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59화
189장 한껏 돈을 싸들고 (1)
-새로운 티타늄 합금을 만드는 겁니까?
"그건 아니야."
-그럼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기존 금속에 후처리를 통해서 성질 하나를 추가하는 것뿐이야."
-단순 후처리 추가라면, 금속을 가리는 것은 아니군요.
"맞아. 티타늄이는 철이는 알루미늄이든 상관없지. [email protected]가 되는 것뿐이니까."
하수영이 선택한 금속은 잠수함 선체로 쓰이는 고강도 티타늄 합금.
후처리가 끝나면 고유의 성질을 유지한 채, 새로운 성질 하나가 더 추가된다.
"아, 근데 그게 형상에너지 변이 구조가 어떤 패턴이더라? AP-03-ZY-76-K1 방식이었나?
"AB-01-KK-EO-72 방식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 모르겠다. 후처리 패턴이 1,200만 개가 넘어서 뭐가 뭔지 헷갈리네."
-그냥 처음 말씀하신 걸 선택하십시오. 그게 맞을 겁니다. 마스터의 랜덤박스 확률은 100% 적중입니다.
"하긴, 내가 찍기에 강하긴 하지. 그래, 그럼 처음 그 패턴으로 가자."
전생의 후처리 공정을 이 시대에 그대로 구현할 수는 없다.
기반기술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시시대에 아무런 도구 없는 기술자가, 아무리 머릿속에 모든 게 들어 있어도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신어 숙련도로는 조금 불안하니까 엘릭서까지 들이부어야겠네.'
그 둘은 부족한 기반기술을 보충해줄 뿐.
이곳에는 없는 40세기의 기술을 구현해 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맨손의 현대인에게 주어지는 최첨단 반도체공장의 포지션이다.
"자, 그럼 내 전생 백과사전 속의 필살기를 한번 꺼내 보자고."
-로한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그래. 연락해, 준비하라고."
***
하수영은 로한과 함께 포스코를 찾았다.
"잠시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아이고, 얼마든지 내 공장처럼 편하게 있다 가셔도 됩니다. 다만 위험할 수 있으니 저희 직원의 보호감독만 양해해 주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에릭 로한 박사는 화성탐사선도 혼자서 전부 설계하고 건조도 가능한 천재 과학자입니다."
"배우를 하셔도 될 거 같은 이런 분이 그런 고명한 과학자시라니. 정말 신은 공평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하하."
포스코 임원은 하수영은 잘 알고 있었지만, 로한의 부업이 배우라는 것은 몰랐다.
아마 영화 등 미디어 쪽에는 일절관심 없이 일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안내를 맡은 직원이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하수영이 빌린 전기로시설로 안내했다.
"여기 설비를 쓰시면 됩니다. 티타늄 합금을 제조하신다고요?"
"아유, 제가 뭘 아나요? 우리 로한 교수가 급히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급한 대로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제철시설하면 역시 포스코가 갑이다.
직원은 눈을 빛내며 하수영과 로한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 사람이 현금 1,100조 원의 부자…… 그리고 이 사람이 프리덤을 만들고,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핵심공정 기술을 개발한 사람…….'
현직 공학 종사자라면 로한을 모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은 배우로서가 아니라, 프리 덤과 반도체 공정기술의 개발자로서 알고 있었다.
로한은 하수영이 시킨 대로, 무뚝뚝하게 실험제조에 나섰다.
이제부터 티타늄 합금에, 지금 문명에 존재하지 않는 성질을 추가하게 된다.
로한이 낮게 물었다.
"교관님,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시작해."
"네, 그럼."
순수 티타늄 금속이 융해하며, 불순물과 섞이기 시작했다.
합금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떤 종류의 불순물을, 어떤 비율로, 어떤 열처리를 거치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최종 합금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저 티타늄은 진정한 순수금속이 아니었다.
지금 시대의 측정기술로는 잡아낼 수 없는, 하수영의 후처리가 들어간 티타늄이었다.
"끝났습니다."
긴 가열과 융해, 열처리가 모두 끝나고 마침내 정사각형 형태의 평평한 슬래브 합금이 만들어졌다.
'열려라, 통찰안'
하수영은 주신의 지식보고 접근 권한을 개방했다.
그러자 합금의 구조 및 담고 있는 성질이, 그의 숙련도에 맞는 수준만큼 보였다.
'AP-03-ZY-76-K1 형태가 맞았네. 역시 1,200만 분의 1은 100%나 다름없지.'
"교관님, 그런데 무슨 성질을 추가한 겁니까?"
"후후, 바로 물을 거부하는 성질이다. 꿈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지."
티타늄 합금은 이제 물에 대한 강한 표층반발력을 얻었다.
물이 닿으면 그 강한 반발력 때문에 튕겨져 버린다. 아무리 폭우가와도 물이 고일 염려가 없다.
게다가 직접 닿는 물만 거부한다.
때문에 사람이 걷거나 드러누워도, 살갖 접촉 부위의 체액에서만 미세반발력이 작용한다.
당연히 사람이 느낄 만한 크기는 못 된다.
강제로 물속에 잠기게 되면, 물이 많은 쪽으로 더 강한 반발력이 작용 한다.
즉 수면 위로 계속 올라가려고 한다.
수심이 깊을수록, 합금의 크기가 클수록, 더욱더 강하게 수면으로 올라가려고 한다.
프리덤은 처음에 그런 설명을 듣고, 온 전자회로가 전율에 잠겼었다.
-이것이야말로 꿈의 금속 처리공법이다! 전 세계 모든 조선소가 앞을 다투어 원할 것이다!
선박용 철강에 이런 후처리를 한다면?
절대 가라앉지 않는 불침선이 된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프리덤의 기대와 전혀 달랐다.
"애들 장난감으로 많이 애용되지. 물을 아주 싫어해서, 표면에 닿는 물을 전부 거부하거든."
"그거 말곤 없는 겁니까?"
"없다."
"정말 쓸 데가 없군요."
로한은 이 기술의 개발자가 되어야 하기에, 하수영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직원이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사람은 괜찮은 겁니까?"
"걱정 없어. 발바닥 같은 곳에 땀정도만 튕겨내겠지. 근데 그 정도는 사람이 못 느낄 정도고."
하수영은 팔짱을 낀 채 흐뭇해서 말했다.
"이 후처리한 금속으로 애들 요트를 만들면 아주 좋아. 부서지거나 뒤집어져도 가라앉지 않거든. 억지로 가라앉혀도 물을 거부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수면 위로 떠올라."
"진짜 그게 전부입니까?"
"야, 그래도 이거 완구회사 필살기였어."
코 묻은 돈을 뜯어내는 필살기 중의 필살기.
"그래 봐야 애들 장난감 아닙니까?"
절대 바다에 가라앉지 않는 금속을 만드는 후처리 기술?
이 시대 조선소 업체들이 보면 경악을 하고 돈을 싸들고 찾아와 매달릴 꿈의 금속이다.
하지만 로한은 먼 우주에서 왔다.
누구나 돈만 조금 더 내면, 외우주 탐사옵션을 자가용 이동장치에 추가 할 수 있는 문명에서.
"원래 장난감이 돈 된다. 문명을 막론하고, 내가 이 기술 개발해서 혁명군 재정을 흑자로 돌렸다니까? 말 안 했었나?"
지금 지구 문명에서는 모든 것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혁신.
전 세계 조선소 업체들이 엉엉 울면서 제발 돈 좀 받아달라고 매달릴 꿈의 기술.
"그냥 제가 고향에 잠시 다녀오면 어떻겠습니까? 제국건설공사에 주문하면 150m짜리 진공교량 하나쯤은 금방 복원해줄 겁니다."
"됐어. 원래 시골 가면 옛 방식 따르고 살아가는 것도 귀농 재미야."
***
하수영은 울릉군 이장들과 마을 주민들 100여 명을 육지로 초청했다.
프라임건설에서 시제품으로 만든, 500미터짜리 티타늄 합금 교량 모듈을 보여 주었다.
"아직 목업일 뿐입니다. 하지만 설계 자체는 다 끝났습니다."
"오…… 이게 울릉도와 육지를 이 어줄 다리가 되는 건가요?"
"진짜 크네요. 이걸 바다 위에 어떻게 설치하는 겁니까?"
"우와……."
마을 주민들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500미터짜리 시제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금 착수하는 데만 10년은 걸릴 거라고 말하죠? 보다시피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어요. 무조건 다리를 완성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릴 겁니다."
하수영의 호언장담에, 울릉도 주민들은 저마다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이제 그들이 돌아가면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할 것이고, 삽시간에 울릉도 전역에 퍼질 것이다.
계파 당선으로 한껏 물 오른 분위기에도 좋은 영향이 되어주겠지.
"먼 길 오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하수영은 고급 리무진 버스 여러 대를 대절해서 주민들에게 제공했다.
침대좌석으로 구성된 버스를 통해, 주민들은 편안히 르주블랑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늘 동행한 이도공 대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회장님, 너무 섣부른 홍보가 아닐까요? 저분들 연세를 생각하면 살아계실 때 다리 착공을 보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도공은 이렇게 계획을 세웠다.
교량모듈이 장착된 바지선 300척이 전부 완성되어야 착공을 할 수 있다.
미리 조금씩 다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하면, 파도와 폭풍 때문에 난관을 겪을 테니까.
"바지선 발주부터 국내 조선소가 모두 꽉 차서 기다려야 합니다. 수영농장 메가 컨테이너선 100척이 모두 인도될 때까지요."
"아, 바지선은 머릿속에서 지우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에릭 로한 교수님께서 기가 막힌 걸 만드셨습니다. 해상교량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니까 해결책을 만들어내더군요."
"미스터 로한이요?"
이도공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물들었다.
로한이 건설기술 전문인지는 모르지만, 프리덤을 만든(으로 알고 있다) 사람 아닌가?
"네, 물에 뜨는 다리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상에, 로한 교수가 물에 뜨는 티타늄 합금을 만들었어요. 잠수함선체에 쓰이는 합금을 어떻게 후처리해서 만들었다는데, 바지선을 이용할 필요 없이 그냥 그 자체로 물에 뜬다는군요."
이도공은 당연히 믿지 못했다.
"그럴 리가…… 말이 안 됩니다. 금속은 당연히 물보다 무겁습니다. 부피 차를 통한 배수량 확보로 물에 뜨는 것이지, 그냥은 안 뜹니다."
과학자들이 어렵게 만든, 물보다가벼운 신소재 특수금속들이 있긴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는 절대 튼튼한 교량을 못 만든다.
"저도 지금 가보려고 하는데, 그럼 같이 가실래요?"
이도공은 이동하는 내내 전혀 믿지 않았다.
나무도 아니고, 어떻게 금속이 물에 뜬단 말인가?
***
"세상에……."
이도공은 그만 무릎을 꿇었다.
호수에는 10m x 10m x 10㎝ 두께의 은백색 티타늄 합금판이 떠 있었다.
하수영의 캠핑카가 위에 올라갔음에도, 티타늄 합금판은 물에 가라앉기는커녕, 조금도 잠겨 있지 않았다.
"지금 이거 거짓말이라고 해주십시오. 거짓말이 맞는 거죠?"
"제가 그래서 바지선은 생각해 보자고 한 거였습니다. 로한 교수가 믿어보라고,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했거든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된다고요?"
신 티타늄 합금 자체가 말도 안되는 부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지만 무거운 캠핑카의 무게가 더해졌다.
합금의 무게가 마이너스라도 되지 않는 한, 저 큰 차를 싣고도 둥둥 떠 있을 순 없다.
'애초에 거시세계에서 음의 무게가 말이 되냐고! 으아악!'
심지어 샘플로 받은 1g짜리 주괴는 티타늄 합금 본연의 무게를 갖고 있었다.
로한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설명했다.
"물보다 가벼워서 물에 뜨는 게 아닙니다. 물에 대한 반발력 때문입니다. 크게 만들수록 반발력이 커지기에, 더욱 물에 대한 저항성을 갖습니다."
그 말인즉, 해상 구조물 소재로 이보다 적격은 없다는 것이다.
이도공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이 사람, 혹시 신이야? 대장장이의 신?
"어떻게 이런 꿈의 금속을 만드신 겁니까?"
"전 제조설명은 안 합니다. 사용설명만 합니다. 알아서 잘 쓰십시오."
그리고 로한은 쿨하게 떠났다.
이도공은 작은 샘플로 준 몇 개의 합금판을 한참 더 물에 실험해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가능합니다."
"얼마면 되겠어요?"
"30조…… 아니, 35조 정도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안에서 끝내겠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기한이요. 내가 언제 돈 물어봤어요?"
"저는 건설사장이지 제철사장이 아니기에 그것은 장담을 드릴 수가……."
"그럼 하셔야겠네. 제철사장."
"예?"
"빨리 제철소 매물 좀 찾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