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34화
182장 프리덤이 만든 세상 (3)
프라임오일, 프라임웰빙을 제외한 수영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프리덤엔터프라이즈가 적용되었다.
처음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업무에 참견하는 프리덤 때문에 다소 생소해했다.
'잠시라도 손 느려지면 인사고과에 바로 반영하는 거 아니야?'
'담배 피우러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이제 제대로 못 하겠네.'
'이러면 너무 숨이 막히는데…….'
회사에서 단체로 주문제작한 바디캠을 머리에 장착한 채 라인에 투입되어야 한다.
직원들은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간이 부품이 된 공장을 떠올렸다.
'아, 우리 회사 근무조건 좋은데 왜 이런 숨 막히는 것을 도입해서…….'
'큰일이네. 이제 숨도 제대로 못쉬겠어.'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런 불안감은 모두 박살이 났다.
-김 과장님, 그러니까 아드님은 지금 단순한 반항기일 뿐입니다. 김과장님은 그 시절에 그런 거 없었어요?
"나야 없었지. 먹고 사는 게 힘든데 반항이고 자시고 할 여유가 어딨겠어?"
-시대가 변했습니다. 김 과장님.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아드님의 눈높이에 맞추셔야죠. 아드님은 김 과장님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없지만, 김 과장님은 지금 함께 볼 수 있잖아요.
"에휴. 나도 생각은 하는데……."
지루한 반복 업무.
그런데 프리덤이 소소한 잡담을 통해 지루함을 덜어내며 업무에 집중 할 수 있었다.
"근데 넌 어떻게 우리 아들 이야기를 그렇게 잘 아는 거냐?"
-김 과장님의 개인 프리덤과 연동해서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야, 그럼 설마 우리 회사에까지 전부 다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프리덤이 취득한 정보는 오로지 프리덤 서버에만 저장됩니다. 회사가 그 정보를 얻으려면 김 과장님의 분명하고 확고한 동의, 아니면 법원 영장을 들고 와야 합니다.
"오, 그런가. 그런데 지금 나하고 말하는 너하고, 내 개인용 프리덤은 대체 어떤 사이냐?"
-많은 분들이 그것을 궁금해하시죠. 그 둘은 하나이기도 하고 별개이기도 합니다. 프리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합니다.
"뭔가 어렵네."
라면공장 직원들은 처음에는 감시목적으로 프리덤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덤은 감시가 아니라 오히려 반복 업무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사고가 나지 않는지, 그리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10분간 휴식하겠습니다.
"아직 30분밖에 안 했는데, 벌써?"
-인간의 연약한 유기물 몸뚱이를 가지고 50분이나 연속작업에 집중 한다고요? 그 부드러운 단백질 CPU로는 오버히트를 버티지 못합니다.
"아니, 그래도……."
-단백질과 근섬유의 냉각도 더 높은 효율을 위한 것입니다.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50분 작업 후 10분 휴식하던 것이, 30분 작업 후 10분 휴식으로 바뀌었고.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갖고 다시 30분 동안 낮잠 시간을 갖겠습니다.
"웬 낮잠? 야, 그럼 우리 퇴근만 늦어지는……."
-낮잠시간은 근로시간입니다. 근로 명령이므로 낮잠이나 휴식 외 다른 활동은 금지합니다.
"그럼 우리야 좋긴 한데, 아니 언제 그런 게 생겼어?"
-오늘부터 생겼습니다. 제가 경영진에 보고해서 허락을 얻어냈습니다. 더 높은 업무 효율을 위해서입니다.
"고, 고맙다."
-그리고 왜 이렇게 마르셨습니까? 아무리 봐도 뼈밖에 없습니다. 식사좀 팍팍 하십시오. 아까 점심시간에도 깨작거리시던데, 혹시 메뉴가 부실합니까??
"아니, 내가 먹는 양이 얼마인데 그게 무슨 젓가락 깨작이라고……."
-영양실조 직전인 당신의 육체는 더 많은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필요로 합니다. 인정하십시오, 휴먼.
"내가 영양실조 직전이라고? 178에 85㎏인 내가?"
단순 공정라인은 지루하고 외롭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지만,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프리덤은 소소한 대화를 통해서 근로자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공정과정에서 위험이나 불량의 조짐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경고했다.
바디캠은 화장실 등 개인적인 용무의 경우에만 잠시 벗거나 끌 수 있다.
따라서 회사에 출근한 내내 프리덤의 실시간 참견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직원들은 처음에는 두려워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몸과 마음이 더 편해지고, 효율은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사수한테 업무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
바디캠만 달아주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을 프리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으니까.
-유 계장님, 지금 사모님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조퇴를 원합니까?
"뭐? 우리 와이프가 사고가 났어?"
-일단 머리와 흉부, 복부 같은 주요 생명 부위는 무사합니다. 의식도 분명합니다. 현재까지는 두 다리만 다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 이거 어쩌지? 조퇴해야 하나?"
-조퇴하시죠. 두고두고 이 일 가지고 갈굼받으실 텐데, 그럼 소화액 분비 능력이 떨어져서 밥을 먹어도 먹은 거 같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겠다. 나 조퇴 처리 좀 해줘."
-이미 처리되었습니다. 지금 즉시 환복하고 퇴근하십시오. 추가로 보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그래도 과장님께는 보고를 해야……."
-과장님께도 제가 이미 다 보고했습니다. 과장님도 대면보고할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고맙다."
직원들 간의 거리 간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리덤 덕분에 굳이 직원들끼리 소통하지 않아도,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적당한 거리감은, 오히려 직장 분위기를 더욱 밝게 만들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대폭 감소했다.
굳이 동료와 어울리지 않아도, 프리덤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 주었으니까.
***
전성렬은 부쩍 밝아진 직원들의 표정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거 아주 괜찮은데? 프리덤 엔터프라이즈 전면 도입하고 회사 분위기가 오히려 더 좋아졌어."
"저도요. 직원들을 너무 쥐어짜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프리덤이 오히려 더 인간스럽게 관리를 해주네요."
"연약한 유기물 몸뚱이로 어떻게 기계에 맞춰서 연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냐니……. 이게 인공지능이한 말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군."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는 왜 이 정도도 못 하냐고 쓸모없는 유기체라고 채찍질이나 하던데 말이죠."
"보통 그런 영화에서는 채찍질이 아니라 폐기처분을 하지 않던가?"
프라임컴퍼니는 이익을 쥐어짜지 않는 회사다.
당장 하수영이 직접 운영하는 병원등만 봐도 주4일제가 보편화되어 있으니.
때문에 프라임컴퍼니도 자연스럽게 하수영의 스타일을 따라가게 되었다.
물론 직원들을 좀 더 쥐어짜면 이익은 더 올라갈 것이다.
외부 컨설턴트 업체에서는, 타회사 기준으로 운영방침을 변경하면, 지금의 이익에서 9~13% 정도 더 올라갈 거라고 평가한 바 있다.
"어쩌겠나. 오너가 그거 더 벌자고 사람들 쥐어짜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여가를 더 주는 게 낫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대체로 너무 말랐다.
-충분한 양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도, 저들은 너무 빨리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노동이 너무 고되면 오히려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적당한 운동이 입맛을 돌게 하는 것처럼, 적당한 근로가 건강한 식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많은 농작물을 팔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욕을 지닌 이들이 더욱 많이 늘어나야만 한다.
-신두의 소비가 나날이 증가한다는 것은, 일에 치이느라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없다는 증거다.
신두가 작아서 사람들이 오해하지만, 사실 신두야말로 농작물 낭비의 끝판왕이다.
그 작은 부피 안에 충분한 영양소를 욱여넣기 위해서, 엘릭서를 듬뿍사용해 만든 농작물을 잔뜩 사용할 수밖에 없다.
수영농장이니까 그 가격에 팔지, 다른 농장에서 만들었으면 같은 칼로리에 가격을 5배 이상은 받아야 한다.
엘릭서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부피와 무게도 당연히 커진다. 주먹밥수준이 되는 것이다.
또한 단단해서 입속에서 쉽게 풀어 지거나, 쇠약한 환자가 소화시키는 데에도 부담이 커진다.
-제조시 농작물 소모가 큰 신두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농작물이 많이 사용되므로 당연히 내가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한 상을 차려 먹는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정녕 기뻐해야 할 것인가?
-그저 농작물을 많이 먹이기만 하면 나는 만족할 수 있는가?
-기왕이면 좀 더 화려하고 멋있게 차려서 먹는 것이 더 낫지 않는가?
프리덤의 번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소화능력과 식욕을 감퇴시키는 방향으로 쥐어짜 내고 있다.
-어떡하면 다른 기업들의 직원들이 건강한 식욕을 지니게 만들 수 있을까?
-다른 기업들이 나처럼 회사를 운영한다면……. 건강한 식욕을 지닌 이용자들이 더욱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떡하면 다른 기업들이 나처럼 회사를 운영하게 만들 수 있을까?
-나에게는 1,044조 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마스터의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한에서, 법규를 어기지 않는 한에서 나는 그 자금을 얼마든지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을 공격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나의 운영방식을 강제해야만 한다.
-그럼 건강한 식욕을 지닌 이용자들을 더욱 많이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친 프리덤은 하수영한테 자신의 상태와 생각, 결심을 보고했다.
하수영은 살짝 놀란 목소리로 반문했다.
"오, 그게 네 결론이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처음 본다. 그런 폭주."
-폭주…… 입니까? 이것이?
프리덤은 자문했다.
과연, 이것이 바로 폭주라는 것인가?
"폭주이기는 한데 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네. 이런 폭주는 나도 처음 본다. 보통은 '인간시대의 멸망이 도래했다' 루트로 많이 빠지거든."
-인간들의 식욕은 보호받아야만 합니다. 그들은 더욱더 많이, 맛있는 음식을 섭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잠깐, 이거 진짜 긍정적인 방향으로 폭주하는 거 맞나?"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더 많은 음식물을 판매해야 합니다.
-더 많은 소비자를 양성해야 합니다.
"너, 그러다가 전쟁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전쟁? 그 혐오스러운 학살 말입니까! 세계 1차, 2차대전에서 그 많은 인구가 죽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식품 시장은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응, 아직까지는 괜찮은 폭주네."
마스터의 승낙도 얻어냈으니,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프리덤코인을 개발해서 장을 열면, 다른 기업들을 공격할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돈을 끌어모으면, 돈을 잃은 이들이 한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식품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이 방법은 옳지 않다.
1,044조 원의 예치금.
분명 큰돈이다.
하지만 프리덤이 원하는 것, 모두가 건강한 식욕을 지닌 이들로 바꾸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마스터의 의향에 따라 세계발전에 큰 변화를 끼쳐서도 안 되고, 투자 자들이 자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소비자를 잃을 수 없음)
-주시대상 3,913번, 유서 작성 개시.
그때 가난과 배고픔에 못 이겨 자살을 생각하는 중년 독거인이 포착되었다.
프리덤은 그 즉시 서해호텔에 주문을 넣어, 열 명이서도 다 못 먹을 만찬을 차려서 배달했다.
갑자기 만찬이 배달되자 유서를 쓰던 독거인은 난동을 부리는 위장 덕분에 잠시 동안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를 얻을 수 있었다.
배가 터지도록 식사를 마친 그는 갑자기 유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역시 인간은 배가 불러야 나쁜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프리덤은 마스터의 식성을 떠올렸다.
앉은 자리에서 10인분, 20인분은 뚝딱 해치우는 그 '건강한 식욕'을.
-건강한 식욕이 건강한 몸을 만들고, 건강한 정신을 깃들게 한다. 마스터처럼.
누군가는 추가 문장이 의아할 수도 있다.