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74화 (774/1,270)

프랜차이즈 갓 774화

192장 서울에서 독도까지 논스톱 (3)

울릉도에서는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같은 게 없었다.

숙박업소 사장들도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대했다.

"외지 손님들한테 조금이라도 잘못 했다가는 우리 해신님 얼굴에 먹칠하는 거여."

"우리 울릉도는 전체가 하수영 의원님 땅이나 마찬가지. 절대로 손님들에게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잘못하면 그 욕은 전부 하수영 의원님한테 간다구."

섬 주민들은 전부 하수영의 세입자나 마찬가지.

또한 울릉군수, 군의원 모두 하수영이 발탁한 젊은 양식업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돈 조금 챙기겠다고, 감히 전체를 욕 먹이겠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하수영은 동해시 렌트카 사업체(본인 소유)에서 가져온 검은 세단을 타고, 독도대교 해상 플래폼까지 시원하게 내달렸다.

해상 플래폼 한쪽에는 여러 층으로 형성된 주차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1층에서, 2층에서, 혹은 3층에서 그렇게 차를 세워놓고 독도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레이벤 선글라스를 낀 하수영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흐음, 화장실은 저만하면 괜찮은 거 같군. 그런데 역시 해상 플래폼이 너무 좁은가? 울릉도에서 출발 못 하고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이 꽤 많던데."

독도대교 해상 플래폼의 면적 때문에, 울릉도에서 출입 차량 대수를 통제한다.

너무 많은 차가 들어오면 해상 플래폼이 비좁아지기 때문이다.

"역시 펜션을 처음부터 붙여야 했어. 나도 늙었네. 그런 당연한 걸 빠뜨리다니."

소형 선박이 끊임없이 독도와 해상플래폼을 왕복하며 관광객들을 섬에 실어 나른다.

독도 경비대까지 동원해서 관광객들이 독도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물론 독도편 운행사에 배를 이용하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독도편 운행사는 그 요금의 일정 부분을 하수영한테 상납한다.

배 이용 요금 자체는 줄었지만(거리가 줄었기에) 대신 이용객이 대폭 늘어서, 운행사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이득이었다.

"좁긴 너무 좁다. 이렇게 좁아터져서야 사람 제대로 받을 수나 있겠나."

하수영은 다시 한번 해상 플래폼을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이게 좁다고요? 좁긴 뭐가 좁아요? 망망대해 한복판에 이만한 건축물을 띄운 거 자체가 엄청난 기적인데!"

좁다는 투덜거림을 들었는지, 젊은 청년 한 명이 못마땅해서 쏘아붙였다.

"당신 혹시 수영까에요? 수영그룹에서 뭐만 하면 까려고 물고 늘어지는? 그런 사람이 우리 갓갓수영이 놓은 다리는 왜 왔는데?"

연이은 날카로운 일침.

하수영은 조용히 레이벤을 들어 올려서 그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청년의 안색이 순간 사색이 되었다.

"어, 어? 하, 하수영 의원님?"

"쉿, 조용히 하세요. 몰래 마실 나온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아! 의원님이시니까 당연히 좁다고 하실 수 있는 거죠! 전 그것도 모르고 하수영 안티인 줄 알았어요."

"원래 길거리를 걷는 3명 중에서 한 명은 나를 싫어하게 돼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질수록 싫어하는 사람은 비례적으로 늘어나게 되죠."

"여기서 하수영 의원님을 보게 될 줄이야. 저, 혹시 싸인 가능하신지?"

"네."

그리고 청년이 내민 것은 종이가 아니라 프리덤폰 액정화면이었다.

하수영은 노트어플에 멋들어지게 사인을 해준 후 말했다.

"프리덤폰 유저군요?"

"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프리덤폰을 써야죠! 이것저것 혜택 엄청 받아서 실제로는 100만 원도 안 되는 돈 주고 샀습니다."

"마음에 드나요?"

"하드웨어 스펙이 너무 좋아서 이제 타사 폰으로는 절대 못 돌아갈거 같아요."

"그 스펙, 타사에서 맞추려고 했으면 기기값만 몇천만 원 했을 겁니다. 대량생산으로 가격 낮추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이야, 역시."

그는 좀 더 하수영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같이 온 애인이 어서 배를 타자고 조르는 바람에 떠나야 했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하수영은 다시 독도로 시선을 돌렸다.

"운무라도 멋지게 끼면 좋을 텐데. 뭔가 아쉬운데."

하수영은 자세를 경건하게 다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신어의 권능을 섞어, 자신의 의지를 목소리에 담았다.

"전 우주를 관망하는 프랜차이즈갓의 유일 후보자가 동해의 신에게 간절히 고합니다. 제가 외로운 새들의 고향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만들었으니, 그런 저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멋진 바다 운무 한 번 깔아주십시오."

신어는 정말로 바다의 신에게 닿기 위한 게 아니다.

하수영이 품은 신의 권능을 구현하기 위해, 일부러 한껏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다.

진지한 간절함이야말로 신어가 발동하는 근본이니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위로,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해면 위로 낮게 깔린 안개가 화산섬을 실크처럼 부드럽게 감싼다.

"우와……."

"이야……."

"진짜 오길 잘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곳곳에 대포 같은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들이 거치된 게 보인다.

운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늘을 완전히 뒤덮었던 구름의 한쪽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며 섬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렌즈에서 눈을 뗀 채, 입을 벌리고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구름과 안개에 감싸인 채, 한 줄기 햇볕에 휩싸인 독도의 모습은, 자연이라는 거장이 선물한 초대형 화폭이었다.

***

SNS에 온통 독도, 독도와 운무 등 다양한 해시태그로 도배되었다.

프리덤은 이용자를 위해 사진을 한껏 멋지게 편집해서 SNS에 올려 주었다.

또 프리덤은 독도를 가지 않은 이용자를 위해서 그런 풍경 사진을 보여주며, 달콤하게 유혹했다.

-멋지지 않습니까? 이런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게 얼마나 근사할까요?

-뱃멀미하면서 고생고생해서 독도를 여행하던 시절은 이제 갔습니다.

-운전을 못 해도 상관없습니다. KTX 타고 동해시까지만 가시죠. 거기에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관광버스편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바로 출발하는 특급 리무진 관광버스가 있습니다. 예약할까요?

"그런데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잘만한 데가 있어? 동해시까지 다시 나와서 자기에는 좀……."

"그리고 동해시 숙박업소들 요즘 엄청 담합해서 가격 올렸다며? 성수기 제주도보다 더하다고 말 엄청 많던데."

"독도에서 자지는 못할 거고, 울릉도 숙박업소도 이미 꽉 찬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님이 독도에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있을 겁니다.

"뭐야? 그게 뭐야?"

-아직은 엠바고가 걸려 있어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장담합니다. 주인님은 아무 불편함 없이 다녀오실 수 있을 겁니다.

***

[속보! 초대형 크루즈 선박 퀸 루나 호, 독도 해상호텔로 변신!]

[8,000여 명의 승객 수용 가능한 퀸 루나 호! 바다 위의 특급 호텔되나?]

[수영장, 카지노, 오페라, 극장, 클럽, 볼링장 등등 모든 것을 갖춘 떠다니는 환상, 독도 바다에 들어오다?]

퀸 루나 호가 독도 해상 플래폼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국을 강타했다.

덕분에 동해시는 발칵 뒤집혔다.

"이게 뭐래요? 크루즈선이 독도에 들어온다고?"

"지금 숙박 예약 줄줄이 취소 들어오고 있어! 아이고! 아이고!"

"지역상권 다 죽는다! 다 죽어!"

"시장 놈들, 시의회 놈들은 뭐하는 거야! 두 눈 뜨고 지역상인들 다 죽어나가는 꼴 보고 싶은 거야, 뭐야!"

정확히는 폭등가로 장난을 친 숙박업소 상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그 외의 다른 지역상인들은 이와 같은 조치를 오히려 크게 반겼다.

"숙박비 장난질로 또 한 번 큰 폭풍이 불어오나 했는데, 다행히 순리 대로 풀려가는구먼."

"우리도 포항시 꼴 나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했었는데, 다행이야."

"하수영 의원님이 우리 동해시에서도 펜션 하나 올려주시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풀어 내시네."

퀸 루나 호는 독도 해상 플래폼에 정박한다.

초대형 선박도 거뜬히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기에 문제는 없다.

벌써부터 관광버스 시장은 미칠 듯한 예약 덕분에 폭주하고 있었다.

독도까지 편안히 이동한 다음, 퀸루나 호에서 숙박한다는 관광객들 덕분이다.

-수영펜션 2호점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크루즈선을 펜션 대용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입니다.

"……."

-아무래도 펜션은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그 공백기를 무의미하게 흘릴 수는 없으셨겠지요.

해상교량과 달리, 사람이 먹고 자고 하는 숙박시설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프라임건설도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거라고 보고 있었다.

"우리 그룹에… 크루즈 선박도 있었어? 언제부터?"

-병원선 3호기로 개조해서 쓰려고 사둔 크루즈선입니다. 현존하는 크루즈 선박 중에서는 가장 몸집이 큽니다.

"……그래 보이더라."

-급한 대로 해상 플래폼에 정박한 채로 반수성 티타늄 합금 도포를 해야 할 듯합니다.

"……만재흘수선 위쪽으로만 도포할 거면 큰 문제는 없겠지. 갑판부터는 힘들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닌 거 알지?"

-무슨 문제가 더 있습니까, 주인님?

"지금 우리가 설계한 펜션 디자인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는 거다."

이도공은 벌겋게 충혈이 된 채, 프리덤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특급 해상호텔이야! 특급! 그런 곳에서 실컷 숙박하던 관광객들이! 어느 날 갑자기 크루즈선은 떠나고 웬 여의도 비즈니스호텔만도 못한 앙증맞은 펜션이 들어왔네? 만족을 할 거 같아?"

-확실히 그렇군요.

"적어도 저 퀸 루나 호와 동급인 해상펜션을 갖다 붙이지 않으면! 관광객들이 만족을 하지 못할 거라고! 건축사인 나한테도 불명예가 되겠지!"

-역시 야근 각입니까?

"야근 각이다. 그것도 언제 끝날지 모를."

이도공은 절망해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일이 끝나기는커녕 계속 증식하고 있어!

"흐흐흐… 으흐흐……."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로 기괴한 웃음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

하수영은 프라임건설을 방문했다.

분위기는 음산한 편이었다.

그를 발견한 부장 한 명이 펄쩍 놀라서 얼른 달려왔다.

"회장님! 언제 오셨습니까! 미리 말씀을 주셨으면 저희가 준비를……."

"그럴까 봐 조용히 왔습니다. 이도공 대표님이 요즘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요?"

"……집에 못 들어가신 지 2주일이 넘긴 했습니다."

"제가 마음이 다 아프네요. 이도공 대표님 말고는 건설 쪽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제가 건설을 뭘 압니까?"

하수영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다시 말했다.

"건설 직원 전체에 직급, 연차 구분 없이 1,000만 원씩 보너스로 돌리라고 해주세요."

"네, 전달하겠습니다."

부장은 속으로 작은 환호를 내질렀다.

그간 일이 많아서 힘든 건 사실이지만, 보너스는 그 고통을 치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이도공 대표님께 제가 따로 드리는 보너스입니다. 전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하수영이 내민 것은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봉투였다.

현금이나 수표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은데?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봉투를 받아들었고, 하수영은 조용히 떠났다.

'뭐지? 이게 보너스라고?'

이도공은 휑한 눈으로 봉투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뜯었다.

크기나 두께로 보면 수표 한 장을 접어서 넣은 듯한데, 뭐하러 이런 작은 봉투를 썼을까??

"……이게 뭐야?"

안에서 나온 것은 1장의 로또 용지였다.

아직 추첨까지 몇 시간 남은, 구매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로또.

"하하…… 난 또 이미 당첨된 걸 주시는 줄 알았네.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이런 게 당첨될 리가 없잖아."

그리고 몇 시간 후,

"씨발! 족발! 말도 안 돼! 이게 된다고? 당첨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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