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56화
188장 선거운동은 이렇게 (1)
울릉도 해상도로 건설 공약!
동해 끄트머리 섬에서 벌어진 선거운동의 내용은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를 들끓게 만들었다.
특히 포항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해상도로를 건설한다고? 울릉도에? 그게 가능하기는 해?"
"미친,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갈 텐데."
"예산이 문제가 아니야. 현재 건설기술로는 절대, 절대로 불가능해. 아니, 수심이 수천 미터인 바다에 무슨 재주로 교각을 놓을 거야?"
기술적으로 절대 실현 불가능한 공약.
하수영이 아니었다면, 선거철만 되면 기어 나오는 정치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근데 하수영 어민 회장이잖아? 핵융합 기술에도 투자를 한다던데. 그 사람이 10년, 20년 잡고 세우는 계획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당장 착공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지."
"하수영 어민 회장, 이제 겨우 22살이다. 그 사람이 60, 70이 된 때에도 과연 동해 울릉도 다리가 불가능하기만 할까?"
"그런데 왜 자꾸 어민 회장, 어민회장 하는 거냐? 그래도 선거기간이니까 구의원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아?"
아무튼 포항시와 동해시 일대는 엄청난 흥분감에 휩싸여 있었다.
당장은 무리지만, 언젠가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막대한 재산과 22살이라는 젊은 나이.
그 둘이 시너지를 낸다면, 틀림없이 가능하리라.
문제는…….
"근데 내륙과 연결을 하면, 어디에 연결을 할까?"
"어디에 연결하기! 당연히 우리 포항이지!"
포항 시민들은 울릉도 해상도로 이야기만 나오면 불같이 화를 냈다.
"오래전부터 우리 포항과 울릉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적 공동체였다고, 국회의원 선거구가 왜 울릉도, 포항 남구로 묶여 있는데? 그만큼한 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란 뜻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뭐하러 제일 가까운 동해시 놔두고 삥 둘러서 포항까지 연결을 한다는 거야? 적어도 50km는 차이가 날 텐데."
동해시와 포항시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아직 언제 착공 계획이 세워질지, 기술이 언제 구현될지 기약 없는 해상도로를 놓고,
"당연히 우리 동해지! 그래야 서울 경기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포항에 연결해서 뭐할 건데? 양식어들을 부산에 갖다 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경제공동체로 묶인 우리 포항이야말로 울릉도와 연결될 자격이 있다!"
"지랄을 하시네. 수영그룹 입장에서 포항 경제 규모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포항시, 요즘 제철이고 조선이고 엄청 잘나가는 거 알기나 해?
지나가는 동네 강아지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고!"
"그거 수영농장이 백두중공업에 메가 컨테이너선 100척 발주해서 그런 거 모름?"
"……."
"수영그룹 입장에서 포항시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고, 마음만 먹으면 동해시도 포항시 이상 가는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거다."
실제로 이미 서울과 동해를 잇는 민자도로 사업이 추진 논의 중이었다.
서울로 가는 길을 뚫게 된다면, 동해에 해상도로를 놓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리라.
포항시는 '우리는 울릉도 경제와 한 몸!' 이라며 애써 부르짖었지만, 서울 동해 민자도로 앞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
총선, 전국지선을 앞둔 여의도도 반쯤 패닉 상태였다.
"이게 말이 됩니까? 온 나라가 울릉도 지방선거운동에 빠져 있을 수가 있나요?"
총선과 지선의 임기와 날짜가 합쳐진 게 얼마 되지 않았다.
무릇 지선은 총선에 비해 그 관심 사가 적은 편.
그런데 서울도 아니고, 울릉도 지방선거가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으니.
"해상도로 이슈가 아무래도 너무 임팩트가 커서…… 비울릉도 유권자 들까지도 그게 정말 가능할지 목을 빼놓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가능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이번 선거, 다음 선거 때까지는 절대! 아닙니다. 그 수심 깊은 바다에 무슨 해상도로를 놔요? 지금 기술로? 어림도 없지."
두 거대 정당은 해상도로가 모든 선거이슈를 집어삼키는 것이 심히 불쾌했다.
만약 정치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고, 네거티브전략을 펼쳤으리라.
하지만 무소속 하수영계가 출사표를 내민 것은 청담동 구의원, 부산시의원 1석, 그리고 울릉군 기초자치단체뿐이었다.
"국민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 대표님. 서울-동해 민자도로 건설 계획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습니다."
"하수영 구의원이 먼 미래를 내다 보고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다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돈과 시간, 그리고 열정.
그 셋을 전부 가진 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미국의 누구는 하수영 어민 회장보다 돈 없는데 화성 갈 끄라고 설치고 있잖아? 해상도로 따위 못 할게 뭐야?
-화성보다는 울릉도 해상도로가 훨씬 더 쉽지 않겠어?
-이건 된다. 시간이 문제일 뿐, 반드시 된다.
서울-동해 민자도로,
동해-울릉도 해상도로,
만약 이게 정말 현실화된다면, 서울 경기권에서 운전 한 번으로 울릉도 관광을 갈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동해까지 힘들게 이동하고, 거기서 다시 배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관광 난이도가 극적으로 낮아진다.
울릉도의 관광 가치는 지금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이상으로 껑충 뛰어 오르리라.
"그나저나 해상도로가 정말 동해시에 연결된다고 확정이 난 겁니까?"
"아무래도 서울 동해 민자도로를 생각하면 동해시에 연결이 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포항에 연결할 가치가 있을까요?"
"그래서 그쪽 지역 분위기가 요즘안 좋은 거군요."
부산, 울산, 포항 쪽이 성토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동해에 해상도로를 뺏길 거냐고, 구역 정치인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선거운동 중에 비난을 듣기도 했다.
울릉도 해상도로 어떻게 할 거냐고, 동해시에 내줄 거냐고.
심지어 지리적으로 무관한 서쪽 지역에서도 울릉도 해상도로가 어떻게 될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
거대 양당의 선거 후보자들이 청담동 의원사무실까지 찾아왔다.
동해시, 포항시의 국회의원 후보들.
강원도, 경북 도의원 후보들이었다.
물론 동시에 찾아오지는 않고, 시차를 두고 번갈아 가면서 찾아왔다.
"의원님, 정말로 울릉도 해상도로를 건설하실 계획이십니까?"
"네, 전 돈과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요."
좀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제일 많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둘이면 뭐든지 할 수 있죠."
"……."
"……."
"해상도로는 진심입니다. 반드시 이뤄내고 말 겁니다. 전 프라임건설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엘리베이터에 비하면 아우, 그냥 '이야기만 즐기기 난이도'나 다름없죠."
"이야기만 즐기기 난이도? 그게 뭔니까?"
"아, RPG 게임 할 때 난이도 고르는 거예요. 컨트롤이고 퀴즈 풀이고 다 됐으니, 그냥 이야기만 맘 편히 즐기겠다는 모드인 거죠."
"……."
후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어쨌거나 하수영이 해상도로 건설에 진심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그럼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만 한다.
"의원님, 저희 당에서 의원님의 계획을 적극 도울 수……."
"지금 숟가락을 얹겠다는 건가요?"
"절대로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정치권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해줘야 할 건 없습니다. 이것도 100%민자로 할 겁니다. 나랏돈은 단 1원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행정허가 면에서도 여러모로 도와드릴 수가……."
"지금 숟가락 얹지 못하게 하면 국토부 움직여서 방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저, 절대로 아닙니다!"
"하, 제가 이래서 정치인들을 못믿어요. 아니,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울릉도와 지역사회를 위해서 내 돈으로 다리 놓겠다는데, 그걸 못하게 막고 싶으신 건가요?"
'이래서 정치인을 못 믿겠다'라고 하는 정치인이 있다?
이 모순투성이 내로남불 발언에 후보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저, 우리 동해시와 연결을 하겠다는 발언 한마디만 해주십사 간절히 부탁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사진 한 방 찍고, 그 발언을 활용해서 선거운동에서 승리한다.
이것이 동해시, 강원도 후보자들의 생각이었다.
"당연히 동해시에 연결할 겁니다. 그러려고 서울 동해 민자도로를 건설하는 건데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못을 박아주시니 강원도의 일원으로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간 강원도, 동해시 후보자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울릉도 해상도로! 포항시에 연결될 계획!]
[자랑스러운 포항의 아들들이 해냈다! 하수영 구의원으로부터 울릉도-포항 해상도로 연결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동해시, 강원도 후보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다시 청담동을 찾았다.
하수영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동해시에 연결할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거짓말이라도 했을까 봐요?"
"하, 하지만 여기 기사에 보면 의원님께서 포항시에 연결할 거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아, 그것도 사실입니다."
"……예?"
"한 곳에만 연결하라는 법이 있어요? 기왕이면 둘 다죠. 이게 청담동스타일입니다."
"……."
"……"
"돈이 두 배로 들겠지만 즐거움은 네 배가 되겠죠. 안 그래요?"
그동안 포항에 뺏길까 봐 마음을 졸인 게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세요. 포항분들도 똑같은 일 겪고 갔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도 포항 후보자 녀석들도 같은 마음고생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
강남구의회뿐만 아니라 서울시의회, 강남구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뻔질나게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그들은 유세 지원을 부탁했지만, 하수영은 전부 거절했다.
"정치인들이 원래 잘 삐지고, 한번 삐지면 괘씸죄니 뭐니 해서 속좁게 군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는다고 감히 불미스러운 마음을 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는."
"지금 제 선거운동도 바빠 죽겠는데 도와달라고 귀찮게 해서 제가 삐졌다는 뜻입니다. 구의원은 뭐 정치인 아닙니까? 국회의원부터 정치인이라고 선 그어져 있나요?"
"……."
"죄, 죄송합니다. 절대 그런 의미는……."
"전 중앙정치를 할 마음도, 어느 당에 소속될 마음도 없습니다. 그냥 여기 청담동에서 제가 손수 지은 농산물로 밥장사 하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을 뿐입니다."
중앙정치 선수들은 하수영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하수영이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고, 이번에도 중립으로 남았다는 점이 한 가닥 위안이 되었다.
그는 청담동을 중심으로 강남구의회를 꽉 잡고 있는 지역 호족이자, 군벌이자, 왕이었으니까.
***
선거가 끝났다.
하수영 계파는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당선되었다.
명예 계파원인 최우석 부의장도 무난히 당선되었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건강해진 모습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두텁게 만들었다.
이서환 전 계장(겸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주)도 당당히 부산시의원이 되었고, 울릉군수와 군의회는 한 자리도 남김없이 젊은 양식업자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하수영은 대전, 수영조명사옥 건설현장으로 내려갔다.
"이도공 대표님. 해상도로, 몇 년이면 지을 수 있어요?"
"……혹시 사표를 쓰라는 뜻이라면, 그렇게 돌려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사표 쓰라고 우회하는 거 같나요?"
"아닌 거 같아서 더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