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66화
190장 엎드려 철 받기 (2)
포스코 광운제철소는 더 이상 추가 주문을 받지 않았다.
하수영과의 내부 거래(?)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울릉도 해상교량에는 40층 아파트 3만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철강재보다 더 많은 티타늄 합금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니까.
티타늄 합금만이 아니라, 선체 외피용 철판도 추가 주문을 받았다.
백두중공업에서 사용할 물량이었다.
"이미 만들고 있는 40척은 외피에 얇게 붙이는 것으로 하죠."
이미 선체 형태가 잡혔기에, 추가로 얇게 붙이는 것으로 보수를 하기로 했다.
아직 만들지 않은 60척은 처음부터 반수성 철판을 사용하기로 했고, 이도공은 후보로 골라두었던 몇 개 철강업체들을 인수했다.
제철소가 없는, 중소 철강가공업체들이었다.
광운제철소가 티타늄 합금을 H형 강, I형강, 봉, 강관, 합판 등으로 뽑아내면.
이 자회사 철강업체들이 티타늄 합금 재료들을 조립하고 용접해서 교량 모듈을 만들었다.
단면이 하폭 60미터, 상폭 34미터, 높이 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교량모듈.
그것들을 전장 100미터 단위로 만들어서 동해 바다에 띄워두었다.
당연히 떠내려가지 않도록 서로 단단히 묶고, 또 많은 예인선을 동원해서 위치 조절을 했다.
프라임건설 직원들은 포스코의 제력에 전율했다.
"무시무시한데."
"와, 티타늄 합금 쏟아내는 속도 좀 봐. 우리가 인수한 철강업체들 모듈 제작 속도가 못 따라가고 있어."
"대표님, 아무래도 다른 철강회사 들한테도 모듈 제작 외주를 줘야 할 거 같습니다. 우리 자회사로는 감당이 안 되는데요?"
"선주문 받은 것들 소화하면서도 이 정도 속도라니…… 광운제철소가 괜히 아시아 최대 제철소라는 게 아니었군그래."
그러나 누구보다 전율하고 있는 것은 바로 동해시민들이었다.
"세상에, 바다가 온통 다리 부품들로 가득가득 덮여 있네."
"물 반, 고기 반. 아니, 물 반, 철반이라는 게 이런 건가?"
"철이 아니라 티타늄 합금, 엄연히 전혀 달라."
"그런데 어차피 물에 뜨는 건 같다며? 그럼 철로 만드는 게 낫지 않아? 더 싸고 시간도 절약이 될 텐데."
"물에 직접 닿잖아. 그것도 맨날. 염분 부식, 녹슬음 그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도장하면 되는 거 아니야? 배들은 도장으로 녹슬음 방지하잖아?"
"도장만 하는 게 아니라 아연판 붙이고 전기도 흐르게 해서 녹을 막지. 근데 150km짜리 다리에 매번 보수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지."
"번거롭긴 하겠네. 그래서 티타늄합금을 고집하시는 건가?"
"저건 녹 안 슬고 염분 부식에도 강하다더라. 도장을 할 필요도 없대."
"초반에 돈 엄청 들지만, 두고두고 내내 편하다는 거네."
"은백색 다리가 길게 꽉 놓여 있으면 진짜 멋지기도 할 거야."
전장 100미터, 하폭 60미터짜리 초대형 모듈이 매일같이 바다에 쌓이고 있었다.
동해시민들은 틈만 나면 와서 얼마나 더 쌓여있는지를 구경했다.
자고 일어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다리 모듈들.
모듈이 모두 완성되면, 서로 늘어놓고 연결만 하면 그만이다.
"이거 생각보다 다리 건설 속도가 빨라질 거 같은데?"
"미쳤어. 다리 모듈이 막 복사가 되고 있다고!"
"단일기업이 돈 생각 전혀 안 하고 속도만 생각해서 밀어붙이니까 추진력 장난 아니네."
해상교량은, 비용만 생각하면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러나 금전적 비효율은 시간적 효율로 치환되는 것이 자본주의 법칙.
"수영그룹이 돈과 사람을 갈아 넣어서 시간을 마구마구 뽑아내고 있다."
"지금 현실에서 Ctrl+C, Ctrl+V 연타하는 거 아니지?"
"며칠 안 본 사이에 다리 모듈이 저렇게나 늘어났다고?"
"아니, 무서워.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니야? 도대체 얼마나 더 모듈을 만들려는 거야?"
"150m짜리만 지으면 되는 게 아니래. 200㎞짜리도 만들어야 된대. 포항에 연결되는 거."
"아, 그렇네. 동해시와 포항시에 각각 연결하는 2개로 짓는다고 했지?"
"그럼 이제 다리 안쪽 동해안가로는 크루즈 선박 같은 것들은 못 들어오겠군. 조금 아쉬운데."
"원래 안 들어왔었어. 거기 뭐 있다고 크루즈 선박들이 들어와?"
"원래도 안 들어왔었나?"
***
해가 바뀌었다.
드디어 150㎞에 달하는 모듈의 양이 전부 확보되었다.
프라임건설은 곧바로 울릉도 동해 교량 건설을 개시했다.
착공식에는 당연히 하수영이 참석했다.
하수영후원회 노인들도 빠지지 않고, 동해까지 찾아왔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 후원회가 자리하지 않으면 안 되지."
"하 의원, 축하하이. 정말 동해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구먼."
"획 정도가 아니라 역사책 하나를 편찬한 정도 아닌가?"
"왜구들 몰려온다고 섬 비워두라고 했던 옛날 왕들이 보면 감개가 무량하겠어."
착공식 주변 주차장에는 수백 대가 넘는 2인승 슈퍼카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후원회 노인들은 대부분 혼자 왔지만, 젊고 예쁜 여자를 데리고 온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기가 막혀 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에도 당당했다.
불륜도 아니고, 홀몸으로 새 여자를 만나는 게 흠은 아니니까.
-지금부터 '하수영 울릉동해대교' 착공기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귀빈여러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멘트로 기념식이 시작되었다.
수심 수천 미터 바다에 놓이는 첫 해상교량.
동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때문에 착공기념식에는 외신 기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행정부에서는 국무총리가 귀빈으로 참석했다.
그 외에도 국토부장관, 강원도지사, 경북도지사, 동해시장, 동해시의회, 포항시장, 포항시의회 멤버들이 줄줄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도 여당, 여당의 중진들이 수십 명 가까이 참석했으며.
포스코 회장, 사장 등 임원진들도 뒷쪽의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대마도, 후쿠오카, 기타큐슈에서 시장과 시의원들이 참석했다.
'한일해상교량이 놓이게 된다면 반드시 우리 지역이 되어야 한다.'
'우리 지역이 가장 유리하지.'
'우리 대마도는 반드시 경유하게 되겠군. 아마 부산에서 이어지겠지?'
당연히 그들은 몰랐다.
하수영이 다릿세로 규슈 섬을 통째로 받을 마음이라는 것을.
-먼저 하수영 회장님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하수영 회장님, 단상으로 나와 주십시오.
하수영이 일어나서 단상으로 올라 가자 우렁찬 박수 소리가 울렸다.
후원회 노인들은 자기 일이라도 되는 거처럼 즐거워하며 박수를 쳤다.
곳곳에 그들이 준비한 플래카드 글귀가 보였다.
[청담의 건아, 하수영! 마침내 해내다!]
[자랑스러운 청담동 구의원 하수영!]
[사람의 쌀, 가축의 쌀, 그리고 이제는 산업의 쌀까지 제패한 청담의 영웅!]
하수영은 흐뭇해서 문구들을 둘러보았다.
미디어계, 어촌계, 농촌계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자리를 배정받지 못하고 저 뒤편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지켜보는 중이었다.
"하수영입니다. 이 좋은 날 동해까지 먼 길 오시느라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최소 3kg 이상씩은 살찌워서 보내 드릴 테니까, 다이어트는 오늘 잠시 접어두세요."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하수영이 오늘을 위해서 대규모 출장 뷔페를 기획했다는 것은 모르는 이들이었다.
"이제 울릉도는 더 이상 외로운 섬이 아닙니다. 울릉도민들은 이제 편안히 차량을 이용해서 내륙을 오가게 될 겁니다. 택배도 더 빨리 받아 보실 수 있겠네요."
다시금 환호가 터졌다.
특히 나이는 울릉주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감격에 겨워했다.
"저는 울릉도의 자연을 사랑합니다. 흉물스러운 콘크리트와 골프장이 울릉도를 뒤덮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제가 두고 보지 않습니다."
목소리가 다소 엄숙해졌다.
"이제 울릉도는 세계 최대의 양식 장으로 거듭날 겁니다. 울릉도산 양식어들은 '하수영 울릉동해대교'를 통해서 내륙에 판매될 것이며, 전 세계의 냉동생선화물선들이 동해시를 찾게 될 겁니다. 그러려면 동해시 항구를 좀 확장해야 되겠는데요?"
울릉도 항구를 더 키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섬 크기의 한계가 있기 때문.
생선을 보관할 대형 냉동물류센터를 울릉도에 짓는 것도 낭비다.
차라리 동해시에 물류센터를 짓고, 동해시 항구에서 수출선박들을 받는 게 낫다.
"울릉동해대교부터 착공하지만, 다리 건설재가 준비되는 대로 울릉포항대교도 연이어 착공될 겁니다. 축하해 주러 오신 모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이상, 하수영이었습니다."
국무총리, 강원도지사, 경북도지사, 동해시장, 포항시장, 서울시장 등등도 이어서 축사를 했다.
다들 나란히 줄을 서서 테이프 커팅을 마쳤고, 다시 한번 박수가 터졌다.
수많은 예인선들이 수면에 떠 있는 다리 모듈을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
날씨 때문에 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온기가 가득했다.
방송국에서는 아예 헬기까지 띄워서 다리 건설장면을 특집으로 내보냈다.
하수영이 조 단위의 광고비를 집행한 방송국이었다.
-동해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에 뜨는 티타늄 합금을 이용해서 수심 깊은 바다에 다리를 놓고 있는 중인데요. 이게 완공되면 울릉도는 더 이상 순수한 섬이 아니게 됩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연륙교가 지금 지어지고 있습니다.
-예인선들이 교량 모듈을 예인해서 나란히 이은 후, 다리를 연결하는 방식인데요.
-약 1,500개의 다리 모듈을 전부이어 붙이면 공사가 끝난다고 합니다.
-바다 위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보니, 부디 공사가 다 끝날 때까지 날씨가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조금 차갑긴 하나, 매우 잔잔한 편입니다. 파도도 거의 없습니다.
-바다마저도 하수영 회장님을 도와주고 있는 듯합니다.
해상교량 특집은 온갖 낯 뜨거운 문구를 사용해서 하수영을 극찬했다.
광고비는 역시 위대했다.
모두가 말했다.
해상교량보다, 미국 재벌이 화성유인탐사에 성공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적어도 5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하지만 반수성 티타늄 합금과 농민재벌이 서로 만났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진짜 보면서도 안 믿어진다."
"계획 세우는 데에만 10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일 년도 안 걸려서 기어이 울릉도 다리를 만들어 내다니……."
"너무 놀라워서 말도 안 나온다. 이게 현실이냐?"
"일 년도 한참 안 걸렸지. 포스코에서 티타늄 합금 쫙쫙 쏟아내고, 프라임건설에서 조립하는 족족 모듈바다에 띄워놓고, 진짜 전시총동원 예비 훈련 보는 줄 알았다."
"2차대전 때 미국이 항모, 군함, 전투기 막 찍어내는 거 보고 동맹국과 연합국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미국도 자기들 생산력에 오히려 자기들이 크게 놀랐다던데."
"지금 우리가 그러고 있잖아. 우리 나라…… 이런 것도 가능한 건설 천재였어?"
"저 긴 은백색 광채를 봐라. 그제 가슴이 웅장해진다."
약 1,500개의 다리 모듈을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가장 빨리 끝났다.
프라임건설 측에서도 시간을 끌어선 안 되는 작업이라고 인지했기에, 최대한 빨리 밀어붙인 것이다.
날씨가 나빠져서 모듈이 흩어지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기에.
모든 작업자들은 반수성 처리가 된 안전모를 쓰고, 구명조끼를 입고 작업을 했다.
구명조끼에는 위치추적장치가 삽입돼 있어, 물에 빠지더라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다행히 날씨는 내내 잔잔했고, 아무런 사고 없이 1,500개의 모듈을 전부 연결할 수 있었다.
울릉도 주민들은 매일같이 해안으로 나와서 다리를 구경했다.
"볼수록 웅장하구나."
"다리 연결은 이제 다 끝났대요."
"그럼 완공된 거 아니야?"
"아니죠. 아스팔트도 깔고, 가로등과 전선도 설치해야죠."
***
최종 작업이 다 끝났다.
아스팔트가 깔리고, 전선과 가로등까지도 모두 설치되었다.
다리 전체에 밝은 외부 조명을 설치하여, 밤에도 멀리서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야간에 배들이 착각하고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도공은 감동해서 하수영을 찾아와 보고했다.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회장님, 이제 카퍼레이드를 해주실 차례입니다."
"저게 완성된 거라고요? 아니, 휴게소가 없잖아요?"
"네? 휴게소요?"
"150m짜리 도로에 휴게소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직 다 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