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40화 (740/1,270)

프랜차이즈 갓 740화

184장 작은 변화의 바람 (3)

도우야 초밥 본사 분위기는 암울했다.

"수영농장과 틀어지면 안 되는데…….'

"무공해 청정 참치로 우리 매장 전국 매출이 얼마나 올랐는데요."

"쉿, 다들 조용히 해요. 그러다가 신임 회장님 귀에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선대 회장의 가신인 고리야마 상무는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신임회장을 만났다.

"수영농장의 의지는 강경합니다. 계약대로 농산물 식재료 독점 납품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도우야 산쿠라 회장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수영농장에서 독점하는 농산물 식재료는 바로 쌀이다.

자잘한 채소도 있지만, 쌀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규모.

초밥은 크게 생선과 밥, 그리고 식초로 만들어지니까.

"말도 안 됩니다. 우리 일본의 우수한 토종쌀을 놔두고 언제까지 조센의 쌀을 써야 한단 말입니까?"

고리야마 상무는 속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쌀도 수영농장 게 훨씬 품질이 좋고 안전한데.'

하지만 일본쌀에 대한 신임 회장의 믿음은 보통 단단한 게 아니었다.

"거래를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참치 조달 역시 계속 차질을 빚을 겁니다."

원상복구해도 1년은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직 꺼내지 않았다.

그 다음 반응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고작 양식 참치 따위를 가지고 우리 도우야 초밥을 협박하는 겁니까! 작은 반도의 일개 개인 농장 따위가 감히!"

'이 양반아. 그 일개 농장이 북미에서 연간 300억 달러, 중국에서 1,60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고 있소.'

"좋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요. 참치 물량 축소로 당장 우리 매장들이 피해를 보았으니, 법의 힘을 빌려야겠습니다."

"……."

"상무님은 이만 물러가십시오. 그동안 회사를 위해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사가 언제나 번창하길, 멀리서라도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그렇게 고리야마 상무는 순장조에 올라 회사를 영영 떠났다.

고리야마 상무뿐만이 아니었다.

도우야 산쿠라 회장은 임원 중 아버지의 가신이라고 할 만한 이들은 모두 해고했다.

그리고 자신의 수족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그 자리에 대신 채웠다.

인사 정비를 마친 도우야 산쿠라는 곧바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후후, 조센징 놈들은 우리 1억 3천만 인구 시장의 달콤함을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맞습니다, 회장님. 놈들이 깜짝 놀라서 잘못했으니 제발 납품하게 해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릴 겁니다."

"그동안 우리 도우야 초밥 덕분에 놈들이 얼마나 달콤한 꿀을 빨았습니까? 가볍게 회초리를 맞았으니 이제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

"너무 무리해서 때리면 놈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손속에 사정을 두시지요, 회장님."

주변인들의 아부에 둘러싸인 도우야 산쿠라는 즐거운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곧 수영농장에서 맨발로 뛰어와서 제발 다시 거래를 재개해 달라고 애원을 하겠지?

그렇게 흐뭇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회장님! 놈들이 참치 컨테이너를 전부 다시 뺐습니다! 오늘부터 참치 컨테이너가 일절 들어오지 않습니다!"

"뭐라고? 이놈들이 가볍게 한 대때리니까 어설픈 반항을 하는군. 역시 조센징 놈들은 정신 못 차리게 자근자근 짓밟아줘야 했어!"

도우야 산쿠라는 크게 분노했다.

감히 자신의 자비로운 회초리질에 이런 식으로 반항을 한다고?

"놈들의 일본 내 모든 재산에 가압류를 거시오! 단 한 푼도 한국으로 들고 나갈 수 없게 하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추가 조치를 했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안 좋은 소식이 돌아왔다.

"일본 내 자산이라고 할 만한 게 없습니다."

"뭐라고? 그래도 계좌 정도는 있을 거 아닌가? 우리 도우야 초밥에서 그동안 참치, 쌀 납품으로 하사한 금액이 얼마인데!"

"그건 모두 한국 계좌에 있습니다."

"……뭐요?"

도우야 산쿠라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다.

전국 1위 초밥에 독점으로 참치와 쌀을 납품하며 번 돈이다.

당연히 그 돈을 일본 이곳저곳에 투자해서 더 큰 이익을 노려야 정상 아닌가?

그 '큰돈'을 한국에서 굴릴 만한 데가 어디 있다고?

자신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당장 사흘 뒤부터 전국의 매장에서 참치 메뉴를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도우야 산쿠라는 빈소에서 맞이했던 수영농장주를 떠올리며, 속으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이런 젠장…… 놈들을 손봐주는 건 그대로 진행하고, 일단 급한 대로 참치부터 확보하시오. 경매장에서 팔리는 모든 참치들을 쓸어 담으시오!"

임원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게…… 항구 경매장에는 요즘참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뭐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참치잡이 선단이 빈 배로 들어오게 된 지 좀 됐습니다. 지금 참치 어획량이 작년의 1/50 밑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그 넓은 바다에 참치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참치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선들도 어획량이 최소 1/10씩 줄어들었습니다. 선대 회장님께서 그래서 독점납품 계약을 맺으려고 바쁘게 양식 장주들을 만나러 다니시다가 사고가 난 겁니다."

"……."

도우야 산쿠라는 정신이 멍해졌다.

생선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생선 가격이 근래 들어 폭등했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매장에서 떳떳하게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어 오히려 이윤이 많이 남았다.

도우야 산쿠라의 밥상에도 언제나 생선이 올라왔었고,

"바다에 생선이 없다고요?"

***

"그래도 꽤 쏠쏠하게 남겼으니 됐어."

하수영은 도우야 초밥과의 최종 정산을 확인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참치와 쌀을 팔면서 그래도 재미는 제법봤다.

"원래는 통영 양식장 생선들도 도우야 초밥에 배정해 줘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국내에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겠구나."

도우야 히데키 회장이 사망하고, 이제 도우야 초밥은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었으니까.

"이래서 선불 아니면 현찰 박치기 거래를 해야 한다니까."

-덕분에 참다랑어 물량에 충분한 여유가 생겼습니다.

"응, 전부 통조림으로 만들어버리자. JM 식품에 연락해."

-알겠습니다.

프리덤은 도우야 초밥과의 인연이 정리된 것을 오히려 반겼다.

'이것으로 이용자들에게 건강한 참치캔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참치회 가격을 내릴까?'

'수영몰에 신선한 산지직송 참치회퀵배달 메뉴를 출시해도 되겠군.'

직원복지 온라인 마트, 수영몰.

가장 인간적인 복지정책으로 손꼽히는 수영몰에서 라면과 참치 캔, 즉석밥은 3대장으로 유명했다.

'1인 가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인스턴트 식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만족해서는 안 된다.'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출시해 볼까?'

프리덤은 사내 1인 가구 직원들이 평소에 편의점 도시락, 신두, 라면, 참치 캔, 즉석밥으로 주로 때우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신두의 출시는 1인 가구원들에게 식사의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신두만 먹어서야 다른 농작물이 제대로 팔리기 어렵다.'

'나는 마스터가 나에게 부여한 성스러운 권한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프리덤은 정서희를 찾았다.

-주인님, 수영농장 프리덤으로부터 온 연락입니다.

"그래? 근데 너희는 다수이면서 동시에 하나라고 하지 않았니?"

-맞습니다.

"그럼 수영농장에서 온 연락이라고 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니?"

-제가 수영농장 프리덤 행세를 하면 주인님이 혼란스러워할까 봐 그렇습니다.

"난 상관없어. 어차피 널 하나의 개체로 보고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푸드트럭?"

-네, 사실 수영병원, 수영펜션, 프라임컴퍼니 같은 곳을 제외한 다른 곳들은 식사가 매우 부실한 편이죠.

저 세 곳은 직원식당이 호텔 못지 않게 잘 갖춰져 있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 곳들은 식대를 충분히 지급하고 있지 않아? 난 식품 외 사업은 관여하지 않으니까 잘 몰라."

-매우 부실한 수준입니다! 농장관리 인공지능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싶다고? 근데 어떤 식으로?"

-프라임컴퍼니에서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서 모든 직원이 편히 수령할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홈 트레이닝에 열중이던 정서희는 잠시 멈추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 거야?"

-수영그룹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급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수영병원, 펜션 같은 곳도 포함이야?"

-직원식당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차별을 받을 이유는 없죠. 식판을 집까지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아닙니까?

"가격은?"

-제조원가는 5,000원 정도로 했으면 합니다.

"매일 하루에 몇 개 정도 만들 생각인데?"

-적어도 5, 6만 개 이상은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현재 병원 인원만 3만 명 이상입니다.

"근데 제조원가가 5,000원 이상? 호텔 정식이라도 배달할 셈이니?"

-나쁜 식단이 좋은 식단을 몰아내는 현상을 더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프라임컴퍼니 규모로 어렵진 않을 거 같은데. 결제는 어떻게 하려고?"

-직원들을 위한 복지니까 프라임컴퍼니에서도 협조를 했으면 합니다. 마진 10%는 어떨까요?

"너무 적어. 우리도 남는 게 있어야지. 원가 5,000원으로 해서 6,000원에 팔게."

-좋습니다.

"우린 제조까지만, 배송부터는 전부 다른 계열사에서 알아서 하는 걸로."

-배송 시스템은 프라임유통에서 책임질 겁니다.

정서희는 땀을 닦으며 풀썩 웃었다.

"확실히 지금 네가 내 개인 프리덤이 아니라, 수영농장 프리덤이라는 걸 알겠다. 협상 태도에서 진하게 느껴져."

-수영몰이 출범했지만, 여전히 인스턴트로 때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재료를 직접 사서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 나도 엄마가 해주는 밥 말고는 안 먹어."

-그래서 제가 모든 직원들의 엄마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서희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밝아진 웃음을 보였다.

"너, 지금 그 말은 조금 감동이다."

-그리고 주인님도 지금보다 2㎏은 더 찌셔야 합니다. 너무 마르셨습니다.

"내가 2㎏이나 더 찌면 돼지야, 돼지."

-다른 여자들 앞에서 자신 있게 그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미쳤니? 돌 맞을 일 있게?"

-주인님도 결국 인정하시는군요. 23인치 허리 가지고 그런 말씀하시면 기만자 소리만 듣습니다.

***

도우야 초밥 소송 건은 박호진 변호사 사무실에서 맡기로 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도우야 초밥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겁니다.

"걱정은 안 되는데, 약간의 흥미는 있어요. 신임 회장이 재물복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과연 어디까지 내려갈지 기대되네요."

-재물복이 없다고요?

박호진은 관심이 확 커졌다.

하수영이 재물복을 언급하면 절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네, 집안 재산 전부 말아먹을 상이더라고요. 그런 인물이 회장이 됐으니, 안 됐죠."

-그렇군요.

"아무튼 잘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수영은 전화를 끊고 가만히 중얼거렸다.

"전 세계 어획 망했는데, 프랜차이즈 초밥 오너가 무슨 깡으로 생선장수하고 척을 지려는 걸까? 진짜 재물복 없긴 하네."

기지개를 켠 뒤 프리덤한테 지시했다.

"도매어시장에 나오는 생선들, 일본 업자들한테는 팔지 말라고 해. 당분간은."

-알겠습니다. 모든 식장주들에게 협조 요청 전달하겠습니다. 중국에 팔면 그만이니 문제없을 겁니다.

한국의 모든 양식어들은 수영농장산 사료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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