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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71화 (771/1,270)

프랜차이즈 갓 771화

191장 범인은 우리 안에 있었다 (2)

-하수영 의원님도 그 사실을 이미 아십니다.

포항시장은 손발이 덜덜 떨렸다.

그 알박기 사모펀드에 자기 와이프도 돈을 넣었다고?

시의원들도 거기에 참여했다고?

그런데 여태 그 사실을 몰랐다니.

"하 의원도…… 이미 안다고? 언제부터?"

-처음부터는 아니고, 뒷조사를 하셨을 겁니다. 의원님은 검찰에도 제법 인맥이 있습니다.

"……."

-포항 패싱은 처음에는 효율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괘씸죄의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포항시장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프리덤이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나, 물어볼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어느덧 그는 프리덤을 자연스럽게 만능비서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서가 이런 것까지 아는 게 왜 이상한가?

유능하고 똑똑하면 그냥 좋은 거지.

관저로 돌아온 포항시장은 부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유독 부인의 짜증이 늘어났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빠서 눈치를 못 했는데, 표정에서도 불안함이 엿보인다.

"여보, 서울 일은 어떻게 됐어요?"

"그걸 당신이 왜 궁금해해?"

"아니, 하수영 의원 만나서 울릉대교 다시 돌려놓을 거라면서요. 당연히 궁금하지. 난 뭐 포항시민 아닌가?"

"……."

"가능성 있어 보여요? 아니, 울산, 포항, 대구, 부산, 경남, 전남, 그 많은 시민들은 그럼 울릉도 한 번 가자고 동해시까지 가야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부인은 남쪽 지명들을 줄줄이 읊었다.

"그냥 포항에서 배 타면 그만이지, 못 갈 건 없잖아?"

"불편하잖아요. 뭐 수도권 사람만 한국 사람인가? 국가교통망을 이렇게 수도권에만 편의를 몰아주면 안되죠."

"국책사업이 아니잖아. 개인이 사비로 하는 건데."

일종의 사유도로다.

다만 그 스케일이 국가 레벨을 넘어섰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래도 이건 아니죠. 우리 포항시 민들이 얼마나 크게 기대를 했는데. 겨우 그거 돈 조금 아까워서 접어버린다는 게……."

"건설허가 취소할 생각이야. 그 사모펀드."

"네?"

순간 부인이 펄쩍 뛸 듯이 놀랐다.

그 모습도 이제는 의심스럽게만 보였다.

아니, 포항시장은 이미 부인에 대한 확신을 품은 상태였다.

"지금 올라가는 관광호텔, 허가 취소해서 철거조치할 생각이야."

"아니, 그건 좀……."

"그래야 놈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거 아니야?"

"거기는 그냥 관광사업에 올인한 친구들이잖아요. 근데 그걸 공권력으로 못 하게 하고 강제로 땅을 매도할 수 있어요?"

"관광사업 올인은 무슨. 작정하고 알박기하면서 몸값 올리려고 수작부리는 건데."

"증거 있어요?"

"정황증거는 넘치지. 아니 근데, 당신 왜 그놈들 편을 들어?"

포항시장이 갑자기 찌르고 들어오자 부인은 찔끔해서 주춤거렸다.

"내, 내가 언제 편을 들었다고요?"

"뭔가 이상하잖아. 그놈들 알박기 때문에 울릉도 교량이 물 건너가게 생겼는데, 욕은 못 할망정 왜 그놈들 사정을 봐주고 있어?"

"내가 언제 사정을 봐줬다고요! 지금 생사람 잡는 거 알아요?"

"내가 생사람을 잡는다고? 당신, 지금 그 반응이 너무 이상한 거 알아?"

"……."

그제야 부인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굴의 당황함이 더욱 짙어졌다.

포항시장은 일부러 한껏 의심스러운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당신, 정말 뭐 있는 거 아니야?"

"……있긴 뭐가 있다고."

"아니, 왜 그놈들 편을 들어? 그놈들 때문에 우리 포항시가…… 혹시 당신, 거기에 돈 넣어둔 거 있어?"

"그럴 리가 없잖아요!"

"혹시 넣어둔 거 있으면, 싹 다 빼. 내가 이제부터 작정하고 그놈들 조지려고 하니까."

"뭐, 뭐예요? 아무것도 없다니까. 내가 그런 놈들하고 어떻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야. 내가 정말이지 제대로 조져 볼려고 해. 우리 포항시의 숙원사업을 그놈들이 망쳐났으니까 말이야."

"아니, 그깟 다리 하나 연결 못 한다고 해서 숙원사업이 망했다는 것은 좀……."

"그깟 다리가 아니라고!"

포항시장은 마침내 참지 못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인은 더욱 놀라서 가슴을 쥐어 잡은 채 남편의 눈치를 살폈다.

포항시장은 가쁜 숨을 고르고, 부인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우리 포항시 주요산업이 뭐야? 시장 부인이니 그 정도는 알겠지?"

"제철…… 조선…… 이요."

"지금 조선업계에서 가장 큰손이 누구인지 알아?"

"……."

"하, 그것도 몰라? 하수영 의원이잖아! 얼마 전에 22,000TEU 메가 컨테이너선 100척을 발주한! 컨테이너 2만 2천 개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100척이나 발주했다고! 지금 우리 포항 조선소들은 전부 그 배, 아니면 그 배에 쓸 부품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고!"

부인의 안색이 파리하게 물들었다.

"제철, 그래. 포스코는 우리 포항시의 자랑이지. 포스코가 저기 광운에 있는 제철소 지분 절반을 하수영 의원한테 넘긴 건 알아?"

"모, 몰랐어요."

"그래, 하수영 의원이 포항제철소에는 지분이 없긴 해. 하지만 포스코 대주주나 마찬가지고, 주요 고객이야. 지금 한일해상대교를 놓니 마니 하는 상황에서, 만약 그게 확정되면 누가 전권을 주도할 거 같아?"

부인은 대답을 못 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입을 열기 무서웠다.

포항시장은 탄식을 터뜨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울릉도 다리…… 그래, 울릉도 여행 까짓거 안 가면 그만이야. 어차피 돈 쓰러 가는 거지 돈 벌러 가는 건 아니니까."

"……여보."

"근데 그거, 그냥 울릉도로 이어지는 다리가 아니었다고, 하수영 의원, 아니아니, 수영그룹으로 이어지는 다리였다고!"

포항시장은 거의 울음에 가까운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당신이! 니들이 끊은 그 다리는 울릉도로만 이어지는 게 아니었다고! 하수영 의원과 우리 포항시를 이어줄 다리였다고! 그걸 끊어버린 거라고, 이 욕심덩어리들아!"

"여보! 여보! 미, 미안해요. 나, 난 그냥 모른 채 투자만 하면 나중에 몇 십 배도 챙길 수 있다고 해서……."

"놈들이 왜 굳이 당신을 끼워 넣었다고 생각해? 정치인은 배우자와 한 몸이야, 한 몸! 배우자가 한 일은 내가 한 일이 되는 셈이라고!"

포항시장은 이제 눈물까지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이젠 나도 그 알박기에 동참한 셈이 된 거라고! 포항시장인 내가! 수영그룹을 상대로 뒷돈을 챙기려고 작업을 친 꼴이 된 거라고!"

저번 조선소 방문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급속히 딱딱하고, 친절해졌다.

그 인위적인 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는 잘 안다.

"당신은 포항과 수영그룹 간의 다리만 끊은 게 아니야. 나와 하수영의원이 이어질 다리도 끊어버렸지."

"여보……."

"이 다리를 시작으로, 나는 하수영계파와 더 깊은 인연을 만들 생각이었어. 포스코, 백두중공업을 통해 하수영 의원의 울타리 안으로…… 하, 말해서 무슨 소용이야. 다 틀려먹었는데."

단순한 알박기였다면, 포항의 미래만 어두워지고 끝났으리라.

하지만 부인이 돈을 넣어둔 바람에, 자신의 미래까지 같이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내가 그 알박기 놈들 조질 거니까, 당신도 그 전에 빨리 돈을 빼던가, 아니, 아니지. 빼지 말고 그대로 놔둬."

"네? 빼지 말라고요?"

"이제 와서 돈 빼면 내가 처음부터 작정했다는 꼴밖에 더 돼? 알아둬. 난 그 돈 모르는 거야. 당신도 모르고 투자…… 그래, 처남이 당신 이름 판 거라고 처리해."

"그, 그럼 내 동생은 어떻게 하라고요!"

"지금까지 처남도 내 덕 본 거 많으니까, 이렇게라도 갚아야지. 아니면 당신, 정말 내가 포항시장으로 끝나는 걸 보고 싶어?"

"……."

이번 지방선거로 3선.

4년 뒤에는 더 이상 포항시장에 출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포항시 의원으로 역행하는 것은 안 된다.

군인이 진급이 막히면 옷을 벗는 것처럼.

시장도 더 높은 곳, 경북도지사나 국회의원으로 진출을 해야만 한다.

그제야 부인은 남편이 말한, '진짜 끊어진 다리가 뭔지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여보, 80억이나 넣어둔……."

"많이도 처넣었군. 포기해. 남편 미래보다 80억이 더 중요해?"

"하, 하지만……."

"남들은 80억, 그 이상을 써서라도 뱃지 한 번 달아보겠다고 아우성을 쳐도 못 달아. 그 80억 포기 못 해서 아예 끊어버리자고?"

"……미안해요."

포항시장은 그제야 표정을 다소 풀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의원들도 가담한 거 알고 있어. 지역 유지라는 놈들도 상당수 끼어 있겠지. 내가 전부 다 때려 부술 거니까, 당신도 그렇게 알아."

"……네. 미안해요."

그렇게 포항시장은 칼을 갈았다.

***

하수영은 헬기를 타고 울릉도 바다로 향했다.

해상에는 울릉독도대교를 연결하는 작업이 한창 이었다.

수많은 예인선들이 티타늄 합금 다리 모듈을 끌어서 방향과 위치를 맞춘다.

모듈 1개당 3방향에서 예인선들이 출력 조절을 통해 해상에 위치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위치가 고정되면, 결합 홈을 서로 끼워 맞추고, 대형 나사를 박아 단단히 고정시킨 후, 마지막으로 용접처리를 한다.

울릉도 해안 착륙장에 헬기가 내렸고, 출장 온 이도공이 하수영을 안내했다.

"교량 끝은 독도와 연결하지 않고, 동도와 서도를 마주 보는 해상에 정지하게 설계했습니다."

"그럼 다리가 흔들리고 불안정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교량 끝 플랫폼에 전기 화물선용 프로펠러를 달았습니다."

"오. 자체 추진력으로 해상 좌표를 유지한다는 건가요?"

"네, 그리고 교량 전체에도 500미터마다 추진 프로펠러를 대칭으로 달 겁니다. 24시간 GPS 인식 자동화 시스템도 추가합니다."

교량에 달린 수많은 프로펠러들이 24시간 스스로 움직이면서, 다리의 좌표를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한쪽만 섬(울릉도)에 연결되어 있으니, 좌표유지 추진력이 필수다.

"독도에 교량을 연결하면 아무래도 천연기념물 훼손이 되니까요."

"좋은 방법입니다. 저도 마음에 듭니다. 아, 그럼 전선을 독도까지 연결해 주면 섬 주민들도 이제 편안하게 전기를 쓸 수 있겠네요."

"독도 물자 보급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질 겁니다. 차로로 교량 끝 플랫폼까지 가져오고, 거기서 소형 배로 실어나르면 되니까요."

"앞으로 독도 해상 플랫폼이라고 하죠."

"네, 좋은 명칭 같습니다."

"플랫폼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 건가요?"

"모듈식이기에 차후에도 추가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일단은 60m X 60m 정사각형 사이즈로 잡았습니다."

파도 저항에는 원형이 더 낫지만, 확장을 생각하면 정사각형이 낫다.

"교량 하폭과 똑같이 60m로 했습니다. 상폭과 하폭 모두 똑같이 설계했습니다."

긴 선 형태의 교량이 아니라 정사각형이기에, 상폭을 좁게 하지 않아도 넘어질 우려가 없다.

"60m는 너무 좁은데, 앞으로 독도 관광객들이 미어터질 텐데, 그렇게 좁아서야 사람들이 주차나 제대로 하겠어요?"

"그, 그럼……."

"일단 가볍게 200m X 200m으로 갑시다. 완공 후에도 꾸준히 확장하세요."

"……포스코가 아주 좋아하겠습니다. 주문량이 꾸준할 테니까요."

이 정도면 거의 동도만 한 사이즈의 해상 플랫폼 아닌가?

"그런데 독도 관광객들이 특별히 미어터질 거라고 강조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당연히 관광객이 늘겠지만, 굳이 강조한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자기부상열차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시속 600km 이상, 그러니까 서울에서 동해까지 17분이면 도착할 수 있죠."

"와우, 동해까지 겨우 17분이라고요? 그런 국책사업이 준비 중이었습니까? 어쩐지, 회장님께서 울릉교량을…… 아니, 회장님. 절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이도공은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수영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국책사업 아니고, 민간사업입니다."

"절 그렇게 보지 말아주십시오. 프라임건설은 이미 업무적 과로 한계입니다. 제발……."

"백두그룹에 외주 줄 겁니다. 그래도 우리 건설이 키를 잡아야겠지요?"

오토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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