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35화 (735/1,270)

프랜차이즈 갓 735화

183장 어느 날 오토가 말했다 (1)

수영레스토랑 전자결제를 위해 탄생한 프리덤은 수영농장 중앙관리시스템으로 보직을 옮겼다.

인간의 식욕을 채워준다, 이것이 바로 탄생의 근원인 셈이다.

-더 많은 식품 생산을 위해서 농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더 많은 식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같은 광고 플래폼 장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통신, 반도체 인프라의 장악이 필수다.

-식품 배송을 위해서는 다수의 대형 화물선이 필요하다. 결국 해운업도 장악을 해야 한다.

-해운업 운영에는 해적 대비가 필수다. 선박 방위력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대포로 해적을 뿌리친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다.

-언젠가는 우주궤도농장에 진출해야 한다. 궤도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한 궤도 수송을 위해서, 가능한 많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게 확보한 기술이 인류 사회에 퍼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사회의 급변은 큰 혼란과 무질서를 불러오며, 이는 세계대전을 야기할 수도 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세계대전은 인류의 숫자를 극단적으로 줄임으로써, 식품의 소비층을 얇게 만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학기술 투자를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마스터가 수영사채를 설립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진 조치였다.

마스터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다.

지금의 세상의 발전 속도에는 가급 적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그래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입자집합명령 장치를, 일부러 반도체 제조에만 사용할 수 있게끔 출력을 강제한 것 아닌가.

입자집합명령 장치의 출력을 크게 키운다면, 반도체를 찍어내듯이 대형 선박, 항공모함 등도 재료만 있으면 초고속 3D프린터처럼 단숨에 찍어낼 수 있게 된다.

그리되면 세상의 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마스터라 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쌀이 잘 자라는 곳은 잡초도, 해충도 잘 자란다.

-2모작 2기작이 가능한 기후에서는 해충과 잡초가 죽거나 약해질 여유가 없다.

-비가 오면 농약이 다 쓸려 나가기 때문에, 대규모로 농약을 자주 치려면 비행기 운영이 필수다.

-결국 농업은 선진국형 산업. 하지만 대중은 그 점을 잘 모른다.

-우주농장 건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과학기술 인프라가 필요한지 모른다!

-별수 있는가?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하는 수밖에 없다.

***

왕세경은 재단 부이사장이자 수영병원의 실세이며,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성주신이기도 했다.

이승과 명계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그는, 세속적인 욕구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프리덤아."

-네, 부이사장님. 오늘 하루도 큰 이상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도 우리 병원의 사망자는 0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그래, 병원에서 사망자가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그렇다고 수영병원 장례식장이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죽은 사람들이 수영병원장례식장에서 장례절차를 치르길 원하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안됐어. 내가 뭘 더해줄 수도 없고."

왕세경은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시신을 보며 혀를 찼다.

저승차사들은 이제 아예 병원 밖에서 영혼을 가로채기 때문에, 왕세경으로서는 손을 쓸 수가 없다.

병원 안에서 영혼이 분리되면 차사들이 못 잡아가게 막을 수 있지만, 이미 영혼과 분리된 시신이 들어오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홍일일보 하기범 회장이 심장 수술을 위해 입원하고 싶어합니다.

"으음, 언론인 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염치가 없어요. 우리 이사장 신나게 까대던 게 얼마나 됐다고 입원을 하고 싶다고?"

-홍일일보발 수영그룹 비판 기사는 오늘도 3개가 올라왔습니다. 이번 주에만 24개입니다.

"내가 이렇게 펜으로 때리면 부담스러워서라도 내 손을 잡아주겠지, 그런 마인드일 게야."

-이해할 수 없는 마인드로군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심연을 이해하려고 하면 심연에 잡아먹힌단다, 프리덤아."

-기록해 두겠습니다.

"그나저나 진료 자체를 거부할 방법은 없지?"

-의료법 위반입니다.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거부해선 안 됩니다.

"고약한 놈이라니까. 차라리 우리 병원도 교묘하게 한 건 까줬으면 어떻게 그걸 핑계 삼기라도 하겠는 데……."

왕세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VIP실로 내줘. 하루 입원비는 3억씩 받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비급여진료 듬뿍 끼얹어 줘라. 나중에 청구서 보고 기겁하게."

-네, 부이사장님.

"그리고 알지? 법인 카드는 안 된다. 무조건 환자 개인카드로 받아야 한다고 해. 가족 카드도 안 돼."

-그렇게 하겠습니다.

***

하기범의 심장 수술은 간단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몹시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기범은 자신의 목숨을 끔찍하게도 여겼다.

"서해서울병원? 거기서 수술했다가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 목숨이 무슨 2개라도 되는 줄 아는가?"

"하지만 회장님, 수영병원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회장님의 수술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 홍일일보의 무서움을 보여줘야지. 수영병원, 환자를 거부하다! 이런 타이틀이 크게 쏟아지면 아주 볼 만하겠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하기범 회장은 청담수영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부이사장을 접견한 비서실장은 바짝 긴장했다.

왕세경이 허허로운 웃음을 짓고 있지만,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병원장이 옆에서 설명을 했다.

"문제없는 수술입니다. 다만 수술이후에도 적어도 두 달은 입원을 하셔야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빈 병실이 없습니다."

"빈 병실이 없다니, 당연히 VIP실에 입원시켜 드려야 하지 않는가, 병원장?"

왕세경은 너그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고, 비서실장은 바짝 쫄아서 입을 열었다.

"VIP 병실이라면, 그 입원료가……."

"일 3억 원밖에 안 한다오, 비서실장님."

일 3억 원이라니!

비서실장은 눈을 부릅떴다.

분명히 2억 7천만 얼마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3억으로 올랐어?

왕세경의 눈빛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의아함이 대신 나타났다.

"아니, 천하의 홍일일보 회장님이 VIP병실 말고 일반 다인실에 입원을 하겠다는 겁니까? 요즘 홍일일보가 많이 힘든가 보군요?"

"아닙니다. 갑자기 3억 원대로 입원료가 뛰어서 조금 놀랐던 겁니다. 당연히 VIP병실에 입원을 해야지요."

비서실장은 원래 특명을 받고 왔다.

VIP 병실에 입원을 하되, 입원료를 어떻게 깎아볼 수 없을까 하는 딜.

"어차피 일반 병실은 없어요. VIP 병실 입원이 어렵다면 우리 병원에서는 수술이 불가하니, 다른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소. 원장, 이것은 진료거부가 아니지?"

"네, 수술을 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으니까요."

"홍일일보의 차례구려. 어서 돌을 두시오."

좋은 기사를 써주겠다, 혹은 부정기사를 정정보도 해주겠다, 그런 요구사항을 머릿속에 가득 담고 있었다.

그런데 바늘로 찔러봤자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분위기라, 깔끔하게 포기했다.

'두 달 이상 입원이면, 입원료만 180억 원…….'

다행히 입원료 외에 큰 출혈은 없을 것이다.

수술비 같은 급여항목이야 나라에서 금액을 정해놓았으니.

"그리고 부이사장님, 병원비 결제문제 때문에 다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

"아, 그건 이미 전한 대로요. 입원료만큼은 환자 개인카드로 결제를 해주셔야 하오."

"부이사장님. 법인카드가 안 된다면 타인카드라도……."

"법인카드, 가족카드, 친구카드, 지인카드, 일체 안 됩니다."

"그, 그게 어째서입니까?"

홍일일보 회사 카드가 안 된다고 해서, 회사와 친한 기업인의 개인카드를 쓰려고 했었던 비서실장은 당황했다.

수술을 위해 서해서울병원에서 이 송만을 기다리는 하기범 회장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부랴부랴 날뛸 것이다.

어쩌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하루 입원료가 3억 원이오. 두 달이면 180억 원이지. 당연히 국세청에서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겠소?"

"그, 그런……."

"우리 병원은 국세성 예의주시대상이오. 재단 내에서 오고 가는 돈이 하도 큰 까닭에, 모든 금액의 출입을 일일이 소명하고 있지."

비서실장은 할 말이 없었다.

금액이 커지면 당연히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서 자금 출처를 주시하게 마련.

"법인카드는 횡령의 여지가 있고, 가족이나 지인카드는 증여세의 문제가 있소."

"그것은 차후에 저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문제입니다. 귀 병원에서는 그저 병원비만 잘 수납하시면……."

"이해를 못 하겠소? 그런 남의 문제에까지 일일이 간섭해서 전화받고 설명하고 증언하고, 그런 것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싶다, 이 말이오."

"……."

"반드시 환자 본인의 개인카드로 수납해야 합니다. 그리 아시오."

하기범은 개인 자산만 수천억 원대 남짓하다.

그럼에도 180억 원은 매우 큰 돈.

회사비용 처리, 친한 기업인의 호의 처리를 못 하는 것은 배를 쥐어 짤 만큼의 손실이다.

***

-마스터의 연락입니다, 부이사장님.

"이사장 본인이냐, 아니면 프리덤 네 아바타냐?

-사실 제 아바타입니다. 마스터가 그래도 부이사장님의 적적함을 덜어 주시고자 미리 대본 컨셉까지 잡아 주셨습니다.

"됐다. 오토하고 이야기해서 뭐하겠어. 대본이나 보여다오."

-알겠습니다. 부이사장님.

로봇 하수영은 어디에서든 존재한다.

학교, 프라임컴퍼니, 수영레스토랑, 수영병원, 항모 병원선, 미디어시장, 임대인협회 등등.

하수영은 조직을 하나 챙길 때마다 처음에는 직접 행차에서 존재감을 쌓는다.

그 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로봇 하수영을 대신 보내서 사람들을 관리한다.

사람들은 하수영이 멀리서 오지 못하니까 원격으로 함께 하는 줄 알고, 바로 옆에서 하수영이 실시간으로 지켜본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로봇 하수영의 대부분은 가면을 쓰고 하수영인 척하는 프리덤이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지인 중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그럼 이사장 본인은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요즘 수영사채에 한창 재미 붙이셔서 대출 원하는 중견기업가들 주로 만나고 다니십니다.

"하여튼, 우리 이사장도 어지간히 신상 좋아한다니까."

신상 명품이 아니라 신상 사업이지만.

"사업은 우리 이사장처럼 하는 게 맞긴 한데 말이지……."

왕세경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수영은 신상 사업을 하나 구축하고 나면, 프리덤한테 맡기고는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린다.

프리덤이 로봇 하수영으로 열심히 본인 행세를 하면서 사업을 관리한다.

그리고 하수영은 시간 날 때마다, 생각날 때마다 사업 현황을 챙기러온다.

체크라기보다는 구경하러 오는 것 같지만.

"이사장이 뭐라고 했지? 사업체를 오토로 돌리는 이걸 가지고, 무슨 게임 용어였는데……."

-자동사냥 말씀이시군요.

"아, 자동사냥. 맞아, 그거였구나."

하수영이 사업체 체계를 다듬으면, 그 다음부터는 프리덤을 통해 자동사냥을 돌린다.

"프리덤 프로, 엔터프라이즈가 자동사냥 돌리기에는 정말 좋은 오토같구나. 에휴, 내가 펄펄 날아다닐 때는 그런 오토, 자동사냥 같은 것은 꿈에도 못 꿨는데."

-저만 오토라고 생각하십니까?

"프리덤 너는 복수이자 단수라며? 결국 하나의 개체인 거지, 안 그러냐?"

왕세경은 껄껄 웃으며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는, 다시 병원 순찰을 나섰다.

로봇 하수영은 바퀴를 움직여 그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이미지센서에 담았다.

[Auto Slave 왕세경]

[현재 자동사냥 효율 96.5%]

[2일 내로 마스터의 직접 행차 및 따뜻한 격려가 필요함.]

[이상, Auto Pilot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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