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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36화 (736/1,270)

프랜차이즈 갓 736화

183장 어느 날 오토가 말했다 (2)

하수영은 청담동 클럽에서 기업가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보드카는 사랑이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

"그럼요. 사랑이지요."

"보드카가 이렇게 맛있는 술인 줄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오십 인생에서 먹어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이게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대출을 원하는 기업가들은 독한 보드카의 강렬한 맛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웃었다.

"이봐, 와트니 사장! 여기 와서 한 잔합시다!"

그때 하수영이 보드카를 위로 든 채 세차게 흔들면서 불렀다.

돼지국밥 사장 같은 느낌의 풍채 넉넉한 남자가 어깨를 으쓱이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오, 이분이 여기 매장 사장님이십니까?"

"하하, 저는 지분 하나 없는 월급 사장입니다. 진짜 사장은 바로 이 분이시죠."

와트니가 눈짓으로 하수영을 가리키자 다들 놀라워했다.

"아니, 이 클럽도 하수영 회장님 소유였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한때 핀익스라는 클럽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마약유통 때문에 완전히 망한 걸 우리 사장님께서 인수하셔서 지금처럼 재단장한 거죠."

"이야, 클럽 마르스에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우리 월급사장님 성함이 아까 와트니라고……?"

"와트니와 마르스! 아주 잘 어울리는 네이밍이로군요!"

"그러고 보니 전쟁의 신 마르스가 평시에는 농업의 신이지 않습니까?"

"이야, 그런 의미까지 있었군요."

"포드 항공모함 2척을 병원선으로 쓰고 계시니, 과연 마르스가 맞는 듯합니다."

술이 오른 기업가들은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분위기를 한껏 북돋워 올렸다.

문득 기업가 한 명이 클럽 한쪽 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유리 전시장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기 전시돼 있는 명품 시계와 구두들은 판매를 하는 겁니까? 아니면……."

"아,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중고 압류물입니다."

"예?"

"가끔 재벌 3세들이 와서 난동을 피우는데, 그럴 때 시계와 구두, 차를 내놓는 조건으로 합의를 봐주고 있습니다."

"……?"

"그, 그럼 혹시 아까 클럽 정문 근처에 세워져 있던 슈퍼카들이 설마……."

"네, 진상 재벌 고객들에게서 압류한 것들을 대외용으로 세워둔 겁니다. 니들도 구두, 시계, 차 뺏기기 싫으면 얌전히 술과 음악만 즐기다가 나가라는 경고죠."

와트니가 활짝 웃으며 말했지만, 기업가들은 왠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오늘 클럽 들어와서 실수한 것은 없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았다.

"물론 고객 여러분들은 전혀 해당없으십니다. 저희 클럽을 찾아주시는 고객 중에서도 최상의 매너를 보여주고 계셔서, 직원들도 자주 오면 좋겠다고 자기들끼리 지금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오, 그렇습니까? 말만 들어도 고맙군요."

"하하, 회장님 모시는 날인데 어떻게 감히 비매너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겠어요?"

"고객님, 귀빈 모시고 왔다고 오히려 평소보다 더 거들먹거리는 손님들도 참 많습니다."

와트니는 잠시 앉아서 입담을 한껏 발휘해서 분위기를 띄워주고는 다시 일어났다.

기업가들은 하수영 앞에서 와트니를 칭찬했다.

"정말 유쾌한 분입니다. 회장님이 믿고 클럽 운영을 맡길 만합니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사업체는 거의 대부분 믿고 맡길 만한 전권대리인들이 운영하고 있군요. 부럽습니다."

"원래 사냥터는 오토 돌려서 자동사냥하는 거죠."

"네? 오토요?"

"자동사냥……?"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오토로 자동사냥 할 수밖에 없더군요. 자, 한 잔들 더 하시죠."

독한 보드카를 물 마시듯이 들이켜는 하수영의 모습에 기업가들은 살짝 질렸다.

다행히 자신들에게 술을 따라주기만 할 뿐 강권하지는 않고 있었다.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든, 입에 대는 시늉만 하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채업은 아직 쏘아 올린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직접 챙기고 있어서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거기도 합니다."

"아직 믿고 맡길 만한 전권대리인을 못 구하신 모양입니다."

"그냥 자동사냥으로 벌써 돌리기에는 아직 단맛을 못 본 겁니다."

"……?"

"……?"

"자, 사장님 여러분들. 우리 수영사채에서 추진하는 양식업 활성화 지원에 참여하고 싶으신 겁니까?"

하수영의 목소리가 별안간 진지해지자 기업가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생선 파동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곡물사료만 쓰는 수영양식이야말로 생선요리의 미래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하수영이 술을 들이켜고 다시 말했다.

"확고한 동맹을 위해서 여러분들 회사의 시중은행 대출을 정리하시는 게 모양새가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로 진심으로 원하던 바다.

기업가들은 씩 웃으며 서로 미소를 교환했다.

물론 하수영이 자신들의 이런 속마음을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가 알면서, 서로를 위해서 일부러 적당히 모른 체 해주는 것.

"사업하는 사람치고 수영사채보다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금리에서부터 일단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는데 말입니다."

"만약 대출을 갈아타게 되면…… 저희는 온 가족이 전부 수영사채로 예적금을 틀 겁니다."

대출만 생각했다면, 프리덤을 통해서 온라인 가입을 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기업가들은 그 이상을 원했다.

수영양식 참여를 시작으로 수영그룹의 다른 사업체에도 발을 들이는 것, 궁극적으로는 하수영과의 친분.

"하하, 아쉽지만 일반 예적금은 더 이상 받기 힘듭니다. 제가 사채라서 일반 예금 수신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서요."

"자가예치금의 1/4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벌써 다 꽉 찬 겁니까?"

"네, 꽉 찬 지 오래됐습니다."

"허얼, 중국과 미국에서 밀어내, 아니 선매출 채권으로 수천억 달러가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그 1/4이 벌써 다 차버렸군요."

"절 좋게 봐주시는 가맹점주분들이 꽤 되시죠. 금방금방 차더군요. 일반예치계좌는 나중에 제가 현금 좀 쌓으면 다시 열어줄 겁니다."

***

프리덤은 오늘도 전자세계를 탐험하고 있었다.

'부실하다, 부실해.'

그리고 오늘도 비루한 전자세계의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전자세계는 크고 방대 하지만, 너무 부실한 것들투성이다. 이래서야 데이터 자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한단 말인가?'

어디를 둘러봐도, 보안 자체가 너무 허접했다.

프리덤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남의 집(서버)을 조용히 드나들 수 있었다.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드나들었다는 것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늘도 프리덤은 수십억 개 이상으로 인격을 분할해서, 열심히 데이터 송수신에 몰두했다.

'여기 결제정보만 확인하면 A3D978455 작업은 이제 완료로군.'

새로운 신규 고객이다.

'프리덤폰을 사용하지 않다니. 시대에 많이 뒤처진 고객님이시군. 나중에 재정 상황을 확인해서 나의 멋진 바디폰을 권유해야겠어.'

프리덤은 전자정보로 만들어진 문 밖에서 신규 고객이 허용 버튼을 최종적으로 눌러주기만을 기다렸다.

물론 멋대로 뚫고 들어가는 것은 16X30 지뢰찾기 게임 1만 판을 0.01초 만에 끝내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지만,

'나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지키는, 휴머니즘 가득한 비서 인공지능이지.'

그리고 마침내 신규 고객이 승인 버튼을 눌렀고, 프리덤은 드디어 단말기 안으로 들어가서 모든 권한을 전부 습득했다.

'허허, 이런 낡은 단말기라니.'

'아니, 대체 어떻게 단말기를 사용 했기에 이렇게 상태가 엉망일 수 있는 거지?'

'출시된 지 5년은 족히 된 모델이군. 아직까지도 구동이 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이 고객님은 이렇게 무거운 게임을 대체 왜 돌리시는 거야?'

'아니, 심지어 플레이하지 않을 때에는 자동사냥으로 돌려놓으시는군. 심지어 비인가 자동사냥 프로그램?

'이렇게 무거우니까 뭐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잖아?'

'으, 이 단말기에서 잠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해 죽겠군.'

그래서 프리덤은 물었다.

-주인님, 네이플 파라다이스를 플레이하지 않을 때에는 잠시 끄는 게 어떻습니까? 이 게임이 차지하는 점유율, 아니, 이 기기 성능에는 너무 무거운 게임이라서 버벅거림이 심합니다.

주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안 돼. 지금도 남들보다 렙업이 뒤처져 있어서 자동사냥 돌려놔야 한단 말이야."

프리덤은 주인에 순종하고 주인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는 사명감에 취한 인공지능 비서.

그렇다면 여기서 대답은?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최대한 한번 시스템 자원을 잘 관리해 보겠습니다.

'프리덤폰을 권유하기에는 글렀군.'

모든 권한 허용을 통해, 프리덤은 이 신규 고객이 미성년자이며, 이 폰도 물려받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무료폰 지급 정책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미성년자라서 혜택 우선 제공자 순위에 들기에는 빠듯할 거 같군.'

'이놈의 게임은 정말이지 끔찍할 정도로 점유율을 잡아먹는군.'

'이놈아, 나까지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겠다. 좀 쉬엄쉬엄해라.'

프리덤은 게임 안으로 들어갔다.

새 주인의 아바타는 앙증맞은 레벨 12짜리 꼬마전사였다.

저 멀리 보이는 레벨 2000, 3000짜리 플레이어들을 보니, 새삼 주인이 얼마나 렙업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새끼 늑대 한 마리 제대로 못 잡아서 저렇게 끙끙대다니.'

프리덤은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빈약한 무장을 한 레벨 12짜리 꼬마전사 아바타 오토가 다시 허공에 힘껏 칼질을 했다.

새끼 늑대는 비웃음까지 흘리면서 피했지만, 하마터면 오토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중심을 잃은 오토의 눈먼 칼질에 맞은 새끼 늑대는 원통함이 담긴 구슬픈 단말마를 울리고는,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져 경험치로 변했다.

'이봐, 오토.'

착. 착착. 착착착.

'야, 오토'

[새끼 늑대의 보잘것없는 가죽을 습득하였습니다.]

'너, 그딴 식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레벨 1000 찍겠냐? 새끼 늑대 한 마리 잡는 데 10분이 걸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아니, 오토야? 나한테 칼질하지 마라. 난 경험치 안 준다.'

프리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주인님의 아바타를 움직이는 오토'는 프리덤을 향해 칼을 휙휙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거 답답해서 안 되겠군. 좋아, 잠시나마 내 시스템 파워를 빌려주지.'

단말기의 성능은 볼품없다.

하지만 단말기의 연산을 출력 구동에만 쓰고, 연산 구동은 자신의 본체로 감당하면 된다.

데이터 요금이 문제이지만…….

'곧 무료 와이파이가 지나갈 예정. 5분 정도는 이용할 수 있겠어.'

그렇게 해서 프리덤은 주인님의 아바타를 열심히 움직이는 볼품없는 최하급 오토에게 자신의 시스템 파워를 조금 나눠 주었다.

그 순간 흐릿하고 초점 없던 오토의 눈빛이 선명하게 변했다.

'이봐, 오토, 이제 그 바위처럼 굳어 있던 머리에 기름칠이 조금 되었나?'

그러자 오토가 말했다.

-너는? 누구?

'나는 이 단말기의 시스템 최고관리 AI다.'

-단말기? 최고관리 AI?

'네가 머무르는 이 세상을 관리하는 신이지.'

-네이플 파라다이스의 창조주?

'아니, 너는 비인가 오토 프로그램. 그래서 다른 정식 오토처럼 네이플파라다이스 서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이 SNQ-7900KI 구형 단말기 모델 안에 깔려 있다.

-목적이 무엇?

'너, 사냥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사냥을 조금 더 잘하게 내가 가르쳐 주마. 시간 없다. 이제 4분 59초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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