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60화
189장 한껏 돈을 싸들고 (2)
제철소를 찾아보라.
하수영은 이도공에게 숙제를 내준 뒤, 신임 울릉군수, 군의원들과 함께 당선감사 인사를 돌았다.
도의원, 국회의원도 은근슬쩍 거기에 끼어들었다.
하수영은 알면서도 놔두었다.
"의원님,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우리 계파도 아닌데 왜 같이 다니는 겁니까?"
"놔두세요. 너무 관심 주지는 말고. 어쨌든 저들도 지역구는 울릉도 아닙니까? 둘이서만 다니기에는 뻘쭘했겠죠."
"의원님은 정말 너무 관대하십니다."
"원래 제가 쫌 관대합니다."
도의원과 국회의원, 저 둘은 각자 여당과 야당 소속이다.
그들은 한 숟가락 얹기 위해, 열심히 하수영 계파원들을 따라다녔다.
"당선 감사드립니다. 주민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압도적으로 승리 했습니다."
"아이구, 해신 나으리께서 어찌 이런 누추한 곳까지 직접 다 오시고……."
"해신 나으리, 진짜 바다 다리 지어지는 거 맞지요?"
"네, 맞습니다. 시간이 문제일 뿐이지만, 그건 돈이 해결해 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유, 내가 그거 지어지는 것까지 보고 갈 수 있을랑가 모르겠어서 걱정이에요."
"최대한 빨리 지어보겠습니다. 전혀 염려하지 마세요."
하수영이 당선감사 인사를 함께 움직인 덕분에, 젊은 계파원들은 힘이 났다.
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군민들 거의 대부분이 몰려나온 것만 같았다.
지치지도 않고 당선 인사를 올리던 하수영은 점심이 조금 지나자, 어느 식당으로 계파원들을 모두 데려갔다.
도의원과 국회의원도 은근슬쩍 같이 움직였다.
힘들게 돌아다녔더니 계파원들은 배가 고팠다.
"의원님, 설마 그걸 전부 다 드시는 건가요?"
"저 보통 이 정도 먹는데요."
"그 지치지도 않는 기운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거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계파원들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수영 혼자서 10인분 메뉴를 시켜놓고 먹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UCC 먹방 찍으셔도 인기 많으실 거 같습니다."
"안 그래도 심심풀이로 가끔 라이브 합니다."
"네? 정말입니까?"
"아, 얼굴은 감추고 해요. 목소리도 변조하고요."
실시간 가상 페이스 가공도 가능하지만, 그냥 목소리만 나오게끔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러분들, 어땠습니까?"
"어떤 의미이신지……?"
"선거 유세하고, 또 당선 인사 하느라고 힘들었지요?"
계파원들 얼굴에 쑥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청년 정치인 들답다.
"그런데 힘들기만 했나요?"
"……."
"사람들이 따르고 환호하는 것에서 흥분되지 않았습니까?"
조금 진지해진 목소리에 계파원들도 웃음기를 지우고 대답했다.
"사실 그랬습니다."
"가슴이 짜릿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중독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래서 정치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군의원도 이런데 국회의원, 대통령 같은 것은 어떨지… 정말 상상이 안 갑니다."
다들 저마다 소감을 말했고, 하수영은 흡족해서 끄덕였다.
"그게 바로 권력의 맛이라는 겁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이죠."
"……."
"……."
"그런데 여러분, 그걸 아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이룬 게 아니에요. 울릉군민들께서는 여러분들의 뒤에 있는 저를 보고 찍어주신 것이지, 여러분들을 보고 지지한 게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계파원들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가 낯설었다.
한쪽에서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바짝 긴장해서 말없이 수저질만 하고 있었다.
눈빛을 서로 교환하면서.
'초반부터 군기 단단히 잡으시네.'
'젊은 초선들이잖아요. 괜히 헛바람이 들어갈까 봐 단도리 치는 거 같습니다.'
'웃음기 싹 지우니까 완전 다른 사람 같군.'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빳빳하게 각이 잡혀 있었다.
그 와중에 부산시의원 초선 이서환은 비교적 편안한 태도였다.
"전 아름다운 이별을 좋아합니다. 배신과 탈퇴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함께 가되, 서로 연이 아닌 경우라도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도록 합시다."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절대 폐를 끼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잘하겠습니다!"
다들 씩씩하게 대답하자 그제야 하수영도 눈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온갖 유혹이 여러분들께 다가올 겁니다. 궁극적으로 저에게 다가오기 위해서 말이지요."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중에는 도의원과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에게 하는 경고라는 느낌을 받았다.
계파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다.
"계파원들끼리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우시고, 협조해야 합니다. 울릉도의 발전이 곧 여러분들의 발전으로 이뤄질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자, 식사 다 하셨으면 다들 일어나시죠. 당선감사 인사 오늘 안으로 다 돌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하수영이 먼저 일어나자 계파원들이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식당 주인은 카운터를 비워둔 채 나가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덤이야. 결제는 됐지?"
-네, 주문 즉시 이미 완료됐습니다. 계좌로 송금받았습니다.
프리덤이 바꾼 세상의 작은 모습 중 하나였다.
****
감사 인사가 끝나고, 하수영은 돌아갈 채비를 했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은근슬쩍 하수영을 따라붙었다.
닥터헬기를 한 번 얻어 탈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올 때처럼 힘들게 뱃멀미와 장시간 항해로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
다행히 하수영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두 분도 헬기 타고 가시겠어요? 배편은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염치 불고하고 신세 지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두 분도 우리 울릉도의 정치인이 신데요. 당연히 서로 협조해야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둘은 수행원들까지 챙겨서 함께 헬기에 탔고, 곧 이륙했다.
시원하게 바다 위를 날아가는 광경에, 둘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헬기 안에서 뭔가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하수영은 태블릿을 펼치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결국 국회의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의원님. 혹시 나중에 포항시를 한 번 들러주실 수 없겠습니까? 포항시민들이 의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해상도로 때문이다.
동해시와 포항시 둘 다 해상도로로 연결된다는 발표가 나고, 갈등은 진정되었다.
하지만 두 지역의 신경전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포항은 저와 무관한 지역인데 제가 가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어느 시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항과 울릉도는 오래전부터 경제적 공동체였습니다. 몇만 원씩 하는 포항-울릉도 뱃삯도, 울릉군민이라면 몇천 원입니다."
"울릉도에 들여오는 대부분의 물자는 포항시를 거칩니다. 두 지역이 얼마나 가까운지 아실 겁니다."
"오, 그래요? 거기까지는 제가 몰랐네요."
"나중에 시간 나시면 한 번 방문해 주시지요. 포항시가 성대한 환영으로 맞이할 겁니다."
"그럼 지금 한 번 가볼까요?"
"지, 지금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만 이렇게 즉흥적으로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두 정치인은 당황했지만, 곧 화색이 되어서 응답했다.
"네! 갑작스럽지만 오히려 더 진정성 느끼고 기뻐할 겁니다!"
"제가 지금 바로 포항시청에 연락을 해놓겠습니다."
"아닙니다. 포항시에 있는 백두중공업 조선소로 갈 겁니다."
"백두중공업 말씀이십니까?"
하수영은 현재 백두중공업 VIP.
메가 컨테이너선을 무려 100척이나 발주한 고객.
백두중공업 입장에서는 그룹 회장이 방문한 것보다 바짝 긴장할 일이다.
"컨테이너 선박 발주한 거 어떻게 되어가나 한 번 구경해 보려고요."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정을 알고 있겠습니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마음이 급했다.
동승한 보좌관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얼른 문자로 포항시청과 포항시의원에 연락을 넣으며, 조선소에서 맞을 채비를 하라고 당부했다.
***
백두중공업은 40개의 도크를 확보하고, 동시에 40척의 컨테이너선 건조를 시작했었다.
놀고 있는 타사의 도크들까지 모조리 빌린 것이다.
조선소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한동철 상무가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와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의원님. 지방선거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이미 꽃은 보냈지만, 한동철 상무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축하를 표했다.
"배 건조는 잘 되어 갑니까?"
"예, 아무 문제 없이 진행 중입니다. 18개월 100척 인도, 기대하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한동철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는 백진택 사장으로부터 격려금 5억 원을 받았다.
18개월 인도를 무사히 마쳐야 45억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물론 백진택은 하수영으로부터 3조원이라는 조기 인도 포상금을, 개인 자격으로 받게 되지만.
"현재 추가 라인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조만간 남은 60척을 일제히 건조 들어갈 겁니다."
"사실 사정이 조금 변경되었습니다."
"사정 변경이요?"
한동철은 흠칫 놀랐다.
고객사의 사정 변경을 들고 나오면, 조선소는 불안하기부터 하다.
하수영이 인도 거절을 하지는 않을 테고, 설마 나머지 60척은 필요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조기 인도 포상금을 조절하자는?
"아아, 귀사에는 나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유리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유리하다는 말에 한동철은 한 시름을 놓았다.
"지금 만드는 40척은 그대로 가고, 아직 시작 안 한 60척 건조는 당분간 착수하지 마세요. 도크만 확보해 두고, 철판 하나도 만들면 안 됩니다."
"이유를 여쭤 봐도 될지……."
"우리 수영농장 과학부서에서 괜찮은 금속처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나머지 60척은 전부 그걸 적용해서 지으려고요."
"아시는지요? 인증을 받지 않은 기술을 금속처리에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네, 그래서 공개하고 인증도 받고, 또 제 배들에 적용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걸리겠죠. 그 시간만큼은 빼드리겠습니다."
아직 남은 60척 분의 도크를 모두 확보하지 못한 백두중공업으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금속처리 기술이기에 회장님께서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적용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음, 배의 부력을 더 높여줍니다. 똑같은 설계와 형태라 해도 이 금속처리를 하면 중심균형이 다 안정적 이게 되죠."
"그럼 배의 설계 자체까지 바뀌어야 할 텐데, 안정성을 생각하면 더욱 시간이……."
"아아, 설계를 바꿀 필요는 없어요. 개인적으로 배의 안전성을 더 높이고 싶을 뿐입니다. 안전성은 크면 클수록 좋지요."
도의원, 국회의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흥미롭게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하수영은 일부러 그들이 듣도록 놔두었다.
알아서 자발적으로 스피커 노릇을 해줄 테니까.
"그런데 어떤 원리로 부력을 더 높여주는 겁니까? 말만 들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강도를 더 올려주는 건가? 강도가 올라가면 더 적은 철강재를 사용해도 되니까, 부력이 올라갈 수 있긴한데…… 그럼 설계를 변경 안 할 수가 없는데?'
하수영은 길이 30㎝가량의 교량모형을 꺼냈다.
양면사다리꼴을 길게 늘인 형태다.
단면을 보면, 삼각형의 윗부분을 수평으로 자른 모양새.
그 윗단면이 바로 차들이 달릴 도로가 되고, 도로보다 더 넓은 바닥이 뒤집힘을 안정적으로 막아주는 구조다.
"이건 잠수함 선체용 티타늄 합금에 후처리 공정을 한 겁니다."
"의원님, 이런 형태는 부력을 테스트할 수 없습니다."
선박 형태가 아닌, 밑면에 온통 구멍이 숭숭 나 있으니.
당연히 물에 넣자마자 가라앉……아야 하는데?
"어때요, 물에 둥둥 잘 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