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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62화 (762/1,270)

프랜차이즈 갓 762화

189장 한껏 돈을 싸들고 (4)

울릉도에서부터 동행한 도의원, 국회의원도 물에 뜨는 티타늄 합금 모형을 봤다.

그들은 그것이 선박계에 어떤 파급 효를 가져올지까지는 잘 몰랐다.

그래도 아주 대단한 기술이라는점.

해상교량 건설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다는 점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지선에 얹을 필요 없이 그냥 바다에 띄워서 서로 연결하면 그만이잖아?'

'이거 앞으로 모든 교량은 교각을 전혀 세울 필요가 없겠는데?'

물론 수심이 얕은 강 같은 곳은 교각을 세우는 기존 방식이 낫다.

물에 띄우는 다리는 중심을 위해서 아랫면을 넓게 펼쳐야 하니까. 안그러면 넘어질 수 있으니.

'가만, 이거 울릉도에서 일본까지 연결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일본에서 알게 되면 반드시 연결해 달라고 할 텐데.'

지금도 일본은 틈만 나면 부산 해저터널을 연결하자고 조르고 있다.

하물며 해상교량은 해저터널보다 안전하고, 또 착공 난이도도 쉬울 것이다.

도진일 국회의원은 하수영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조용한 틈을 타서 슬쩍 물어보았다.

"의원님, 울릉도 해상교량이 완공되면 일본에서도 분명히 부산과 일본 본토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할 겁니다."

"아, 그렇게 나올까요?"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혹시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무래도 하수영은 그전에는 일본을 고려하지는 않은 듯했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못 해줄 건 없죠."

"그렇습니까?"

"제가 옛날 성격 같았으면 일본해 표기 금지, 일제강점기 모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약탈 문화재전부 반환, 독도 영유권 주장 포기와 다케시마 표현 영구 삭제, 뭐 이것저것 조건을 많이 걸었겠습니다만……."

"……."

"아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복잡하게 조건 줄줄이 거는 것도다 귀찮네요."

도진일 국회의원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저것들을 제시하면 일본은 게거품을 물면서 거부할 것이다.

'다리 연결 생각이 없으시다는 것을 돌려 표현하시는 건가?'

도진일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깔끔하게 딱 규슈 준다고 하면 연결해줄 겁니다."

"규, 규슈를 말입니까?"

일본의 본토를 구성하는 4개의 섬중 3번째로 큰 섬.

본토 중 제일 서쪽에 있어 제주도와 가장 가깝고, 부산과 대마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본토 섬.

"물론 사은품으로 대마도는 당연히 얹어줘야죠. 그럼 한반도에서 대마도를 거쳐서 규슈까지 해상교량 연결해줄 겁니다. 아, 진짜 깔끔하네."

"혹시 해상교량으로 연결되는 규슈지역의 소유권을 원하신다는 것인지……."

"아뇨. 규슈 전체를 원한다니까요? 제가 언제 일부라고 말했나요?"

"………설마 영토할양을 원하시는 겁니까? 우리나라에 대한?"

"그냥 토지 민간소유권만 주면 됩니다. 규슈 전체, 대마도 포함해서. 저도 기왕이면 내 땅이 될 곳에 해상교량 연결하는 게 마음이 편하죠."

44,512.6㎢의 면적을 통째로 바치면, 거기에 연결을 해주겠다?

대마도는 사은품으로?

"일본이 더 이상 섬나라가 아니게 되는 건데 그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

"당연히 건설비, 유지보수비는 일본이 전부 부담. 경찰서나 소방서, 관공서 같은 일본 공공시설은 전부 임차 전환. 월세 받아야죠."

줄줄이 말을 하는 걸 보면, 지금 막 떠올린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생각한 것만 같다.

물론 하수영은 진짜로 지금 떠올리는 대로 말하는 것이다.

"통행세도 빼먹을 순 없지. 성인은 1인당 14만 원, 물론 물가상승세 반영합니다. 그리고 화물은…… 에이, 기분이다. 그냥 해상운임료의 1/10만 받죠, 뭐."

신이 나서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말도 안 되는 조건을 핑계로 거절하려는 게 아닌 거 같다.

"도진일 의원님, 혹시 일본에 인맥이 있으신가요?"

"아, 네. 자민당에 친한 중진 몇몇이 있긴 합니다만……."

도진일 의원은 겨우 제정신을 유지 하면서 대답했다.

"잘됐네요. 나중에 울릉도 다리 보고 해상교량 이야기 나오면, 꼭 이 거래 성사시켜 주세요."

지금 빈정거리는 게 아닌 거겠지?

진심으로 이 빅딜을 바라는 거겠지?

"규슈 전체, 사은품 얹어서, 건설비용 및 유지보수비용은 일본 정부가 100%, 통행세. 아, 통행세는 우리나라에 세금 낼 거예요."

일본 정부가 미치지 않고서야 절대로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아무리 영토할양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큰 섬을 통째로 넘기라고?

"규슈 인구가 약 1,300만 명입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전부……."

"제 세입자 되는 거죠. 1,300만 명의 세입자를 거느린 땅주인이라니, 우리 전국임대인협회에서 기념일로 제정하겠네요."

"……."

당연히 주민들에 대한 토지보상은 일본 정부가 하고, 그들의 모든 땅과 집은 하수영의 소유가 되고, 그들은 하수영의 세입자로 전환이 되고…….

얼핏 보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어서 아예 원천금지를 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빅딜, 성사시켜드리면 제가 의원님께 복비로 1조 원 드립니다."

순간 도진일 의원의 눈이 번쩍 떠졌다.

1조 원이라니!

"당연히 세후입니다. 국세청에 정식으로 신고해서 딱 세후 1조 원 되도록 맞춰서 드리겠습니다."

합법적이고 떳떳한 현금 1조 원을 챙길 수 있는 기회는, 절대로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의원님…… 진심이시군요."

"네, 진심으로 저도 규슈에 다리 연결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신이 나네요."

"……."

"규슈에서 월세, 통행세 받으면 한 1, 2년 정도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분들을 위해서 쓸 거예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역시 중요하죠."

하수영은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의외로 청담동 다 사모으기보다 더 빨리 실현될 거 같지 않아요? 아, 진짜 청담동 땅부자들 매물을 안 내놔서 미치겠어요. 요즘."

도진일 의원은 큰일이라고 느꼈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자신이 미친것 같았다.

'어쩌면 청담동 싹쓸이보다 더 현실성이 있을지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게 말이다.

자신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꽤 섬뜩한 경험이었다.

***

프라임건설이 철강업체 인수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철강업계에 쫙퍼졌다.

업계는 긴장감과 흥분으로 뒤덮인 채 프라임건설의 행보를 주시했다.

특히 포스코그룹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프라임건설이 철강업에 뛰어들 거 같다고?"

"얼마 전에 로한 박사가 실험용 전기로에서 뭐 합금 새로 만들지 않았어?"

"티타늄 합금이었던 거 같은데. 잠수함 선체에 쓰이는 거."

"뭐야, 진짜 철강업에 뛰어드는 거야?"

그냥저냥 적당한 회사였다면 포스코도 이렇게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풀이 넓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니.

세계는 넓고, 산업의 쌀인 철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일거리가 넘쳐나는 포스코는 오히려 중소철강업체들을 상대로 컨설턴트도 무료로 해주고, 일거리도 나눠주는 등 강자의 너그러움을 베푼다.

하지만 50조 원의 현금을 쥔 프라임건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그룹 전체 시총이 50조 원이 채 안 되는데……."

포스코를 비롯한 업계는 그렇게 귀를 쫑긋 세우고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프라임건설이 가치 수백억짜리 업체들을 만난다는 이야기에, 포스코그룹은 안도했다.

"울릉도 교량에 쓸 부품을 직접 만들려는 의도 같습니다. 인수 후보회사들 규모를 보니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

"뭐야, 괜히 긴장했잖아."

"저번에 로한 박사가 실험로를 빌린 것은, 아마도 교량에 쓸 자재 때문인 듯합니다."

"정말 150㎢짜리 다리를 티타늄합금으로 도배를 하려는 모양이군."

"예, 바지선에 얹어서 다리를 만들려면, 최대한 다리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게 관건이죠."

"그럼 티타늄 소모가 엄청나겠는데."

티타늄은 매우 비싸다.

때문에 통짜 티타늄이 들어가는 것은 최고급 군용기, 핵잠수함 정도다.

그 외는 꼭 필요한 핵심 부품에만 티타늄을 사용하는 정도.

원석이 귀해서가 아니고 만드는 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서 비싸다. 거의 에너지값이다.

"500미터짜리 실제 교량 모듈까지 제작한 걸 보면, 울릉도 교량에 진심입니다."

"제철 기업까지 인수하려는 걸 보니 더 확실해졌군."

"저희도 티타늄 원석을 최대한 많이 구매해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글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쓰려는 거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사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500미터짜리 시험제작을 해보니 막상 너무 비싸서, 비용절감을 위해 아예 직접 만들어서 쓰려는 것이라고,

"인수후보 기업들, 고품질의 티타늄 합금을 만들 만한 곳이 아닙니다. 지금 프라임건설이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그럴까?"

"네, 그들이 원하는 고품질 티타늄합금을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공급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포스코뿐입니다."

"좋아, 그럼 광물 잔뜩 구매해 둬. 어차피 광물은 저렴하잖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포스코는 자신감을 품고, 티타늄 원석을 잔뜩 구매했다.

150짜리 해상교량을 통째로 만드는 대공사.

당연히 엄청난 양의 티타늄이 필요할 것이고,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은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선물시장에서 잔뜩 샀다.

향후 티타늄이 오를 것까지 생각해서.

"하여튼 투자자들이란, 그새 티타늄 선물가격을 이렇게 올려놨군."

"금속 선물 시장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바지선도 대량 발주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투기가 아닌, 실물경제에 기반한 상승세이기에 투자자들은 불안해하지 않았다.

교량 건조 계획을 취소하지 않는 한, 거래시장이 타격을 입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안심하고 흐뭇한 눈으로 프라임건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와중.

동해시에서 일이 터졌다.

"사장님! 지금 당장 티비를 트십시오! 지금 바로 보셔야 합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프라임건설이! 동해시에서! 동해 시에서! 으아악! 어서 트셔야 합니다! 직접 보십시오!"

사색이 되어 달려온 임원이 더 이상 말하지 않고 TV를 틀었다.

TV에서는 속보가 한창 나오는 중이었다.

장소는 동해시, 발표측은 바로 프라임건설.

-시청자 여러분, 놀랍습니다. 지금 특수 티타늄 합금으로 된, 가로세로 10미터짜리 금속판이 물에 떠 있습니다.

-절대로 나무가 아닙니다. 순수 티타늄 합금으로 이뤄진 금속판입니다.

-판의 무게의 50배에 달하는 화물을 신고도, 판은 전혀 물에 가라앉지 않습니다. 물에 거의 잠겨 있지 않습니다.

-핵잠수함 선체에도 사용될 만큼 고강도 티타늄 합금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자기 무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짐을 싣고도 물에 떠 있을 수 있을까요?

-선체 형태가 아니라, 저렇게 납작한 판 형태로 만들면 그냥 바로 가라앉아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무게 50배의 화물을 싣고도 오히려 유유자적하게 떠 있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잠시만! 이제 프라임건설의 발표를 한 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스코 사장은 눈을 부릅뜬 채,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건축사 출신의 젊은 이도공 사장이마이크 앞에서 주섬주섬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 티타늄 합금은 물에 대한 저 항성을 지녔으며……(중략)…… 따라서 절대 가라앉지 않는 다리 모듈을 해수면에 직접 띄울 수 있으며……(중략)…… 울릉도 해상교량은 이로써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연락해! 프라임건설에 연락해! 지금 당장!"

사장은 뒷목을 부여잡은 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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