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42화
184장 작은 변화의 바람 (5)
제이콥과 수영농장은 정식으로 사료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맺은 뒤에도 제이콥은 바로 노르웨이로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 머무르며, 수영농장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견학했다.
양식장은 이미 둘러본 터라, 가장 먼저 수영펜션을 찾았다.
물론 하수영이 직접 안내했다.
"오, 호텔도 운영하시는군요."
"호텔이 아니고 펜션입니다. 사업허가는 어쩔 수 없이 호텔로 받았지만, 펜션 고유의 레저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죠."
제이콥은 야외 정원, 뷔페룸 등에서 투숙객들이 즐기는 화려한 만찬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식사 메뉴 하나만으로도 이 펜션은 별 다섯 개 이상을 받을 만합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 모든 게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죠."
"허헐! 겨우 이 돈을 받고 장사가 된단 말입니까?"
"우리 펜션은 동백섬 바다의 추억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추억을 대가로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고가 전자기기를 두루두루 갖춘 객실 시설도 크나큰 감동이었다.
펜션 앞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유람시설도 깊은 감회를 주었다.
펜션을 시작으로 쭉 돌았다.
하수영계 전 시청공무원 이서환이 운영하는 수영레스토랑 센텀시티점.
안희철 사장이 운영하는 수영김치 공장.
종합식품회사 프라임컴퍼니.
포천시 인근, 6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과수원까지 전부 둘러봤다.
하수영은 서진파운드리 반도체 공장도 빼먹지 않고 보여 주었다.
"수영농장에서는 반도체도 만듭니까?"
"어쩌다 보니 세우게 됐습니다. 무인로봇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다 보니, 하나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원래는 서해전자 하는 짓거리에 빡쳐서 밟아주기 위해서지만, 그렇게 적당히 포장했다.
마지막은 바로 청담동 병원이었다.
최첨단 선진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의 위용에, 제이콥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병원도 갖고 계셨단 말입니까?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요. 혹시 병원직원이 얼마나 됩니까?"
"의료진과 일반행정직, 경호직 모두 포함해서 3만 명이 조금 넘습니다."
"사업 규모가 정말 엄청나시군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라니.
제이콥은 하수영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며칠 간의 수영그룹 투어를 마친 제이콥은 다시 노르웨이로 떠났다.
그는 곧바로 치어를 구해서 양식업을 재개했다.
수영농장산 양식사료를 뿌려주자, 치어들은 앞을 다투어 주워 먹었다.
입을 가리기는커녕 못 먹어서 다들 안달이었다.
탈이 나거나,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이전에 쓰던 생사료보다 훨씬 효율이 좋았다.
제이콥 양식장이 가동을 시작하자, 이웃 양식업자들이 기웃거리며 찾아왔다.
"제이콥, 대체 연어들한테 뭘 먹이는 거야?"
"어, 이거 곡물사료야. 사우스 코리아에서 사왔지."
"사우스라니까 로켓 보이는 아닌가 보군. 근데 곡물사료라고?"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곡물사료로 새우부터 참다랑어까지 전부 키우고 있더군."
"그게 가능해? 생선들 입 가리고 배탈 나고 그러지는 않고?"
"오히려 건강하게 아주 무럭무럭크던데. 자네들도 고래만 한 그 참다랑어를 봤어야 했어."
"참다랑어가 고래만 하다고? 에이,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다들 브라우니 이야기는 과장이라도 웃어 넘겼지만, 곡물사료의 효능에는 눈에 힘을 주고 집중했다.
"입 안 가리고 잘 먹는 거 같은데?"
"탈 난 놈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말이야."
"우리도 한 번 써볼까? 그러려면 다시 치어부터 새로 구해야……."
"음, 가능성 있겠는데?"
인근 양식장은 양식어를 전부 출하하고 일제히 영업 중지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활력이 없고, 죽은 도시의 을씨년스러움만 가득하다.
하지만 제이콥 양식장을 시작으로, 양식장들이 하나둘씩 운영을 재개했다.
"제이콥, 우리 양식장은 사료 언제 줄 거야? 오늘 당장 500kg이라도 줘야 해. 안 그럼 우리 치어들 다 굶어 죽는다고."
"기다려. 지금 분배 중이라서 바쁜 거 안 보이나?"
"아, 사우스 코리아에 발주 좀 듬뿍듬뿍 넣어달라고, 누가 돈 안 준대?"
"닥치고 내 돈이나 가져가라고, 제이콥."
"빨리 사료 내놔."
노르웨이 양식장은 활력의 바람을 되찾았다.
***
안희철.
본래 가업인 김치공장을 운영하다가, 하수영한테 넘기고 공장장 겸 월급사장이 되었다.
오너에서 월급사장이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만족했다.
오히려 오너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사업이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고, 특제 고춧가루를 넣은 수영김치는 대부분 수영레스토랑에서 소화한다.
일반 판매는 아직까지 청담수영마트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라인 확장 끝나면 이제 둑 무너지듯이 주문이 밀려들 겁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일해주세요."
"네, 사장님."
공장 직원들도 기합이 잔뜩 들어가서 각오를 다졌다.
수영김치 시중판매를 위해서, 공장은 최근 대대적인 확장을 마쳤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마트에서 수영김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쟁편의점은 예외다.
신두, 라면은 물론이고, 수영식품그룹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이 들어가지 않는다.
-주인님, 오늘 하수영 오너께서 방문하실 예정입니다.
"뭐? 이렇게 갑자기?"
-네, 김치공장에 들어갈 설비를 가져오시는 중이라고 합니다.
"공장 설비라고?"
안희철은 의아해하면서도 주변을 정리하고 하수영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흰색 캠핑카, 퍼포먼스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는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줄이 따르고 있었다.
"오, 안 사장님. 연락 받으셨나 보군요."
"네, 연락받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저건 무슨 설비입니까?"
"미국에 주문해서 받은 설비인데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식품공장에는 저 설비를 반드시 설치할 겁니다."
안희철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설비를 내리는 직원들을 구경했다.
지나칠 정도로 조심하는 태도가, 보통 민감하고 비싼 장비가 아닌가 보다.
"저게 뭐하는 장치죠?"
"비파괴 검사장치 일종인데, 공항엑스레이 비슷한 겁니다."
"공항 엑스레이요?"
***
프라임컴퍼니 라면공장.
생산라인이 순차적으로 정지하며, 비파괴 검사장치가 라인 마지막 끝에 설치되고 있었다.
잠시 일손을 놓은 공장 직원들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구경했다.
전성렬과 정서희도 모처럼 공장에 직접 나와서 설치 현장을 지켜보았다.
"그러니까 저게 식품 안에 들어간 이물질을 검사해서 골라주는 놈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벌레 같은 게 들어간 식품을 팔면 안 되잖아요."
"우리 공장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벌레가 나온 적이 없었는데. 그만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지 않나?"
"철저히 한 것도 있지만, 운이 좋았던 것도 있죠."
라면공장은 하수영이 설치한 성역의 가호를 받는다.
덕분에 식품공장에 치명적인 벌레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운이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해야죠."
"그래도 천억대 장비는 너무 과한 거 같은데… 대체 어디서 만들었길래 천억이 넘어가는 건가?"
"원래 나사에 납품하는 모델인데, 제가 개조형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식품공장에 쓴다고 하니까 거기 사장도 상당히 벙꼈겠구먼."
"아무튼 벌레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조각 같은 이물질도 검출 가능하니까, 이제 우리 라면은 더욱 완벽한 위생을 자랑할 수 있겠죠."
정서희는 이제 질렸다는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옆에서 거들었다.
"이 정도면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봐도 될 정도네요. 근데 라면공장에만 설치할 건가요?"
"그럴 리가요. 김치공장, 신두공장같은 식품공장에는 모두 설치할 겁니다."
"레스토랑에는 설치 안 해요?"
"일단 본점에만 설치했습니다. 가맹점이 부담하기에는 비싼 장비라서 아무래도 어렵더라고요."
"천억대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요식업 가맹점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아, 나노소프트가 있었네요."
"거기도 말은 꺼냈는데 주저하는 눈치라서 그냥 더 권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시험을 해보면 좋겠군."
"안 그래도 설치 완료되는 대로 바로 테스트할 겁니다."
드디어 검사장비가 모두 설치되고,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먼저 호두알입니다."
하수영은 무작위로 호두알 몇 개를 라면 포장비닐 안에 넣었다.
호두알째 포장된 라면이 검사장비를 통과했고, 곧 중앙시스템 프리덤에 정보가 전달되었다.
-라면 23봉에서 이물질이 검출되어서 분리합니다.
"오, 프리덤과 즉시 연동이 되는구만? 따로 관리할 필요는 없겠어."
"분리까지 알아서 해주니 편하네요."
"다음에는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하수영은 3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라면 봉지에 무작위로 집어넣었다.
-라면 12봉에서 이물질이 검출되어서 분리합니다.
이번에도 검사장비는 여지없이 모두 잡아냈다.
해당 제품번호와 이물질 정보를 모두 중앙시스템에 전송한 뒤, 따로 분리해서 폐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번에는 쌀 한 톨씩 넣어보겠습니다."
"으음, 플라스틱 같은 게 아니라 작은 쌀 조각이면 면발과 헷갈려서 검출이 어려울 텐데……."
-라면 8봉에서 이물질이 검출되어서 분리합니다.
이번에도 검사장비는 정확하게 쌀조각이 들어간 라면 포장들을 골라냈다.
전성렬과 정서희는 매우 흡족해서 박수를 쳤다.
"대단해, 아주 좋아."
"이 정도면 날파리 한 마리가 들어간 것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겠어요."
"그럼 결제하실 거죠?"
"응? 뭐라고?"
"회사 소유니까 당연히 회삿돈으로 결제해야 하지 않겠어요?"
"……."
"프리덤으로 구매계약서 보냈으니까 거기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걱정마세요. 다른 것들은 당연히 제 사비로 처리했으니까."
"아니, 우리 회사 돈 없는데……."
"프라임컴퍼니가 돈이 없다고 하면 다른 식품유통회사들이 게거품을 물겁니다. 말이 되는 말씀을 하셔야지."
구매계약서를 확인한 전성렬은 그래도 하수영 인건비는 빠져 있는 것에 안심했다.
***
간만에 셋이 모인 터라, 하수영의 캠핑카에서 다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요리는 하수영이 캠핑카 냉장고에서 꺼낸 식재료로 즉석에서 만들었다.
야외에서 간단하게 만든 요리가 호텔 만찬보다 수준이 높았다.
"다음 달부터 그룹 직원 대상으로 푸드트럭 운영하기로 했어요."
"아, 들었습니다. 뜻깊은 일이네요. 안 그래도 직원들이 먹고 다니는 게 너무 부실해서 항상 신경이 쓰였습니다."
"프리덤이 매일 직접 수요를 1개까지 체크해서 실시간으로 알려준다고 하니까, 폐기는 거의 안 날 거 같아요."
어느 회사에서, 몇 시에, 몇 명이 수령할 건지 정확하게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직원들 전부가 프리덤을 사용하고 있는 덕분이다.
비용은 당연히 해당 회사에서 경비로 처리한다.
주로 수영병원, 프라임유통,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오일, 프라임웰빙, 수영양식장, 수영펜션에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두 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
"뭔가?"
"수영 씨가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괜히 불안한 거 알죠?"
"제가 원래 석유에너지컴퓨터반도체통신의학군수 산업은 진출 안 한다고 했잖습니까."
"그랬죠. 찐레드오션이기도 하고, 헤게모니 다툼에 휘말리기 쉬워서 귀찮다고. 아, 설마?"
"이미 파운드리 한정이지만 반도체 부분에서 한 걸음 내디딘 상황이고 하니까……."
"아니, 정유는 왜 빼고 그러시나? 정유사업 책임자가 들으면 섭섭하겠어."
"사장님, 저 안 섭섭해요. 괜찮아요."
"꿀벌 파동, 생선 파동을 겪고 나니까 아무래도 제가 가진 농장의 현재 수준에서 절실한 한계를 느꼈습니다."
둘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농장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헤게 모니 다툼이 귀찮다는 이유로 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럼 이제 석유에너지컴퓨터반도 체통신의학군수에 진출하는 건가요?"
"네. 아! 농장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요."
"아무튼! 잘 생각했네! 그래서? 그래서? 뭐부터 진출할 건가?"
정서희도 기뻐하며 캐물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건드릴 사업은 생각은 해두셨겠죠?"
"간단하게 상온 핵융합 연구소부터 투자를 해보려고요."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얼굴 표정이 파리하게 변했다.
"…… 간단하게… 핵융합……."
"……왜죠?"
"농작물 인공광합성에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