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72화 (772/1,270)

프랜차이즈 갓 772화

192장 서울에서 독도까지 논스톱 (1)

"처음에는 고속도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잠시 간과했어요. 앞으로 10년 안에 안전주행속도가 400km/h를 돌파할 일은 없다는 것을요."

하수영은 예인선들이 부지런히 교량을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

어느덧 석양이 그의 뒷모습으로 흘리는 그림자에, 이도공은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

아아, 이것이 농민 재벌 총수의 위엄인가!

"다행히 이 시대에는 이미 자기부상열차 기술이 완성돼 있더군요. 이미 부분 상용화도 이뤄졌어요. 문제는 단 하나, 돈이죠."

그리고 그 문제는 수영사채가 간단하게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수영조명에서 조만간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어 낼 겁니다. 여차하면 어디 하늘에서 상온초전도체가 떨어질 수도 있겠죠."

"……회장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려서 이런 질문 많이 받으셨죠. 뭐가 똑똑한 대답일까요?"

"……둘 다 좋아, 입니다."

"고속도로가 좋아요, 자기부상열차가 좋아요?"

"……둘 다 좋습니다."

"청담동이라면 둘 다죠. 어느 하나를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안 그래요?"

하수영은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것이 청담동 스타일이니까."

이도공은 하얗게 탈색된 채, 힘없이 조건반사적으로 마주 끄덕였다.

"그것이…… 청담동이니까."

야근, 다시 또 야근!!

***

후쿠오카 시장은 울릉도 해상대교 착공식에 참석했었다.

당시 그는 하수영과 적극적으로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한국인들은 반일 감정이 심하다고 하던데, 하수영은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사업가로군.'

아마 비즈니스에서 사감은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리라.

하수영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썩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도우야 초밥과의 갈등, 그리고 일본 세관에서 쌀 벌크선을 가지고 난처해진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현상이야. 그걸 다른 분야에 끌어오지는 않는다는 거니까. 그만큼 사리 구별이 철저하다는 소리겠지.

그런 합리적인 사업가가 차라리 낫다.

후쿠오카의 숙원사업인 한일해상교량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해저터널에서 어느덧 교량으로 바뀌었다.)

착공식에 참여한 이후, 후쿠오카시장의 시선은 줄곧 북쪽에 쏠려 있었다.

울릉도 해상교량이 어떻게 될지 한 시도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벌써 다 지었다고? 아니, 착공식을 한 게 얼마나 됐다고?"

"다리 모듈은 다 완성돼서 바다에 띄워놓은 상태였고, 그걸 서로 연결만 하면 되는 막바지 단계였다고 합니다."

"다리 모듈 찍어내기 시작한 것도 작년 하반기부터였잖아? 그럼 대체 몇 개월 만에 그 깊은 바다에 다리를 놓았다는 거야?"

"교각을 세울 필요가 없으니까요. 모듈이야 제철소에서 뽑아내고 철강업체가 가공해서 바다에 띄우기만 하면 끝이고요."

"……."

"오히려 조명, 전선, 수도 가스 파이프, 아스팔트, 휴게소, 와이파이 중계기 같은 것들을 공사하는 작업이 다리 설치보다 더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

후쿠오카 시장은 할 말을 잃었다.

동시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건설기술이 언제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게 발전했지?

"반수성 처리 기술이 대단한 거지, 건설기술이 높아진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일본 업체들도 반수성 금속만 있으면 충분히 해상교량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티타늄 합금은 너무 비싸지 않나?"

"선박들처럼 철강에 염식, 부식 방지 처리를 하면 됩니다. 유지비가 꾸준히 나가겠지만, 당장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반수성 철재만 있으면 우리가 직접 한일해상교량을 놓을 수 있다는 거군?"

"네, 그렇습니다."

"좋아, 한국 정부와 협의만 거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어."

울릉도에 다리가 놓인 것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후쿠오카 시장은 서둘러 중앙정부에 건의해서 한일해상교량을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하수영을 상대로 충분한 기름칠을 해둬야 한다.

후쿠오카 시장은 중앙정계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기로 했다.

중앙정치인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다니며, 자신이 그린 미래를 어필했다.

"음, 도우야 초밥이 수영농장과 소송 중이었었군요."

"네, 도우야 초밥이 수영농장의 쌀만을 쓰기로 한 약속을 거부해서 불거진 소송입니다."

"저런, 수영농장이 입은 타격이 컸겠습니다."

"네, 우리 일본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쌀을 소모하는 국가이고, 또 도우야 초밥은 일본 1위의 초밥프랜차이즈입니다. 쌀을 독점납품할 수 없다면 손해가 컸겠지요."

"일개 농장으로서는 타격이 심했겠군요. 감정 역시 좋지 않겠습니다."

"하수영 의원은 반도체 파운드리와 철강업이 주력사업이고, 농업은 취미로 하는 수준입니다."

"취미라면 아직 그리 크게 감정이 상하지는 않았을 듯하군요."

"네, 중앙정부에서 소송을 적당히 중재하고, 한일해상교량에 쓸 자재를 전부 수영그룹에 맡긴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알았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로군요."

"그렇습니다. 정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의도에는 우리와 친한 정치가들이 아주 많습니다. 중요한 건 한국 국민들 감정인데…… 뭐, 그거야 재한 언론사들이 알아서 해주겠지요."

그렇게 후쿠오카 지방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한 중앙정부는 즉시 법조계를 움직였다.

***

도우야 초밥은 수영농장에 건 1심소송에서 완벽한 패심 선고를 받았다.

가뜩이나 참치 공급이 끊겨서 힘들어하는 와중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더해진 것이다.

신임회장 도우야 산쿠라의 측근들은, 선대 회장을 모셨던 은퇴 임원들을 찾아갔다.

"자네들이 대체 무슨 염치로 나를 찾아온 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무님이 평생 몸을 담은 회사 아닙니까. 우리 후배들을 어여삐 여기셔서라도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신임 임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타이밍으로 도게자를 취했다.

고리야마 상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은 지금 선대 회장의 아들, 현회장을 대신하여 모욕을 감수하는 중이다.

주군을 잘못 모신 것에 대한 응당 한 대가.

일본에서는 전혀 이상하지도 않고, 아주 당연한 문화였다.

"내가 현 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은 자네들도 알 걸세."

"상무님! 부디!"

"하지만 내가 평생을 몸담은 회사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나도 원치 않아. 그러니 한마디 하자면……."

임원들은 귀를 바짝 세우고 집중해서 들었다.

"현 회장더러 하수영 회장님을 찾아가서 물구나무서서 절을 하라고 하게."

"……예?"

"도게자는 안 되네. 반드시 머리와 팔꿈치만 바닥에 닿고, 온몸이 수직으로 서는 물구나무서기 절을 해야 하네. 그게 한국식 도게자일세. 그랜절이라고 부르더군."

임원들은 다들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

고리야마 상무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싫어하는 현 회장이, 과연 그런 짓을 하려고 할까?

오히려 자신을 모욕했다며 길길이 날뛸 것이다.

"참칫값을 더 올려서 사주겠다고 공손히 제안 올리고, 쌀 뿐만 아니라 모든 식자재를 수영농장 공급에 맡기겠다고 하게."

"……그건 어렵습니다."

"아직 내 말 끝나지 않았네!"

"……."

"……."

"청담동에서 괜찮은 매물 하나 찾게. 웃돈을 몇 배로 얹어서라도 팔라고 애원을 하고, 그 소유권자는 하수영 의원으로 설정하게. 참, 이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네."

"상무님?"

"부동산을 먼저 구해서 바치고, 그걸 구실로 찾아가서 그랜절을 하고, 모든 식재료를 독점납품 약속을 하게. 그래야 도우야 초밥이 살 수 있네."

"회장님이 받아들이실 리가 없습니다!"

"아니, 그럼 대체 무슨 깡으로 초밥 매장이 세계 최대 양식업자와 척을 진 거란 말인가! 지금 일본에 유통되는 생선 대부분이 한국 어시장에서 들어온 거란 걸, 자네들은 모르나!"

"……."

"지금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관계 회복은 못 할 걸세. 도우야 초밥은 수십 년 전통을 접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고리야마 상무는 냉담한 눈으로 말했다.

"조언은 줬네. 내 말 명심하게."

***

백두중공업 백진택 사장은 하수영을 만나고 있었다.

"계열사 중에 백두템플이라고 있지요?"

"아, 네. 철도와 방사업체를 하는 회사입니다."

"자기부상열차 기술도 가진 회사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상용화도 백두템플에서 했습니다. 별로 남긴 게 없어서 문제지만요."

"대신 기술력은 충분히 쌓으셨잖습니까."

"네, 맞습니다.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기술력이라고 자부합니다."

"서울과 동해를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네? 이미 고속도로를 짓고 있으신…… 하긴, 기왕이면 둘 다 있는 게 낫죠."

"프라임건설과 협력해서 자기부상열차 좀 연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중요한 고객님이신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메가 컨테이너선 100척 발주에 이어, 자기부상열차 발주.

백진택 입장에서는 하수영이 그저 빛으로만 보였다.

"그리고, 어때요? 포상금은 받으실 수 있을 거 같나요?"

"네, 자신 있습니다."

100척 조기 인도 포상금.

백진택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음, 근데 조건 변경이 있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울릉포항대교가 무산된 건 아실 겁니다."

"네, 잘 압니다. 그 자재들을 모두 독도대교로 돌리셨다지요. 오히려 저는 새옹지마가 되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알박기한 세력들이 조금 얄밉네요."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럴 겁니다."

"백두그룹이 포항에 상당한 사업기반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진택의 표정이 바로 변했다.

알박기 때문에 하수영의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노골적인 암시다.

"제철 사업은 포항 기반이지만, 우리 중공업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철은 제 관할이 아닙니다."

다른 형제의 관할이었다.

"포항에 있는 조선소 도크를 임대해서 건조 중인 선박들이 있습니다. 완공하는 대로 바로 도크들을 비우겠습니다."

"그로 인한 납기지연은 조기인도 포상금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포스코에 주문하시는 건 상관없지만, 광운제철소에 한정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지금도 포스코 주문은 광운제철소 생산품으로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알박기 때문에 크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분명한 경고이리라.

차후 이런 식으로 사업을 방해했다가는, 더 큰 보복이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 기업이 커질수록 이런 본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제야 하수영은 표정을 풀며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알박기 펀드, 포항에서 힘깨나 쓰는 지역 유지들이 상당수 관여했더군요."

"설마 지자체 정치인들까지도……?"

하수영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은 채 묵묵히 바라봤다.

백진택은 그 침묵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우리야 울산이 주력이니까 상관없지. 포항은 참 안됐군.'

지자체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나서서 그런 짓거리를 했으니.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