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55화 (755/1,270)

프랜차이즈 갓 755화

187장 답답해서 내가 산다 (4)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화산호크스 선수진이었다.

그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했다.

선수도 아닌 일반인이 어떻게 170km/h를 던진단 말인가?

저 정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이 영상은 맡아놓은 수준인데.

"구속 측정 기계가 잘못된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돼. 어떻게 170이 나오냐고, 170이."

시청자들 역시 눈을 비비면서 쉽게 믿지 못했다.

대부분이 기계 오류일 것이라고 애써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확실히 빠르긴 빨라. 다시 봐도 순식간에 휙하고 들어가네. 음…… 한 155km/h쯤은 되지 않을까?"

"그래, 155km/h 정도면 일반인도 충분히 던질 수 있지."

"이것들이 170 찍는 거 보고 지금 인지부조화가 왔나? 155가 무슨 일반인도 충분히 던져? 그 정도면 해도 좆크보 죄다 씹어 먹고 다닐 건데."

"아니, 일반인이 170을 던졌다는 게 더 말이 안 되잖아."

아주 극소수의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역시 그날의 게임이 잘못된 게 아니었어."

"18홀을 채 18번만 휘둘러서 올 홀인원을 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요."

"비거리가 이미 말이 안 됐어. 하수영 회장님은 어쩌면 진짜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신이야, 신, 스포츠의 신."

"아무리 설명해도 주변에서 믿어주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타 종목이지만 이렇게 티비를 통해서 증명되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파5홀을 한 방에 넣는 그 힘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지금 투구도 힘을 아낀 걸 수 있어요."

"그래, 그럴 수도 있겠어."

아무튼 충격적인 시구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화산 호크스 선수들은 멘탈이 단단히 나간 상황.

당연히 감독과 코치진은 걱정했다.

딱!

"아니, 저걸 못 잡는다고?"

"허허, 그냥 스무스하게 아웃될 걸 병신 같은 수비수 두 놈이 글로브사이로 더블 흘리기 해버리네?"

딱!

"아오! 그걸 못 잡는 게 말이 되냐! 내가 해도 그것보단 더 잘 잡겠다!"

"그냥 하수영 회장을 선수로 사면 안 되나? 저 개같은 투수들보다는 잘할 거 같은데?"

"시발, 우리 구단 천 개를 팔아도 1년 치 연봉도 못 줄 텐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화산이 잘하지 않았다.

화산은 정말 못했는데, 맥산은 더욱더 심하게 못했다.

그래서 1회 초는 화산이 가뿐하게 5점을 올리며 공방전환.

이제는 화산 호크스 코치진이 긴장할 차례였다.

'망했다!'

화산 호크스 1선발이 던진 초구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보고, 포수는 눈을 질끈 감을 뻔했다.

딱!

당연히 시원하게 공은 처맞았고, 낮게 바운드 된 공은 1루수를 향해 정확하게 굴러갔다.

"아웃!"

"아씨. 진짜 잘 맞은 거 같았는데 왜 하필 낮게 날아가서는……."

딱!

홈런성 타구라고 생각한 공은 하강기류에 휘말리며 급격히 꺾어져서 외야수의 글로브에 쏙 들어갔고, 딱!

"아웃!"

유격수는 자기 코앞으로 굴러온 공을 어서오십쇼 하는 마음으로 잡아서 1루에 던졌으며, 그렇게 1회가 끝났다.

"……."

"……."

"우리, 솔직히 말해서 못했잖아."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런 말씀을 하시면 사기가……."

"그런데 맥산 놈들이 더 못하지 않았어? 나 중등부 애들이랑 야구하는 줄 알았다니까."

"에이, 그런 말씀 하시면 중등부 애들 화냅니다. 자기들도 저것보다는 잘할 거라고 생각할 걸요?"

누가누가 더 못하나 싸움.

못난이 승자를 정하는 게임은 그렇게 6회까지 굴러갔다.

이쯤 되면 관객들도 전체적인 기류를 읽었다.

"뭐야, 그냥 평소의 화산 호크스잖아?"

"왜 이렇게 못하나 열받았는데, 생각해 보니 170km/h를 본 것 때문이었어."

"화산은 평소의 화산, 그런데 맥산은 평소의 맥산이 아니네. 어떻게 저렇게 못할 수가 있지?"

"이래서 야구는 평소 실력이 중요하다는 거야."

그날 화산 호크스는 15:0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화산이 잘한 게 아니라, 맥산이 정말 못해서 얻은 승리였다.

경기 MVP 인터뷰가 끝나고, 방송사는 황급히 하수영 앞에 카메라를 세웠다.

미모의 아나운서가 묘한 눈웃음을 치면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주 특별한 분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시구를 해주신 하수영 새 구단주님이 구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하수영입니다."

"화산 호크스를 인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요. 인수 결정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중고거래를 했는데 패키지 물품 중에 끼어 있었다. 이렇게 사실대로 말하면 선거운동에 차질이 있겠지?

"평소 사회환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의료지원, 고생하시는 국군장병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팀들을 인수하게 된 것도 그 일환입니다.

"아, 팀들이라고 하면 화산 호크스말고 더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배구와 기타 비인기 종목 팀도 몇 개 소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갖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면, 이미지가 너무 안 좋겠지?

그래서 하수영은 최대한 '가식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러우셨나요? 무려 15:0으로 이겼는데요."

하수영은 실실 웃다가 문득 정색을 하고 카메라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선수와 코치 진은 무슨 의미인지 알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뛰었으면 50:0도 모자랐다.

이 병신들아!

라고 외치는 눈빛이었다.

***

[하수영 어민 회장, 화산 호크스구단주 되다!]

[역동적인 구단주의 시구 폼! 역동적인 구속!]

[한국프로야구 구속 신기록을 갱신하다!]

[어민 회장, 그는 스포츠의 신인가? 첫 골프에서 홀인원 18번 기록한 비공인 기록도 있다고 알려져.]

[보아라, 이분이 우리 울릉도의 해신이시다!]

울릉군민일보는 신이 나서 하수영의 시구 활약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냈다.

이제는 수영병원뿐만 아니라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오일, 프라임웰빙등 수영그룹 계열사들이 앞을 다투어 광고를 준다.

그 회사들 입장에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금액.

하지만 울릉군민일보 입장에서는 회사를 몇 배로 더 키우고도 남는 돈이었다.

덕분에 공고 채용을 내서 기자들 수도 늘렸고, 아예 서울에 상주하는 취재팀까지 편성했다.

"근데 사장님, 요즘 기사 내용을 보면 우리가 울릉군민을 위한 신문이 아니라 수영그룹 홍보팀으로 오해받을 거 같은데요?"

"울릉도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오신 해신을 다루고 있는데, 그게 뭐 잘못됐어?"

"아뇨, 요즘 회사가 잘 굴러가서 배부른 소리 한 번 해봤습니다."

신문은 울릉도에서만 보지 않는다.

수영그룹은 아예 울릉군민일보를 사내신문으로 지정해서, 모든 계열사에서 빠짐없이 볼 수 있도록 비치하고 있었다.

하수영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수만의 가맹점주, 수십, 수백만의 농어민들도 신문을 받아본다.

울릉군민일보는 어느덧 수백만 명의 정기구독자를 거느린 신문사가 되었다.

"서해그룹에서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단가가 좋은데요?"

"거절해."

"네?"

"서해전자가 서진파운드리하고 지금 한 판 붙는 중인 거 몰라? 울릉군민일보가 되어서 어떻게 어민 회장님의 적을 이롭게 한단 말인가?"

"아, 그렇군요. 제가 정보가 짧았습니다. 바로 거절하겠습니다."

사장실 벽에는 하수영의 역동적인 시구폼 초대형 고화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사설 칼럼에 올릴 글은 다 썼어?"

"네, 여기 있습니다. 한 번 검토해 보시죠."

"흐응……."

사장은 날카로운 눈으로 칼럼 내용을 살폈다.

다가오는 전국지방선거의 방향성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울릉군의 발전과 독도의 수호를 위해서는, 해신 하수영의 행보를 적극 지지해야만 한다.]

[울릉도 양식산업에만 1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해신이 아니고, 누가 이 울릉도를 이끌겠는가?]

[용기를 내어 출마하는 하수영 계파원들에게 울릉군민의 힘을 실어주자!]

요약하면, 닥치고 하수영 계파를 찍으라는 말이었다.

군수고 군의원이고 상관없이.

"국회의원과 도의원을 어찌할 수가 없다는 게 안타깝군."

"이번에 도의원 선거구는 우리 울릉군 독립적 1석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뭐야? 그게 정말이야?"

"예, 여의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흐응…… 지금 어민 회장님이 도의원 후보까지는 준비하지 않은 거 같던데."

"저번 선거에서 도의원 선거구가 포항과 묶여 있어서 그랬겠죠."

그러나 최종 선거구가 확정되고, 울릉군민일보 사장은 무척 아쉬워했다.

저번과 똑같이 도의원이 포항과 묶여서 선거구가 정해진 때문이다.

"어민 회장님은 또 이렇게 될 거라고 미리 예측하고 계셨군. 그래서 도의원 후보는 아예 내지도 않으신 거였어."

어쨌거나 프로야구 시구는 울릉군 민들의 뇌리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 구단까지 가진 인사가 자신들의 터전을 적극 지원한다는 뿌듯함을 얻었다.

***

본격적인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울릉도에 자리를 잡은 양식업자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

군민들은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인사를 받고, 악수를 나눴다.

"젊은이들이 이 섬에서 제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살려보겠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아주 보기가 좋네."

"야, 전 재산 전부 여기 양식장에 때려박았잖어. 쟈들은 이제 때려죽어도 여기 살아야 해. 그런 애들을 안 밀어주면 누구를 밀어줘?"

"군의회 놈들, 막걸리에 오징어 다리만 뜯을 줄 알았지 하는 건 도통없단 말이지."

"이번에 싸그리 갈아야 한다구. 그래야 우리 섬이 발전하지."

"킹 스텔스인가 하는 헬리콥터인가 하는 놈이 5대나 우리 섬 전용으로 들어온다던데. 급한 상황에서는 섬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구먼."

양식 창업인들을 위한 이동 수단.

하지만 섬 주민도 월 4회까지, 회당 20만 원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을 책정한 것은 꼭 필요하고 급한 경우에만 쓰라는 의도.

그리고 드디어 하수영이 다시 섬을 찾았다.

하수영이 지지 선언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만 명도 안 되는 군민들이 그를 한 번 보기 위해 일손을 놓고 몰려들었다.

"동해를 수호하는 자랑스러운 울릉군민 여러분! 비록 저는 울릉도에 적을 두지 않고 있는 외지인이나, 마음만은 항상 푸른 동해에 띄워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울릉도 종합양식산업에 먼저 1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외지인이지만 울릉도를 사랑합니다! 독도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런 제가 울릉도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여기 이 훌륭하신 젊은 후보님들을 지지해 주십시오!"

하수영! 하수영! 하수영!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시간이 얼마 걸리든 간에, 육지와 울릉도를 잇는 해상도로를 건설하겠습니다!"

-하수영! ……응?

-지금 뭐라고 했어? 해상도로? 그게 가능해?

"언젠가 자동차와 화물차, 열차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섬으로 거듭날겁니다! 그날을 위해 힘을 실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드디어 발표된, 울릉도 해상도로, 동쪽 해안 일대는 폭탄이 터진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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