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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47화 (747/1,270)

프랜차이즈 갓 747화

186장 문어발이 뭐가 나빠? (2)

교수들은 기업, 연구소,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이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매번 지겹도록 보안 서약을 썼다.

하지만 지금 로한이 요구하는 서약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충성을 저버릴 경우 전 재산과 본인, 자손까지 모조리 지워 버리겠다니.

'그냥 비유적인 표현은 아닌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아래로 삼족을 멸하겠다, 그런 의미가 아닌가?'

'그, 그래도 부모는 안 건드리겠다고 하니까 다행인 셈인가……….'

눈앞에 앉아 있는 게 프리덤을 만든 천재 개발자인지, 마약왕 영화에 나온 그 무시무시한 경호원인지, 잘구분이 가지 않았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부디 서약이 발동되는 일이 없거나, 딱 한 번만 발동되었으면 합니다.'

'발동된다면 딱 한 번만이라고?'

'그래도 하나쯤 본보기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뜻인가?'

'무, 무시무시하구나.'

교수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직 기밀다운 기밀을 들은 것은 아니니, 여기서 물러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랬다가는 다시는 수영그룹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현금만 1,000조 원 넘게 이상 운용하는, 저 손이 큰 기업의 그늘에서 영영 벗어나다니.

상상도 하기 싫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서약이 발동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단 한 번이라도요. 암요,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누가 억만금을 주면서 회유한다고 해도 절대로 의리를 지킬 겁니다."

교수들은 애써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끌어올렸다.

잠자코 보고 있던 로한은 옆에 세워져 있던 캐리어를 열었다.

캐리어를 열자, 안에서 네모반듯한 투명한 정사각형 물체가 나왔다.

투명한 금속제 상자 안에는 환한 빛을 내뿜고 있는, 사과 크기의 구체가 들어 있었다.

환한 빛을 발하지만, 전구처럼 강렬하지는 않아서 부담 없이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교수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사장님, 이건 무엇입니까?"

"굉장히 예쁜 구슬이군요. 조명인가요?"

"전구 표면이 보이지 않는군요. 흐음, 어떻게 이런 효과를 연출했는지 신기합니다."

"가만, 전구 표면이 보이지 않는다고?"

"……."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교수들은 투명 박스에 더욱 가까이 붙어서, 안의 구체를 살폈다.

전구라면 당연히 투명한 표면이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구체는 딱딱한 표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체가 없는 불을 둥그렇게 뭉쳐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이건 대체……."

"전구 표면을 이렇게 안 보이게 처리할 수가 있나……."

교수들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에, 다들 로한을 돌아보았다.

"이 '장치'가 내뿜는 빛은 약 100루멘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몇천 원짜리 전구보다도 훨씬 약한 밝기.

"안에 든 총 에너지의 양은, 전력으로 환산하면 한국 전체가 10년 이상은 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아마 10년에서 100만 년 사이는 넉넉하게 쓰지 않을까?

-교관님, 오차 예상 범위가 생각보다 좁군요.

-그럼, 그럼. 우주에서 이 정도 오차 범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안전을 중요시하다 보니 융합 속도가 너무 느려지긴 했습니다.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그 속도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

"살짝만 올리려고 했는데 급발진해서 대륙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바람에 일단 중지했습니다. 가장 최근 테스트입니다."

"……."

"……."

"출력 조절이나 제어에 실패하면 급속 반응을 일으켜서 태양계를 먹어치우고 스스로 항성이 될 수도 있으니,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두십시오. 확률은 전 세계 핵발전소가 모두 폭발하는 경우보다 조금 낮습니다."

말을 하면서 로한은 생각했다.

'너무 높긴 한데, 내 항행장치 변형으로 안전조치를 해뒀으니 괜찮을 거다.'

"다들 왜 아무 말이 없습니까?"

로한이 무뚝뚝하게 바라봤지만, 교수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혹시 몰래카메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가장 연장자 교수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이 빛나는 구슬이 일종의 발광 장치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것은 현실회피였다.

이 작고 앙증맞은 구체가 초저출력 핵융합로 따위일 리가 없어!

만약 이게 정말 핵융합로라면, 대전에 있는 우리 KSTAR가 너무 불쌍하잖아!

수천억을 들여 만든 지름 10미터 X 높이 6미터짜리 핵융합 실험로!

우리가 그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발광 장치라. 맞습니다. 포터블 사이즈의 핵융합 장치이니 발광 장치라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니군요."

'했다. 했어. 말했다.'

'지금 분명히 핵융합이라고 말을 했어!'

"시간당 출력을 애들 장난감 수준에서 상용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많은 보조 장치가 필요할 겁니다."

우당탕!

"사장님!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으아! 이럴 수는 없습니다! 아니, 이게 핵융합 장치라고요?"

"이런 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따위는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걸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업 단지가 필요할 텐데, 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지금 충성 서약의 본을 세우려고 함정 수사하시는 거 아닙니까? 우리 중에서 누가 이 사실을 외부에 흘리는지, 한 명만 어서 나와라 하는 마음 아니십니까?"

"저희는 절대 서약이 발동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그러니 제발 사실 대로 말씀해 주세요."

"10년 이상? 흐음, 그럼 600만 GWh 이상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거군요."

"김 교수, 자네는 설마 이 몰래카메라를 믿어?"

"아니, 그럼 설마 사장님이 우리 모두를 모아놓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시겠습니까? 전 언제나 이런 대이벤트가 벌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요!"

난리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차라리 선사시대 동굴 생활을 하던 중 부족원이 어느 날 갑자기.

-이것은 내가 만든 신상 도구다. 휴대용 레일건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동물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라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더 현실성 있지 않을까?

이제 겨우 1억 도의 플라즈마를 10초니, 20초니, 수십 초니 유지했다고 잔치를 벌이는 마당에, 뭐?

척 보니까 별로 뜨겁지도 않다. 손을 갖다 대도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

'100루멘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핵융합으로 그 에너지를 내고 있대.

1,000억 배럴짜리 초대형 유전의원유를 파리 한 마리가 열심히 발에 묻혀서 퍼나르고 있다고 할까?

교수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단어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상온 핵융합…….'

'그것도 초저출력으로…….'

'이게 된다고?'

'아무 기반도 없이?'

'어디 지하에서 초대형 연구소를 수십 년 동안 몰래 운영해 온 거 아니야?'

현실은 항상 픽션보다 극적이며,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는 법.

앞으로 교수들은 이 뼈아픈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괴로움을 겪어야 하리라.

***

[마구잡이 문어발 확장을 시도하는 수영그룹!]

[농업법인이 이제는 핵융합 발전투자까지?]

[비전문성 투자는 자칫 그룹 전체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자금 조성을 위한 위장용 투자라는 의혹! 수영그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

[핵융합 투자가 농업사업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전혀 없다.]

[초대기업의 골목상권 침입, 이대로 허용해도 되는가? 이제라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메이저 신문사를 중심으로 또다시 비판 기사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홍일일보의 공세가 장난 아니었다.

홍일일보는 다른 신문사들보다 훨씬 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정면으로 '수영그룹'을 비판했다.

"이 친구 이거, VIP실에 입원 못해서 딴 병원 갔다고 아주 작정하고 악을 품었구먼."

왕세경 부이사장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클클 웃었다.

"좀생이 같은 놈. 겨우 180억 원이 아까워서 물러난 복수를 이렇게 치졸하게 해?"

"두 달 치밖에 안 되는데 말입니다, 부이사장님."

하기범은 어렵사리 청담수영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잡았었다.

하지만 두 달 치 입원료가 180억원이고, 반드시 환자 본인 명의 수납만 받는다는 말에 포기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회사 법인 카드, 혹은 친한 기업가의 돈을 쓰려고 했던 게 무마되었으니, 결국 자기 돈을 아끼기 위해 병원을 옮긴 것.

그래서 이렇게 치졸하게 나오는 것이다.

"참, 하기범이 그 친구 수술은 어떻게 됐나?"

"수술은 나쁘지 않았는데 예후가 좋지 않아 꽤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게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했어야지. 아, 개인 돈 180억 원도 없어?"

"예후가 좋지 않아서 더 우리 그룹에 칼을 갈고 있는 거 같습니다."

"병원장, 무서운가?"

"네? 아닙니다. 무섭지는 않습니다."

새 병원장은(최윤석은 항모 병원장으로 갔다) 얼른 고개를 저었다.

"다만 조금 불쾌하기는 합니다."

"불쾌하다니. 마음을 한 번 바꿔서 먹어보게."

"예?"

"나는 말이지. 옛날에 한창 사업할 때 날 공격하거나 배신한 놈들은 철저히 짓밟아줬다네."

"……."

"당연히 그놈들이 시끄럽게 X랄했겠지?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어. 나한테 짓밟힌 놈이 악에 받쳐서 부들부들거리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아는가?"

"아…… 그럼 저도 듣기 좋은 하모니라고 생각을 바꿔 먹어보겠습니다."

"기왕이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라는 거야. 괜히 기분 나쁘다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래야 나처럼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네."

"예, 부이사장님,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왕세경은 흐뭇해서 비판적인 기사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홍일일보야 하기범 회장의 악감정 때문에 총대 메고 포화를 퍼붓고 있지만, 다른 신문사들은 조금 입장이 다르다.

-야, 우리가 이렇게 지랄하는데, 우리 입 다물게 하지 않아도 괜찮냐?

-우리 입 얼마든지 더 찢어질 수 있다? 더 입 찢어지게 시끄럽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우리한테 광고 안 줄 거야?

-우리한테도 제발 광고를 달라고!

-방송국에만 그렇게 광고비 퍼붓지 말라고오오! 우리한테도 달라고 오오! 쪼오오오옴!!

-네가 광고 줄 때까지 우리는 계속 이렇게 땡깡 부릴 거야!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 헉헉헉…….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자기들끼리 땀 뻘뻘 흘려가면서 온갖 깽과리는 다 치고 있다.

비판기사로 포털과 뉴스를 도배해 봐야, 하수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그 점이 왕세경은 더 마음에 들었다.

"역시 우리 이사장은 큰 사람이야. 거목이 겨우 풀벌레들 소리에 넘어지진 않지."

떽떽거리며 우는 미운 놈들.

그들을 위해 가끔은 작은 배려를 베풀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 병원, 이번 달에 신문 광고 하나 내야겠어."

"예? 신문 광고라고 하셨습니까?"

병원장은 깜짝 놀랐다.

언론사들이 광고 달라고 빽빽거리는 걸 즐기던 분이, 갑자기 왜?

"울릉군민일보에 한 20억 정도 집 행할까 하는데."

"울릉군민일보입니까? 그게 위치가……."

"아, 당연히 울릉도에 있는 신문사지. 섬 토박이 영세 신문사니까 20억 준다고 하면 좋아서 쓰러질 거야."

병원장은 생각했다.

쓰러지는 게 과연 그 영세 신문사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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