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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57화 (757/1,270)

프랜차이즈 갓 757화

188장 선거운동은 이렇게 (2)

이도공이 보기에 하수영은 조금 별난 사람이다.

다소 가벼워 보일 때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여유가 넘쳐서 그렇게 보이는 것.

말을 허투루 내뱉는 사람은 아니다.

'회장님은 적어도 자기 대에서 울릉도 해상도로를 보고 싶으신 거겠지.'

하수영은 적어도 80년 이상은 너끈히 살지 않을까?

'80년, 요즘 문명에서는 아주 긴 세월이다. 뭐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신공법 기술이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방향성을 따라 꾸준히 노력을 해야만 한다.

아마 자신에게는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리라.

"해저 교각을 이용한 공법 건설은 현실적으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수심이 너무 깊습니다."

시도부터 이미 원천봉쇄된 공법.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라면……. 초대형 바지선을 여럿 연결해서 그 뒤에 다리를 올려놓는 방식 정도일거 같습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오, 역시 회장님도 마냥 지르기만 하신 건 아니었군.'

적어도 그 깊은 바다에 높이 수천미터짜리 교각을 놓을 생각을 하진 않았구나.

이도공은 그 점을 흐뭇하게 생각했다.

"여러 문제점이 많습니다. 일단 거친 날씨에서 어떻게 안전을 보장하느냐가 있습니다. 다리가 파손되는 일은 없어야지요."

끊어지거나, 뒤집어지거나.

바다 위 150km짜리 바지선 다리는 그런 위험을 떠안고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폭풍 한 번 몰아치면 큰일이 벌어진다.

"다리로 고정되어 있으니 바지선들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자체 추진력은 갖춰야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24시간 스크류 제어를 위해서 연료 공급, 정비, 관리 문제가 있을 겁니다."

이 또한 난이도 극한.

"안전을 위해서 바지선은 무조건 크고 넓은 게 좋습니다. 초대형 바지선을 꼼꼼히 연결할수록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대신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깨지겠지만,

"바지선은 건조 단계부터 모듈식 도로를 위에 싣고 있는 구조로 지어야 할 겁니다. 300미터짜리 도로 모듈을 실은 바지선의 경우, 약 500척정도를 연결해야 되겠군요. 동해시도로 기준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아직 있습니다. 다른 배들이 다리에 막혀서, 울릉도를 크게 우회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술적 최상의 난이도.

"도로를 높게 올리면 해결되겠지만, 그럼 바지선 전복 위험 역시 높아집니다. 때문에 최대한 바지선의 길이와 전폭을 크게 해야 합니다."

"결국 도로를 실은 바지선을 잔뜩 만들어서 연결하자는 거군요."

"그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구상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흐음."

"타국 선박이 울릉도와 내륙 사이를 지나갈 일은 거의 없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선박은 이야기가 다르죠. 특히 어선들이 울릉도 바깥까지 빙둘러가야 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프라임건설은 도로 모듈만 따로 설계하고, 시험 제작도 해보세요."

"도로 모듈만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이도공은 하수영이 바지선은 다른 곳에 주문을 넣을 거라고 생각했다.

건설과 조선은 엄연히 다른 분야이니.

그리고 도로 모듈이 먼저 제원이 나와야, 바지선의 제원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 모듈의 크기, 사이즈, 무게 등등이 결정이 되어야 조선소에서도 그것을 바탕으로 선박을 설계하지 않겠는가?

'아주 튼튼하게, 그리고 최대한 가볍게 지어야겠군.'

그러려면 역시 티타늄이지!

이도공은 갑자기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통짜 티타늄 다리라고?

건축가라면 이건 참을 수 없지!

그 값비싼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길이 150m의 해상도로가 울릉도와 내륙을 잇는다?

더 이상 울릉도가 고립된 섬이 아니게 된다?

건설용 철강의 가격이 킬로당 몇 백 원 수준인데 비해, 티타늄 합금은 몇 만 원 이상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수십 배 이상이 되는 셈.

통짜 티타늄 다리라니!

너무 설레서 참을 수가 없어!

"성능만 생각하면 무조건 티타늄합금 모듈입니다. 강도, 금속 피로도, 내구성, 무게,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비싼가 보군요. 가격은 말씀 안하시는 거 보니."

"네, 일반 건설 철강재를 쓴 다리 모듈에 비해서 수십 배 이상 가격차이가 날 겁니다."

"중국 버섯 농장에서만 일 년에 100조 원 넘게 들어와요. 문제 있습니까?"

"있었던 거 같은데 없어졌습니다."

"좋습니다. 얼른 모듈부터 한 번 만들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

프라임건설은 곧바로 설계를 개시했다.

대전의 수영조명 사옥, 서울 동해-민자도로 건설도 밀려 있어서 바쁜 일정이지만, 다리 모듈에 최우선으로 집중했다.

서울에 상주하는 울릉군민일보에서 분위기를 눈치채고 취재를 왔다.

"대표님, 울릉군민일보에서 취재차 찾아왔습니다."

"음, 울릉군민일보라면 거절할 수가 없지. 인터뷰 응한다고 해."

"네, 알겠습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접대실을 찾았다.

깔끔한 인상의 미녀 기자와 카메라 맨, 그리고 두 명의 보조원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의외네요. 울릉도민으로는 안 보입니다만."

"서울 상주팀이라서 그렇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아, 울릉군민일보가 요즘 잘나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서울 상주부서까지 새로 만들었군요."

"네, 청담동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직원은 30명 정도 돼요."

여기자는 편안한 미소로 대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울릉도 해상도로가 어떻게 되어가는 중인지, 많은 울릉군민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프라임건설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 같은데요."

"하수영 회장님이 해상도로 프로젝트 개시를 정식으로 지시하셨습니다."

"역시. 그럼 프라임건설이 해상도로 건설을 맡게 되나요?"

"프로젝트 지휘를 하는 건 맞습니다만, 아직 건설은 이릅니다. 건설에 필요한 기반 기술부터 축적해야 합니다."

"단기간 안에는 불가능하겠군요."

"이제 막 임신을 한 부모가, 태어 날 아이를 발롱도르 선수로 키워내려고 본격적인 마음을 먹은 상황인 셈이죠."

"아, 얼마나 갈 길이 멀었는지 순간 확 이해가 됐습니다. 먼저 해외로 이사를 갈지, 국내에서 계속 살지부터 결정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국내에서 성장한 후 해외 이적 단계를 밟을 것이냐, 해외에서부터 시작을 할 것이냐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정말 갈 길이 멀었네요. 그럼 국내 스타트인지 해외 스타트인지는 정해졌나요?"

"해저 교각기둥 방식은 포기했습니다. 수심 수천 미터가 넘는 바다에 교각 방식으로 150km에 달하는 다리를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요?"

"다리 모듈을 얹은 바지선을 다닥다닥 연결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다리를 연결한다고요? 마치 연의의 적벽대전 연환계를 떠올리게 하네요."

"네, 배를 서로 연결해서 그 위에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다는 개념인 거죠."

"그럼 배가 파도에 흔들리지 않아야겠어요."

"폭이 넓은 특수 광폭 바지선을 새로 지어야 할 겁니다. 쌍동선 해상플래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야겠죠."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가 될 수도 있겠네요."

"다리 모듈은 앞뒤로 배보다는 조금 더 돌출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선체끼리 충돌하지 않고 모듈을 연결할 수 있지요."

"말씀을 들어보면 해상도로가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결국 돈으로 귀결됩니다."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이도공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제가 선박 전문가가 아니라서……. 조심스럽게 모든 선체의 가격만 최소 2, 30조 원 이상 가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2, 30조 원이면 완전히 비현실적인 가격은 아닌 거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선체 가격만 그렇습니다."

"예?"

여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도 공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 위에 올라가는 다리 모듈 가격은 별도죠."

"아……."

"다리 모듈 자체의 무게도 무게지만, 그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무게도 고려해야 합니다. 배수량을 생각하면 다리 자체는 무조건 가볍고 튼튼할수록 좋습니다."

"아주 비싸겠네요."

"그래서 철강을 쓰지 않고, 티타늄합금으로만 다리를 만들려고 생각 중입니다."

"다른 배들이 다리 밑을 지나가려면 높이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좋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높이를 올릴수록 파도의 출렁임에 많은 영향을 받겠네요."

"그렇죠. 때문에 바지선은 길고, 높이 넓을수록 좋습니다."

"아, 정말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리의 가격은 그럼 얼마나 될까요?"

"대충…… 깡모듈만 100미터당 200억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합 30조 원 정도는 들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최소 50조 원 이상은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여기자는 혀를 내둘렀지만, 이도공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건 자동차로 치면 무옵션 깡통버전 출고가 같은 겁니다. 옵션을 얼마나 더 추가하느냐에 따라서 이제 가격이 무차별 날뛸 겁니다."

"옵션을 어디까지 넣으실 예정이신가요?"

"무조건 최대 풀옵션으로 해야지요. 넣을 수 있는 건 죄다 넣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깊은 동해를 150㎞나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이도공은 침을 튀길 기세로 열심히 설명했다.

"가까운 섬도 없으니, 다리 혼자서 오롯이 육지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죠."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어쩌면 건설비용만 수십조 원 이상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

"유지비는 더할 겁니다. 다리 모듈선박도 주기적으로 완전 교체를 해줘야 하고요."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습할 시스템과 여유 공간도 확보를 해둬야겠네요."

"물론입니다."

취재팀은 그 뒤로도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어보며 알뜰히 인터뷰를 마쳤다.

다음 날, 울릉군민일보는 해상도로 소식에 목마른 군민들을 위한 특집기사를 냈다.

[해상도로, 충분히 현실성 있다!]

[바지선을 촘촘히 연결하여 다리를 잇는다! 문제는 오직 비용!]

[어민회장님 "중국에서 매달 10조원씩 들어오는데 무슨 문제 있나요?" 패기 넘쳤다.]

[국토부, 숟가락 얹기 시도하나?]

[행정부는 속히 응답해야 할 것. 왜 아무 반응도 없는가?]

[프라임건설, 다리 모듈 시험 설계 및 제작 착수!]

정부, 국회는 해상도로에 관해서 아직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거니 말거나, 수영그룹은 내 갈 길을 가는 중이었다.

하수영은 이도공에게 전화를 걸어 당부했다.

-정부에서 어떤 극악한 허가 난이도를 들이대더라도 다 통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셔야 합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도공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설계가 끝났다.

주문한 각종 티타늄 합금도 한창 한국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중.

"시제품으로 10미터짜리 최소단위모듈을 만들어 볼 겁니다. 이걸 다수 연결해서 바지선 위에 올라가는 모듈을 만들고, 그 바지선들을 다시 연결하는 개념입니다."

-기왕 시제품을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어야죠. 왜 500미터짜리를 안만들고 10미터 최소단위 모듈을 만드는 겁니까??

"비용 문제…… 아, 죄송합니다."

-제 통장은 안 믿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인간의 식욕은 믿으세요. 배신 안 합니다.

그렇게 시제품은 500미터 모듈로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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