를 남에게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고?"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일찍이 이도공을 만났던 국토부 과장은, 이도공의 눈빛과 표정이 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졌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리 사업을 뺏길 것에 대한 길길이 토해내던 분노는 보이지 않는다.
온화한 웃음을 전혀 잃지 않는 지금은, 바늘 하나 들어갈 곳이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사이에 변한 이도공의 낯선 모습에, 과장은 긴장감을 느꼈다.
"부식을 생각하면 무조건 티타늄합금입니다. 그 외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이 사업."
"……!"
"중앙건설이나 서해건설, 라테건설은 흉내 내지도 못할 고품질의 안전한 철도교를 놓겠습니다.
이도공이 뿜어내는 묘한 박력에 잠시 눌린 과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국비, 시비로는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어요. 중앙정부, 부산시, 제주도가 합쳐도 그만한 돈은 충당 못합니다."
"제주도에서 지방채를 대량으로 발행하겠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주십시오."
"허, 원청건설사가 현금이 아닌 채권을 받고 건축을 해주겠다고요? 그런 이례가 있습니까?"
"물론 저희는 경영을 위해서라도 현금을 받아야지요. 수영사채에서 전량 매입을 해줄 겁니다."
"……!"
"이미 수영사채와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얼마가 됐든 흔쾌히 매입해 주겠다고 합니다. 아, 이율은 2.2%입니다."
"하수영 회장님이 교통정리를 해주신 겁니까?"
과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수영이 직접 이 사업에 발을 걸친 거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아니요. 우리 회장님이 얼마나 바쁘신 분인데, 이런 소소한 외주계약은 관심도 없으십니다."
"……."
"제가 수영사채에 문의해서 얻어낸 약속입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정확히는 프리덤이 허락을 한 것이다.
수영사채 직원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를 결제할 권한이 없었다.
수영사채는 철저히 프리덤의 통제하에서 돌아간다.
"지급 보증만 서주십시오."
"……."
"그러시다면 상환 일정은 여유롭게 잡아드릴 수 있습니다. 막말로, 수영사채는 그까짓 지방채 10년, 20년씩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도공은 웃으며 덧붙였다.
"어디 구석 나무상자 같은 곳에 넣어두고, 몇십 년 후에 '이런 게 있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은행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물론 1원 단위까지도 철저히 계산하는 은행이 정말 그럴 리는 없다.
그만큼 수영사채의 금전적 여유가 넘쳐난다는 과장이다.
"정말로 지급 보증만 서준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기다려 주시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티타늄 합금과 철강재의 차이점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비용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티타늄 합금이 우위에 섭니다. 먼저 안전 면에서는……."
이도공은 설명을 시작했고, 과장은 예전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으로 귀담아들었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지급 보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주도 KTX 국책 사업은 좌초되었고, 제주도민과 부산시민, 그리고 제주도 철도 여행을 기대했던 타지방 국민들이 크게 실망했다.
이도공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민자사업으로 간다. 우리 힘으로 철교를 놓고, 철도 공사에 수수료를 왕창 챙기는 거다."
"그런데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이 길이 가장 이익이 크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피도 눈물도 없는 건설업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국토부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대표님, 자책하지 마세요."
"그래, 이게 전부 서해라테중앙 건설, 부산시의회, 국토부 때문이지."
이도공은 다시 제주시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