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67화
190장 엎드려 철 받기 (3)
'이런, 휴게소를 빼먹다니! 내 실수다!'
이도공은 속으로 자책했다.
"고속도로 여행의 로망은 뭐니 뭐니 해도 휴게소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나 다름없는 동해 한복판 위에서 휴게소가 없다니요."
"아차차,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바로 휴게소를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듈을 새로 만들어서 연결한 후, 휴게로 진입로만 만들어주면 그만이다.
공사 난이도는 오히려 낮다.
"그럼 중간 지점 양쪽에 휴게소를 각각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바다 위 휴게소입니다. 전기 말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차차, 그 점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바다 위 휴게소는 일반 휴게소처럼 물, 가스 공급받는 게 어렵다.
적어도 75m에 달하는 가스파이프, 수도파이프를 연결해 줘야 하니까.
"폐수 처리 시설도 완벽해야 합니다."
"네, 아주 깨끗하게 물만 걸러서 바다에 흘려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차후에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세요."
"네, 두 배든 세 배든 문제없이 확장할 수 있는 모듈 결합형 구조로 붙이겠습니다."
"2, 3배라니요. 100배는 1,000배든 확장 자체는 제한 없는 구조로 가야죠."
"예?"
이도공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나중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 확장 슬롯은 무한히 추가할 수 있는 구조로 해놔야, 나중에 후회 안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확장 제한 없는 모듈 결합형 구조로 가겠습니다."
"하나 더, 주유시설은 빼는 게 좋겠어요."
"안전을 생각하면 그게 좋겠습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큰 유조탱크를 바다 위에 설치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안전을 위해서도 별로다.
'중간에 기름 못 넣는다고 양 출입구에서 정확하게 공지해야겠네. 아, 어차피 운전자들이 쓰는 프리덤이 알아서 알려주겠구나.'
비서가 뭔가?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미리미리 알아내서 대비를 시켜주는 존재다.
다리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을 수 없다는 걸 미리 공지하면, 프리덤들이 알아서 자기 주인을 챙길 것이다.
***
프라임건설은 포스코에 다시 추가 티타늄 합금을 발주했다.
휴게소를 만들 것이라는 말에 포스코 내부 반응은 이랬다.
"수영농장 돈 지랄이 아직 끝난 게 아니었구나."
"우리가 수영농장의 돈을 너무 우습게 봤어……."
차량 수백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딸린 높이 6미터짜리 해상휴게소 '2개'를 만들기 위해, 또 엄청난 티타늄 합금을 뽑아내야 했다.
휴게소 건설까지 드디어 끝났다.
하수영은 캠핑카를 몰고 당당하게 동해로 향했다.
캠핑카 뒷좌석(4인석이다)에는 장효주, 정서희가 타고 있었다.
공평을 위해서 조수석에는 전성렬사장이 앉았다.
물론 그는 마음이 불편했다.
"내, 내 차로 그냥 따라가도 됐는 데……."
"자리 하나 남는데 그냥 타고 가시면 되죠. 뭐 하러 굳이 그렇게 합니까?"
"아니, 뒤에서 여간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야 말이지……."
백미러를 보지 않아도, 두 여자의 시선이 따갑게 뒤통수에 내리꽂히는 걸 알 수 있었다.
동해시 출입로 쪽에는 육상 트랙처럼 테이핑이 되어 있었다.
하이패스 장치가 되어 있어, 출입로는 넓고 쾌적했다.
캠핑카가 테이핑을 끊고 교량으로 진입하자, 수백 대의 슈퍼카들이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출장요리용 트레일러들이 후원회 노인들의 뒤를 따랐다.
"오, 마치 12차선 같은 8차선이로군. 아주 넓고 쾌적한데?"
"상폭이 34미터니까요. 차선 하나 당 대충 4미터 넘게 쓰는 셈이죠."
"일반 차량들은 6차선만 쓰는 건가?"
"네, 양쪽 각각 1차선은 비상겸 관리전용차선입니다."
"근데 비상차선은 왜 저렇게 높은 분리대로 가려놨어요?"
"큰 사고가 나더라도 비상차선이 막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비상차선 분리대는 통짜 벽이 아니었다.
티타늄 합금 원기둥들이 수평으로 길게 뻗으며 벽을 형성했다.
반면 최외곽의 바깥보호벽은 원기 둥들이 수직으로 촘촘한 간격으로 뻗어 있었다.
덕분에 원기둥 틈 사이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안쪽의 비상차선 분리대는 높이가 2.5미터 정도.
반면 바깥보호벽은 높이가 무려 3.5미터에 달했다.
"티타늄을 정말 아낌없이 듬뿍 썼군그래. 저 비싼 것들을."
"수영조명에서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었으면 건설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겁니다. 아쉽게 됐죠."
"세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핵융합 발전소를 기대하나? 느긋하게 마음먹게."
"하수영 울릉동해대교가 완공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요?"
"……내가 말을 실수한 거 같군."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
주유를 제외하면 일반 고속도로에 있을 만한 시설은 다 갖추고 있었다.
미리 프리덤으로 수백인 분의 식사를 준비해 놓았기에, 일행은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역시 휴게소 하면 우동이지."
"바다 위에서 먹는 우동이 참 별미인데?"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먼 그래."
식당은 한쪽 벽이 통짜 유리로 되어 있어, 탁 트인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다.
일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없는 풍경이었다.
"근데 이제 작은 배 말고는 울릉도와 동해시 사이를 바로 가로질러 갈수가 없게 됐군."
"큰 배가 여기 올 일이 뭐 얼마나 있다고? 좀 우회하면 그만이지. 다리가 주는 이득이 더 커."
"그런데 울릉도-포항대교까지 이러면 안쪽으로는 군함 같은 건 아예 못 들어오지 않나? 그럼 좀 문제가 될 거 같은데."
휴게소 우동을 20그릇 정도 앞에 쌓아놓은 하수영이 대답했다.
"정부에서도 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울릉도포항대교는 출입 포인트를 두 군데 넣는 개조를 줬습니다."
"그건 잘됐군 그래."
"제 불찰이기도 하죠. 겨우 교량 때문에 군함이 못 지나다닐 수 있다는 걸 깜빡했어요. 그냥 날아다니거나 잠깐 잠수하면 아무 문제 없는 일인데."
"하 의원이 이해하게. 아직 우리나라 국방력이 너무 딸려서 그러니."
"울릉도-포항대교 배 출입포인트는 높이가 80미터 이상이니까 우리 포드항모 병원선도 지나갈 수 있을 겁니다."
울릉도 포항대교는 일반 구간 높이는 6미터이지만, 출입포인트에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80미터 이상까지 올라간다.
아치형이긴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보조 지지대를 잔뜩 붙여야 한다.
또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양쪽으로 각각 60미터가 넘는 수면 지지대가 뻗는다.
덕분에 울릉도 포항대교는 훨씬 더 티타늄 합금이 소요된다.
"근데 울릉도-포항대교는 언제 착공하나? 모듈은 준비 다 됐다고 들었는데."
"아, 포항 쪽에 좀 문제가 생겨서요."
"응? 무슨 문제?"
"톨게이트 포인트로 쓸 부지에 누가 알박기를 시전했습니다."
후원회 노인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하여간, 모두 다 좋다고 개발하는 일인데 꼭 그런 식으로 알박기 하는 인간들이 있지."
"보아하니 다른 적절한 부지가 없는 거 같군. 대체가 안 되는 부지인가 보구먼?"
"역시 제 후원회 멤버분들의 식견은 날카로우시네요. 맞습니다. 이 부지 말고 다른 부지는 접근성, 편의성이 너무 취약합니다."
"해상교량 이점을 살리려면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교는 고속도로와 직통으로 연결하고 국도는 IC로 연결되는 게 낫지."
"대체할 만한 부지들은 죄다 항구거나, 조선소거나, 뭐 그런 곳일 테니 허물고 새로 짓기도 난감할 거고."
"출입차량 수요 생각하면 대교 입구 포인트도 상당히 넓어야 할 건데."
"두루두루 생각하면 쓸 만한 부지는 확실히 얼마 되지 않겠어."
어느덧 후원회 노인들은 각자 지도까지 펼쳐놓고 입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큰 태블릿에 프리덤이 띄워준 지도를, 다들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살폈다.
"아, 왠지 용안리 쪽일 거 같은데? 여기에 다리 연결하고 대구포항고속연장해서 이으면 딱이거든."
"포항 북쪽에 대교 연결해야 제철소 출입 화물선들이 지장 없을 테니까 말이지."
"용안리 여기밖에 없네. 마침 나대지라서 대교 연결하고 톨게이트 짓기에도 딱이야."
"덤이야, 여기 땅주인이 누군지 한번 찾아봐라."
-해외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 걔들이 여기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잠깐, 설마 매입날짜가?"
"우리 하 의원이 울릉도 대교 발표한 직후냐?"
-예, 맞습니다.
후원회 노인들은 다들 하수영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쏠리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 의원, 울릉도의 땅이란 땅은다 사놓지 않았었나?"
"동해시 땅도 미리 사뒀죠. 그래서울릉도 동해대교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그럼 왜 포항만 지나친 건가?"
"포항은 메인이 아니어서 신경을 덜 썼습니다."
"이 사모펀드, 분명 해외 자금 아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야."
"울릉도와 포항의 관계를 고려해서, 하 의원이 포항 쪽에도 다리 하나 놓을 거라고 생각을 했을 거야."
"몇십 년 동안 묵힐 작정하고 미리 사둔 거지. 발 빠르고, 대단한 놈들이야."
"누구지, 대체?"
"짚이는 데가 어디 한둘인가? 우리 나라 부자들이 부동산에 넣은 돈이 다들 얼만데."
"하, 감히 청담동 부동산 재벌 1위한테 부동산으로 싸움을 걸었다고?"
"이건 우리 청담에 대한 도전 아닌가?"
노인들은 납득했다.
그래서 다리 모듈은 다 만들어놓고, 아직도 다리를 짓지 못한 것이구나.
하지만 하수영은 여유로웠다.
"괜찮습니다. 동해시 연결은 했으니 이제 메인퀘는 끝났어요. 수도권까지 다이렉트로 한 방에 연결되었으니, 양식장 돌아가면 유통은 큰 문제 없습니다."
통영 양식장은 한반도 남쪽을.
울릉도 양식장은 서울수도권을.
굳이 포항에 당장 집착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울릉도는 이제 연륙교가 놓였다.
다리야 많을수록 편리하겠지만, 무리해가면서까지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제는 나대지가 아닙니다. 관광호텔이 이미 올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작정을 했네. 강제수용이 어렵도록 선수를 친 거야."
"이미 건물 올렸으니 돈도 더 받아 낼 수 있을 테고, 보통 놈들 아닌데?"
"설마 우리 중에 있는 건 아니겠지? 지금이라도 순순히 자수하고 토해내라. 나중에 걸리면 후원회 이사로서 가만 안 둔다."
"예끼. 그렇게 계산머리 돌아가는 멍청이가 우리 후원회에 남아 있을 거 같아?"
"간접 이간질까지…… 진짜 보통 놈들이 아닌데, 그놈들?"
***
포항시장은 누구보다 애간장이 녹고 있었다.
하수영이 콕 집은 내륙연결 부지, 그곳을 이미 선점한 이가 있기 때문이다.
매입 시점, 그 이후 행방을 보면 해상교량이 언젠가 건설될 거라 내다보고 미리부터 묻어놓은 게 분명했다.
사놓은 땅이 또 한두 평이 아니었다.
무슨 특허방어라도 하듯이, 최상의 포인트를 중심으로 공단이라도 지을 만큼 땅을 잔뜩 사두었던 것이다.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해외에서 들어온 자금이었으니.
어쩌면 한두 명이 아니라 다수일지도 모른다.
저희는 포항 바다의 경치를 높이 쳤기 때문에 관광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땅은 팔 수 없습니다.
대리인이라는 변호사의 능글맞은 태도 때문에 머리가 빠질 것만 같았다.
진짜 주인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해도, 대리인은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덕분에 울릉도-포항대교는 차일피일 착공이 미뤄지고 있었다.
포항시민들만 머리에 뿔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하수영을 만나기 위해 배를 타고 울릉도까지 이동했다.
하수영은 해상교량 첫 퍼레이드를 마치고, 울릉도에서 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후원회 노인 등 함께 온 일행, 릉군수와 군의원, 군민들까지 모두 즐거워하는 떠들썩한 잔치였다.
그가 포항시장을 발견했다.
"아, 시장님. 어서 여기 오셔서 한 잔 하시죠? 오늘 음식들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분위기에 어울려준 후, 포항시장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늘도 접촉을 해봤는데 이놈들이 아주 악질입니다. 벌써 네 번째인데, 돈 액수 이야기 자체를 절대 안 합니다. 무조건 우리더러 먼저 제시하라고 하고, 제시를 하면 거절만 합니다."
"선제시충이군요."
"네? 선제시…… 충? 그게 무엇인가요?"
"시세 모르는 구매자 후려치려고 무조건 가격 먼저 부르라고 하는 판매자입니다."
"……."
"만 원짜리를 오만 원 부르면, 옳다구나 이놈 시세 모르네? 하고 계속 선제시하라고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죠."
포항시장은 무슨 말인지 일단 이해 했다.
하수영은 보드카를 병째로 꿀꺽꿀꺽 마시면서도, 눈빛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요. 아쉽지만 포항은 패스해야겠습니다."
"네, 포항은 패…… 예? 뭐라고요? 아,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선제시충은 거래 파토로 맞서는 게 국룰, 아니, 국제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